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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37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6.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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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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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출발

DUMMY

정오 무렵, 무명과 리사는 로팜 마을에 도착했다.


무명이 생각했던 것 보다 활발한 분위기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와 기분 좋은 시끄러움이 거리마다 가득하다.


노점상이 정비된 대로를 메우고, 각종 건물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늘여져 있다. 만약 한가로이 거닐 수만 있다면 금세 거리의 매력에 빠져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리를 돌아 볼 여유가 없었다. 점차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리사가 동행하지 않았다면 너무 조급했을지도 모른다.


어쩐지 자신만 프뤼나를 믿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더 초조하다.


리안과 약속했던 여관 앞에서 잠시 기다리자 곧 리안이 왔다.


“안녕.”


“그래···.”


리안은 상당히 초췌한 얼굴이다. 어쩐지 안심이 된다.


“잠 못 잤나봐?


“네 충고 덕에. 뭘 조심하라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물어보진 않을게.”


엘리의 장난질에 호되게 당한 모양이다. 예의상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에 묻어두는 편이 좋아 보인다.


그런 한편 마음이 심란하다. 역시 자신만 너무 초조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왜? 난 궁금한데.”


무명의 등 뒤에서 엘리가 고개를 내민다. 왜소해서 리안이 미처 보지 못하고 있었다.


“리사? 왜 여기··· 도서관은?”


역시 저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지, 무명은 속으로 살짝 웃는다.


“몰라. 부숴버린대. 암튼 프뤼나도 걱정이 되고 해서 따라 왔지.”


“프시케씨도 같이 가는 편이 좋다고 했어.”


“···마음대로 해라.”


할 말이 많지만 리안은 그저 속으로 삼킨다.


“자, 그래서 뭘 할까?”


분위기를 환기하는 목적으로 말한다.


“오는 길에 적당히 이야기를 들어 봤지만 프뤼나를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면··· 요기나 혈자를 중심으로 물어보고 다녀야겠네. 그래도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까 한 두명 정도는 프뤼나를 봤을지도.”


“어디서 물어 볼 건데?”


“술집? 여관?”


리사의 물음에 무명은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 흔히 정보가 모이는 곳이라면 그 두 장소를 꼽을 것이다.


“좋은 생각이군. 하지만 이 시간에 술을 팔만한 곳은 없다.”


일행은 바로 앞의 여관을 들리기로 한다.


무명은 어제부터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아침햇살을 맞이하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질 줄 알았지만 풀리지 않는 응어리 같다. 하지만 가능한 저 편으로 묻어 두려한다.


따스한 음식 냄새와 조금은 텁텁한 공기에, 삐그덕 거리는 나무 바닥이 맞이하는 여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며 밥을 먹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닥치는 대로 필요한 정보를 캐보지만 이렇다 할 중요한 얘기는 없었다. 프뤼나와 비슷한 아이를 봤다는 증언도 몇 개 있었으나 대조해 보면 프뤼나는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이런. 아무래도 정말 목격자가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조금 더 북쪽이지 않을까?”


“정확한 위치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봐.”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한다. 리사의 말도 분명 일리가 있다.


“그래. 시간이 없으니 움직이며 생각해야겠군.”


일행은 마을의 중심으로 걸음을 옮긴다. 어느 누가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향한다.


점차 갈수록 유난히 시끌벅적하다. 사람도 모여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뭐라도 있어?”


리사가 주변 사람 아무에게 붙잡고 물어본다.


“공연이 있는 모양이구나. 꽤나 화려하대서 말이지.”


“공연?”


“리사, 볼 생각은 접어라.”


“누가 본대? 그래도 무슨 공연인지는 궁금하지 않아? 안 그래 무명?”


“궁금하지는 않아. 그래도 이벤트가 벌어지면 확인을 해봐야지.”


사소한 걸 지나치면 나중에 독이 되는 법이다. 꼼꼼한 성격은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실마리가 필요하다.


“잠시 지나갑니다.”


무명은 리안과 함께 요리조리 잘도 군중을 헤쳐지나간다. 리사는 둘의 등을 따라가려는데, 워낙 인파가 많아 놓치고 만다.


“앗!”


재빠르게 그 사실을 눈치 챈 무명은 곧 바로 리사의 손을 잡아 이끈다.


마을 광장 중심에 다가가니 우스꽝스러운 차림의 광대가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을 군중들이 둘러싸서 보고 있다. 상당히 익살스러운 재주를 부리는 것이 숙달된 전문가임을 보여준다.


뾰롱 마법이 폭죽처럼 이리저리 빛을 발한다. 뒤편의 분수대도 하나의 무대라도 되는 마냥 위용 있다.


광대의 공연에 사람들은 꽤나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웃음기가 광장을 떠나지 않는다.


“조금··· 기분 나쁘지 않아? 저 가면이라던가.”


하지만 어쩐지 무명은 저 광대가 불쾌하기만 하다. 광대 캐릭터가 선역인 경우는 그리 본 기억이 없다.


“그···글쎄? 그런 것 같기도.”


믿기지 않는 유연한 몸으로 곡예를 펼치는 것이 인간 같지 않아 보여 불쾌해 보이기도 한다.


“그만. 어서 가자.”


특유의 분위기에 리안도 사로잡힐 뻔 했으나 다행히 할 일을 까먹지 않는다.


“잠깐만. 아주 잠시만.”


“볼 시간이 없는 건 잘 알텐데.”


물론 무명도 잘 알고 있다. 프뤼나를 어서 빨리 찾아야 한다. 시간이 나는 대로 술식으로 행적을 쫓아보지만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 한 가지 가설로 혈자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종적을 감추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오리무중임은 변함없다.


그럼에도 무명이 일행을 멈춰 세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광대라는 것이 불쾌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일행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주려는 순간 광대와 시선이 마주친다. 찰나에 불과하지만 다음 행동이 예측이 간다.


“잡아 빨리!!”


무명의 다급한 외침에 리안은 서둘러 광대의 무대에 난입한다. 하지만 광대는 기괴한 몸놀림으로 분수대를 아슬하게 타더니 화려하게 뒤로 점프한다.


군중의 감탄사가 광장을 가득 메우고, 무명과 리안은 광대를 쫓는다.


“야야! 잠깐만!”


여전히 리사의 손목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은 망각한 모양이다. 리사는 뿌리치지도 못한 채 끌려간다. 손이 무겁다고는 생각하지만 눈앞의 광대를 쫓는 데 여념이 없다.


건물의 난간이나 지붕을 타고 요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여간 산만한 게 아니다.


“저 녀석, 우리를 유인하고 있다!”


몸놀림을 보아 진즉에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시야에서도 벗어나지 않게끔 움직인다.


“알아! 그래도 쫓아야지!”


“이 녀석들아, 나 죽는다―!”


리사의 절규에도 둘은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가 없다.


게다가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도심 속 화려한 추격전은 마을 외곡에 가서야 끝이 난다.


“후우. 너···, 정체가 뭐야? 왜 너에게 요기가 느껴지지?”


무명은 숨을 고르고는 광대를 향해 묻는다.


그제야 무명에게 풀려난 리사는 한껏 숨을 몰아 내쉰다. 일과의 대부분을 앉아 생활한 탓에 만성 체력 부족이다.


“그래서 쫓자고 한 거군. 대답해라 광대.”


“아하하. 나야말로 그 쪽에게서 요기가 느껴져서 도망쳤다고.”

광대는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가면에 가려져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가면처럼 기괴하게 웃고 있으리라, 고 무명은 생각한다.


“거짓말. 일부러 이 쪽으로 유인한건 너잖아. 무슨 목적이지?”


“아하하핳하. 재밌잖아?”


“너······ 아키냐?”


웃기지도 않는 웃음에 스스로를 기만의 혈자라고 소개한 아키가 떠오른다.


“아키‘님’의 계약자라구―. 네가 언제 올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이히히.”


리안은 칼을 뽑아들어 전투태세를 취한다.


“관심 없어. 목적이 뭐야? 프뤼나는 어디 갔냐고?!”


“어이어이, 서두르지 마― 곧 아키님을 불러 줄 테니까 크크.”


광대는 순간 온 몸을 축 늘어트리더니, 관절이 뚜둑, 하고 선명한 소리를 내며 기괴하게 몸을 비틀기 시작한다.


“으엑.”


겨우 숨을 고른 리사는 영 불쾌한 모습에 경멸적인 시선을 보낸다.


그런 기괴한 모습도 잠시, 몸이 굳더니 이내 하늘하늘하게 움직인다.


“아핳하하하. 반가워. 벌써 하루나 지났다고. 그리워서 혼났어♡”


아키의 목소리다. 계약자에게 빙의한 것이다.


“그새 사람을 꾄 거야? 할 일도 없으시지.”


“나만 그랬을까? 이미 우리 혈자들은 너희 나라에, 아니 넌 빼고 아무튼 이 나라에 꽤나 있거든♡.”


“허세다. 그걸 둘째치더라도 네 놈을 놔줄 수는 없다.”


리안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간다. 조심스레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언제라도 칼을 휘두를 준비를 한다.


“난 싸울 생각이 없다니까? 역전 현상을 일으키기 싫다는 말 기억 안나?”


“못 믿어. 프뤼나가 어디 있는 지나 솔직히 말해.”


“프뤼나, 프뤼나. 그 말 밖에 못해? 내가 네 연인이 어디서 바람피우고 다니는 지도 알아야 했을까?”


무명은 이를 꽉 문다. 말장난할 시간이 아깝다.


“하지만 넌 분명 프뤼나의 모습을 사용했다. 적어도 안면식은 있고, 게다가 무명하고의 관계도 알고 있다는 느낌으로 들었다. 똑바로 말해라.”


리안은 광대(아키)에게 검을 겨누며 노려본다.


“맞아. 하하핳. 만난 적이 있거든. 그리고 네 얘기를 들었지. 그게 다야.”


아키는 분명히 무언가 숨기고 있다.


“순순히?”


“순순히.”


아키의 말은 도대체 어디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좀처럼 파악되지 않는다. 애초에 말에 진실이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너, 요기를 깨우친 게 아주 선명하게 느껴져. 핥아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리사는 놀란 눈으로 무명을 바라보지만 섣불리 끼어들지는 않는다.


“지금 답답하지? 어딘가 물속에 있는 거 같지? 네 몸이 마나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 거야♡”


“······!!”


“무명, 그건 나중에 생각해라.”


무명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은 지금 일에 집중해야한다. 지금 유일한 정보 줄은 아키다. 휘말리지 않고 정보를 잘 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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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습격 (2) 22.06.13 11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3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 출발 22.06.06 12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22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1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4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7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9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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