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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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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2.01.29 18:33
조회
842
추천
26
글자
11쪽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DUMMY

라이비아 공주의 방으로 들어가니 시뻘겋게 변한 얼굴의 카밀레아가 불퉁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투덜거리고 있었고, 맞은 편에 있는 방 주인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눈물까지 훔치며 깔깔대고 있었다.


“흥! 입장을 바꿔보라고! 첫날 밤에 시종장이 밖에서 급하게 불러서 나가니까 어줍잖은 귀족하나가 선물이라고 어디 이상한 컵 하나 보내고 되게 으스대고 있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깔깔깔깔!”


마구 웃고 있는 라이비아 공주가 겨우 진정하며 말했다.


“그래서 결국은 어떻게 됐어?”


둘은 헤리오스가 온 것도 모르는 지 여전히 둘만 이야기 하고 있었고, 그런 그들에게 다가가며 헤리오스가 말을 한다.


“사이먼 남작께서는 여전히 순결한 몸으로 하늘에 계시는 여신 만큼이나 고결해지고 있는 중이지요.”

“어머?”

“어?”

“세 번 노크를 했는데 안에서 웃음소리만 들려 그냥 들어 와봤습니다.”


장난기가 가득한 두 여자를 진정시킨 헤리오스가 말했다.


“이제 슬슬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해야 할 때입니다.”

“걸려든 곳이 있군요.”

“있네요. 상단에서 한 곳, 칙령으로 한 곳.”

“알겠어요.”

“어디죠?”


라이비아의 대답과 함께 카밀레아의 물음.


“칙령은 할리 남작. 상단은 아이젠 자작.”


두 곳 모두 국왕령과, 사이먼 남작령, 동부 연합의 영토와는 떨어진 곳. 그래서인지 두 곳은 당당하게 국왕의 계승식 참석을 거부하였고, 그 의사를 당당하게 밝혔다.


* * *


천년도 더 전에 이 땅에는 각 지역마다 출중한 무예를 뽐내는 영웅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그 땅의 주인이 되어 영토의 곳곳에 머물고 있는 괴물들과 싸웠었다.

그 중에는 고블린도 있었고, 오우거, 트롤 같은 커다란 몸집의 괴물들도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역사에 무지하거나 인간이 아닌 경우다.

바로 오우거와 트롤, 고블린의 주식이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개체의 수는 많지 않았다. 각기 영역을 확보하고 침범하는 경쟁자는 동족이라도 아니 혈족이라도 죽여 없애버리는 것이 그들이었으니까.

그 틈이라도 있었기에 인간들은 살 수 있었고, 겨우겨우 나름의 문명을 만들고 세력을 만들고 무기를 만들어 인간만의 세상을 이루려고 마음 먹었다.


“싸우는 거다! 우리를 위협하는 저 괴물들을 모두 죽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남쪽에서 들고 일어난 세이르멘, 슬로안, 쟈이네크. 먼 산지와 숲을 맞대고 있는 벨로시아. 그 외의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괴물들과의 전투가 시작되었고, 그 싸움은 100년 동안 이어졌다.


인간도 괴물도 살기 위해 처절하게 싸웠고, 결국 인간들은 괴물들을 동쪽으로 또 동쪽으로 밀었고, 남쪽에서도 북쪽으로 밀어붙이니 결국 괴물들은 동북부 지역으로 몰렸다.

무수히 많은 피가 흘렀고, 인간이 사는 대부분의 지역은 안정이 되었지만 동북의 숲으로 들어간 괴물들까지 모두 찾아내 죽이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인간들은 숲 안에 숨은 괴물들이 오지 않도록 벨로시아가 이끄는 사람들에게 식량과 무기를 지원을 해주었고, 이런 방식을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이가 세이르멘이었다.


먼 곳으로 떠난 괴물들과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던 각 땅의 주인들 대부분은 세이르멘을 대표로 추대하여 벨로시아에게 그 짐을 넘겼고, 벨로시아는 인간들의 영토 곳곳에서 오는 지원을 받아 끝없이 괴물들과 싸웠다.

그리고 서쪽에서 나타난 새로운 종족. 오크들로 인해 벨로시아는 항상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영지가 되었고, 벨로시아에게 모든 짐을 넘긴 각 지역의 영웅들은 자신들의 고향에 세력을 만들고, 세이르멘에게 벨로시아의 모든 원망을 넘기는 대가로 그를 왕으로 추대하여 왕국을 건설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왕의 자리란 어떤 힘이나 권위가 있어서가 아닌 귀족들의 이익에 의해 욕받이가 되고 마지막까지 싸우는 이들의 원망을 받는 이를 선출한 것에 불과했다.

이런 왕의 자리를 원하는 영주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뭐? 왕의 칙령이니 길을 열으라고?”


에스워프 자작은 군대를 이끌고 자작령을 지나는 헤리오스를 막아서며 화를 내었고, 헤리오스는 왕의 칙령을 받아 할리 남작령으로 가는 길이니 비키라고 요구했다.


“그러니까 이제 아무 것도 아닌 허울만 좋은 그 왕이 우리 땅을 무단으로 침범하여 북쪽의 할리 남작령으로 가라는 말을 분명히 했단 말이지?”

“...하... 시발...”


에스워프 자작의 극한 반발에 헤리오스가 말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나오며 바닥에 침을 탁 뱉는다.


“너... 미쳤냐?”

“뭐...뭣이...?”


헤리오스의 경박한 태도와 말투에 당황하는 에스워프 자작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헤리오스가 허리에 손을 얹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입을 열었다.


“너 죽다 살아난 것이 얼마나 됐다고 지금 내 앞에 서서 그렇게 당당하지?”

“...”

“지금 죽을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스워프 자작의 뒤에 서 있던 기사 세 명이 비명도 없이 그대로 쓰러진다.


“새꺄! 왕이 말했고, 벨로시아의 공작인 내가 지금 움직이잖아! 지금 세이르멘하고 벨로시아를 한 번에 무시하고서 여기서 성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맞냐?”


헤리오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섯의 기사가 또 다시 쓰러지며 말에서 떨어진다.


“어...! 어...?”


헤리오스와 뒤쪽에 쓰러져 있는 기사를 번갈아보는 에스워프 자작의 얼굴에 다급함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대답...”


다시 다섯의 기사가 쓰러졌다.


그러자 에스워프 자작령의 기사들이 자신들의 주인인 에스워프 자작을 그대로 두고 슬슬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대답!”


헤리오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이번에는 무려 아홉의 기사가 우르르 말에서 떨어져 쓰러졌다.


“아... 아니...! 난... 다만...!”

“대답!”


또다시 기사들이 말에서 우르르 떨어지자 이제 남은 250의 기사들이 저만치 말을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 아니... 네 놈들...! 아니... 저...”


혼자 말 위에서 헤리오스와 대치하고 있는 에스워프 자작에게 헤리오스가 나직히 말을 한다.


“야! 내려!”


올려다 보는 것이 아니꼽다는 듯이 삐딱하게 기울어진 얼굴에 인상을 팍 쓰고 노려보는 헤리오스와 눈이 마주친 에스워프 자작은 자신도 모르게 재빨리 말에서 내려 두 손을 모으고 바짝 긴장한 자세로 섰다.


“저런 애들 아래도 두고 쓸 거야?”

“아...아닙니다! 돌아가면 바로...”

“정말?”

“물론입니다.”

“그래...”


병사들이 모여 있는 곳까지 말을 달려 도망친 기사 250명은 거의 동시에 말에서 떨어져 몸을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커어어어...!”

“큭...! 큭...!”


그리고 모두가 입에서 검은 피를 게워내며 한참을 괴로워하다가 잠잠해졌다.


“내가 대신 처리해줬어.”

“아...! 아아아...!”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모든 기사들이 일제히 죽어버렸다는 것만은 사실임을 알 뿐이었다.


“야!”


허리에 올렸던 손을 가슴께에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집은 채 에스워프 자작을 부른다.


“네... 공작님.”

“왕이 우습냐?”

“아닙니다.”

“벨로시아가 만만하냐?”

“아닙니다.”

“그런데 왜 막아?”


영지에서 왕이나 다름없는 영주가 자신의 땅을 함부로 지나는 군대를 막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은 상식적인 곳에서나 통하는 일.

강한 힘이 가장 정의로운 수단인 이 세계에서 에스워프 자작은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만약 눈 앞에 있는 저 벨로시아의 새로운 공작이 이런 말도 안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벨로시아에 선물을 보내고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해서라도 이 젊다 못해 어려보이는 공작에게 아부를 하고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어떻게 죽여줄까? 고통스럽게 죽을래? 비참하게 죽을래?”

“공작님. 제가 정말 큰 실수를...”

“대답.”


갑자기 에스워프 자작의 두 다리에 힘이 빠지며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 아니... 공작님! 살려주십시오!”

“대답!”


이제는 상체를 세우기 위해 땅을 집고 버티던 두 팔에 힘이 쭉 빠져버린다.


- 철푸덕.


바닥에 엎드린 채 에스워프 자작이 최선을 다해 소리쳤다.


“공작님!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뭐든 다 하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자비를...!”


비록 멀리 떨어진 거리에 세워두고 기사들과 함께 헤리오스 앞을 막아선 에스워프 자작이지만 그의 병사들이 지금 애원하는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다.


자신들의 왕인 영주가 바닥에 구르며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서워 보이던 기사들 역시 늪의 진흙보다 더 시커먼 피를 입 밖으로 게워내며 그대로 죽어버렸다.


“저...정말 벨로시아의 공작은 악마가 맞았어!”

“어쩌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드래곤이...”

“여기 있으면 우리도 모두...!”


슬금슬금 병사들이 뒤로 물러나가 시작하다가 누군가 등을 보이고 뛰기 시작하자 병사들 모두가 일제히 자신의 마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안돼! 죽고 싶지 않아!”


병사들이 모두 도망가지만 에스워프 자작은 거기에 신경을 쓸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마비되어 쓰러지고 두 팔 역시 움직여지지 않자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직 헤리오스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을 뿐이었다.


“부디 자비와 용서를... 신께서도 어여삐 여기실 겁니다. 살려주십시오!”


눈물과 콧물이 땅에 흙과 섞여 얼굴에 범벅이 되어갔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정말 뭐든지 다 한다고?”


약간은 누그러진 헤리오스의 물음에 에스워프 자작은 무조건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래. 사람은 실수하며 성장하는 거니 이번에는 봐주도록 하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작의 두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 신의 축복이... 정말 감사합니다.”


두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자 자작은 바닥에 엎드려 헤리오스의 자비에 감사를 표했고, 그런 그에게 헤리오스가 자신의 원하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너도 가자. 할리 남작령.”

“물론입니다!”

“그래... 그리고 가서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네?”


작가의말

떡국 맛있게들 드세요~

음? 설 지날 때까지 안올릴 거냐고요?

어... 음...

복 많이 받으세요~ 어허허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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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5 26 12쪽
»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3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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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5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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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8 4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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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5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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