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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45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13 08:45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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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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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계의 역전

DUMMY

“이런. 서두르자.”


프시케의 낯빛이 어두운 것이 비단 요기로 어두워진 하늘 탓만은 아니다.


마음이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온 몸이 짓눌리는 감각에 움직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가만히 서 있는 것으로도 숨이 가빠진다. 그 뿐 아니라 온 몸에 끈적한 것이 무겁게 눌어붙은 감각이 꽤나 불쾌하다.


쿵, 쿠궁. 땅이 울린다.


“설마, 설마···.”


먹구름과 지진. 이 두 가지 자연 현상이 인위적으로 겹치게 되는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프시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세계의 역전, 경계의 땅에서 만 분의 하나로 일어나는 기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완벽히 밝혀지지 못했으나 혈옥에서 샌 요기에서 발생한다. 일대가 요기로 인해 혈옥과도 같은 환경으로 변한다.


자연 현상인지 인위적인 현상인지도 알 수 없는 그저 재앙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곧 원래로 돌아오는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꼭 원래대로 돌아오리라는 법은 없다. 혈옥은 지옥 혹은 마계라는 별칭이 있는 곳으로 수많은 위협이 존재한다.


수 많은 위험 중 무엇보다 무기물의 변이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혈옥에는 무수한 괴물이 존재하는데 그 중 대부분은 무기물이 변이한 개체다. 혈옥 전체에 걸린 무수한 결계와 술식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산물로 여겨진다.


세계의 역전에도 그 현상은 존재한다. 즉 곧이라도 풀이든, 흙이든, 바위든, 집이든, 괴물로 변해 움직일지 모른다.


“···너희 먼저 이걸 받아. 몸 안 쪽에 붙여.”


프시케는 가슴 안쪽 주머니에서 술식이 새겨진 손바닥 크기의 천 조각 몇 개 꺼내준다. 프뤼나가 예전부터 늘 갖고 다니라고 한 것으로 정화와 보호의 술식이 걸려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만 기능하기에 요기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제야 몸이 가벼워지고 말끔해지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몸을 회복시킨 건 아냐. 효력이 끝나거나 떼면 엄청 피로해질거야. 남은 천은 돌아다니면서 주민 분에게 전해줘.”


프시케는 리사에게 부탁한다. 다행히도 주변 마을 중 가장 작은 구역이었고 대부분 일을 나가 별로 없다.


“난 경비대를 부를게. 만나서 남은 천을 주고 상황을 전해줄게.”


“저는요?”


무명은 아무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주변의 위험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도 물론 있었으나 호기심이 강하게 이끄는 것이 더 강했다.


늘 있던 그저 그런 반복의 일상이 아닌 아무것도 모르는 낯섦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이 너무나 자극적이다.


“아까 짠 술식을 요기에 덮어줘. 그리고 모두 다시 도서관 앞에서 만나자. ···도서관이 남아 있다면.”


“그게 무슨···.”


리사가 묻기도 전에 바로 옆 학교의 돌담이 무너져 내린다.


쿠오―. 그리고는 무너진 돌담이 액체처럼 일순 형태를 잃다 새로운 모습으로 구축되며 울부 짖는 소리를 낸다.


“꺄악.”


“역전 현상 탓이야. 설명할 시간 없어. 빨리. 내가 가는 길에 가능한 정리를 해볼게.”


프시케는 원피스의 아랫부분을 거칠게 잡아 뜯는다. 하지만 가녀린 손으로는 아무리 힘을 줘도 찢기지 않는다.


“에잇, ···에잇.”


“제가 해드릴게요.”


찢은 천으로 술식을 만들 것임을 눈치 챈 것이다. 곧장 무명은 원피스의 아랫단을 잡아 위쪽으로 뜯는다.


“앗···!”


“변태짓 하지 마!”


치파오처럼 찢긴 모양새가 되어 프시케의 오른쪽 허벅지가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살짝 잘못 움직이면 속옷까지 보일 정도다.


“아냐. 괜찮아. 도와주려 한 거잖니. 천 네 조각으로 다시 찢어줄래?”


“네···,네.”


프시케는 침착하게 옷을 조금 내려서 무마해보이나 가뜩이나 아슬아슬하게 절반정도 가슴에 걸치고 있던 천이 더욱더 위험해진다. 이미 브래지어 일부가 슬쩍 보이기도 하지만 무명은 애써 시선을 피한다.


프시케는 찢은 옷 천에 술식을 재빠르게 짠다. 강화형 술식으로 소재의 강도나 경도, 그 외의 것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 부여 한 것은 마나 부여다.


그리고 그것을 두 개 더 작성하고 하나는 경비대를 부르기 위한 신호용으로 작성한다.


굳이 종이에 작성하지 않고 천을 찢어 사용한 이유는 소재에 따른 친화성의 문제 때문이다. 같은 술식이라 해도 소재의 차이에 따라 효능이 바뀌기도 한다.


“처음 써보겠지만, 주변에서 적당히 긴 물건을 주워서 천을 감아 묶어. 그리고 그걸 괴물에게 대고 벤다는 상상을 하면서 휘둘러.”


무명은 금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게임이나 만화같은 매체에서 주구장창 나오던 마법이라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조금 자신이 없다.


“중요한건 상상력이야. 제대로 ‘벤다’라고 생각하면 돼. 급조니까 많아야 네 번. 그래도 세 번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무명과 리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을 신호로 각자 할 일을 시작한다.


잠시 울렸던 사이렌 소리. 수상한 남자. 술식. 마법. 그 어느 것도 신경 쓰이지만 그건 좀 나중의 일이다. 문득 리사가 사망플래그 같은 소리를 한 것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농담일 뿐이라 생각한다.


쿵, 땅이 다시 한 번 울린다.


마을에서 중앙으로 빠지는 길에서 작은 나무에서 가지를 꺽어 프시케가 준 천 조각을 잘 감아서 묶는다.


“역시, 지팡이는 나무로.”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지 실험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정해져 있어 관두기로 한다. 오히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최상이다.


부활이 가능할 리 없다. 가능하다고 해도 실험해보기에는 너무 무섭다.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길을 외우는 것은 무명에게는 숨을 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 번 기억한일은 잊기도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곧장 가로지르는 길을 선택한다. 프시케의 술식 덕에 요기에 압박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체력 걱정은 해야 했다.


운 좋게도 괴물과 마주하는 일은 없이 문제의 요기 웅덩이에 금세 도달한다.


“···덮어 두라고 했었지.”


“잠깐. 너.”


무명과 리사가 몸을 숨겼던 숲에서 목소리가 난다. 올곧은 숲이 역전의 영향으로 상당히 기괴하게 얽혀 보인다.


“이방인, 네가 범인인가?”


“프시케 씨한테 술식을 받아 해결하러 왔어.”


말은 건 것은 아까 프시케의 흥신소에서 본 리안이었다. 그는 경비대장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역전 현상을 맞은것이다.


무심코 존대를 하려다가 리사의 대개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린다. 경칭을 쓰는 것은 별개로 보는 모양이다.


“그게 네가 범인이 아니란 증거가 되나?”


“물론 아니지만. 그걸 따지기 전에 이 요기부터 해결해야 하잖아.”


처음 봤을 때에는 그야말로 판타지 풍의 복장에 위압적인 태도가 상당히 압박적이었다. 하지만 요기를 앞두고 본 리안은 그저 평범하게만 느껴진다.


“그것도 확실한가? 네가 오고 나서 이런 일이 생겼다.”


“···우연일수도 있잖아?”


조금은 찔리는 구석이 있다. 만약 허접한 위장용 천을 보지 못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들고 있는 걸 내려 놔라, 이방인.”


한 손에는 급조한 지팡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나뭇가지, 한 손에는 술식이 새겨진 종이. 그 어느 것을 내려놓아도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것만 같다.


쿵, 다시 한 번 땅이 울린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큰 울림이다.


“···온다.”


리안은 감각이 날카롭게 섬을 느낀다.


“뭐가 오는···데?!?”


갑작스럽게 무명과 리안이 서 있는 땅 일대가 부풀어 오른다. 부푼다고 느끼는 사이에, 수축한다. 싸구려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멀미감이 달팽이관을 능욕한다.


“젠장!!”


리안은 금속 장갑을 급하게 벗어 던진다. 옷도 변이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장갑이 일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벗은 장갑을 곧장 단검으로 내려친다. 본래 금속 재질이었다고 생각 못할 정도로 무르게 베어진다.


부푼 땅이 이내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거대한 인간의 흉상의 모습으로 뭉쳐 나타난다. 그 위에 서있던 무명과 리안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일그러짐이 멎지 않아 충격은 거의 없던 것이 다행이다.


“골렘? ···아니 그저 변이체인가.”


인간의 모습을 본떠 만든 골렘과는 다르게 이 변이체는 형상만 비슷할 뿐 입이라고 할 것이 왼쪽 가슴에 붙어 있는 등 감각 기관조차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괴물의 모습이다.


“쿠오오오오······!!!”


성인 남성의 3배는 넘는 이 ‘변이체’를 보며 리안은 오싹함을 느낀다. 요기가 압축된 듯한 탁한 것이 아무리 훈련된 리안이라도 참기 힘들다. 그럼에도 사명감으로 버티려고 노력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 요기 웅덩이였던 것이 변이체의 속에 섞여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무명은 품에 있는 술식의 효과로 요기의 압박을 전혀 안 받을 수 있었다.


두려움에 본능적으로 손을 꽉 쥐자, 나뭇가지가 손을 파고 들것만 같다.


분명 프시케는 벤다는 이미지를 상상하라고 했다. 가장 날카롭게 더 날카롭게 연마된 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을 휘두른다는 상상한다. 거구의 몸이 단칼에 베어 쓰러지는 만화 같은 상상.


그리고 무명은 지팡이를 크게 휘두른다.


“하아앗!!”


저도 모르게 기합소리를 지른다. 휘두른 지팡이에 끝에서 푸른색의 빛줄기가 궤적을 따라 그려지고 그대로 변이체에게 힘차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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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1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2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1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19 지원 22.05.30 11 2 11쪽
18 상충 22.05.28 17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6 3 11쪽
9 조사 22.05.17 18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6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 세계의 역전 22.05.13 1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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