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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43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17 11:00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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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조사

DUMMY

눈 깜짝할 사이에 무명과 프뤼나는 동쪽, 키니아 마을 근처의 들판에서 나타난다. 프뤼나의 집은 남쪽인 그릭 마을 이었고, 리사가 있던 도서관은 서쪽인 이트 마을 이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온 것이다.


“어떠신가요?”


“···글쎄. 상당히 큰 마을인데.”


확실히 이전 그릭, 이트 마을은 고작 집 몇 채들이 늘어섰다는 인상에 비해서는 제대로 마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가게를 비롯한 상업 시설은 물론이고 여관 같은 시설도 존재하는, 지방에서 가장 활발한 곳이었다.


“방금 술식이요.”


“텔레포트···?”


“그 쪽 세계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있는 건가요?”


프뤼나가 의외라는 듯 되묻는다.


“아니. 정확히는 없지. 마나도 마법도 없으니까. 그냥 의미만 알고 있는 정도.”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바보도 알아들을 수 있게 아――주 쉽게 설명해드릴까요?”


“굳이 설명을 들어야해?”


“바보같은 질문이네요. 아, 설마 아주 쉬이이이이입게 설명해달라고 돌려 말한 건가요? 제가 눈치가 부족했네요.”


“···차라리 프시케 씨한테 듣고 싶어.”


괜스레 리사와 프시케가 그리워진다.


“마법과 술식은 기본적으로 작동 원리는 같아요. 마나를 사용해서 새로운 현상을 만드는 것. 아, 일단 움직이면서 말하죠. 시간이 그리 많진 않아요.”


프뤼나는 무명의 요구를 들은 척도 안하고 손을 잡아 이끈다.


“어, 어디가는데?”


“현장에요.”


그녀는 무명을 재촉하며 걸음을 서두른다. 걸으며 해주는 설명은 의외로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었다.

각각의 개념들은 무명이 평소 접하던 매체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나는 대기 중의 미세한 입자 같은 것이며 모든 사물에 깃드는 것이다. 그것을 매개로 각종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까, 마법은 빠르고 쉬운 대신 사용자의 역량의 문제가 있고, 대신 술식은 누구나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장점이 있고 상당히 어렵다는 게 단점인가.”


“맞아요. 덧붙여서 술식만 인챈트 같은 부가적인 기술들이 가능하죠.”


“같은 것이라면, 또 뭐가 가능하다는 거야?”


“그건 차차 공부하도록 할까요.”


프뤼나는 말을 아낀다. 어느새 현장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꽤나 활발한 거리들과 다르게 대낮에도 불구하고 음산한 골목길이다.

이미 흔적은 경비대가 완전히 정리해서 남아 있는 거라고는 먼지와 쓰레기뿐이다.


“현장이라고 한게··· 설마 살인 사건을 말하는 건 아니지?”


“어머. 알고 계셨나요? 역시 사실은 무명씨가 범인이었다거나?”


“경비대장이라는 사람이 나한테 물어봤었을 뿐이야.”


“역시. 대장님께서 확실히 무명씨를 의심중인가 보네요. 그래도 증거가 없을 테니 경비대에게 알리지는 않았고요.”


무명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려고?”


“그 날 있던 일을 재연 할 생각이에요. 그 상황을 모두 기억해 주세요.”


프뤼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공간전이 술식을 짤 때와 마찬가지로 화려하게 술식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한다. 거의 완벽히 행과 열을 맞추는 프시케와는 다르게 상당히 난잡하고 글씨도 상당히 엉망이다.


“기억하는 것쯤이야 쉽지만···.”


“나중에 배우시겠지만, 지금 하는 건 마법과 술식을 결합한 거랍니다. 원리상 크게 다르지 않으니 가능한거죠.”


상당히 많은 글자들을 써내려간다. 어떤 부분은 일정한 도형의 모양을 하는 등 아주 불규칙한 것은 아니지만 휘갈겨 썼다는 인상은 지워지지 않는다.


“먼저 말해두자면, 지속적으로 마나를 공급해야 해서 저는 보지 못할 거 에요.”


“···저기. 왜 나를 도와주는 거야?”


무명은 마음 속 깊이 든 의문을 묻는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호의를 줄 정도로 본인은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받은 호의만큼은 돌려줄 아량은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받은 호의는 조금 과도할 정도라고 느꼈다.


“이제 와서 묻는 건가요. 어머니의 명예를 위해 저희 집에 사는 식객이 무해하다는 걸 증명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


“사람을 해충처럼 말하지 말아줘.”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는다.


“하나 알아두세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흥미에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프뤼나의 술식의 작성이 끝난다. 공간전이 술식과 지금 작성한 공간기억재연 술식은 간단히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성식의 재구축으로 주변 환경 자체를 소재에 맞게 재가공하는 방대한 술식이라 무명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있다.


“그럼, 시작할게요.”


은은한 녹색 빛이 발치를 감돈다. 이내 일렁이는 형상이 사람의 형태로 점차 굳어간다. 하지만 검은 찰흙 덩어리 인형 같은 실루엣일 뿐 얼굴이나 옷차림은 알아 볼 수 없다. 체형으로 남녀 구분이 되는


“얼굴까지 보이는 건 아닌가?”


“네. 아주 가까운 시간이면 가능하겠지만, 무려 5일 전이에요.”



무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억의 잔재를 본다. 정확한 시간대의 재현이 아니었기에 원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서는 조금 기다려야 했다.

다행인 것은 굳이 이런 외진 골목을 찾으려는 사람은 그리 없었다.


“어, 음···. 소리는 없지?”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손을 잡고 와, 거친 애정행각을 하기 시작한다. 검은 덩어리들에 불과하지만 몸이 얽히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아쉽나요, 변태씨?”


“아니, 그거까지 들리면 좀 그렇잖아.”


“눈 떼지 말아요.”


프뤼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누군가 성인 남성으로 보이는 실루엣이 난입한다. 쫓기고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커플에게 무언가 큰소리치는 모습이다.


커플들이 사라지고 남자는 바닥에 주저앉아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술식을 쓰는 모양이네.”


무명의 추측대로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움직임의 재현만 설정했기 때문이다. 재현할 것을 추가로 설정할 때마다 필요한 술식의 규모가 두 배를 넘어가게 되는 탓이다.


“외우세요. 몸짓 하나하나, 전부.”


“이런 건 외운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사람의 행동을 보고 외운다는 발상은 전혀 해보지 못한 것이다. 보는 것으로 외울 수는 있겠으나 행동까지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세계의 역전 현상에서 변이체를 리안과 함께 공략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리안의 검술을 확실히 머릿속에서 재생하는 것과는 별개로 흉내 낼 수 있진 않은 것과 같다.


그래도 눈에 확실히 새기려 노력한다.


“다 완성한 모양이야. 그리고··· 또 누가 왔어.”


이번에는 마른 남성이다. 술식을 쓰던 남자는 무척이나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뒷걸음질 치려하지만 여의치 않다. 곧바로 멱살을 잡히고는 바닥에 내팽겨져 친다.


살려달라는 제스처를 해보지만 마른 남자는 무신경하게 품속에서 날붙이를 꺼낸다.



“윽.”


그러고는 그대로 목의 혈관을 가볍게 베자 검은 색의 액체가 사방에 잔뜩 튀기며 묻는다. 단순히 찰흙 인형임에도 다소 그로테스크하다.


“제대로 보라니까요.”


눈길을 돌리려는 무명에게 일갈한다. 미간이 잔뜩 찌푸려지는 광경이지만 시선을 돌리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정말로 역겨운 것은 그 다음부터였다. 마른 남자가 피를 이용해 바닥에 원형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뿜어져 나온 양은 필요에 도저히 모자란 지 이미 쓰러진 남자에게서 다시 피를 빼낸다.


마른 남자가 피를 쓰는 것부터 원을 따라 글자를 써가는 모습을 프뤼나에게 그대로 전해준다.


“고대 마법 같네요. 말로만 들어서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요.”


“토할 거 같다.”


기분이 안 좋다. 멀미라도 난 것처럼 속이 울렁거린다.


“비위가 약하신 편인가요?”


“몰라. 눈앞에서 저런걸 보면 누구라도 토할 걸.”


“익숙해지세요. 여긴 그 쪽 세계와는 달라요.”


프뤼나는 냉철하게 말한다.


그리고 이내 은은하게 빛나던 주변이 얌전해진다. 술식이 끝난 것이다.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술식이었기에 프뤼나의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후. 다 외우셨죠? 그럼 바로 움직이죠.”


“또 어딜 가는데?”


“한 번쯤은 스스로 생각하는 편이 어떠신가요?”


하지만 좀처럼 짐작 가는 곳은 없다. 그냥 울렁거리는 위장을 진정시키고 싶을 뿐이다.


“도서관장님을 뵈러 갈 거예요.”


왜? 라고 물어보기 전에 프뤼나의 충고대로 생각을 해본다. 리사의 말로는 도서관장은 요기 때문에 아파서 일을 못했다고 한다.


3일 전의 사건은 요기로 인해 발생했었다.


지금 순간에 도서관장을 만나러 간다는 건 그 사건과 분명히 연관점이 있다는 뜻이다.


“요기하고 살인이 뭔가 접점이 있구나. 게다가 도서관장도 접점이 있고?”


“꽤 괜찮은 답이네요. 정확히는 접점을 확인하러 가는 거죠. 몸은 다 나았다는데 갑자기 일을 그만두시네요?”


프뤼나는 도서관장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이 근처에 살고 있어 그리 멀지는 않다. 시간상 중앙에서 업무를 마칠 시간대다.


“노골적으로 수상하긴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년에 가까워서 그런 건 아니고?”


“무명씨보다 두 배쯤 사시긴 했는데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시죠.”


“그래? 나는 모르는 분이니 너를 믿어야지.”


“하나 더 알려드릴게요.”


프뤼나는 갑작스럽게 걸음을 멈춰 뒤돌아본다.


“믿는다는 말은 하지마세요. 아무도 믿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입에 담지는 마세요.”


“으···응.”


검지로 무명의 입술을 가로막는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안심된다는 듯 부드럽게 웃어 보인다.

확실한 것은 웃는 프뤼나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아. 그전에 잠시 잡화상점에 들리죠. 종이와 펜을 사야해서요.”


프뤼나는 무명의 입술을 가로막던 손가락으로 한 건물을 가리킨다.


“그러지 뭐.”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것을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고 적당히 대답한다.


가게의 내부는 흔히 상상한 것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 다소 작은 가게이긴 하지만 구색은 다 갖춰저 있다. 물건을 구경할 틈도 없이 프뤼나가 바로 구매를 끝마쳐서 나중을 기약한다. 노년의 점장한테 인사를 하며 바로 가게를 나온다.


둘은 다시 도서관장의 집으로 향한다.


“저기, 물약은 무슨 맛이야?”


선반에 놓인 탁한 붉은색의 물약이 있던 것을 본 것이다. 판타지 세계관을 접한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 번쯤 마셔보고 싶은 마성의 물이다.


“맛없어요. 풀 달인 물이 맛있을 리 없잖아요. 나름 달게 만든다고 재료를 더 넣긴 하지만 쓴 건 똑같아요. 게다가 비싸고.”


아무래도 한약 같은 느낌이다.


“비싸?”


“싸면 벌써 그 입에 항아리 채 부어서 깨웠겠죠. 굳이 3일 기다릴 이유도 없이 말예요.”


“일리가 있네. 그럼 부자만 마시는 건가?”


잠시 이 동네에 대해 생각해보면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인상은 들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프뤼나가 알아채고 말해준다.


“가끔 있는 모험가들을 위한 거예요. 아니면 여행가나.”


시간이 된다면 한 번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아는 것 하나 없을 이 세계를 구경해보고 싶다. 어떤 괴물들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있고 어떤 종족들이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가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상당히 낡은 나무 집으로 혼자 살기 좋은 정도의 크기다. 앞마당만 봐도 관리를 소흘히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뤼나는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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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9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1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2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1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19 지원 22.05.30 11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6 3 11쪽
» 조사 22.05.17 18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6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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