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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20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26 11:00
조회
13
추천
3
글자
10쪽

엘리

DUMMY

“허어.”


낯선 목소리에 무명, 프뤼나, 리안은 뒤를 돌아보았고 회색과 자주 빛 감도는 로브를 입고 있고, 공중에 낮게 떠있는 것이 묘하다.


“···누구?”


“엘리 프로프. 헌데 자기소개도 안하는 건 자네들이 아니더냐?


다소 중성적인 외모로 목소리로도 성별을 단정 짓기 어렵다.


“프뤼나에요. 무슨 일을 꾸미고 있으신지 알아보러 왔답니다.”


“리안이다. 경비대지.”


“무명. 그, 나는 그냥 공부하려고 왔는데.”


세 명은 각자 적당히 이름을 밝힌다.


“공부? 오호라. 흠흠. 아무튼 나는 어제 이사를 왔을 뿐이노라.”


“이사요? 여기에요? 왜요?”


“마나가 많이 필요한 곳을 찾고 있었느니라. 가장 값이 싸더구나.”


“······소유주가 누구인가? 내가 알기로는 이 토지에 주인은 없다.”


“그럴수가. ···아무튼 안쪽에서 이야기 하자꾸나.”


엘리는 순간 벙찐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정신을 차린다. 그러고는 앞의 동굴을 향해 앞장서서 걸으며 손짓으로 따라오라 한다.


낡은 나무가구로 사람이 딱 혼자 살 수 있을 정도만 있다. 그러나 선반 대부분은 비어있고 아직 정리가 덜 된 상태다.


중앙에 있는 커다란 가마솥이 눈에 띤다. 그 뿐 아니라 곳곳에 크기가 다양한 솥들이 놓여있다.


“그래서, 방금 포효소리는 단순한 장난인가요?”


“근처에 오지 말라는 경고이니라. 사람이 오면 귀찮으니 말이다. 연구하는데 말이지.”


“그럼 왜 굳이 우리 앞에 나타난 거야?”


무명은 의아함을 감추지 않고 묻는다.


“그대 때문이니라. 상당히 재밌는 사내로고.”


엘리는 입 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웃는다. 무명에게 향하는 눈빛이 어딘가 음흉하면서도 요염하게 느껴진다.


“네 취향은 상관없다. 부동산 사기들 당한 것도 말이지. 마을에 해가 되지만 않았으면 한다.”


“걱정 말거라. 인간을 해하는 일은 없을 테니. 홀로 시간이 많이 필요할 뿐이니라.”


“그렇다고 하네요. 잘 됐죠, 리안?”


“아직 증명할 수 없는 문제다. 게다가 이미 위협은 했다. 정확히 무슨 연구인지 들어야겠다.”


리안은 팔짱을 끼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출한다. 엘리라는 이 작자가 우호적으로 보이려야 보일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명을 처음 봤을 때와 같다. 대개 사건을 일으키는 건 외부인이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외부인은 늘 탐탁치 않는 법이다.


“까다로운 사내로고. 마나의 연금술이라 하면 알아듣겠는가?”


“아하. 나름 흥미로운 주제네요.”


연금술이란 재료들을 섞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총칭하는 말이다. 술식만큼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생산물로는 물약을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어려운 기술 탓에 제조할 수 있는 인원이 적어 비싼 편이다.


마나의 연금술은 특정 재료 성분을 마나로 대체하겠다는 이론이다. 아직 이론만 존재하는 분야다.


프뤼나는 무명하고 리안에게 대강 이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지만 리안은 여전히 불만이다.


무명은 리안을 처음 봤을 때에 느꼈던 위압감이라고 생각했던 정체는 이런 고지식함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야기는 그게 끝이더냐? 그럼 이 쪽도 이야기를 해보실까.”


엘리는 무명에게 다가간다. 남자라고 하기에는 확연히 곱상한 외모다. 단순히 머리가 짧아서 남자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든다. 부드러운 눈매, 투명하고 흰 피부. 살짝 발그레한 볼. 조그마한 입술.


여자 같은 남자일지도 모른다. 마냥 여자라고 보기에는 체격이 있다. 단순히 체격뿐만 아니라 분위기에서 남성스러움이 느껴진다.


“너희는 잠깐 나가 있거라.”


우아한 손짓으로 프뤼나와 리안을 쫓아내려 한다. 프뤼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고는 리안과 함께 동굴을 나온다.


“무···뭐 하려고?”


“자네.”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는 엘리.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다. 남자가 지근거리에 다가오는 불쾌함에 두근거리는 것이라고 속으로 되뇌어 보지만 몸짓에서 여성스러운 요염함이 묻는다.


“···예?”


“자네, 전송자 맞지?”


엘리는 무명의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여성의 손치고는 제법 크다.


“저기, 아까부터 너무 가까운데···.”


“아하핫. 미안하군. 자극적이었나.”


엘리는 호탕하게 웃으며 물러난다.


“아무튼, 체내에 마나가 아예 없는 걸 보아하니 맞지? 마나가 색으로 보이느니라.”


“···응. 그래서 마나의 감각을 익히려고 여기에 온 건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느낌은 없네.”


“일리 있는 행동이도다. 다만 내 알기로 그 방법은 체내 마나가 없다면 쓸모가 없느니라.”


엘리의 말에 무명은 몸이 굳는다. 사실상 일반인이랑 다름없다는 소리였고 아무 쓸모도 없다는 소리와 같다. 하지만 엘리의 말은 더 이어진다.


“방법은 있으니 그리 심려하지 말거라. 아주 오래 전 그대와 같은 사례가 있었도다. 그 자는 우연히 마나 물약을 먹어서 해결했느니라.”


“그, 그런데 왜 단 둘이 이야기 하자고 한 거야?”


“저치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괜한 배려를 한 모양이구나.”


“고마워. 근데, 그 마나 물약이라는 거는 어떻게 구할 수 있어? 돈으로 사야 하나.”


포션은 비싸다. 한 달 정도 일하면 사 마실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시간 상 효율적이지는 않음이 분명하다.


“물론 가게에 응당한 값을 치르면 가능하도다. 다만 재료를 구해오면 직접 만들어 주겠노라.”


무명은 느낌적으로 이런 전개가 될 것 같았다. 벌써부터 이런 전개에 익숙해질 것만 같다. 그래도 억지스러운 부탁도 아니고 오히려 호의적인 것이라 거절할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진짜 믿어도 돼?”


“그것은 그대 자유이니라. 나 또한 내 자유로 제안을 제의한 것이니 마음대로 하거라.”


프뤼나는 믿는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다. 그건 어떤 경고나 충고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직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아, 맞다. 혹시 요기에 대해서는 알아?”


“그대 등에 잠식한 그것 말인가? 그것도 말하려고 했느니라. 내 전문분야는 아니나 그대의 체내에 마나가 없어 조용할 것 일수도 있느니라. 다만 이미 적응된 모양이니 마나가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나 역시 궁금하니라.”


무명은 보여주지도 않은 등의 요기를 파악한 엘리가 놀랍기만 하다. 다른 것을 몰라도 확실히 전문성은 느껴진다.


“구해볼게. 어떤 재료가 필요해?”


엘리는 말없이 선반의 서랍에서 얼룩지고 구겨진 쪽지 조각을 찾아 건네준다. 쪽지에는 알기 쉽게 식물의 형태와 특징이 잘 적혀있다.


“오호. 글을 읽을 줄 아나 보니, 이 곳에 온지 꽤나 지난 모양이구나?”


“음, 실질적으로는 삼 일째인가. 기억력 하나로 살고 있거든.”


“흥미로운 사내일세.”


엘리는 무명의 턱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손톱이 꽤나 날카로워 보여 무명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혹시··· 성별이?”


도저히 물어보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다. 궁금해서 밤에 잠도 잘 수 없을 것 같아 실례를 무릅쓰고 질문을 던지기로 한다.


“하하하하하하핫.”

엘리는 동굴이 다 울리도록 크게 웃는다.


“궁금한가? 그럼 어디 한 번 만져보겠느냐?


엘리는 로브의 가슴팍을 벗을 것처럼 여는 시늉을 한다. 그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하의 안쪽으로 넣어 아슬아슬하게 옷을 내린다.


“어우. 사양할게. 그, 그 정도로 궁금한 건 아니니까.”


무명은 얼른 고개를 돌린다. 얼굴이 새빨개진 것이 엘리는 너무 즐겁다.


“하하. 용에게 인간의 성별 따위 뭐가 중요하겠느냐.”


“···용?”


“저치들에겐 말하지 말거라.”


엘리는 오른 손을 펼쳐 보여준다. 비늘이 순식간에 돋아나고, 손톱이 크고 거칠게 변형되더니 이내 인간의 부드러운 손으로 돌아온다.


“그 얘기는··· 그 포효소리 직접 낸···?”


“그렀느니라.”


무명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어지러움을 느낀다. 현기증이 아닌 어이가 없어서 나는 가벼운 어지럼증이다.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고 뒷골을 잡은 채 기다리고 있는 프뤼나와 리안에게 간다.


“기다리고 있겠니라.”


엘리의 배웅을 받는 듯 안 받는 듯 뒤로 한 채 빠져나온다.


“무슨 대화를 했지?”


“내가 전송자라는 걸 알아 본 모양이야. 해결책 비슷한 것도 들었어.”


“비슷?”


무명은 방금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준다. 그의 기억력으로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건네받은 마나 물약의 재료가 되는 것이 적힌 쪽지도 보여 준다.


“이거라면 이 지방에는 없어요. 여기서 북쪽으로 올라가야 자생지가 있어요.”


“사는 건?”


“살 사람이 없으니 파는 사람도 없죠. 마찬가지로 위쪽으로 가야 가게가 있을 텐데, 돈은 있어요?”


“없지.”


“일단 돌아가도록 하지. 저 수상한 마녀에 대해서 보고 해야 하니.”


“그래요. 지방을 떠날 거라면 어머니에게도 말씀드려야하니까요.”


일행은 아까보다 한결 몸이 편해졌음을 느낀다. 엘리가 본인이 설치한 결계를 조금 느슨하게 푼 것이다.


“어째 일이 복잡해진다?”


“세상 일이 그런 것 아니겠어요.”


산을 내려오는 길은 다소 편했다.


“먼저 실례하지. 보고할게 많군. 나중에 프시케씨 사무소에서 만나지.”


리안은 먼저 걸음을 서두른다.


“아니, 왜 자연스럽게 다 같이 가는 게 된 거냐고···.”


무명은 자조적으로 말한다. 물론 이 얼렁뚱땅 파티에서 지금 도움이 가장 안되는건 본인이다. 오히려 도움에 감사를 말하고 싶지만 좀처럼 말로는 나오지 않는다.


“그편이 좋잖아요? 리안도 꽤 도움 되니까요. 저희는 바로 어머니에게 가죠.”


무명은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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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수수께끼 (1) 22.06.20 8 1 9쪽
32 야영 22.06.17 7 1 9쪽
31 막간 22.06.16 8 1 9쪽
30 습격 (4) 22.06.15 9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0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2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0 2 9쪽
21 유적지 22.06.01 10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3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4 3 10쪽
»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2 4 10쪽
14 제안 22.05.24 16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19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2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4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8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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