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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26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6.17 11:00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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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야영

DUMMY

일행은 핌슨을 따라 몇 가지 주의사항을 잘 숙지하며 그녀의 대장간에 도착했다. 리안과 리사는 작업실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무명만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핌슨씨, 혹시 대장일 좀 배워볼 수 있을까?”

무명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무슨 바람이 불었우?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우.”


핌슨은 소매를 걷어 팔 근육을 과시한다. 우락부락한 근육은 아니지만 힘줄이 돋아 움찔거리는 모습이 꽤나 단단해 보인다.


“이론정도만 알아도 괜찮아. 아마도.”


“으음?”


핌슨은 살짝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대장간 일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대개 그 기술을 알려주려고 할 사람은 없다.


“지식이 필요해서 그래. 술식을 쓰려고 말이지.”


“아하. 자네 술식사였구만. 하지만 지식은 책으로 충분하지 않수?”


“안되더라. 이해와 암기는 역시 다른 분야인가 봐.”


핌슨은 가벼운 미소를 짓고는. 구석에 꽁꽁 싸매둔 상자에서 아름하이트 광석 덩이를 꺼낸다. 백색에 은은한 초록빛이 감도는 광석이다.


“다시 말해두겠지만 어렵다우.”


“괜찮아. 일단 한 번 보여줄래?”


“하루 이틀로 끝낼 작업이 아닐 텐데 괜찮수? 제련부터 해서 단금, 단조 까지. 아무리 숙련되었다 해도 절대적으로 소모되는 시간이 있다우. 최소 한 달은 넘어 갈 텐데.”


시간이 소모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었지만 좋은 칼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손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역시··· 그런가? 아무래도 힘들겠지.”


“하하. 작업이라면 보여주겠수. 한동안 일을 쉬웠더니 연습할 거리가 필요하니 말이우.”


손에 쥔 아름하이트를 잠시 치워두고 먼지 낀 주괴를 집어 들고는 한 번 가볍게 손을 풀고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녀의 말대로 손을 푸는 것이기도 했지만 장비의 테스트도 겸한 것이었다.


무명은 방해가 되지 않게 자리를 잡아 지켜보기로 한다.


멀리서 봐도 느껴지는 열기에 아지랑이가 일렁거린다.


“···아냐. 안되겠어.”


“손, 아직 안 나은 모양인데. 치유사는 구하기 힘들겠지?”


망치를 쥔 손이 부들거리는 것이 또렷하게 보일 정도다. 힘을 제대로 주려고 하면 근육이 거부하듯 떨린다. 대장간 장비들은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이래서는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런 시골까지 치유사가 올 리가 없잖수. 미안하우. 생각보다 상태가 나쁜 모양이야.”


“괜찮아. 그냥 하나 새로 사지 뭐.”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무리하게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명이 아름하이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았다면 매달렸을지도 모른다.


“은인한테 보답을 하고 싶긴 하지만···.”


아쉬운 것은 핌슨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보답은 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애석하게 손에 쥔 망치를 작업대 위에 올려둬야 할 뿐이다.


둘의 시선이 절로 아름하이트로 간다. 아직 광석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내재된 강력한 기운이 보이는 것만 같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무명은 결심한다.


“처음?”


“대장간 일,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옆에서 방법을 알려줘. 적어도 기초는 배우고 싶어.”


핌슨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 혈기 넘치는 소년이 얼마나 재능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녀는 술식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한 번쯤 경험하게 하는 것도 꽤나 도움이 될지 모른다.


친절한 안내와 함께 처음으로 만든 것은 못이었다.


꽤나 단순한 작업이지만 열기만으로도 충분히 고된 작업이었다. 도저히 장시간 붙잡을만한 직업은 아님을 뼈저리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후우···. 진짜 덥네.”


땀이 소나기보다 쏟아져 내린다. 차마 등에 옮은 요기를 보여줄 수 없어 옷을 벗기도 힘드니 더위와 답답함이 두 배다.


“꽤나 잘했수. 재능이 없지는 않지만 천직은 아닌가 보우.”


“나도 뼈저리게 느꼈어. 그래도 재미있었어. 고마워. 핌슨씨.”


“내 비록 칼은 못 만들어주지만, 주괴로는 제련해 주지. 가능하면 기술자를 찾아보거나 여차하면 여비로라도 쓰우.”


“기술자가 있을만한 곳은 알 수 있을까?”


“흐음. 본래 이 곳이 최고로 활발했지만··· 차라리 이종족들에게 가보는 것도 좋다우.”


“늑대인간들?”


붉은 숲에서 저지했던 수인들을 떠올린다.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었지만, 리안과 리사의 말에 따르면 그리 나쁜 종족은 아닌 모양이다.


“그들보다는 요정이나 난쟁이들에게 부탁하시우. 그 쪽이 기술이 더 좋으니.”


“···어느 쪽이든 여기서는 멀지?”


무명이 읽었던 책대로 그들이 사는 곳은 하나 같이 꽤나 돌아가는 길이었다. 커다란 도시라면 기술자 몇 명은 있을 수도 있지만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소문하기까지는 힘들다.


“그래. 더 도와 줄 수 없어 미안하구만.”


핌슨은 꿍쳐 둔 아름하이트를 녹여 주괴의 형태로 만들면서도, 그 순도를 정밀하게 높여 정제한다. 그녀의 손이 힘겨워 하는 것이 보이지만 근성과 의지로 일을 끝마친다.


“정말 고마워. 오히려 내가 보답해줘야겠는데?”


“후후. 제법 말은 잘하구먼. 나중에 다시 한 번 들려서 모험 이야기로 값을 해주면 충분하우.”


“응. 꼭 다시 올게.”


무명은 고운 천에 포장한 아름하이트를 가방에 넣으며 작별 인사를 건넨다.


“밖에서도 열이 느껴졌다. 꽤나 고생한 모양이군?”

“근데··· 표정을 보니 찜찜한 일이 남아 있어 보이는데? 앗, 핌슨씨는 유부녀라고!”


“아직 손이 다 안 나으신 듯 해. 아쉽게도 주괴로만 받았어.”


리안은 고개를 끄덕인다.


“어찌 되었든, 접선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미리 가서 기다릴까?”


“노숙하게? 야호 노숙이다.”


“넌 도대체 뭐에 신난 거야? 밖에서 자는 게 좋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해.”


악의는 없고 어이도 없다.


“낭만 몰라?”


“아무래도 가서 기다리는 쪽으로 결론이 난 모양이군.”


일행은 다시 붉은 숲 쪽으로 향한다. 그 뒤편에 있는 폐광산을 향하는 것이다.


“어이 인간들.”


“앗. 앙카. 걱정 마. 숲에 들어가려는 건 아니니까.”


숲의 입장을 저지하려던 남 늑대인간 수인으로, 무명이 모르는 새에 리사와 제법 사이가 좋아졌다,


“너희라면 장로님들도 다시 반기실 꺼다. 정상적으로 온다면 말이지. 아무튼 그거 때문에 부른 것은 아니고 다른 부탁이 있어서다. 거기 요기놈. 술식을 쓸 수 있다며?”


“그래. 설마 귀찮은 일은 아니지?”


“······.”


앙카는 침묵한다.


“부탁이 다 그런 법이지. 일단 말해 봐라.”


누구를 찾아 달라, 무언가를 찾아 달라, 아니면 괴물을 잡아 달라. 대개의 부탁은 그런 법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하나 같이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내일 루시드와 접선 약속이 없었다면 굳이 그렇게 말할 이유는 없겠지만 말이다.


“조사를 해줬으면 한다.”


앙카는 품에서 그들 수인족이 신성하게 여기는 붉은 수정을 꺼낸다.


“이거, 너희들에게 귀한 거라며?!”


“그래. 우리 종족의 전설에 관한 물건이지. 하지만 이 쪽을 봐라.”


기묘한 붉은 빛이 감도는 수정을 반 바퀴 돌려보니 탁한 녹색 빛이 묻어있는 것이 보인다. 언뜻 곰팡이로 보이기도 하지만 액체 같기도 한 것이 묘하다.


“언제부턴가 오염물이 끼기 시작했다. 이건 내 독단적인 부탁이니 비밀로 해줬으면 한다.”


“······네 고유 마나를 줘. 연락할게.”


고유 마나 추출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만약 없다고 하면 거절할 생각이다.


“부탁하지.”


앙카는 자신의 고유 마나가 담긴 종잇조각을 주고, 수인 특유의 몸놀림으로 재빠르게 사라진다.


“어우. 이거 귀한 거라며? 왜 다 갖고 있는 거야?”


고개가 절로 가로 저어진다.


“뭐, 어쩌면 요기와 관련 있는 현상일수도 있으니, 조사해서 나쁠 건 없다고 본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무명은 한숨을 쉬며 가방에 붉은 수정을 넣는다. 공간의 제한이 거의 없는 것이라 든든하다.


“그럼 우리 노숙 준비 할까??”


“노숙이 아니다. 야영이지. 길거리가 아니다.”


“에잉. 거기서 거기지. 쓸데없이 태클 걸기 있기 없기?”


“당연히 있지. 식량도 충분하고. 그냥 편안히 여관에서 하룻밤 자고 가는 게 낫지 않겠어?”


“흥이다.”


흐름대로 밖에서 자는 것으로 되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비합리적이다. 편안한, 방을 놔두고 밖에서 잔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지만 리사의 눈이 너무나 기대에 가득 차 있어서 더는 뭐라고 차마 할 수 없다. 하루쯤 밖에서 자면 결코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아 투정을 들어주기로 한다.


준비라고 해봤자, 잠자리 준비가 전부였다.


일행은 폐광산 근처에서 적당히 자리를 찾는다. 옛날에 광부들이 임시 숙소로 쓰던 터가 있어 그 곳에 자리를 잡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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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수수께끼 (1) 22.06.20 8 1 9쪽
»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8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0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2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0 2 9쪽
21 유적지 22.06.01 10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3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6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19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8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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