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34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5.15 11:00
조회
18
추천
3
글자
9쪽

첫 실전

DUMMY

무명이 날린 마법은 초승달의 모양으로 거센 기세로 날라 간다. 힘찬 기합과 함께 발사된 마법은 거센 먼지를 일으키며 곧장 커다란 변이체에게 직격한다.


“됐나?”


“됐을 리가 없지! 최소 5급인 녀석한테 그런 하급 마법이 통할 것 같아?!”


리안의 말대로 변이체에게는 사소한 생채기조차 없다.


“크오오―”


변이체는 그 사소한 공격이 불쾌하다는 듯 괴성을 지른다.


몇 번을 지팡이를 휘돌러 봤자 상처 하나 낼 수 없음을 깨닫는다.


리안은 무명을 슬쩍 바라본다. 다소 얼뜨기 같은 표정의 이방인을 믿어야할지 전혀 모르겠다.


“젠장―!”


하지만 몸이 먼저 움직인다. 변이체의 육중한 공격을 무방비하게 맞으려는 무명을 밀치고 칼로 흘려 막아낸다.


“고··· 고마워.”


“너, 정말 아무 상관없는 거 맞겠지?”


“그렇다니까!”


“나중에 제대로 해명해라!”


리안은 자세를 고쳐 잡는다. 변이체를 직접 상대해 본 적은 없지만 교련에서 몇 번 교육받은 적이 있다. 총 열 두개의 등급으로 가장 낮은 것이 1급이나, 표본이 적어 정확히 급을 나누는 규정은 없다.


변방의 작은 마을이었기에 혈옥과 역전은 머나먼 얘기라 소흘리 들을 법도 했으나 사명감만으로 자원한 경비대였기에 나름의 훈련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요기의 압박은 만만치 않다.


“훈련보다 확실히, 힘들군.”


리안은 거친 숨을 내쉰다. 한 번 한 번이 묵직한 변이체의 공격을 요기를 감당한 채 피하는 것이 꽤나 벅차다.


“너, 그 마법 얼마나 더 쓸 수 있지?”


역시 혼자서는 무리라고 판단 한다. 합을 견주어 봤을 때 큰 틈 정도는 만들 수 있겠으나 치명타까지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


“두 번. 많으면 세번.”


“···요기에 저항력이 꽤나 있어 보이는군.”


변이체가 강력하게 내려치자, 리아는 뒤로 살짝 스텝을 밟아 점프하듯 물러난다. 조금 뒤편에 있던 무명은 꽤나 멀쩡해 보인다.


“프시케씨의 술식 덕분에. 그래, 차라리 이걸 너한테 주는 편이···.”


“괜찮다. 경비대인 내가 부담을 더 지는 편이 좋다.”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무명은 생각한다.


“내가 크게 벨 때를 노려 최대한 강하고 빠르게 마법을 써라.”


리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재빠르게 돌진한다. 무명은 그것을 보고 알고 있던 물리 법칙이 그리 통용되지 않는 세계라고 생각 한다.


변이체의 품에 파고 든 리안은 한 번 더 내려 찍으려는 공격을 칼로 옆으로 흘리는 기세로 한 바퀴 돌아 그대로 벤다.

부드득, 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큰 상처를 남기는 참격이었으나 큰 데미지는 아니었다.


“지금!!”


리안의 신호에 무명은 지팡이를 휘두른다. 리안의 검격처럼 강하게 벤다는 상상으로 손가락 가득 힘을 준다.


푸른 빛의 섬광이 다시 한 번 변이체를 직격한다. 깊게 패인 상처에 분명히 닿아, 뚫고 관통한다.


크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변이체의 몸이 갈라져 무너진다.


“후. 어지럽군. 요기가 위험하다고 말로만 들었지만··· 상당하군.”


리안은 이마의 땀을 닦는다. 방금 일격에 모든 체력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요기의 탁하고 질은 감각이 남아있고 하늘은 여전히 검다.


“아직 안 끝났어!”


리안이 검을 도로 집어넣으려는데 무명이 소리친다. 분명 두 덩이로 갈라졌던 몸은 어느새 몽글몽글하게 뭉쳐간다.


변이체가 몸이 뭉쳐 재구성되기도 전에 휘두른 일격에 리안은 튕겨 나가떨어진다.


“큭···.”


무명의 외침 덕에 가까스로 반응해 치명타는 피했으나 일어 설 체력이 남아 있지 않다.


“도망쳐라! 가서 대장님을 불러 와!”


무명은 걸음을 한 발자국 뒤로 무른다. 도망치고는 싶었으나, 결코 그럴 수는 없다. 자신에게 맡겨진 신뢰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짐작조차 어렵다.


식은땀이 이마에서 흘러 내려온다.


“리안씨, 어떻게든 이 술식만 붙이면 될 거 같거든?”


“네가 술식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네 움직임으론 힘들 것이다.”


무명의 눈빛이 순간 반짝인다. 프시케의 설명에 따르면 글자의 의미를 분명하게 파악함으로써 가능한 기술이다.


그렇다면 굳이 이세계의 글자로만 가능한 것인가, 이것이 무명이 떠올린 흥미로운 발상이다.


실험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비록 그 동안 실험해봤던 것 중 아무것도 되는 것은 없었지만 이것만이라도 가능하다면 좋다.


만약에 가능하다면 어떤 효과의 술식을 짜야할지 생각을 해야 한다.


머릿속에 원래 세계 기존의 수많은 작품들이 떠오른다. 비록 금세 질려서 많이 본 작품은 없었으나 참고정도는 할 수 있다.


강한 공격력은 굳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변이체를 물리치는 것보다는 요기를 억제하는 것이 더 이롭다. 위력을 어떻게 조절해야할지도 모르니 차라리 안 쓰는 편이 더 낫다.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선택지가 줄어든다.


“제발.”


지팡이를 휘둘러 허공에 글자를 쓴다. 검은 옷의 사내가 그랬던 것처럼, 허공에 ‘한글’을 쓴다.


프시케의 또 하나의 설명. 글자를 조합해서 룬을 만들고 그 룬을 조합해서 단어를 만든다.


원래라면 단순히 글자를 파악하는 것과는 별개로 마나가 필요했으나 운 좋게도 나뭇가지 지팡이에 부여된 마나가 남아 있다.


글자가 푸른빛을 띠며 허공에 부유한다.


“어··· 저기. 혹시 룬이 뭔지 알아?”


“···의미를 가진 글자다.”


리안은 자신이 모르는 낯선 글자를 허공에 새기는 모습이 순간 놀라웠으나 얼빠진 질문에 황당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의미. ···신속. 빠름.”


이미지를 깊게 생각하자, 허공에 쓴 ‘신속’이라는 글자가 정렬된다. 그리고 추가로 ‘빠르다’하고 쓰자 순식간에 병합한다.


무명은 스스로 하면서도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변이체가 그것을 가만히 기다려 줄 턱이 없다. 지능이 존재하지 않아 본능으로 무명을 향해 거대한 기둥 같은 팔을 휘두른다.


“으악―!”


거리가 닿지 않아, 무명의 코앞에서 땅이 울릴 정도의 충격이 터진다. 그 충격으로 인해 무명은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겨우 정신을 차려 급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허공에 맴돌던 글자는 사라져 있다.


“느낌은 이해했으니···.”


다시 하면 문제없다. 그렇게 생각을 했으나 다리의 감각이 기묘하다. 자신이 움직이는 감각과 실제로 움직이는 것에 상당한 이질감이 든다.


“···인챈트인가?”


그것을 옆에서 본 리안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무명은 사라졌다고 여겼으나 신발을 매개로 술식이 부여된 것이다.


인챈트,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흔히 창작물에서 본 개념이었기에 대강 알 수 있다. 장비에 특수한 효과를 부여하는 것으로 프시케가 마나를 부여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결과는 만족스럽다.


한 가지 문제로는 감각기관이 혼란스러워 멀미가 날 것 같지만 참을 수 있다.


변이체는 공격을 빗맞힌 것이 분한지 연이어 팔을 휘두른다. 크오, 하는 괴성도 이제는 귀에 익숙하다.


덩치가 큰 덕분에 공격은 선명하게 보인다. 인챈트 된 신발을 믿으며 앞으로 점차 나아간다. 하지만 요기 위에 덮으라고만 들었기에 손에 쥔 정화 술식을 도대체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왼쪽 가슴의 입이다! 재생될 때 그 곳에 요기가 뭉쳐있었다!”


무명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한 리안이 외친다.


“으오오――――!!!”


무명은 있는 힘껏 술식을 입 안에 박아 넣는다. 요기의 영향을 억제하는 술식의 효과를 받고 있었음에도 손이 타들어 갈 것만 같다.


하지만 요기의 저항이 거세다. 밀도 높은 진흙 속을 억지로 밀어 넣는 듯하다. 끈적함이 질척거리게 묻는 것이 생리적인 불쾌함을 낳는다.


아무리 팔을 뻗어도 요기의 핵까지는 닿지 않는다.


영원히 닿지 않을 것만 같다. 부유감과 끈적함, 질척함, 압박감이 기묘하게 뒤엉켜 간다.


겨우 수 초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지만 영겁과도 같은 감각이 뇌를 지배한다. 손이 뻗는지도 휘젓는지도 움직이고 있는지 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피해!”


변이체가 무명을 끌어안아 압사시키려 하는 움직임에 리안이 크게 소리친다. 비로소 그제야 무명의 감각이 현실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무명의 팔은 완전히 변이체의 입 속에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다.


“오, 이런.”


무명은 작게 중얼거리고는 압사를 피하기 위해 입 속으로 뛰어 든다.


그 순간 몸 안쪽에 붙여둔 술식이 밝은 빛을 낸다. 그러고는 술식에 새겨진 룬이 무명의 몸을 빠르게 덮어간다.


“······?!”


놀란 틈도 잠시, 엄청난 격통이 무명의 몸을 잠식한다. 온 몸의 근육이 세포 단위로 파괴되는 감각에 비명조차 새어나오지 않는다.


툭. 투둑. 변이체의 몸이 붕괴된다.


정말 운 좋게도, 역전 현상이 끝난 것이다.


격통에 정신을 잃은 채로 무명은 땅바닥에 떨어져 구른다.


리안은 간신히 생긴 체력을 쥐어짜 무명이 손에 쥐고 있전 정화술식을 여전히 남아 있는 요기에 덮는다.


그제야 겨우 사건이 일단락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수수께끼 (2) 22.06.22 7 1 10쪽
33 수수께끼 (1) 22.06.20 8 1 9쪽
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8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0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