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푸른 하늘 아래 빨간 지붕을 얻은 고즈넉한 저택의 2층에서 사이좋은 두 남녀가 꼭 붙어 선 채로 정원에서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벌써 7일이 지나도록 저렇게 말도 없이 땅에 그림만 그리고 있어요. 혹시...”
남자는 걱정에 목소리가 떨려오는 말을 중간에 잘랐다.
“어제 저녁에 내가 직접 방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하지만 본인 말로는 무언가 오래동안 생각을 정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고 의젓하게 이야기하면서 믿어달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니... 믿어봅시다.”
맑은 하늘과는 달리 흐린 얼굴을 한 두 남녀는 정원에 소년을 그저 말없이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택의 정원 한쪽에 나무 그늘 아래 쪼그리고 앉아 부러진 나뭇가지로 땅 바닥에 알 수 없는 모양의 선을 어지럽게 긋는 소년은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고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쉰 후 다시 쪼그리고 앉아 중얼거리다가 땅에 낙서를 하는 것을 반복하기를 벌써 일주일.
그리고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 한 마디.
“시발...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폭망각인데...”
***
그 날은 정말 기분이 좋은 날이었지. 무엇보다 공작이신 아버지께서도 이제 내가 곧 성인이 되니 검을 잡고 제대로 수련을 해도 된다고 말씀하셨고, 아직도 아름다우신 우리 어머니께서도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며 미소를 지어주셨다니까.
뭐가 좀 이상하지 않냐고?
그래. 이상하지. 무려 공작가의 아들이 성인이 되는 생일이 다가오는데 파티같은 이야기는 없고 그저 검을 배우라고 하다니...
사실 그 날 저녁까지도 난 뭐가 이상한지 정말 몰랐어. 그냥 검을 수련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고, 항상 걱정스러운 얼굴로 있던 어머니가 웃어주셨다는 것이 좋았을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날 밤 정말 푹 잤더랬어.
얼마나 푹 잤냐고 하면... 대충 33년 쯤?
개소리 하지 말라고? 나도 그냥 개소리면 좋겠는데... 하아...
그러니까 들어 봐.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훈련장으로 들고 나갈 검을 고르고 얼굴에 물을 묻힌 다음 침대에 쏙 들어가 한참을 검을 바라보며 설레어 하다가 하늘의 별을 82개까지 세고 잠이 들었어. 그리고 꿈을 꾸었는데...
- 우리 상태는 커서 뭐가 될까요?
- 야! 내가 여기서 놀지 말랬지!
- 어머! 우리 상태가 이번에도 전교 1등을 했어요.
- 엄마! 학교에서 눗데월드로 소풍간데!
- 그래! 아들 놈이 아이큐가 글쎄 140이 넘었다고 하더라고! 그럼! 당연히 한잔... 아? 여보?
- 카이스트? 정말? 그런데가 그냥 맘먹으면 합격할 수 있는 곳이었어? 재수없는 새끼...
- 남자라면 그 정도는 도전해볼만 하지! 특전사? 그래 해봐라!
- 상태씨. 또 훈련이야? 우리 그럼 언제 만나?
- 글쎄 여기가 의외로 체질에 맞는 거 같더라구. 그냥 생각없이 말뚝 박는 거 아냐.
- 이중사님 그냥 가십시오! 전 틀렸습니다.
- 지랄! 내가 내 새끼 하나라도 버리고 갈 놈이야?
- 우악! 이중사님!
- 그래도 시발... 죽은 새끼는 ...없지?
뭐 이런 말들이 머리에 쏙쏙 박혀있네. 와... 정말 놀랍지? 이 말 이 세상에는 없는 말이라고... 아... 그런데 나 지금 누구랑 얘기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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