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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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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22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11.28 19:41
조회
1,688
추천
41
글자
10쪽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DUMMY

“흐음... 그래? 좀 다르긴 하네.”

“어쩔까요?”

“음... 오늘 밤에 간만 보고 철수하자. 아무래도 제대로 된 놈이 군을 지휘하는 것 같은데...”


이전 중부군만 왔을 때는 이런 대응을 하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바뀌었다면 서부의 인물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이 누구일까?”

“오늘 밤 확실히 밀어버리겠습니다.”


키사가 뭐가 분한지 이를 갈며 말을 하자


“아니. 오늘 밤에 간만 보고 오라니까. 절대 맘 먹고 패면 안된다. 정말. 알았지?”

“...공자님. 또 무슨 나쁜 짓을 꾸미시는 겁니까?”

“나쁜 짓이라니! 이게 다 서로 좋자고 하는 일인데!”

“...그렇게 믿겠습니다.”


키사가 경의를 표하고 나가자 헤리오스가 투덜댔다.


“제이크를 너무 부려먹고 있나? 쯧...”


* * *


슬로안 후작의 세력을 중심으로 한 본진과 쟈이네크 후작의 세력을 중심으로 한 우익, 중부의 귀족들을 모아 좌익을 세우고, 서부의 세력을 모아 전위를 세우는 것으로 병력을 배치하고, 기동성과 파괴력을 위해 기마술에 능한 기사들만 따로 추려 1200명의 기사가 후위에서 틈을 노린다.


그리고 남은 1500에 가까운 기사들이 병사들 사이에서 지휘를 하며, 적의 강력한 공격에 대비하는 것으로 하고 전투 진형을 유지한 채 야영에 들어갔다.


- 두두두두두!


늦은 밤 땅을 울리는 말 발굽 소리에 기사들이 소리치고 달려다녔다.


“궁수들! 당장 궁수들 일어나서 나와!”


소리에 예민한 병사들이 한 방향을 손가락을 가리키자 궁수들이 활 시위를 재고 있다가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피피피피피픽!


무수히 날아가는 화살들. 다만 아쉽게도 적들의 기병은 미친 듯이 달려오다가 멈추어 서버린다.


푸푸푸푸푹!


땅에 박히는 화살들을 묘한 눈으로 가만히 쳐다보는 기병들의 선두에 선 이는 고개를 슬슬 흔든다.


“내가 모시는 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 수가 없군.”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여자의 것이었다.


“공자님께서 간보고 오라고 하시니 여기 애들 화살을 얼마나 멀리 쏘는지 알아보고 간다. 따라와라!”


화살이 날아오는 경계를 지키며 키사는 기병들을 데리고 적들의 병을 주위를 돌며 가끔 씩 화살을 쏘아 적들의 방패에 꽂아주었다.


“간다!”


참지 못하고 나온 것인지 동부의 기병들이 타고 온 말이 지키기를 바라고 있다가 출동한 것인지 귀족 연합의 기사들이 말을 달리며 쫓아온다.


“자... 돌아간다!”


키사의 명령에 기병들은 말머리를 돌려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하는 척 하면서 한참을 군영을 돌며 달려 다니던 동부의 말들의 체력이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귀족 연합의 기사들보다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뒤에 기사들이 따라 붙었습니다.”


뒤를 돌아본 키사는 피식 웃었다.


“그래. 그냥 가기는 좀 섭섭했지.”


뒤를 따라오는 기병들의 모습을 보니 아직까지 싸우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자! 연습한대로 한다! 모두 후면 사격 준비!”


그러자 말을 달리던 기병들이 등 뒤의 활을 꺼내 들고 화살을 먹인 채 몸을 뒤로 틀어 따라오는 적 기사들을 겨눈다.


“준비된 병사부터 발사! 이후 자유 발사!”


슈슈슈슈슉!


뒤에서 따라오던 기사단은 각궁의 강력한 장력에서 오는 화살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푸푸푹!


“크어억!”

“화살이야!”

“미친! 말 위에서...!”


물론 말을 타고 뒤를 돌아 화살을 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지라 명중률은 사정없이 낮았지만 기사들이 바짝 쫓아오지 못하게 할 정도로는 충분했다.

이어지는 화살의 공격에 결국 기사단은 쫓기를 포기하고 멈추고 말았다.

쓰러지는 말들과 기사들의 시체로 대열도 무너졌고, 진로의 방해로 달리는 것도 쉽지 않았기에 내려진 판단이었다.


“훠~이잇!”

“끼이이하!”


여전히 괴상한 함성과 함께 말을 달리는 동부의 기병들은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고, 분함을 참지 못하고 기사들은 욕을 내뱉거나 바닥에 침을 뱉는 등의 행동을 했지만 그 뿐이었다.


* * *


“과연! 저들이 야습을 하는 것을 예상하다니 놀랍군.”


슬로안 후작은 사이먼 남작의 예측에 매우 흡족해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쟈이네크 후작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해 했다.

물론 이런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귀족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인 도미니크 남작이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하지만 사이먼 남작의 여동생이 벨로시아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경계를 해야 합니다.”


그 말에 사이먼 남작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그를 칭찬하던 슬로안 남작의 표정도 굳어졌다.


“도미니크 남작. 자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쟈이네크 후작이 그런 도미니크 후작을 보고 짜증을 냈다.


“흠...! 죄송합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자네가 말하는 그 여동생의 이름이 카밀레아라는 것은 왕국의 모두가 알고 있고, 또 상인으로도 벨로시아의 외교담당으로도 활약을 하는 인재다. 만약 우리가 동부를 점령하여 인재를 쓰려고 한다면 자네의 영지에 있는 누구보다 먼저 얻어야 할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자네의 역량을 부끄러워하지는 못하고... 쯧!”


야습을 별다른 피해없이 막아낸 좋은 분위기가 서먹해지자 귀족들은 각자 자신들의 천막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날이 샜다.


* * *


“놀랍군요.”

“나 역시도 놀랍기 그지 없군.”

“하! 세상에... 이런 곳에 군영이 있다니... 이건... 정말...”


호위기사 몇 명과 함께 헤리오스를 찾아 산맥 사이에 난 협곡으로 들어오다가 포로로 잡혀 죄인처럼 끌려온 두 명의 왕자와 그런 왕자들을 보고 황당한 듯이 쳐다보는 헤리오스.


“아니... 이 밤에 여기를 찾아 오시다니... 좀 위험했던 것 아시죠?”

“이런 곳에 오우거 같은 것들만 아니라면 크게 위험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일왕자의 대답에 헤리오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도 지금 영지는 전쟁 중입니다. 위험했습니다. 낮에 오시던가...”


여전히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한 헤리오스가 나무라듯 말하자 이왕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선 이 밧줄부터 풀고 얘기하면 안될까?”

“어라? 병사!”


다시 동그랗게 눈을 뜨고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한 헤리오스가 병사들을 불러 왕자들의 밧줄을 풀게 했다.


어느 덧 간단히 차려진 식사가 천막 안에 차려졌고, 왕자들은 술과 음식을 먹으며 그 맛을 칭찬했다.

한동안 음식만을 먹던 두 왕자가 술잔을 내려놓고는 진지해진 얼굴로 헤리오스에게 말을 건냈다.


“정말 결혼을 하기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이 맞는 거냐?”

“뭐... 일단은 그런 셈이죠.”


그 대답에 이왕자는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일왕자는 내려놓았던 술잔을 다시 들어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제가 이 왕국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느낀 것이 있다면 이런 봉건적 체제가 어떻게 천년이 넘게 유지가 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점이고, 이대로라면 어차피 왕국의 운명은 뻔하다는 거였죠.”

“왕국을 걱정할 사람은 아니겠고... 이 왕국이 만만해보였나?”


일왕자의 물음에 헤리오스가 빙그레 웃는다.


“저라면 귀족들을 싹 다 없애버리고 저 혼자 통치하려고 마음 먹죠.”

“그럼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냐?”


이 대답에 헤리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식사는 입에 맞으셨는지요?”


말을 돌리는 헤리오스의 모습에 두 왕자는 자리에 앉아 대답을 하라는 듯이 쳐다보았다.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지금은 전쟁이 시작되었고, 저는 저들을 죽이고 제압하여 다시는 저에게 덤비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저들을 이길 자신은 있고?”

“최소한 지지 않을 자신은 있지요.”


그 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님. 야습의 결과를 보고드리러 왔습니다.”

“응. 들어와.”


안으로 들어온 키사는 두 왕자를 향해 경의를 표하고는 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이는 왕족에게 매우 무례한 행위였지만 지금은 왕실의 힘이 없어 귀족들에게 치이고 현재는 벨로시아로 도망을 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뭐라고 하지 못하고 쓰게 웃을 뿐이었다.


“공자님의 말씀대로 살짝 간을 보려고 했습니다. 적의 대비는 철저했고, 방어 진형이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호오...!”


둘의 대화를 듣던 일왕자가 말했다.


“사이먼 경이겠군.”

“사이먼 경이요?”

“그래. 자네가 맞이하려는 여인의 오라비인데 모르나?”

“흠... 이거 처남을 암살할 수도 없고...”


그 말에 키사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펴졌고, 두 왕자는 펄쩍 뛰었다.


“비겁하게 암살이라니! 어찌 그런...!”

“네? 비겁이라니요? 전쟁입니다. 내가 죽느냐 저들을 죽이느냐 둘 중 하나의 결과만 있는 이 곳에서 비겁을 따지고 그러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입니다.”

“하지만 암살은 명예롭지 못한 일이다!”


이왕자의 말에 헤리오스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아니 동부에 영지 세 개를 어떻게 하겠다고 왕국에서 열 개가 넘는 영지가 힘을 합쳐 공격해오는 것은 명예로운 일입니까? 또 아들들에게 밀려 그간 나무 위에 참새보듯이 하던 영지로 피난을 오는 사람은 명예로운 겁니까?”

“뭐?”

“지금... 그 말은...”


어깨를 으쓱한 헤리오스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했다.


“아...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왕께서 우리 영지에서 오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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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전쟁은 돈지랄이야 +3 22.03.12 562 16 15쪽
144 남기면 평생을 먹게 될지도 몰라 +3 22.03.09 587 18 11쪽
143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3 22.03.09 526 15 10쪽
142 증명해 봐 +3 22.03.09 557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5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3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138 어딜 가 +4 22.01.15 994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8 30 13쪽
136 니들... 미쳤냐 +3 22.01.09 1,040 32 11쪽
135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2 29 10쪽
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4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7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1 31 10쪽
131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2 21.12.27 1,328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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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건데 +3 21.12.25 1,292 33 15쪽
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7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7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5 30 9쪽
125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40 38 10쪽
»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9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1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5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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