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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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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18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12.01 21:44
조회
1,639
추천
38
글자
10쪽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DUMMY

날이 밝자 귀족연합은 길을 재촉하여 행군을 시작했다. 전 병력이 이동하는 동안 사기를 더 끌어 올리기 위해 기사들과 귀족들이 병사들 사이에서 소리를 지르며 움직였다.


- 저들이 기병으로 습격을 하는 것은 우리보다 병력이 형편없이 적기 때문이다.

- 이상한 수레로 공격한 것은 정면으로 붙으면 무조건 지기 때문이다.

- 정면으로 싸운대면 무조건 우리의 승리다!


그런 외침을 들으며 움직이는 병사들은 처음에는 그저 그런가보다 했지만 계속해도 듣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 그래! 정말 정면승부라면 질 리가 없어.

- 우리의 수가 훨씬 많은 것이 맞지. 우리들은 왕국 전체에서 모인 거잖아.

- 이번에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


그렇게 진격해나가던 그들 앞에 다시금 나타난 수레들로만 이루어진 부대가 나타났다.


- 뿌우우우우!

- 뿌우우우우!


멀리서 뿔나팔 소리와 함께 흙먼지를 일으키는 동부의 전차부대가 나타났다.


“전투대형으로! 당황하지 마라!”

“통나무 굴려!”

“마차랑 똑같아! 통나무 굴려서 길을 막아!”


방패병들이 날아오는 창에 대비하고, 뒤에 있던 병사들이 힘들게 짊어졌던 통나무를 멀리 가져다 놓고 돌아온다.


“궁수들 준비해! 방패병들은 궁수들을 보호하고!”

“이번에는 이긴다!”


그리고 다가오는 수레들.


- 우르르르르르


하지만 곧이어 들리는 굉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고, 말의 울부짖음과 사람의 비명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바닥에 나무들이 깔려있다!”

“접근이 안돼!”


수레들이 일자로 늘어서서 달려오다가 진형이 무너지고 수레가 뒤집어지는 모습은 귀족연합의 병사들과 기사들의 사기를 하늘 높이 끌어올렸다.


“자! 모두 공격!”


기사들의 외침에 귀족 연합의 병사들이 일제히 뛰쳐나갔다.


“우와아아아아!”

“복수다! 이 촌놈들아!”


넘어지지 않은 수레는 뒤돌아 도망가기 시작했고, 수레가 망가져버린 병사들은 말을 잡아타고 도망치거나 달려서 도망을 쳤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잘못 떨어져 목이 부러져 죽은 시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도망가기 바쁜 동부 병사들의 모습에 악착같이 쫓아가는 병사들의 머리 위로 화살이 일제히 날아왔다.


“크으으윽!”

“으아악!”


전차부대의 후퇴를 돕기 위해 궁기병들이 화살을 쏘아대며 공격을 해대는 것이었다.


“방패병! 앞장서서 달려!”


귀족연합은 이번에도 커다란 방패를 앞세운 방패병들을 선두에 놓고 달려가기 시작했고, 궁기병의 화살이 방패에 가로 막히자 어쩔 수 없이 궁기병들도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밀어버려!”

“잡아서 산 채로 찢어버려!”


미친 듯이 달려가는 병사들을 오히려 기사들이 막아야 할 지경이었다.


한참을 쫓아가다 결국 멀리 사라져버린 동부의 병력을 보며 병사들은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욕을 날렸고, 돌아와 동부에서 버리고 간 수레와 말들을 보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하지만 막상 귀족 연합의 천막에서는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포로가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인가?”

“...그렇습니다.”

“독한 놈들...”


수레를 타고 공격을 해온 동부의 병사들 중에서 수레가 넘어지며 낙오된 병사들이 일부 있었지만 모두 잡히고 얼마있지 않아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죽은 이유가 뭐지?”

“...독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독?”

“그...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거의 같은 시간 포로들이 갑자기 축 늘어지더니 죽어버렸다. 이를 어떻게 설명한다는 말인가? 심문을 하려고 했던 병사들과 기사들은 크게 당황하여 죽어가는 이들을 살리려고 애를 썼지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안했어! 정말이야!”

“이 자식... 갑자기 죽었어!”


잡혀있던 동부의 병사들 역시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다가 눈을 감더니 그대로 잠들 듯이 죽어버리니 중부와 서부의 병사들은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전수립을 위해 모인 천막에서는 사이먼 남작의 강한 목소리가 들린다.


“틈을 줘서는 안됩니다! 더 밀어부쳐야 동부가 손을 쓰지 못합니다.”


물론 그게 못마땅한 도미니크 남작이 딴지를 걸었다.


“정면으로 승부를 하면 우리가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언제든 정면승부를 준비하고 압박하며 천천히 가는 것이 더 낫지 않겠소?”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닙니다!”

“우리가 강한데 우리의 편이 아니라니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요? 가진 것은 머리 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런 이상한 머리를 가지고...”


이상하게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거는 도미니크 남작에게 쟈이네크 후작이 가지고 있던 나무 인형을 던져버렸다.


퍽!


“악!”


이마에 작전판에 세워 놓던 나무인형을 제대로 맞은 도미니크 남작은 찢어진 부위를 움켜쥐고 눌렀지만 손가락 사이로 피가 솟아 올랐다.


“자네가 멍청하고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지금 천막 밖으로 나가 병사들을 보게! 우리 군은 그간 동부의 야습과 신경전으로 제대로 쉬어 본 병사가 없어! 제대로 무기를 챙겨들고 전투를 몇 번만 더 하면 아예 서서 잠을 잘 판이란 말이야!”

“그거야... 천한 것들이라 항상 먹고 자기만 하는...”

“이런...! 멍청한 작자를 봤나!”


그런 도미니크 후작의 뒤에서 슬쩍 동조를 하는 중부의 그랑크 자작과 할리 남작, 서부의 벤슨 남작과 레일리 남작의 불만스러운 표정이 눈에 들어왔고, 리카도 남작의 아들과 휴머스 남작의 아들도 은근히 병사들을 무시하고 깔보는 것이 당연한데 왜 싸우는지 이해를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아...! 이런 이들과 전쟁을 하다니... 동부의 대표가 그 애송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었군.”


쟈이네크 후작의 직접적인 표현에 일부 귀족들이 모욕을 당했다는 표정으로 매우 분개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슬로안 후작도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그럼 자네들이 직접 나가서 검을 들고 싸울텐가?”

“후작님께서 중부의 수장이시지만 그 말씀은 모욕입니다.”


할리 남작의 발언에 천막 안의 분위기가 매우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모욕이라... 좋네. 그렇다면 난 지금부터 이 전쟁에서 빠지고 자네 영지에 영지전을 걸겠네. 나의 충고를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음을 내가 꼭 깨우쳐주지.”

“...네? 여...영지전이라니요?”


이런 막장 분위기에서 사이먼 남작이 입을 열었다.


“남작들께서는 후작님의 말씀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평민들도 그렇지만 예를 들어 말을 낮 동안 쉬지 않고 달리게 하고 그날 밤 다시 먼 길을 달리게 한다면 그 말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여기에서는 우리 귀족들이 마부이고, 저기 병사들이 말입니다. 병사들의 힘이 아직 다 빠지지 않았을 때 저기 동부의 늑대를 멀리 쫓아내고 쉬자는 이야깁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할리 남작이 슬로안 후작에게 사과를 했다.


“그...저... 후작님. 제가 후작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저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흥! 이제라도 알았으면 되었네.”


다른 귀족들 역시 그들의 수장에게 사과를 하고 처음에 괜히 분란의 씨앗을 만든 도미니크 남작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그리고 귀족 연합의 병력은 전열을 가다듬고 동쪽으로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 * *


"이기기는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싸운 것도 아니고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망을 쳤다고?“


헤리오스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보고를 하는 키사를 향해 되묻는다.

딱딱한 표정의 키사는 했던 내용을 다시 이야기한다.


“우리 부대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퇴각해야 했으며, 상당수의 병사들이 붙잡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뭐... 밀릴 것은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대처가 빨라.”


의자에서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기는 헤리오스.

그런 그에게 건너 편에 앉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하는 일왕자.


“아마 사이먼 남작일거다. 분위기를 끌어오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그런 일왕자의 말에 이왕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뭐 나도 처음에 몇 번 만나서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그 녀석 결국 베짱도 없는 좀생이였습니다.”

“...뭐... 그렇기는 했지. 하지만 나름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은 정말 잘하는 인물이다.”

“그게 다 였습니다. 괴롭기는 해도 결국 전면전을 하면 손도 못쓰는 샌님이죠.”


국왕령에서 각각 중부와 서부의 지원을 받아 싸우던 왕자들의 대화.


“흠... 그런데 두 분 왕자님께서는 왕께서 저에게 억류되어 있다는 말을 들으셔도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우리는 그 왕의 왕관을 받기 위해 왕성으로 직접 쳐들어가기까지 했었다.”

“누구 아버지인지 정말 잘 도망가더라구. 쯧...”


그저 고개를 휘휘 젓는 헤리오스에게 이왕자가 말한다.


“우리의 손에서 벗어난 왕을 찾지 못한 이상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씁쓸하게 웃는 이왕자의 얼굴을 보고 무표정한 일왕자를 보았다. 왕이 사라지고 정통성을 잃어버린 두 왕자. 결국 귀족들에게 휘둘리는 왕자들은 왕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힘이 매우 약해질 것은 자명하다.


“왕의 자리는 힘이 없다면 지킬 수 없다. 이미 왕가의 힘은 다 되었다. 뭐... 그렇게 치고 받은 우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일왕자의 푸념섞인 말에 이왕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고, 헤리오스는 귀족 연합의 반응을 생각하고 두 왕자에게 들은 사이먼 남작의 성향을 파악하고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작가의말

왕가는 정말 콩가루 집안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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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아주 좋은 생각이야 +3 22.03.17 428 16 11쪽
146 그 역시 행하지 않았으면 한다 +3 22.03.14 498 18 10쪽
145 전쟁은 돈지랄이야 +3 22.03.12 562 16 15쪽
144 남기면 평생을 먹게 될지도 몰라 +3 22.03.09 587 18 11쪽
143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3 22.03.09 526 15 10쪽
142 증명해 봐 +3 22.03.09 557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5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2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138 어딜 가 +4 22.01.15 994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8 30 13쪽
136 니들... 미쳤냐 +3 22.01.09 1,040 32 11쪽
135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2 29 10쪽
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4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7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1 31 10쪽
131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2 21.12.27 1,328 33 11쪽
130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2 21.12.25 1,346 36 11쪽
129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건데 +3 21.12.25 1,292 33 15쪽
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7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6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5 30 9쪽
»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40 38 10쪽
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8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1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5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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