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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32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24 11:00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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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제안

DUMMY

무명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초면의 상대에게 들은 말이 옷 좀 벗으라는 말이라니, 게다가 상대도 같은 남자다.


“ㄴ, 네? 뭐. 뭐요?”


“이런. 기다림에 지친 나머지 너무 생략해버렸군.”


루시드는 머쓱해하며 너저분한 수염을 쓰다듬는다.


“흠흠. 반갑네. 나는 루시드 데 폴. 가문의 셋째일세. 자네에게 옷을 벗으라는 이유는 요기 때문일세.”


연극 말투가 조금은 우습다고 생각한 무명이다. 그래도 탈의의 이유는 납득이 된다. 씻으면서 봤을 때에는 별 다른 이상은 못 찾았지만 전문가의 시선이라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어··· 너도 보려고?”


“네.”


적어도 눈이라도 가리라는 의미로 프뤼나에게 넌지시 말했지만 순순히 받아들일 그녀가 아니다. 당연하지만 무명의 몸이 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확인 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설득할 재간이 없다는 것을 통탄하며 한숨을 쉬고는 옷을 벗는다. 다소 입고 벗기 불편한 옷이긴 하지만 한 번 해봤다고 꽤나 적응이 됐다.


“···심하군.”


등 뒤쪽에 서 있던 리안이 눈을 돌린다.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전혀 몰랐던 무명은 당황한다.


“왜??”


“등 삼분의 일이 검게 물들었어요.”


“어디, 나도 보세나.”


생각보다 심각한 분위기에 긴장한다. 몸을 돌려 루시드에게 등을 보여주자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검게 물든 것이 심각하다고 말한다는 것의 의미는 대강 파악이 된다.


살해당한 도서관장, 아이샤의 손이 요기로 인해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 때문에 인생의 상당수를 앓아야했다.


“내 단연코 말하겠네. 살아 있는 게 기적일세.”


“하지만 전 너무 멀쩡한데···.”

“아무래도 일이 상당히 급박하니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말해주겠네.”


루시드는 다짐하고 말한다. 왕국 내에서 새어나가지 않도록 쉬쉬하는 이야기들이다.


“현재 정치 세력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네. 한 쪽은 요기를 철저히 제압해야 한다는 쪽과 이용해야한다는 쪽일세. 자네들이 겪은 유감스러운 일은 명백히 후자들의 짓이지. 나는 이 현상을 보고 받고 곧장 왔다네.”


“누구한테 보고를 받았지?”


리안이 날카롭게 묻는다.


“정보원을 공개하는 건 자살과 다르지 않다, 라는 말이 있다네. 귀족 사이의 낡은 농담이지.”


“어쨌든 루시드씨가 도와준다는 의미야?”


“함부로 믿지 말게. 인간의 나쁜 버릇이지. 내가 제안할 것은 상호 협력일세. 이야기를 마저 듣고 판단하게나.”


루시드는 짐짓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마저 설명한다.


이야기의 개요는 이러했다.


원래 요기는 일정한 농도 이상이 쌓이면 무기물들을 괴생명체로 바꾸는 특이한 작용을 하며 그 괴생명체를 변이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수한 경우에 생명체도 변이 시킬 가능성이 발견되었다. 요기에 오염된 후에 신체가 괴사하는 건 사실 이러한 맥락이었다.

그런 현상을 이용해서 폭력을 도모하려는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를 바탕으로 요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초기단계이므로 대두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 큰 일이 터질지 모른다.

요기에 오염되고도 멀쩡한 무명이 실험체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기 전에 막고 싶다는 얘기다.


“다소 설명이 길어졌네만, 충분히 이해를 해야 할 거 같아서 그랬네.”


루시드는 테이블에 있는 마시던 식어버린 차를 한 번에 다 마신다.


“이해는 했어요. 직접적으로 나설 수 없어서 무명씨를 조커 카드로 쓰겠다는 거죠?”


“그런 셈일세.”

무명은 생각에 빠진다. 이야기의 흐름 중 어디에 타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해 못할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마냥 구미 당기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내가 어느 쪽에 협력할지 골라 달라는 얘기네. 솔직히 말하자면 둘 다 싫지만···.”


“물론 상호 협력인 만큼 물질적 지원을 해주겠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연구를 하고 있으니 요기에 관한 지원도 어느 정도 보장 될 걸세.”


“저기. 일단 질문 하나 해도 될까. 흐름에서 좀 벗어나지만.”


“마음 편히 하게.”


“방금 우리를 데려온 경비원, 당신 소속이야?”


“아닐세. 아마 단순한 파견직이겠지.”


루시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질문에 고개를 까닥거리면서도 충실히 답해준다.


“그래?”


“다른 질문 없나?”


리안이 앞으로 나선다.


“나와는 상관없지만 한 가지 물어보고 싶다. 대의명분이 아닌 루시드씨가 얻는 이득이 궁금하다.”


“정치적 입지라고 밖에는 설명을 못하겠네. 요기로부터 왕국을 지키는 것이 본인에게는 가장 큰 이득이다만 아무래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도 이해하네.”


그의 말은 전부 사실이다. 비록 일행은 그 말을 전부 곧이곧대로 받아드릴 수 없었다고 해도 말이다.


“이야기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마나고, 마법이고, 술식이고 하나도 모르니까. 그냥 요기가 묻은 일반인이야.”


“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겠네. 자네가 할일을 요약하자면 요기를 이용하려는 세력과 적대하는 것뿐일세.”


“······정말 그것뿐이라면.”

무명은 결국 협력 제안을 받아드리기로 한다. 무지성으로 프뤼나에게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리 해가 되는 제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이야기가 통하는 청년이라 다행이구만. 시간도 늦었으니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게나. 내 일행을 예상하지는 못했으니 방은 하나지만 말일세.”


“좋아요. 우선 요구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저희는 일행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과 당장 마나를 무명씨에게 어떻게는 배우도록 해주세요.”


프뤼나는 아주 당돌하게도 거침없이 요구를 한다. 무명은 하나 같이 말리고 싶은 요구였으나 중간에 낄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


“마나···. 내 알기로는 숨을 쉴 방법을 알려주는 교사는 없네. 다만 어쩌면 해결할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


“일행? 나까지 포함한 말은 아니겠지?”


리안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해보지만 무시당한다.


“옛이야기에 따르면 마나 농도가 높은 곳에서 감각을 깨우쳤다고 하네. 마법 교사라면 연이 닿는 자가 꽤 있다네.”


“그래···? 알았어. 연락은 서로 할 방법은 있어?”


“내 통신일세. 보아하니 그 쪽 아가씨는 꽤나 마법을 잘 쓰는 모양이야.”


체내 고유마나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고유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마나를 추출하면 대상에게 쉽게 연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방법으로 체내의 마나를 꺼내면 단순한 마나가 되기 때문에, 전문 업자가 이를 가공 및 고정하는 것에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앗. 생각보다 감이 좋으시네요. 다시 봤어요.”


여전히 무표정하게 말하는 프뤼나는 혹시나의 가능성을 대비해 마나를 조작하고 있던 것이다. 흐름이 생기지않도록 적당히 조정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주의 네 번째 날 정기 보고를 하도록 하지. 이야기는 이상일세. 방은 102호일세.”


적당히 인사를 나누고 일행은 복도를 돌아 102호방에 들어선다. 배려로 열쇠가 문에 꽂혀 있었다.


개인실이지만 적어도 네 명이서 쉴 수 있는 크기의 방이었다. 무명하고 프뤼나는 침대에 걸터앉고 리안은 문 앞에 팔짱을 지고 기대어 선다.


“무명씨, 잘도 그 수상한 얘기를 받아드리셨네요?”


“뭣하면 손절해버리지 뭐.”


“잘하셨어요. 용사가 되기로 하신 거잖아요.”


“딱히 그럴 생각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건가?”


세계를 구한다는 스케일까지는 아니지만 굳이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그리 좋은 생각이라 하지 않는다. 대체로 귀족들은 하나 같이 나사가 빠져있는 법이다. 네 판단이니 존중은 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비슷한 마음이야. 그래도 내가 봤던 수상한 남자하고는 연관이 없다고 생각 했을 뿐이지. 밖의 경비원. 그 남자하고 복장이 거의 비슷했어. 아마 겉옷 하나 차이라고 생각해.”


“오호. 만약 그 경비원을 몰랐다는 말이 거짓이었다면?”


“리안, 가정은 끝나지 않는 쳇바퀴라는 거 알잖아요?”


“늘 경계는 필요하다.”


“아 잠깐 잠깐만. 프뤼나, 왜 일행이라고 묶은 거야? 리안의 죽어도 싫다는 그 표정 봤어?”


이대로 가면 영원히 싸움이 안 끝날 것 같다. 애들을 키우는 부모님의 느낌이 이런 기분일까. 머리가 아프다.


“그야 재밌잖아요?”


“···원래 저런 애라서 내가 싫은 거다.”


“그래. 그 마음 이해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그건 그렇고, 무명씨 이 주변에서 마나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이 궁금하시겠죠? 북쪽 헤일 산맥을 추천 드려요.”


헤일 산맥은 지방이 나눠지는 경계였다. 험난하거나 높은 산은 아니었으나 특이하게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나가 풍부했다.


“거기는 용이 산다는 소문이 있는 곳 아닌가.”


마나가 풍부해서 용이 산다던가, 용이 살아서 마나가 풍부하다던가, 의 소문이 마을에 죽 퍼져있어 접근을 대부분 꺼려했다.


“용?”


어떤 이미지의 용을 상상해야할지 감이 안 잡힌다. 지혜롭고 용감한 고결한 용일수도 있고, 심심하면 마을이나 대지를 부수는 파괴를 하는 용일수도 있다. 방금의 말처럼 가정은 끝없으니, 이내 생각을 그만둔다.


“소문은 대게 과장된 법 아니겠어요?”


“어떤 소문이든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나도 소문을 그리 믿지 않아서. 빨리 뭐라도 배우는 편이 좋잖아.”


“좋다. 그럼 내가 체력단련을 맡아주지.”


리안은 기회다 싶어 앞으로 나선다.


“어··· 왜?”


“힘도 단련해야 하는 건 상식 아니겠나.”


“이번만큼은 리안의 말이 맞아요.”


“이번만큼?”


“제발 그만. 너희 자꾸 말싸움하면 다 때려 칠 거야.”


“하하. 그 말은 단련은 하겠다, 로군? 걸려들었군. 이제부터 빼기 불가다.”


무명은 현기증이 날 것만 같다. 마을 사람들 하나 같이 나사가 빠져 있다고 느낀다. 그냥 집에 가고 싶어진다.


그 집이 원래의 집인지, 프뤼나의 집인지는 자신도 모른다.


작가의말

열심히.. 쓰고있슴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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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수께끼 (2) 22.06.22 7 1 10쪽
33 수수께끼 (1) 22.06.20 8 1 9쪽
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8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0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3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8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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