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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47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23 11:00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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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소환

DUMMY

“고생하셨어요. 책 많이도 빌려오셨네요.”


손 가득 책을 안아 오느라 무명은 팔이 저리다. 리사가 골라준 마나와 마법의 기초에 대한 책들이다.


“마나에 대한 책이야.”


“아하. 좋은 생각이네요. 스스로 배울 생각을 하다니 기특하시네요.”


“그건 그렇고 내 잠자리에 대해서 말인데.”


“물론 갈 데 없는 무명씨는 저희 집에서 자야겠죠. 설마 저랑 같이 자고 싶으신가요? 우후후한 즐거운 일이라도 기대하시나요?”


“그게 적어도 나한텐 즐겁지 않을 일이란 건 이해했어.”


“아하하. 역시 무명씨는 재밌네요.”


무표정하게 웃는 것이 무섭다.


“프시케 씨는?


그러고보니 프시케가 집에 없다. 수건 한 장만 두른 채로 돌아다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굳이 완전 기억 능력이 아니더라도 잊을만한 기억은 아니다.


“근무처에요. 아직 잔업이 있다고 하시네요. 또 당분간 집에 안 오시겠다고 하네요.”


“역전 현상이라는 것 때문인가.”


“맞아요. 그래도 대부분 작업은 끝났다는 모양이에요. 마무리 작업인가 봐요. 심심하면 놀러 가보세요.”


“그래. 아무튼 나는 이거 좀 읽을게.”


“거실 소파에서 주무시는 것 괜찮으시죠?”


“노숙안하는 걸로 감사하고 있어.”


“좋아요. 저는 그럼 제 일 좀 보러 갈게요.”


“나 감시 안 해도 돼?”


프뤼나의 대답이 다소 예상이 갔으나 일단은 표면상 무명이 감옥에 가지 않을 수 있던 이유였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 것이다.


“안 해요. 공부에나 집중하세요.”


“···알았어.”


냉담한 반응에 무척이나

“중앙에 다녀올게요.”


“괜찮겠어?”


“모르죠. 그러니까 미리 알려 드린 거예요.”


프뤼나는 일련의 소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사하기로 한다. 뒷수습은 프시케와 경비대가 하는 만큼 자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능력이 있는데도 책임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나랑 가는 건 어때?”


조사를 하고 싶은 것은 무명도 마찬가지다.


“저희 마을 문제일수도 있으니까요.”


“내 문제일 수도 있잖아.”


가벼운 신경전이 오고간다.


누가 먼저 입을 떼기도 전에 방문객이 찾아온다.


“무명 있나?”


“리안?”


상당히 수척해진 몰골로 문 앞에 있다. 마을 복구에 몇날며칠을 매달리는 탓에 상태가 영 말이 아니다.


“사절이 부른다. 중앙에서 말이지. 아까부터 찾았는데 보이지가 않더군.”


“도서관에 있었어. 그나저나 사절? 나를? 뭔가··· 뒤가 많이 구린데.”


세계의 역전 현상 때 잠깐 같이 싸웠을 뿐인데 어딘가 친하게 느껴진다. 리안 역시 마찬가지로 기묘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첫 인상의 위압감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동네 친구 같다.


“그래.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따라가려고 하는데, 괜찮겠지?”


“아. 저도 따라가려고요.”


리안은 노골적으로 얼굴을 찡그린다. 프뤼나를 적잖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비슷한 또래 중에 프뤼나에게 완전히 호의적인 사람은 몇 없다. 특유의 말투와 성격 때문이다.


“그, 너는 프시케님을 도와주는 것이 낫지 않겠나?”


“일 하는데 함부로 끼면 방해라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왜···. 아니다. 무명만 좋다면 상관없지.”


리안은 무명을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실망시켜야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같이 가는 게 좋지. 리안, 네가 마법이라도 쓸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물론 나는 못쓰고.”


“······뾰롱 마법정도는 가능하다만.”


무명은 이마를 탁, 하고 짚는다. 도대체 무슨 마법이길래 하나같이 배우고들 있는 건지. 아니면 얼마나 쉬운 마법이길래 그런 건지.


“결정됐네요. 이 무능력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나서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술식을 쓰지 않았나?”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그건 프시케씨 덕분이었어. 난 마나가 뭔지 부터 배워야 해서.”


무명은 솔직하게 말한다. 허세부리다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 싫다. 덕분에 리안의 기대감은 저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걸 보니 좀 미안하긴 하지만, 중앙이라는 곳이 어떨지 모르니까 보험을 최대한 많이 들어놓고 싶다.


“당연히 네가 세다는 건 봤지만···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았다. 하는 수 없지.”


“그래서, 무명씨는 무슨 일로 부른 건가요?”


“가봐야 알겠지. 나는 부탁을 들었을 뿐이다.”


세 명은 중앙을 향한다. 노을빛도 거의 다 꺼져가는 탓인지 냉랭한 분위기 탓인지 공기가 쌀쌀하다.


의식하지 않아도 무심결에 자꾸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혹시라도 있을 요기, 혹은 수상한 물건이 있지는 않나 무명은 계속해서 살펴본다.


“가는 길 심심하니 뾰롱이라도 해보세요, 리안.”


“내가? 마법은 네가 더 잘하지 않나.”


“그렇지만 기초를 배우려면 그게 낫잖아요?”


“네가 기초 마법을 써라.”


“그만해, 둘 다. 마법보다 마나가 문제야. 내 세계에는 그런 거 없었거든.”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군.”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었기에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알 수 없다. 프뤼나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천재일수록 기본기에 대한 설명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법이었다.


“술식이라면 알려드리기라도 할 수 있지만, 그전에 마나와 마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니까요.”


리사한테 빌려온 책이라도 읽을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정말 선생님이라도 구해야겠네.”


“근방에는 없다. 모셔오던가, 가야하던가.”


“학교 있었잖아? 마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어? 귀한가?”


“학교 망했어요. 학생이 없어서요.”


“여기서도 저출산···이라니.”


익숙한 말을 듣자 반가우면서도 어이가 없다.


그렇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언덕길 끝에 도착한다. 분지 지형에 펼쳐진 중앙 시설이 한 눈에 보인다.


“와. 뭔가 제대로인 느낌이다.”


시골마을과는 다르게 성벽이 둘러쳐져 있고 출입문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갑옷을 충실히 입은 병사가 위엄 있는 자세로 서 있고 어디선가 연기가 풍기는 이상적인 판타지 풍경이다.


슬슬 별이 떠오르는 밤하늘 탓에 가슴이 더 두근거린다.


“찬 물 끼얹어서 죄송하지만,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에요.”


“그래. 동의하기는 싫지만 말이다.”


“아. 하긴 감상적일 때가 아니지.”


아무튼 수상함이 가득 찬 곳임을 상기한다. 모르긴 몰라도 요기에 관련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고 다짐하며 문지기 앞에 도착한다.


“목적은?”


갑옷차람의 남성이 갈라진 목소리로 사무적으로 물어본다.


“루시드 사절의 소환 명령이다.”


“확실히 보고 받았다.”


일행은 허가를 받고 문을 통과한다. 위에서 보던 풍경과는 다르게 삭막하다. 시간대의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조용하다. 주택으로 보이는 건물이 꽤나 있지만 불빛이 대부분 꺼져 있다.


“근데 뭐 확인도 제대로 안하네?”


추가적인 문서나 통행증 비슷한 것을 요구할 줄 알았다.


“원래 그런 곳이다. 분위기만 잡으려고 하지. 그런 주제에 폐쇄적이기 까지 하다.”


“사건의 피해자도 중앙 사람이었지만 제대로 조사도 없었잖아요?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라니까요.”


“그렇지···. 잠깐, 네가 어째서 사건 정황을 알고 있지? 분명 아직 기밀일 텐데?”


“모든 눈을 속일 수는 없지 않겠어요? 게다가 마을 일을 알아보고 다니는 게 제 일이잖아요?”


리안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프뤼나를 노려보지만 반박할 말은 없다. 그 표정이 프뤼나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대로 두면 또 말싸움할 거 같아서 무명은 말을 돌린다.


“루시드 사절이랬지? 루시드가 사람 이름이야?”


“그렇다. 어디서 보고를 받았는지는 몰라도 너를 찾더군.”


“수상하네요. 중앙 사람이 우연히 이야기를 들은 건지, 마을 아니면 경비대에 내통자가 있는 건지.”


“그런 의심은 좋지 않다. 않지만, 대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심을 안 할 수는 없겠군. 경비대는 빼고 말이다.”


“무슨 일로 부르는지는 모르는 거고?”


리안은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다.


안 쪽 깊숙한 곳으로 계속해 나아가 도달한 곳은 중앙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 불이 켜져 있는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였다. 나라에서 직접 관리하는 시설인 만큼 사람을 파견했을 때 머물 수 있게 만든 고급스러운 여관이었다.


그런 시설인 만큼 꽤나 고급스러운 차림의 경비원 둘이 지키고 있다. 루시드가 불렀다고 말하자 한 명이 안쪽으로 들어가 사실을 확인한다.


“들어오시랍니다.”


딱딱한 말투였지만 깔보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사사건건 따질 수는 없으니 조용히 안내를 받으며 안을 걷는다. 깔끔한 복도와 멋들어진 실내장식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든 가구. 어딘가의 풍경을 담아낸 그림 액자. 얼핏 보면 원래 살던 세계의 호텔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앤티크한 컨셉이라고 설명하면 현대 호텔이라고 해도 납득이 갈 정도다.


그런 것들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기가 죽는다. 고급스러움과 한세월 멀어진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조용한 복도길을 걷자. 메인 홀이 나온다. 부드러운 실크 같은 천의 귀족 풍 옷의 남자, 루시드가 테이블에 앉아 있다. 테이블에는 반 쯤 마신 차가 식어있다. 기다림에 지친 나머지 상당히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있다.


수염을 꽤나 길렀지만 다른 무엇보다 매부리코가 인상적인 외모다.


무명을 포함한 일행의 인기척을 눈치 채고는 가볍게 까닥거린다.


경비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을 인사로 하며 물러난다.


잠시 물러나기를 기다리고는 루시드는 입을 연다.


“오. 왔군. 기다렸다네. 갑자기 미안하지만 옷 좀 벗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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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9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1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1 2 10쪽
24 출발 22.06.06 12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1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19 지원 22.05.30 11 2 11쪽
18 상충 22.05.28 17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 소환 +1 22.05.23 16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6 3 11쪽
9 조사 22.05.17 18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6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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