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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19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6.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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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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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수수께끼 (1)

DUMMY

날이 밝았다. 다소 불편한 밤이었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는 추억거리로 남을법한 야영이었다. 특히 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시간이었다.


“후아암···.”


리사는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킨다. 영 개운한 아침은 아니다.


“잘 잤어?”

“아니······ 허리 아파.”


허리를 연신 두드린다. 아침햇살보다 딱딱하게 굳은 허리근육에 마지못해 일어나버린 것이다. 무명이나 리안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럴 줄 알았다.”


“시간은 말 안하셨지?”


“어. 아침이나 먹자.”


여정을 떠날 때에 꽤나 많은 보존식량들을 샀기 때문에 적어도 한 달 분량의 식사는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비상식이기 때문에 대개는 여관이나 마을에서 식사를 해결해 왔다. 리사가 돈이 많긴 했지만, 무명도 프시케의 아르바이트로 돈이 꽤나 있었다.


아침은 간단한 육포로 먹기로 한다. 무슨 동물의 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은 있다. 적절하게 간이 되어 있는 것이 제법 고급지다.


“좋아. 이제 뭐하지?”


“운동이라도 할까?”


“으엑. 싫어.”


혐오하는 표정으로 단칼에 거절한다. 그렇게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 루시드가 경호원을 데리고 오고 있는 것이 멀리서 보인다.


“이거이거, 꽤나 기다리게 한 모양일세. 미안하군. 최대한 일찍 온다고 한 건데 말일세.”


다시봐도 매부리코가 인상적인 아저씨로, 허리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한다. 그러고는 데리고 온 경호원을 대화가 들리지 않는 거리까지 물러나라고 하고는, 그가 지고 있던 배낭을 건네 받는다.


“괜찮아. 그보다 이렇게 급하게 만나야 할 이유는?”


필요에 따라 하는 수 없이 연락하기는 했지만, 아직 그렇게 신뢰가 가지는 않아서 저도 모르게 말투가 날카로워지고 만다.


“우선 사과의 말부터 전하지. 요청한 혈옥 출입증이 상당히 구하기 어려워 진 모양일세.”


“3 기사단 때문인가?”


습격해온 3 기사단원, 쿠베를 떠올리며 리안이 묻는다.


“···아니, 아닐세. 그 추론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는 차차 듣기로 하고, 정계 내부가 상당히 오염된 모양이야. 이제는 정말 다들 적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편할 정도네.”


“3 기사단에서 쿠베 라는 사람이 나를 습격했어. 아마 그 쪽 사람 대부분이 그런 성향일 거라 생각해.”


루시드는 심각한 얼굴로 수염을 어루만진다.


“그렇다면··· 문제가 많이 심각하군. 어쩌면 나도 상당한 함정을 밟은 셈일지도 모르겠네. 그 자라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야기가 퍼지는 것은 막을 수 없을 테니 말일세. 아몬이 말하기를, ‘소문은 빛보다 빠르다’.”


“그 이야기가 끝이 아닌 것처럼 들리옵니다.”

리사가 슬쩍 첨언한다.


“아아. 그렇네. 내가 자네들의 보고를 받은 후에 3 기사단에 방문을 했더니 말일세, 소문이 하나 있더군. 자네의 환상이 혈옥에서 보인 모양이야.”


“내 환상?”


환상이라니, 무슨 현상인지 감도 안 잡힌다. 보여야 할 것은 오히려 프뤼나 쪽이라고 생각한다.


“아. 설마?”


딱 한 가지의 가능성이 머릿속을 관통한다. 유적지에서 있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짐작 가는 것이 있나?”


“프뤼나를 찾으려고 로팜에 있는 유적지에 갔었거든? 거기 내부에 결계가 있었는데, 안 쪽이 마치 혈옥 그 자체라고 생각이 들긴 했는데···.”


“실제로 연결되어 있던 건가?”


리안이 놀란 투로 말한다.


“뭐야. 나한테는 얘기 안 해줬잖아. 치사하게.”


“아무튼 미안해. 그리 좋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유적지 내에 있던 혈옥, 그 곳에서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활성화된 느낌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 순간에 비하면 지금은 공기 자체가 너무 답답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그 쪽 공간이었다면 쿠베를 이겼을 가능성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굳이 출입증이 없어도 되는 거 아냐? 다시 그 유적지로 가서 어떻게 하면 되지 않을까?”


“아냐. 거기는 꽉 막힌 공간이었어. 그 곳을 통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막힌 부분을 뚫어내야 해.”

리사는 꽤나 괜찮은 의견을 제시하지만, 그 곳은 분명하게 끝이 있어 유적지 안쪽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었기에 반박 당한다.


“로팜의 유적지라··· 시간만 충분하다면 직접 보고 싶군.”


루시드는 작게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긴다.


“아무튼 프뤼나에게 가려면 그 쪽을 택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


“나도 리사의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방법은 많이 없다.”


“그렇다면 그 결계에서 어떻게 혈옥으로 나갈지, 너희가 어떻게 혈옥에 적응할지 이 두 가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하네.”


“······그렇지. 그 요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으로도 체력이 급격하게 빠져나가 버리니까 말이다. 리사는 더더욱 힘들겠지.”


“응. 나도 무명하고 그 요기를 봤을 때 굉장히 이상한 감각이 들었어. 다시는 느끼고 싶지는 않지만··· 프뤼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러고 보니, 이 지방에도 유적지가 하나 있었네. 그 곳도 한 번 조사해 보는 것이 어떻겠나?”


루시드가 말한다.


“그래?”


“아, 무명. 그 수정 한 번 보여드리는 게 어때? 아시는 게 있을 수도 있잖아.”


늑대인간 수인, 앙카한테 건네 받은 오염된 붉은 수정을 가리킨 말이다. 무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서 꺼낸다.


“이거, 알아?”


“붉은 수정, 늑대인간을 창조했다는 신의 남긴 부산물이라는 전설이 있네. 근처에서 주은건가?”


“건네받았다. 여기 붙은 오염물을 조사해달라고 말이지.”


질척하게 달라붙은 괴상한 곰팡이 같은 것을 가리킨다.


“본 적 없네. 혹시 내게 맡긴다면 한 번 조사해보도록 하겠네.”


무명은 조금 의심쩍은 눈빛으로 수정을 건네준다.


“그 쪽에서 연락할 방법은 없잖아? 우리 고유 마나는 추출해 놓은게 없으니까.”


“확실히 그렇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것이 있네. 연금부서에서 개발해 낸 것으로 멀리서도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하더군.”


“전화기?”


“자네 세계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나보군. 이건 벨이라고 한다네. 하나 받게나. 아직 일방적인 수신 밖에 되지는 않지만, 자네는 술식으로 연락이 가능하지 말이지.”


알고 있던 것 보다는 상당한 하위 호환인 물건이다. 그래도 ‘벨’을 건네받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금술을 미리 배우는 편이 조금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엘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용이니 어떻게든 괜찮을 것이다. 오히려 마을을 도와주고 있지 않을까.


···걱정은 조금 넣어두자.


“혹시 아름하이트 관련 기술자를 알고 있나?”


“구했나? 그 구하기 힘든 것을? 한 번이라도 손 대보려는 기술자가 산더미일걸세. 하지만 이 곳이 최강이긴 하지만··· 내전 때문에 여전히 꼴이 아니더군.”


“대장장이 한 분 있었는데 손이 다치셔서 다룰 수가 없대.”


“아는 난쟁이가 하나 있네. 내가 아는 한 최고의 기술자네. 아마 아름하이트를 보기만 해도 기뻐서 난리일 테지. 무엇을 만들어 달라하면 되겠는가?”


“칼 두 자루. 장식은 최대한 없이 최소한으로. 길이는 ···그냥 적당하게?”


무명은 수정에 이어서 아름하이트도 건네준다. 은은한 초록빛이 감도는 은색 주괴다.


“알았네. 그리고 이건, 내 쪽에서 준비한 작은 지원일세.”


루시드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경호원에게 건네받은 배낭을 준다. 배낭 안에는 여러 종류의 포션들과 식량, 옷가지에 생활용품까지 가득 차 있다.


“연금부서에서 이것저것 담아 왔다네. 요긴하게 쓰시게나.”


“감사하옵니다.”


리사가 꾸벅하고 인사를 한다.


‘너··· 말투 그러지마. 진짜 소름 돋아.’


‘왜 네가 그러는데? 나도 싫거든? 이 변태야.’


“흠흠. 아무튼 이렇게 얼굴을 보니 좋군. 아직 걱정한 만큼 일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으나, 시간이 없네. 어서 자네들이 요기에 대해 뭔가 알아냈으면 하는군.”


“그래. 그런 거래였지. 지금 단계에서는 3 기사단은 조심하라는 것 밖에는 모르겠지만.”


“하루아침에 이르리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아. 서두르라고는 말하고 있지만 자네들 페이스에 맞추면 되네. 그들에게 넘어가지만 않다면 말이지.”


“확실히 그 남자, 쿠베는 요기에 대한 기술을 갖고 있었어.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행되고 있을지도 몰라.”

“충고 고맙네. 이 지방의 유적지는 여기서 동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나온다네. 꽤나 작은 걸로 기억하지만 혹시 모르지.”


“바로 출발할게. 괜찮지 얘들아?”


“응.” “그래.”


“정기보고 날에 연락 기대하겠네.”


무명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한다.


이로써 일행이 해야 할 일이 비로소 명확해졌다. 유적지 탐사 및 요기의 대비. 그 어느 쪽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프뤼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다. 적어도 무명은 요기에 대해 면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둘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적으로 이 요기에 대한 대비책이 먼저라고 무명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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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수께끼 (2) 22.06.22 7 1 10쪽
» 수수께끼 (1) 22.06.20 8 1 9쪽
32 야영 22.06.17 7 1 9쪽
31 막간 22.06.16 8 1 9쪽
30 습격 (4) 22.06.15 9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0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2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0 2 9쪽
21 유적지 22.06.01 10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3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4 3 10쪽
16 엘리 22.05.26 13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2 4 10쪽
14 제안 22.05.24 16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19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2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4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8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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