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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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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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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12.25 16:46
조회
1,346
추천
36
글자
11쪽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DUMMY

“어차피 저 괴물들 훈련하기에는 너무 두려움이 많아졌어. 다시 새로 잡아야 하잖아?”

“그럼...”

“그냥 깨끗하게 다 지워.”


여전히 높은 곳에서 협곡을 쳐다보는 헤리오스가 등 뒤에 서 있는 키사와 기사단장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기사단장의 대답 뒤에 들려온 키사의 질문.


“중간에 빠져나간 놈들은...”

“그렇게 운이 좋은 놈들은 가게 놔둬.”

“알겠습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협곡의 길을 따라 귀족 연합의 병사들이 괴물들의 공격에 온 힘을 다해 도망가고 있다. 얼마나 살아서 도착할지 모르지만 그 끝에는 그들이 그다지 보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제 내 일을 할 차례지?”


봉우리에서 그대로 몸을 던진 헤리오스는 마치 낙엽처럼 어느 나무 위로 떨어져 그 가지를 밟고 다시 뛰어 올라 동쪽으로 향했다.


“씨발! 오우거야! 오우거! 오우거!”


협곡의 길을 따라 미친 듯이 달려가던 병사는 협곡의 끝이 보이자 갈라진 목 안으로 숨이 제대로 들어가는 듯이 깊이 숨을 쉬며,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앞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살았어. 이제 살았다!”


그리고 뒤를 따라 달리던 병사가 소리쳤다.


“얼쩡거리지 말고 비켜 이 새끼야!”


그리고 그의 옆을 치고 지나 협곡의 밖으로 뛰어 나간다.


“으아아아아아!”


협곡의 밖에서 질러대는 괴성. 그렇게 기쁜 것일까? 자리에 멈춰있던 그는 다시 있는 힘을 쥐어 짜내어 협곡의 밖으로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미 검을 뽑아 들고 협곡을 향해 두 줄로 늘어 넓게 늘어선 기사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세 개의 커다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바로 벨로시아와 후크, 팔미크 영지의 깃발이다.


“아...아...!”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주저앉고 마는 그 병사의 주위에 이미 십 여명의 병사들이 망연자실하게 앞을 보며 이가 딱딱 부딪히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귀족 연합의 기사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행동 역시...


- 철커덕...


손에서 빠져나간 검이 땅으로 떨어진다.


“씨팔... 오우거 마녀...”


눈 앞에 아름다운 자태로 검을 뽑아들고 그윽하게 협곡의 입구를 바라보는 여자. 벨로시아 뿐 아니라 모든 영지를 다 찾아봐도 하나 밖에 없는 전투에 가담할 수 있는 여기사.

키사가 선두에 서서 적을 기다리고 있다.

그 뒤로도 벨로시아의 기사단이 중앙에 포진하여 적을 베기 위해 조용히 서서 명령을 기다린다.


“뭐... 뭐야! 왜 안가고... 어?”

“씨팔! 살았다! 이제 살았...어?”


아군을 베고 검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협곡 밖으로 빠져나온 기사들. 살았다는 안도감을 가지기 전에 눈 앞에 적이 보이자 멍해진 얼굴로 옆을 보니 그 옆에도 멍해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같은 영지의 기사가 눈을 껌뻑인다.


조용히 땅을 향해 들고 있던 검을 하늘로 치켜든 키사가 힘차게 검을 앞으로 뻗었다.


“우리 외에 살아 있는 것은 없게 하라는 명령이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죽음으로!”


말을 타고 있지 않은 기사들 300명이 천천히 걸어오며 협곡의 입구를 감싼다.


“이 새끼들아! 내 검은 놀고 있냐?”


살아 남기 위해 가진 모든 힘을 짜내 동부의 기사단을 향해 달려드는 귀족 연합의 기사들.


“비켜어어어!”


커다란 검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기사의 공격을


- 챙!


한 번의 휘두름으로 튕겨 그 검을 머리 위로 날리고


- 슥!


다시 한 번 더 휘둘러 그 기사의 머리와 몸을 분리해내는 키사.


“저...저거... 우리 기사님이 저렇게...”


병사들의 삶에 대한 희망이 점점 더 꺼져가는 동안 협곡을 빠져나온 기사들과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건 뭐야? 그냥 뚫어!”

“돌파해!”


기사들이 앞장서서 달려나가고 병사들은 그 뒤를 미친 듯이 달라붙어 뛰어간다. 오직 처음 두 번의 검 휘두름에 기사 하나의 머리통이 떨어지는 것을 본 이들만 눈치를 보고 있을 뿐.


- 챙! 서걱.

- 퍽! 서걱.

- 스스스슥!


자리를 지키며 동부의 기사들은 특히 벨로시아의 기사들은 마치 무를 자르듯이 편안하게 귀족 연합의 기사들의 목과 달려드는 병사들의 목을 베어냈다.


하지만 협곡 안으로 들어갔던 인원은 1만이 훨씬 넘었다. 터진 물줄기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들은 300명의 기사들이 닿지 않는 곳으로 빠져 나가 미친 듯이 서쪽으로 달려나갔다.


한편 협곡 안에서는 또 다른 살육이 이어지고 있었으니...


“꾸에에엑!”

“키에에...”


제이크가 직접 이끄는 특수병단이 창을 찔러대며 괴물들의 심장에 구멍을 내고 있었고, 가장 앞에서는 헤리오스가 단창을 던지며 괴물들의 머리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 퍽!


“크아아아...”


그 날 해가 저물 때까지 협곡 안에서는 괴물들의 비명이 협곡의 서쪽 끝에서는 귀족 연합군의 절규가 이어지다가 사라졌다.


* * *


귀족 연합의 군대가 궤멸되었다. 살아남은 몇몇은 다친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가는 중에 죽고, 또 살아남아 고향까지 돌아간 이들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동부는 괴물을 애완동물처럼 부린대. 오우거가 연합군을 공격해서 다 씹어 먹었다지 뭐야.”


소문은 부풀려지고...


“그래서 벨로시아의 여기사는 한 번 검을 휘두르면 수 십명 아니 거의 백명의 목이 한 번에 떨어진다고 하더라구.”


부풀려진 소문은 영웅을 만들기도


“괴물을 직접 잡아다가 알 수 없는 마법으로 조종을 해서 우리 영주님을 잡아먹게 만드는데 알고보니 그 마법을 부린 것이 바로 벨로시아의 후계자인거지.”


악마를 만들기도 하고,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다. 형님이 죽었으니 내가 나설 수 있음이야.”


누구에게는 인생의 반전을 꿈꿀만한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도미니크 남작령의 주인이 되실 랜디 도미니크님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저희 상단주께서는 주위의 눈을 의식해 나서지는 못하시지만 이렇게 투자를 통해 당연히 돌아가야 할 랜디 도미니크 님의 권리를 되찾기를 원하십니다.”


뭐... 그 기회 역시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라 바르 세이르멘 왕국의 전역이 혼란스러워졌다.

갑자기 사라진 영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의 자식들이 또는 죽은 영주의 형제들이 칼을 들었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 생각한 귀족 연합의 오만과 제대로 된 전쟁을 해본 적이 없는 귀족들의 어리석음이 잘 어우러져 그들의 목숨 뿐 아니라 그들의 땅에도 피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이 와중에 크게 돈을 버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너무 비싸지 않소? 그만한 금이 어디 있겠소?”

“그러니 우리는 다른 현물로 바꿔서 받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밀을 내놓으라니...! 그럼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굶어죽으라는 소리요?”

“뭐... 싫으시다면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거만한 모습의 귀족의 앞에서 조용히 일어서는 여인.


“감히! 그 따위로 행동하고 여기서 빠져나갈 수...”


하지만 그녀의 뒤에 있던 남자가 언제 뽑아들었는지 검을 그의 목에 가져다 대고 조용히 노려본다.


“뭐... 뭐하는...”


그리고 그의 뒤에서 큰 덩치의 남자 둘이 쓰러지는 소리가 난다.


- 끄...끄으으...

- 허...허윽...허윽...허...


갑자기 밀려드는 오한과 함께 식은땀이 솟아오른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서 있어야 할 두 덩치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있고 그 둘의 목에서는 붉은 피가 잘 익은 포도주처럼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거래가 싫으시다면 저희는 멜버른님에게 가보도록 하지요. 그 분께서는 오히려 밀에다가 보리까지 더 얹어주실 것 같으니까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은 여인이 조용히 몸을 돌리자 귀족이 다급히 제지했다.


“자...잠깐! 내...내가! 내가 그리 줄테니 나에게 파시오!”

“어머... 아까는 저를 죽이시려고...”


단칼에 자신의 호위 둘을 죽여버린 쪽은 여자의 호위다. 하지만 지금 치밀어 오르는 화를 표현한다면 자신의 영주의 자리를 두고 싸우는 전 영주의 장남에게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자신 뿐 아니라 아내와 자식들까지 모두 죽을 것이다.


“내...내가 잘못했소. 그러니 너그러이 용서를 해주실 수 없겠소?”

“음... 마음이 약해지네요. 그럼 어쩔 수 없이 다시 거래를 시작해볼까요? 밀 이천포대에 보리 천포대부터 시작하지요.”

“뭐...? 아까는 밀 이천포대만...”

“다시 시작하는 거래잖아요? 원래 이 바닥이 기회가 지나가면 그 가치도 한 여름의 얼음의 모습처럼 순식간에 변해 버린답니다.”


그리고 흥정을 통해 여인은 죽은 아이젠 자작의 동생인 에실리피온 아이젠에게 밀 일천 팔백포대와 보리 팔백 오십포대를 받고 무기와 갑옷을 넘기기로 합의를 했다.


저택에서 나온 여인이 불어오는 바람에 옷매무새를 고치며 마차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는 뒤의 호위를 맡은 남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부인... 이제 아랫 사람에게 맡기고 돌아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공작께서도 불안해하십니다.”

“음... 제이크 경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어요?”


카밀레아는 빙긋 웃으며 마차 안으로 들어가니 그 안에는 갑옷을 갖춰입은 키사가 조용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 극성이라니까... 키사 경과 제이크 경을 모두 붙여주고... 자, 이제 멜버른에게 가볼까요. ”


마차가 출발하고 며칠 후 달도 뜨지 않은 밤에 무기와 갑옷이 배달 되었고, 그로부터 팔일 후 에실리피온의 병사들이 멜버른의 저택을 습격하였고, 서로간의 힘이 비슷하였던 둘의 싸움은 한달을 지속하다가 결국 에실리피온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런 식의 내분이 여기저기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가운데 작위를 이어받은 헤리오스는 모든 영지에 초대장을 보냈다.


내용은 바로 왕국의 3왕녀였던 라이비아 세이르멘의 왕위 계승 축하연이었다.


작가의말

이제 거의 다 끝나갑니다.

뭐 정말 아무것도 없는 평이한 내용이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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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3 22.03.09 527 15 10쪽
142 증명해 봐 +3 22.03.09 558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6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3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138 어딜 가 +4 22.01.15 995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9 30 13쪽
136 니들... 미쳤냐 +3 22.01.09 1,040 32 11쪽
135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2 29 10쪽
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5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7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2 31 10쪽
131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2 21.12.27 1,329 33 11쪽
»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2 21.12.25 1,347 36 11쪽
129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건데 +3 21.12.25 1,293 33 15쪽
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8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7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6 30 9쪽
125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40 38 10쪽
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9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1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6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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