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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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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30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6.09 11:00
조회
12
추천
2
글자
10쪽

2장, 루시드

DUMMY

“허어.”


루시드는 저도 모르게 심란한 한숨을 내뱉으며 턱수염을 어루만진다. 사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럴 일이 다가오리라 생각은 들었지만 그게 지금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주 운 좋게도 전송자와 접촉해서 그와 협상한 것까지는 최상이었다. 분명 그 놈들도 전송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수를 쓰려 했으나 어떻게든 저지했다.


하지만 그의 보고에 따르면 이미 그 놈들은 일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대관절 대낮에 극 서 지방에서 혈자라니? 이것은 필히 요기를 연구하는 것 뿐 아니라 내통자가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인가?


루시드는 고급스러운 장식이 달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아르웬, 외출이다.”


“네. 주인님. 다녀오십시오.”


집에 편히 앉아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믿을만한 사람도 없다. 누가 혈자와 내통하고 있을지 직접 확인해 봐야한다. 내 시녀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고위층이겠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시녀가 그들에게 고용될 수도 있으니.


게다가 그 당돌한 아가씨가 혈옥으로 혈혈단신으로 갔다. 도저히 믿기 힘들지만 난 아직 요기에 대해 너무나도 아는 것이 없어 단정할 수 없다. 그들은 납치의 가능성을 제기 했지만 글쎄, 난 그 가능성만은 부정한다.


혈자들이 무슨 이유로 납치를 하겠는가? 이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얘기다.


조사는 여기서 부터다.


기사단 내에도 연을 만들어두었으니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나를 아직 믿지 못하는지 약속한 지원은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귀족으로써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적어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한에서 끝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꽤나 자신의 세계가 그립겠지. 편히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는 지원 할 예정이다.


루시드는 기사단 병영으로 가기 위해서 서둘러 마차를 부른다.


국가 내에 기사단은 세 분류로 나뉘어져 있다.


치안 및 경비를 담당하는 1 기사단, 전쟁을 대비하는, 군사적인 목적의 2 기사단, 혈옥에 대응하기 위한 3 기사단. 이와는 별개로 왕가 전용 경호부대가 하나.


체계상 나누어 진 것으로 각 기사단 별로 사이가 멀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이보게 루시드.”


마차에 올라타려는 루시드를 머리가 벗겨진 중년 남성이 붙잡는다. 그의 귀족 친구 프로프 예레스다. 제법 균형있는 몸의 루시드와 다르게 꽤나 배불뚝이다.


“자네가 무슨 일인가?”


“흉흉한 소문이 있어서 말일세.”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는 것이 운동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 걸 보여준다.


“소문? 자네가 하인을 시키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단순한 소문은 아니로군?”


“루시드, 우리 귀족들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는 게 사실인가?”


프로프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뒷조사라니?! 맹세코 해를 끼치려는 건 아닐세!”


“그야 그렇겠지. 자네가 청렴결백한 자라는 건 저 시골의 꼬마아이도 알 걸세.”


“···경고하려고 온 건가?”


루시드는 프로프의 의중을 대번에 넘겨본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그가 이렇게 친히 올 정도면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분명 요기에 얽힌 자들의 이야기이리라.


“오늘은 집에서 쉬게. 아니, 당분간은 움직이지 말게.”


프로프는 딱 잘라 말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받아드릴 루시드가 아니다.


“미안하군, 친구. 쉬는 건 할 일이 끝나고 해도 충분하다네.”


“···잘 듣게. 이미 그들은 깊게 침투했어. 당장이라도 나라가 뒤집히지 않는 것이 이상할정도로 말이야! 나, 나는 그 편린에 닿아버렸네. 자네도 곧 마수가 뻗힐 것이야―.”


“누구지? 누가 나라를 배반하고 타락의 길을 걷는가?”


그 놈들이 단순히 연구에서 그칠 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연구를 하는 것은 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니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궤가 다르다. 생명체의 변이. 이것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악이 되려하고 있다.


그러나 간신히 실마리가 있는 정도다. 프로프가 그들의 말단 조직원으로 루시드에게 정보를 주고 있어 생기는 얇은 실마리다. 그러나 이제 그것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


“그들의 눈과 귀는 어디에나 있다네.”


“고맙군. 친구.”


프로프의 걱정을 뒤로 하고 루시드는 마차를 탄다. 자신의 안위는 이미 버린 지 오래다. 오랜 친구의 말도 분명히 일리가 있다. 그렇기에 내부 수색보다는 그 당돌한 아가씨, 프뤼나가 들어간 혈옥에서 부터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마차는 동쪽으로 달리고 달려 3 기사단 본부에 도착한다.


“수고했소. 잠시 기다리시오. 금방 오리라.”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루시드는 거침없이 본부로 들어간다. 그는 꽤나 높은 신분이었으므로 전장이라면 몰라도 그를 막을 정당한 이유는 없다.


본부의 안은 크기에 비해 상당히 썰렁하다. 많은 인원이 전선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직각적으로 느껴지기 까지 하는 내부 인테리어는 그야말로 딱딱한 분위기를 형상화한 듯하다.


단장을 호출하지만 자리를 비우고 있어 부단장이 대신 온다. 듬직한 체구의 기사로, 날카로운 눈매의 남성적으로, 이제 중년을 바라보고 있는 베테랑이다.


“루시드님. 오랜만이군요.”


“버밀, 그동안 잘 지냈나.”


둘은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는다. 다소 안면이 있는 사이다.


“어인 일 이십니까?”


“내 이상한 꿈을 꿨다네. 은발의 한 소녀가 혈옥을 뛰어다니는 꿈이었지. 내 나이가 이렇다보니 그런 사소한 꿈에도 신경이 쓰여서 말이지.”


보고를 받았다는 내용을 일부러 말하지 않는다. 프로프의 말대로 말이나 행동 조심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십니까? 루시드님 답지 않으시군요. 그래서 안 쪽 조사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


“버밀군 답게 눈치가 빠르군. 하지만 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네. 그래서 혹시 비슷한 보고는 없나?”


“교대가 막 방금 끝난 참입니다. 소녀가 있다면 이미 보고가 올라 왔을 겁니다. 혹시 소년은 아니십니까?”


“소년? 아닐세. 분명히 머리가 긴 소녀였어.”


예전 혈옥을 정찰한 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너무나 넓어 미처 다 확인도 못 해봤다고 한다. 소수의 정예로 약 두 달의 정찰 결과가 그러했다.


“어떻게, 온 김에 식사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괜찮네.”


한 번 더 찔러보는 것이 과연 맞을까. 루시드는 고민이 된다. 어디서 과감해야할지 앞으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다.


“···알다시피 저희는 전방에서 혈옥이 더 퍼지지는 않나, 아니면 변이체나 혈자가 습격해오는지 막는 역할 아니겠습니까?”


먼저 말을 뗀 것은 버밀이다. 그는 루시드의 사람됨을 신뢰하고 있기에 말을 꺼내기로 한다.


“그렇지. 늘 자네들의 수고에는 온 나라 백성이 감사를 표해도 모자라지.”


“일반 기사들 몇 명이 귀신을 봤더랍니다.”


“귀신? 희한하군. 차라리 혈자라고 생각하지 않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예. 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니나 저희가 요기를 늘 접하다보니 감지하는데 도가 트지 않았습니까? 요기라고 하기엔 다른 어떤 기운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소년 얘기를 했나 보구만.”


“예. 그 소년의 생김새는 증언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버밀의 설명하는 모습에 짐작 가는 사람이 딱 한명 있다. 바로 일종의 계약을 맺은 전송자인, 무명이다.


“···그래. 어쩌면 내 꿈에서 본 것이 그 소년일수도 있겠네. 혹시 관련된 정보가 들어오면 내게 연락할 수 있겠나?”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가뜩이나 인력이 모자란데 미안하군.”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만. 아직 저희 기사단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단단히 함구 시켰으니 말입니다.”


“그런 정보를 내게 일러도 되는가?”


루시드는 놀란 눈치로 턱수염을 어루만진다. 고급 정보를 쉽게 얻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루시드님이라면 결코 가벼운 분이 아니라 믿습니다.”


“정말 고맙군.”


손을 뻗어 크게 악수한다. 정보에 대한 어떤 보답을 해줄지 지금부터 생각 안 해볼 수 없다.


“아까 말했듯 혈옥이 더 퍼지지 않나, 하고 경계하는 것이 임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자꾸 넓어진다는 얘기가 있으니 말일세.”


“실은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탐색 중에 수상한 보석을 찾았는데, 아 현재는 금지된 일이나 눈 감아 주십사 합니다. 아무튼 이 보석을 챙겨오니, 수상한 빛과 함께 혈옥의 땅 일부가 곰팡이가 제거되듯 사라지 덥니다.”


“···!! 중대한 발견일세! 당장 학회로···.”


“이는 루시드님께서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볼일이 남으셨습니까?”


“바쁜데 시간을 뺏어 미안하군. 내 언젠가 사례 할테니 봐주시게나.”


“염려가 있겠습니까.”


버밀은 가볍게 목례로 배웅인사를 한다.


루시드는 저택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올라 타 생각 한다.


어째서, 무명이 혈옥에서 보였을까―. 그들이 말한 유적은 분명 혈옥에 관련 됐으리라. 그렇다면 그 아가씨 역시 그런 방법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게다가 혈옥이 퍼지지 않고 사그라졌다? 앞으로의 조사해야 일이 한 두개가 아니다.


루시드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그 다음 순간, 그가 타고 있던 마차가 덜컹거리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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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수께끼 (2) 22.06.22 7 1 10쪽
33 수수께끼 (1) 22.06.20 8 1 9쪽
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8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0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0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3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6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8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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