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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 본 것은 잊을 수 없는 모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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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월나래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2 11: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529
추천수 :
99
글자수 :
154,610

작성
22.06.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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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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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유적지 (2)

DUMMY

서두르려는 참에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마치 아키가 몇 명이나 모여 있는 듯 불길할 정도로 응축된 기운이다.


“잠깐만···!”


본능인지 무엇인지 무명은 그 불길함에 다가간다.


“뭐지?”


리안이


“결계야. 아니, 결계긴 한데···.”


결계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배울 기회는 없어 쉽게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본래 결계의 목적이 밖과 안을 일종의 장막으로 차단하는 것이니 맞을 것이다. 안의 것을 바깥에게서 지키는 기능이라는 셈이다.


그러나 단순한 결계라고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꽁꽁 싸맨 느낌이라 오히려 안에로 부터 밖을 지키고 있는, 마치 봉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리안, ···여기서 뒤를 봐줄래?”


어떻게든 술식으로 헤집어서 열 수 있을 것 같다. 결계도 술식의 큰 범주 안에 들어가므로 가능한 것이다.


리안에게 갈 준비가 되었냐고 물어보려다 이내 마음을 바꾼다. 이 정도의 요기라면 가벼운 정화 술식으로는 버티기 힘들게 분명했다. 물론 추가적으로 장비에 인챈트를 걸어 줄 수는 있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동행을 부탁을 하고 싶진 않다.


그도 그런 배려를 받아드리기로 한다. 말은 안했지만 상당히 체력 소모가 심했기 때문이다.


“걱정 말고 프뤼나나 찾아 와라.”


“그래.”


무명은 글자을 결계 공간 주변에 쓴다. 함부로 해제해서는 안 될 것 같으니 비좁은 틈을 만든다는 감각으로 짠다.


마음을 굳게 먹고 술식을 완성하고는, 결계 속으로 들어간다.


“뭐야···?”


당황함에 절로 중얼거린다.


말하자면, 세계 자체가 바뀐 것 같은 풍경이다. 짙은 푸른빛의 기암들이 가득하고 녹색이라고는 하나 없는 황량한 풍경.


언뜻 봐도 유적지 전체보다 지금 보이는 공간이 더 크다. 공간이동이라도 한 착각을 일으키지만 하늘을 바라보면 유적의 풍경이 일부 비치는 것이 분명히 유적의 안이다. 공간 자체를 전이시킨 듯하다.


“여기는··· 혈옥, 인가?”


지식으로 봤던 그 풍경이다. 게다가 이렇게 요기가 공기 중에서 떠다니는 것이 느껴질 정도니 틀림없는 혈옥이다.


제단 근처에 그러져 있던 벽화, 이 결계를 나타낸 그림인가? 무명은 그런 생각들에 무심코 빠지려다 해야 할 일을 떠올린다.


프뤼나를 찾아야 한다.


되는대로 기암지형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마치 장대한 협곡 같은 험난한 지형이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편하다. 게다가 체력이 꽤나 돌아온 것 같다.


날래게 주변을 탐색해봐도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들어가야 하나.”


불안하지만 체력이 돌아오니 자신감이 붙는다. 어떻게든 될 것만 같다.


시선을 돌려보니 중앙에 꽤나 높은 지형이 있다. 내려다보면 뭔가 새로운 게 보일지도 모른다.


서두르면서도 주변을 탐색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바위 외에는 기가 막히게도 아무 것도 없다. 한숨을 쉬며 가볍게 지형을 올라 정상에 도착한다.


“오두막? 이라기보다는 나무로 지은 버스 정류장 같네. ···내가 왜 이렇게 혼잣말을 하지.”


나무로 지은 자그마한 가건물이 방치된 채로 낡아 있다. 비나 눈, 바람을 피하는 용도로 지은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 년은 세월이 흐른 모양이다.


뭐라도 있을까 싶어 들어가 보니 탁자에 구체의 수상한 장치가 놓여 있다. 한 손으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크기라서 집어 허리춤에 매단 주머니에 넣는다.


엘리가 연금술로 만들어 준 주머니는 공간 왜곡으로 무한에 가까운 저장 공간을 자랑한다.


‘아, 여기 공간이 이 주머니와 비슷한 원리겠네. 원리만 알면 어떻게든···.’


술식으로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내려다보지만 눈에 띄는 것은 없다.


“쿠오오!!”


“이런.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변이체의 울부짖는 소리다. 무명은 재빠르게 뒤를 돌아본다.


리안과 마주했던 상반신만 있는 골렘 같은 커다란 녀석에 비하면 귀여울 정도로 작다. 하지만 생김새만큼은 빈 말로도 그렇게 말할 수 없었는데, 전갈하고 개를 최대한 악의적으로 합성해 놓은 듯하다.


“으엑.”


미간이 절로 찌푸려진다.


그런 한 편으로도 지금이라면 어떻게 혼자서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몸이 너무 가벼워 뭐라도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리안의 움직임을 따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잘 떠올려보고, 흉내 내는 거야.’


아직 리안에게 제대로 된 훈련은 못 받았지만 변이체와 싸울 때의 움직임은 분명히 기억한다. 비록 검을 사용했던 리안과 다르게 빈 손이지만, 움직임만큼은 가능할 것이다.


자세를 고쳐 제대로 전투 준비를 한다. 자신의 자세가 맞는지 누가 알려줬으면 싶지만, 그런 투정을 부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여유다.


재빠르게 스텝을 밟아 발돋움을 한다. 그리고 곧장 직선으로 달려든다.


변이체가 날카롭게 휘두르는 발톱을 아슬아슬하게 스친다. 저도 모르게 감기려는 두 눈을 의식적으로 부릅뜨고 맹렬하게 주먹을 뻗는다.


“하아앗―!!”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내지른 주먹은, 정확하게 꽂혀 ‘딱’ 하는 소리를 낸다. 거의 동시에 들어오는 변이체의 집게를 휘두르는 공격에 뒤로 재빠르게 물러난다.


“아야···. 내 손···.”


털로 덮였다고 생각한 몸은 매우 딱딱했다. 무명은 빨개진 주먹을 어루만지며 뼈가 멀쩡한지 확인해야 할 정도다.


‘나름 비슷했는데. 주먹으로는 무리인가?’


무명은 주변에 무기로 쓸 만한 것을 찾아보다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나를 못 쓰는 대신 요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신체가 되어버린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몇 가지의 기초 마법을 이론상 외워두긴 했다.


외웠다기보다는 단 한 번 봤던 적이 있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그래도 마나(요기)를 배분한다는 감각은 아직 와 닿는 게 없다. 하는 수 없이 펜의 도움을 받으려고 꺼냈으나, 촉이 빛나지 않는다.


혈옥에는 마나가 없었다. 이 곳에서는 고장 난 펜일 뿐이다.


게다가 마법 시전을 기다려 줄 턱이 없는 변이체가 크게 점프하며 덮치며 공격해 온다. 잠시 변이체의 움직임에 한 눈을 판 탓에 제대로 피하지 못한 무명은 구르듯 넘어진다.


등에 상당한 충격이 느껴진다. 요기에 옮은 쪽이 특히나 피해가 크다.


‘맞다! 아키가 했던 것을 생각해 보는 거야. 눈으로 보지 못했지만 몸을 덮었던 그 감각···.’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사용할 마법은 불. 해당하는 식은 세 가지의 합성식. 순차대로 요기를 계산해서 풀어 넣는다. 익숙하지 않아 변이체의 공격을 두 번이나 더 피해야 했지만 다행히 몸의 상태는 최고조다.


주문을 붙이는 걸 잊지 않는다. 혹시나 나중에 쓸 일이 있을 테니 미리 단축키를 저장하는 감각이다.


“불꽃 세례!”


입으로 말하고 나니 조금 쪽팔리지만 네이밍 센스를 탓해야 할 뿐이다.


그래도 다행히 마법은 성공적이다. 변이체를 둘러싼 대기 속 흐르는 요기가 순간적으로 점화하며 불꽃을 일으키고 폭발하듯 터진다.


붉은 빛 도는 검은 불꽃이 변이체를 태워나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른다. 거리를 두고 지켜보니 문제없어 보인다.


팅, 하는 소리와 함께 변이체에게서 무언가 떨어져 잠시 튕기고는 구른다.


불에 그슬렸지만 알아 볼 수 있다.


분명히 본 기억이 있다.


“······프뤼나의 옷 장식이잖아?”


순간 최악의 상황을 떠올려보지만 냉철하게 따져보니 그럴 가능성은 적다. 정말 그렇다면 옷 장식만 이렇게 붙어 있을 리가 없고 천 조각 같은 것도 딸려 있을 것이다.


오히려 프뤼나가 적어도 여기에 들렸다는 사실의 증명에 마음을 다잡는다.


‘다행이야. 그것보다는 원래 불꽃이 검은 게 정상일까? 자세히 기록된 정보는 못 찾아서 확신하지는 못하겠네. 하지만 요기 때문인 건 맞지 않을까.’


무명은 부러진 옷 장식을 허리 주머니에 넣으려다 주머니가 미세하게 빛나는 것을 보게 된다.


방금 가건물에서 넣은 수상한 구체다. 검은 빛과 보라 빛이 뒤 섞인 채로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신비한 빛을 발하고 있다.


요기에 반응 한 것이다.


‘엘리라면 이게 뭔지 알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한 무명은 다시 주머니에 넣어 두기로 한다. 어서 빨리 프뤼나 부터 찾는 것이 급하다.


게다가 변이체가 앞으로 몇 마리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다가 일일이 마법을 쓰면서 대응하기도 힘들다.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진 상태지만 체력이 점차 깎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게다가 아직도 등에 기묘한 감각이 남아 있어 더 이상 요기를 쓰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혈자라도 혹시 있으면 이길 가능성을 점칠 수조차 없다.


하지만 리안이 밖에서 기다릴 것을 생각해서라도 빠르게 수색을 마치는 편이 좋기에 하는 수 없이 몸을 혹사시킬 수밖에 없었다.


꽤 넓은 곳이었지만 결국엔 막힌 공간인 것만 알게 됐을 뿐이었다.


결국 프뤼나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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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수께끼 (2) 22.06.22 7 1 10쪽
33 수수께끼 (1) 22.06.20 8 1 9쪽
32 야영 22.06.17 8 1 9쪽
31 막간 22.06.16 8 1 9쪽
30 습격 (4) 22.06.15 10 2 10쪽
29 습격 (3) 22.06.14 10 2 9쪽
28 습격 (2) 22.06.13 10 2 9쪽
27 습격 (1) 22.06.10 10 2 9쪽
26 2장, 루시드 22.06.09 12 2 10쪽
25 출발 (2) 22.06.07 10 2 10쪽
24 출발 22.06.06 11 2 10쪽
23 참여 22.06.03 11 2 9쪽
» 유적지 (2) 22.06.02 11 2 9쪽
21 유적지 22.06.01 10 2 9쪽
20 혈자, 아키 +1 22.05.31 13 3 10쪽
19 지원 22.05.30 10 2 11쪽
18 상충 22.05.28 16 2 11쪽
17 산책 22.05.27 15 3 10쪽
16 엘리 22.05.26 14 3 10쪽
15 헤일 산맥 22.05.25 23 4 10쪽
14 제안 22.05.24 16 3 10쪽
13 소환 +1 22.05.23 15 3 10쪽
12 배움 +1 22.05.20 20 4 12쪽
11 또 다른 시작 (2) +2 22.05.19 23 3 12쪽
10 또 다른 시작 +1 22.05.18 25 3 11쪽
9 조사 22.05.17 17 2 12쪽
8 의심 (2) 22.05.16 15 3 12쪽
7 의심 22.05.16 15 3 12쪽
6 첫 실전 +2 22.05.15 18 3 9쪽
5 세계의 역전 22.05.13 16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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