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13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2.01.09 18:05
조회
1,039
추천
32
글자
11쪽

니들... 미쳤냐

DUMMY

집무실에 앉아 있는 카밀레아는 여러 보고서와 장부를 보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죽은 자신의 오빠인 사이먼 남작이 있을 때는 그래도 덜 했지만 전쟁을 나가자 마자 온갖 비리와 횡령이 가득해졌다.

특히 세금의 징수는 더욱 가혹해졌지만 거둬들인 수익은 예전의 절반도 되지 않으니 그 분노는 더욱 컸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봉급은 더욱 늘려 받아가다니...!”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기를 반복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날카로운 목소리에 문이 열리며 헤리오스가 웃는 얼굴로 들어왔다.


“왜 이렇게 화가 나셨을까요?”

“우... 세상에 이 놈들이...”


카밀레아는 자신이 확인한 영지의 상태에 대해 헤리오스에게 고자질하듯이 한참을 떠들어댔고, 그런 그녀를 보며 헤리오스는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휴... 아, 시원하다.”

“이제 좀 풀렸어요?”

“네. 덕분에요.”

“어떻게 할까요?”


헤리오스의 물음에 카밀레아는 눈을 흘리며 툭하고 말한다.


“제가 영주가 되도 어차피 이 땅은 저의 남편이 다스릴텐데요. 뭐... 저야 다 잡아들여서 혼을 내주었으면 좋겠지만요.”

“남자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지요.”

“어머~ 그럼 저의 소원은 오늘 밤...”

“어험! 어험! 저는 넘어온 기사들과 병사들을 이끌고 귀족들의 재산을 몰수...”

“어라라? 아직 시간은 많아요. 빨리 따라와봐요.”


헤리오스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카밀레아는 근처에 있는 쇼파로 가 헤리오스를 뒤로 넘어뜨리며 그 위로 포게어졌다.


“아니... 여기는 집무실...”

“결혼은 공주님이 먼저하시고, 정실부인도 공주님이 가져가시고... 하나라도 제가 먼저 갖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살짝 붉어진 얼굴의 카밀레아의 눈에는 작은 이슬이 맺혀있다.

아마도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매우 용기를 내고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과 수줍음을 억지로 눌렀으리라...

어깨를 잡고 밀어내려던 헤리오스가 그녀의 어깨를 당겨 끌어 안았다.

이윽고 둘의 시선이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곳까지 닿았고, 코에서 나오는 숨결이 둘의 목과 가슴에 느껴질 정도로 거칠어졌다.

카밀레아의 눈이 천천히 감기고 은은하게 달콤한 향이 나는 그녀의 입술이 다가와 헤리오스의 입술에 닿았을 때 헤리오스 역시 그녀의 어깨와 허리를 감싸안고 힘을 주어 안았다.

그의 억센 팔이 그녀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감싸 안았지만 그녀는 답답함보다 안정감을 느끼며 더욱 그의 입술에 그녀의 입술을 비비며


- 똑똑똑.


순간 노크 소리가 들리며 키사가 문 밖에서 말했다.


“공작님. 부인. 지금 밖에 벤슨 남작가의 기사들이 와있습니다.”


후다닥.

우당탕.


쇼파에 앉은 카밀레아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은 헤리오스가 외쳤다.


“들어 와.”


헤리오스의 말에 키사가 들어왔다가 카밀레아의 상기된 얼굴과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의 헤리오스를 보고 속으로 탄식했다.


‘아... 상황이 좋게 풀리지는 않겠구나...’


“뭐야?”


퉁명스러운 헤리오스의 물음에 키사가 대답했다.


“현재 성의 지하에 억류되어 있는 디아페르 벤슨의 안전을 보장하고, 벤슨 영지로 돌려보낼 것과 사과와 함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서찰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 벤슨...”


헤리오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주먹을 꽉 주고 부들거리고 있었고, 카밀레아는 조용히 탁자에 있던 식은 찻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댄체 마시지는 않고 이를 뽀득 갈았다.


“부인~”


싱긋 웃으며 카밀레아를 쳐다본 헤리오스.


“...네.”


방해받은 불쾌함과 매우 야한 자세로 입맞춤을 하던 기억이 섞여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하는 카밀레아에게 헤리오스가 물었다.


“다... 목을 벨까요?”

“네?”

“에이... 너무 화가 났군요. 어차피 다 버리는 패 같으니까요.”


잠시 생각을 하던 카밀레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쓸모가 있을 지도 몰라요.”

“부인께서 원하신다면...”

“하지만...”


키사에게 지시를 내리려던 헤리오스는 카밀레아의 마지막을 끄는 말에 잠시 행동을 멈추고 카밀레아를 바라보았다.


“그 기사놈들은 절대...! 절대로 돌려보내지 마세요. 꼭이요.”

“그럼요! 그들은 반드시 그들의 돌아가신 7대조 할아버지를 만나서 예절교육을 받게 될 것이에요.”


다시 주먹을 불끈 쥔 헤리오스가 키사에게 눈짓을 하고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내가 왜...! 하아... 어떻게 하지? 아... 날 가벼운 여자라고 생각할까? 그래도 느낌은 좋았는데... 꺄아! 그래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하아... 망할 새끼들...”


혼자 머리를 흔들며 자책과 수줍음과 원망의 감정을 한꺼번에 내비치는 카밀레아와 달리 굳어진 얼굴의 헤리오스는 키사의 안내를 받으며 벤슨 남작가에서 보냈다는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내성문을 지난 있는 홀.

네 명의 기사가 오만하게 서서 주위를 내려보고 있었다.


그들 앞으로 걸어간 헤리오스가 말했다.


“헤리오스 레크 벨로시아다.”


그러나 그들은 살짝 고개만 숙일 뿐 따로 입을 열지는 않았다.


“하아...”


결국 땅바닥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고는 헤리오스가 키사에게 말했다.


“저리 가 있어.”

“공작님.”

“나 눈돌아가면 좋은 꼴 못된다. 비켜라.”


그 말에 키사는 얼른 뒤로 물러났고, 키사가 물러나는 것을 본 주위의 시종, 시녀들도 눈치껏 뒤로 물러났다.

물론 호리호리하고 곱게 생긴 헤리오스를 비웃는 얼굴로 쳐다보는 벤슨 남작령의 기사 네 명은 여전히 오만하게 헤리오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니들... 미쳤냐?”


헤리오스가 그 중에서 가장 직책이 높아보이는 기사에게 물었다.


“우리는 우리 영지의 사공자의 송환을 이야기 했고, 그것을 거절하면 그만한 댓가를 치를 것이오.”

“그래서 지금 벨로시아 영주를 무시해?”

“우리는 분명 경의를 표했소.”

“이 새끼 봐라...”


그리고 헤리오스의 주먹이 날아가 기사의 안면을 가격했다.

기사는 말만 많은 귀족가의 어린 녀석들이 날리는 주먹을 많이 맞아 봤다. 정확히는 벤슨 남작가의 4명의 개차반들의 주먹을 많이 맞아보았다.

비록 수치스럽지만 그저 따끔한 정도일 뿐이었다.

이번에는 그 앞에 있는 사람이 벤슨 남작가의 망나니들이 아니라 벨로시아의 멍청이 일 뿐이었다.


쾅!


맞는 순간 그 기사의 의식이 끊어졌고,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끝이었다.


우당탕.


헤리오스의 주먹에 맞은 기사가 저만치 날아가 굴러서 바닥에 대짜로 뻗어버린다.


“어...? 어?”

“이게...뭐야?”


맞지 않는 세 명의 기사들의 입에서는 당혹감이 잔뜩 베인 말이, 맞는 한 명의 입에는 피가 섞인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이 고블린을 어미로 둔 새끼들! 너의 평생 식단을 내가 오늘 정해주마! 바로...”


당황한 기사 하나가 검을 뽑아들었고, 앞으로 몸을 박찬 헤리오스가 검을 뽑은 기사를 향해 돌진하였다.

그러자 본능적으로 헤리오스에게 검을 휘둘렀지만 살짝 몸을 비튼 헤리오스가 그대로 진각을 밟으며 배에 장을 날렸다.


“...제사밥이다.”


콰앙!


황궁 위사들이 쓰는 장법 중 하나는 ‘황룡포효(黃龍咆哮)’는 장법이 적중될 때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소리와 같이 큰 격타음과 진각음이 어우러져 주위에 있는 적들에게 위압감을 심어준다.


헤리오스의 오른손에 적중 된 기사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훌쩍 날아가 내성 문 앞에 쓰러졌고,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지만 더 이상 움직임은 없었다.


“돌라스!”


기사 중 하나가 소리쳤다.


“공작을 암살하려고 한 저 새끼가 돌라스구나. 너희들은 목숨이 다할 때 자기 소개를 하는군. 그런데 난 너희들 모두의 이름을 알고 싶다.”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이야기.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


손에 검도 들고 있지 않지만 이제 둘만 남은 벤슨 남작령의 기사들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묘한 느낌을 받으며 덜덜 떨리는 다리를 애써 힘주어 버티고는 검을 뽑아들었다.


“어차피 너희들 죽던 죽지 않던 영지전은 열릴 거야. 그리고 비밀을 말해줄게. 그 영지전에서 내가 가장 앞에 서서 검을 휘둘러줄거야.”


말을 마친 헤리오스가 오른손을 옆으로 뻗자 벽에 걸려있는 검 하나가 날아와 헤리오스의 손에 잡혔다.


“어?”

“...마법?”


그런 그들을 보며 헤리오스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그걸 알아서 뭐하게? 어차피 누구에게 말할 기회도 없을텐데.”


말을 마친 순간 헤리오스가 사라졌다.


“어디?”


당황한 둘은 동시에 검을 뽑아들고 서로 등을 맞댄 채 주위를 훑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헤리오스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순간


스억!

사악!


갑자기 나타난 헤리오스가 그들의 허벅지를 횡으로 그어버렸다.


“으아악!”

“끄악!”


바닥에 쓰러진 두 기사의 다리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와 바닥을 붉에 적셨다.


“벨로시아의 영주를 무시하라고 벤슨 남작가에서 시키던? 응?”


다시 검을 휘둘러 두 사람의 손목을 잘라낸다.


“으아아아악!”

“아악! 아악! 아악!”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둘은 비명을 질러댔지만 헤리오스의 내공이 실린 목소리를 덮지는 못했다.


“내가 약속하지. 너희들과 관계된 년놈들 모두 곁으로 최대한 고통스럽게 보내주겠다.”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며 둘의 입술이 퍼렇게 변해갔고,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로 인해 몸이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살...살려...”

“아...안돼... 시키는...대로...”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그렇게 움직임을 멈추었고, 주위에서 지켜보던 시종과 시녀들은 숨도 쉬지 못한 채 헤리오스와 그 손에 들린 검을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쳐다보고만 있었다.


피식.


이런 이들을 보자 그저 웃음이 나왔다.

벨로시아에는 이런 시체를 보는 것은 일상이다. 오크에게 죽은 병사, 트롤에게 목을 물어뜯기 시체, 오우거에게 찢져긴 시체, 고블린의 단검에 여기저기 찔려 걸레가 된 시체.

그런 곳에서 지내는 영지민들도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다 죽은 이도 있다.


“이런 걸로 이런 모습이라니... 쯧...”


키사가 다가와 헤리오스가 들고 있는 검을 받으며, 지하에 갇힌 벤슨 남작의 사남에게 안내를 하였고, 둘이 사라지자 시종과 시녀들이 시체를 치우고 청소를 시작했다.

그런데...


벌떡!


죽은 줄 알았던 기사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황급히 몸을 일으켜 문을 박차고 나가더니 말을 타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갔다.

처음 헤리오스에게 얼굴을 맞았던 기사였다.


작가의말

음... 요새 쌓인게 많아 주인공을 좀 난폭하게 만들었네요

다음에는...

음... 뭐 생각해보니 쥔공은 나쁜 쉐이잖아요?

그러니 그냥 이대로... 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9 피곤 때문이라고 해두지 +3 22.03.20 530 18 11쪽
148 그럼 돌아가지 뭐 +3 22.03.17 456 15 13쪽
147 아주 좋은 생각이야 +3 22.03.17 428 16 11쪽
146 그 역시 행하지 않았으면 한다 +3 22.03.14 498 18 10쪽
145 전쟁은 돈지랄이야 +3 22.03.12 561 16 15쪽
144 남기면 평생을 먹게 될지도 몰라 +3 22.03.09 587 18 11쪽
143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3 22.03.09 526 15 10쪽
142 증명해 봐 +3 22.03.09 557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5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2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138 어딜 가 +4 22.01.15 994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8 30 13쪽
» 니들... 미쳤냐 +3 22.01.09 1,040 32 11쪽
135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2 29 10쪽
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4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7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1 31 10쪽
131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2 21.12.27 1,328 33 11쪽
130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2 21.12.25 1,346 36 11쪽
129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건데 +3 21.12.25 1,292 33 15쪽
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7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6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5 30 9쪽
125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39 38 10쪽
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8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0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5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