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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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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27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2.01.04 08:24
조회
1,134
추천
33
글자
9쪽

해주시겠어요

DUMMY

“저기가 남작성이에요.”

“...성이네...”


벨로시아의 규모에 비해 매우 작은 영지인 사이먼 남작령. 그러나 성의 크기는 벨로시아의 세배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규모의 그것이 매우 아름답게 꾸며져 넓은 평원 위에 웅장하게 서 있었다.


“사이먼 영지도 생각보다 부자...? 음...”


괜히 입을 열어 어색해지는 분위기를 카밀레아가 걷어버린다.


“제가 부자는 맞죠. 벨로시아 상단의 주인이 바로 저라는 것을 잊었어요?”

“아... 그러네요. 용돈이라도 잘 받으려면 지금 제가 아부를 해야 하는거죠?”

“흥! 잘 알고 있네요. 자! 해봐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착하고 총명하신 카밀레아 상단주니임~”


헤리오스가 전생의 기억까지 끄집어와 손바닥까지 비비면서 니글니글한 목소리로 말을 하자


“음...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어요. 용돈을 반으로 줄여야 겠어요.”

“헉! 이럴수가! 최선을 다했는데!”

“호호호! 예쁘고 착하고 총명한 것은 맞지만 가장 부유하다는 말은 빠졌잖아요?”

“젠장! 거의 다 맞췄는데...”


성에 가까워질수록 긴장으로 몸이 굳어지는 카밀레아를 위해 헤리오스가 유치한 장난을 쳐주었고, 카밀레아는 그 마음을 알고는 그에 어울려주며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아... 진짜 너무 티내시는거 아닌가?”


마부석에서 제이크가 투덜거리고, 키사는 침묵을 지켰다.


덜컥!


마차의 덧창이 열리며 헤리오스가 소리쳤다.


“억울해? 그럼 너도 출세해서 공작 해! 그럼 이런 마차타고 꽁냥거리는 거 욕하는 놈 뒤통수에 칼을 던져도 괜찮아!”

“네?”


놀람과 동시에 제이크가 얼른 마부석에 앉은 채로 머리를 급히 숙여 무릎에 닿게 했고, 그 위로 아슬아슬하게 단검하나가 휙 날아갔다.


“이야... 제이크 많이 컸다! 이렇게해도 죽지를 않네? 응?”

“죄송합니다. 하시던 거 마저 하시면서...”


속 좁은 헤리오스가 노려보고 있는데 마차 안에서 카밀레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랜다.


“참으세요. 이런 일로 화를 내면 피부에도 안좋고... 음... 남자로서도 좋지 않아요.”

“그래도 모처럼의 분위기를...”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카밀레아 역시 헤리오스의 부인이 될 여자.

그러니 헤리오스 역시 카밀레아의 말을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끙... 카밀레아가 너의 생명이 은인이라는 것만 기억해라.”


이를 부득가는 헤리오스.


“감사합니다. 부인.”

“호호호. 괜찮아요.”

“아닙니다. 정말 부인이 아니었다면...”

“정말 괜찮다니까요. 저도 사실 살짝 삐진 상태거든요.”

“네?”

“우리 제이크 경의 주급을 좀 깎아야 할지도...”


울상이 된 제이크가 카밀레아에게 사죄를 하는 등 어수선해진 분위기가 되었지만 긴장이 풀린 카밀레아의 머리는 무섭게 돌고 있었다.


“이제 성 안으로 들어서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 결정했어요?”

“네. 이제 겨우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독? 아니면... 돈으로?”

“우선 겁을 줘야지요.”


키사는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덧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음에 안드는 녀석들에게 칼침을 놓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제이크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지만, 덧창을 활짝 연 카밀레아는 싱긋 웃으며 키사를 보고 말했다.


“해주시겠어요?”

“기꺼이...”


키사와 카밀레아의 대화에 제이크가 혼란스러워하며 마차를 몰아 성 안으로 들어갔다.


“착한 키사가 물들었어...”


전혀 안 착했다.


사이먼 남작성 안의 고용인들 상당수가 들어온 마차의 주인을 향해 문 밖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지만 얼굴에서 껄끄러움과 두려움을 벗겨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헤리오스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에서 내린 카밀레아는 조금 전 헤리오스와 함께 웃던 모습을 지우고 도도하고 냉랭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자 안에서 얼마 후 멀끔한 차림의 남자가 나와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아가씨.”

“...”

“저 집사 칼튼입니다. 제 얼굴을 잊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여전히 능글능글 웃는 남자의 인사에도 카밀레아는 말없이 쳐다만 보았다.


“저... 아가씨. 이제 들어가셔서...”

“키사.”


카밀레아의 부름에 키사는 말없이 검을 뽑아 그대로 남자의 목을 베었다.


툭.


비명도 없었다. 남자의 몸을 정중한 자세 그대로 서 있었고, 머리만 땅에 떨어졌다.

곧이어 혈압으로 인해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올라왔고, 남자의 몸도 바로 허물어졌다.


“끼아아아!”

“으허헉!”


주변의 고용인들이 모두 놀라 비명과 헛숨을 들이켰지만 카밀레아는 느긋하게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


“제이크. 키사.”

“네.”

“말씀하십시오.”


카밀레아는 문 안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성 안에서 바쁜 척 하는 놈들은 다 목을 잘라주세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두 사람이 검을 뽑아들고 성 안으로 들어가자 성 안에 남아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막으려고 했지만 제이크와 키사를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안에서 비명소리와 무언가 구르는 소리, 부서지는 소리같은 부정적인 소음이 이어졌고, 얼마 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카밀레아 앞에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영지 내에 다른 누군가를 등에 업고 카밀레아를 밀어내려고 했던 성 안의 사람들은 남다른 무력을 뽐내는 두 사람에게 그 의지가 꺾이고 비굴하고 구차하게 삶을 구걸했다.


“너희들은 내가 이 성을 나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알고는 있겠지?”

“아...알고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카밀레아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아니 과할 정도로 호응하며 대답하는 이들에게 그녀는 냉정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너희의 목숨값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볼까?”


사이먼 남작은 무능한 사람은 아니었다. 똑똑하였고, 냉정했으며, 효율을 극도로 중시했다.

그의 영지에 고용된 이들은 낮은 급여와 강도 높은 업무량에 항상 허덕이고, 영지민들은 먹고 살 만큼의 식량을 제외한 수확량에 비해 상당히 많은 양의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


사이먼 남작이 전쟁터로 나가고 고용인들은 영주의 재산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세금은 더욱 가혹하게 거두어졌다.

이는 상단을 운영하는 카밀레아(특히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영지이기에 더욱 신경을 썼다)가 싫어도 알게 될 정도로 그 정도가 심했으니...

다시 영지의 주인이 사이먼의 피를 이은 이가 온다면 성 안의 고용인들은 피곤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 전에 영주의 재산을 착복하고 빼돌린 죄부터 물어 죽임을 당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그들은 사이먼 남작가의 외가쪽의 피를 찾아 영지에 초대를 하였다. 초대를 받은 이는 영지 동남부의 벤슨 남작가의 방계 중 하나였다.


“커억...”


제이크에게 몇 대 얻어맞고 질질 끌려나와 카밀레아 앞에 무릎 꿇려진 못보던 얼굴의 귀족이 바로 그 벤슨 남작가의 방계.


“네...네가 감히...!”

“넌 누구니?”


다짜고짜 사람을 시켜 패고 누구냐고 묻다니? 누군지도 모르고 사람을 팬건가?“


“난 벤슨 남작가의 사남 디아페르 벤슨이다! 귀족에게 이런 모욕과 폭력을...!”

“그럼 네 집에 있지 왜 여기에 있는거니?”

“추방당한 년이...! 당연히 내가 영주가...!”


퍼억!


키사가 검집으로 디아페르 벤슨이라고 이름을 밝힌 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으헉!”

“감히...! 부인께 무례라니...”


냉정한 얼굴의 카밀레아에게 헤리오스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이런 쓰레기들은 모두 감옥에 넣고 잠시 쉬었다가 청소를 하면 어떨까요?”

“...그래요.”


제이크와 키사가 검을 뽑아들고 사람들을 감옥으로 데리고 갔다. 도중에 반항하는 이는 경고도 없이 베어버렸고, 도망치는 이 역시 잡지 않고 베어서 죽이니 단 두명에게 영지의 고용인들은 모두 감옥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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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그럼 돌아가지 뭐 +3 22.03.17 457 15 13쪽
147 아주 좋은 생각이야 +3 22.03.17 428 16 11쪽
146 그 역시 행하지 않았으면 한다 +3 22.03.14 498 18 10쪽
145 전쟁은 돈지랄이야 +3 22.03.12 562 16 15쪽
144 남기면 평생을 먹게 될지도 몰라 +3 22.03.09 587 18 11쪽
143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3 22.03.09 526 15 10쪽
142 증명해 봐 +3 22.03.09 558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5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3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138 어딜 가 +4 22.01.15 994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9 30 13쪽
136 니들... 미쳤냐 +3 22.01.09 1,040 32 11쪽
135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2 29 10쪽
»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5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7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1 31 10쪽
131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2 21.12.27 1,329 33 11쪽
130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2 21.12.25 1,346 36 11쪽
129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건데 +3 21.12.25 1,292 33 15쪽
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7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7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5 30 9쪽
125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40 38 10쪽
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9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1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6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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