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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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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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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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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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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9 16:5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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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DUMMY

사이먼 남작가에 당당하게 편지를 보내 자신을 모욕한 사이먼 여남작을 용서할 수 없으며, 그 대가로 채권의 빚은 모두 무시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한 비슈마르 아이젠 자작은 평소 마시던 차의 향이 달라졌음을 느끼고 차를 가져온 시녀에게 물었다.


“차가 바뀌었나?”

“네. 시녀장님께서 오늘은 이 차를 가지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성 안에서 일을 하는 시종들과 시녀들의 얼굴이 모두 어색하다.


“집사장을 불러와라.”


시녀에게 지시를 내리고 차에 입을 가져갔지만 역시나 향도 별로고 기분도 별로였다. 찻잔을 내려놓고, 재정관과 행정관들이 보낸 서류를 보기 시작했지만 모두 하나같은 내용이었다.


- 영지 내에 식량의 가격 뿐 아니라 옷과 생필품의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다.

- 영지에서 생산되는 수공예품의 판매가 부진하다.

- 영지에 방문하는 상단이 급감하였다.


“망할...”


결국 욕을 내뱉은 자작은 뒤이어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소리쳤다.


“들어 와!”


그러자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집사를 보며 퉁명스레 물어보았다.


“무슨 문제가 있나?”

“어떤 것을...”

“차도 바뀌었고, 하인들도 모두 표정이 좋지 않던데.”


그런 자작의 질문에 집사장은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무슨 문제?”

“카밀레아 상단에게 지불할 채무를 불이행한 것에 대한 반발이 매우 심각합니다.”


집사의 말에 자작이 화를 내며 말했다.


“천한 상인 놈들이 담합이라도 했다는 건가?”

“맞습니다.”

“뭐?”


자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카밀레아 상단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상단이 우리와의 거래를 중지했고, 심지어 카밀레아 상단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모두 사재기 하는 바람에 영지의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집사의 말에 자작이 소리쳤다.


“멍청하긴! 상단이 카밀레아 상단밖에 없나? 거래할 만한 상단을 찾아! 아니면 다른 영지와 직거래를 하면 될 일을 큰 일인 것처럼 말하지 마!”

“이미 주변 영지에서도 거래를 거절하였고, 상단들 역시 모두 카밀레아 상단의 행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아이젠 자작령은 북쪽에는 마르드브뉴 남작가와 바다가 있고, 동쪽으로는 할리 남작가, 남쪽으로는 마크롱 남작가와 리카도 남작가, 서쪽으로는 홀티엔 남작가가 있다. 하지만 서부 귀족가인 리카도, 마크롱, 마르드브뉴 남작가는 상업 위주의 영지로 영주보다는 상단의 힘이 더 세다. 그 동안은 자작가의 힘이 강해 눌러왔지만 지금 같은 때를 놓칠 정도로 순한 놈들이 아니다.

게다가 중부의 대표적인 영지인 할리 남작령은 국왕령에서 도망간 산적 토벌을 위해 국왕이 보낸 군대가 영지로 들어간다고 하는 상황이라 자작령의 요구를 들어주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가만...?”


벨로시아 공작이 할리 남작령으로 향했고, 벨로시아 공작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소문이 난 사이먼 남작이 상단을 이용해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분명 벨로시아 공작의 농간이 분명하다. 그리고 농간에 휘둘리는 두 곳의 공통점은 초대장에 대한 거절 뿐...


“이 좀스러운 새끼!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정답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눈에 보이는 유치한 짓을...”


집사는 부정했지만...


“그럼 우리가 벨로시아에 잘못한 것이 뭐가 있지?”

“애초에 벨로시아와 연관 짓는 것부터가 억지스러운 것입니다.”

“어째서? 사이먼 남작과 벨로시아 공작은 서로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벨로시아 공작이 보낸 초대장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잊으셨습니까?”

“응?”


알 리가 없었다. 그저 멀고 귀찮아서 찢어버린 초대장이었다.


“바로 라이비아 공주의 즉위문제로 초대를 한 것입니다. 즉 라이비아 공주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바로 벨로시아 공작이라는 이야깁니다. 공주와 밀접한 벨로시아 공작이 사이먼 남작과 그렇고 그런 사이일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흥! 나라면 둘 다 어떻게 했을텐데...”


비슈마르 아이젠과 헤리오스가 동급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아...! 벨로시아 공작이 그럴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공주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데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요?”

“그럼 왜 사이먼 남작이 지랄을 하는 건데?”

“혹시 예전에 사이먼 남작과 무슨 일이 있으셨거나...”

“...그랬나?”


집사의 물음에 자신있게 아니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젠 자작이었다.


* * *


헤리오스의 신위를 본 남작가의 병사들은 이끄는 기사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니 뿔뿔히 흩어져 여러 마을로 가버렸고, 그 병사들의 입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소문을 만들었다.


- 손가락을 한 번 탁 튕기니 기사들이 모두 피를 뿜으며 죽어버렸다.

- 웃으며 기사들 열 명을 한 번에 죽이는 잔인한 사람이다.

- 병사들은 싸울 상대로 취급도 하지 않을 만큼 무시무시한 실력자다.

- 악마의 저주를 내릴 수 있어서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인다.


이런 소문이 영지 곳곳에 퍼지자 할리 남작은 다시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내보았지만 가던 기사들은 도망치는 병사들을 붙잡는데 힘을 더 쏟아야 했고, 막상 마주친 헤리오스는 기사들에게 마비산을 이용한 공격을 하여 사람을 통나무처럼 만드는 저주를 거는 악마라는 소문을 만들면서 도망치는 병사들의 뒤를 따라 느긋하게 남작의 성을 향했다.


그렇게 느긋하게 가니 금방 남작성에 도착할 리가 없다.


“오늘은 저 마을에서 쉬었다가 가자.”


저녁노을과 함께 집집마다 올라오는 굴뚝의 연기들이 마을이 있음을 확인하게 하였고, 그 연기를 향해 군을 이끌고 향하는 헤리오스의 뒤로 기사단장이 따라 붙었다.


“공작님께서는 정말 할리 남작의 목을 치실 생각이십니까?”

“음... 물어보는 이유가 무엇이지?”

“에스워프 자작에게 할리 남작의 목을 치라고 하셨지만 그는 기사도 병사도 없이 그저 포로로 끌려왔을 뿐 아닙니까?”

“그렇지.”

“그에게 할리남작의 목을 벨 기회가 있겠습니까?”


기사단장의 진지한 얼굴을 보던 헤리오스가 피식 웃었다.


“생겨.”

“네?”

“생길 거라고. 내가 그렇게 만들테니까. 지금은 그렇게만 알고 있어.”


대화를 종결시켜버린 헤리오스의 시선이 저 멀리 있는 마을을 향하자 기사단장도 더 이상 말을 걸지 못하고 뒤로 빠져 기사들과 병사들을 독려하며, 길을 재촉했다.


작은 마을이었다. 악마라고 소문이 난 헤리오스 공작과 그 뒤를 따르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모습에 마을은 난리가 나고 말았다.

몇 안되는 자경대원들이 마을 입구로 나왔고, 그 선두에는 촌장이 벌벌 떨면서 공작의 일행을 맞이했다.


“저...저희 마을에 고...공작님께서... 어쩐...일로... 오셨는지요?”


떨리는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는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말을 하지만 계속해서 더듬는다.


“그대들이 사는 마을의 우물과 공터를 빌리고 싶다.”

“저...저희들 마을에는... 먹을 것이... 별로...”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우물과 공터 두 가지다. 거절할 생각인가?”

“아...아닙니다! 드...들어 오시...오십시오!”


업드려 헤리오스의 일행을 맞이하는 촌장과 자경대원들. 농촌의 흔한 농부들 중 젊은 남자들이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것이 겨우 자경대다.

경비병도 없고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지내는 작은 마을에서 촌장이 업드려 벌벌 떠니 마을의 주민들 역시 공포에 질려 집 안에 꽁꽁 숨어 문을 닫은 채 밖을 볼 생각도 못하고 있다.


그런 마을의 공터에 자리를 잡고, 천막을 치고 식사 준비를 하는 병사들.


그리고 천막을 치는 동안 마을을 둘러보는 헤리오스와 에스워프 자작, 기사단장은 정말 작은 마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도 농사를 짓는 마을이군. 그래도 굶어죽지는 않겠어.”


헤리오스의 말에 뒤를 따르는 촌장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얼굴이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래. 여기는 수확량의 몇 할을 세금으로 가져가지?”

“...원래는 5할이지만...”


끙끙대는 촌장의 얼굴을 슬쩍 본 헤리오스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에스워프 자작.”

“네? 아 네. 공작님.”

“그대의 영지는 몇 할의 세금을 징수하지?”

“저희도 오할입니다.”

“절반이라...”


마을을 둘러 싸고 있는 끝이 보이지도 않을 밀밭을 보며 헤리오스가 중얼거렸다.


“이렇게 넓은 밀밭을 가진 마을이 이런 꼬라지라니... 정말 오할이 맞나?”


헤리오스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촌장을 보았다.


“사...살려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뭘?”

“...네?”

“뭘 잘못했냐고?”

“그게... 공작님에게 대접을 해드려야 하지만 정말 저희가 이번 추수까지 먹을 양식도 빠듯하여...”


촌장의 말을 들은 헤리오스가 에스워프 자작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오할이라...? 오늘 촌장의 저녁식사와 자작의 저녁식사를 바꿔서 먹어볼까?”

“그게 무슨...! 제가 아무리 잡힌 몸이지만 귀족과 평민의 식사를 바꾸다니요...!”

“그래? 내 말대로 안하면 오늘 저녁이 최후의 만찬이 될 텐데?”

“...뭐 가끔 별미도 괜찮겠지요...험..!”


작은 마을이라 천천히 돌았지만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헤리오스는 천막으로 가지 않고 바로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공작님! 저녁 식사는 제가 공작님께 가져다 드리는...”

“됐어. 어디 한 번 할리 남작령의 영지민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보자고.”


그리고 기사단장에게 자신의 천막으로 올 식사를 촌장의 집으로 모두 가져오라 지시하고는 바로 촌장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그 뒤를 공작의 뒤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따라가는 촌장과 마지못해 가는 에스워프 자작, 헤리오스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멀어져가는 기사단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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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그럼 돌아가지 뭐 +3 22.03.17 457 15 13쪽
147 아주 좋은 생각이야 +3 22.03.17 428 16 11쪽
146 그 역시 행하지 않았으면 한다 +3 22.03.14 499 18 10쪽
145 전쟁은 돈지랄이야 +3 22.03.12 562 16 15쪽
144 남기면 평생을 먹게 될지도 몰라 +3 22.03.09 587 18 11쪽
»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3 22.03.09 527 15 10쪽
142 증명해 봐 +3 22.03.09 558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6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3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138 어딜 가 +4 22.01.15 995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9 30 13쪽
136 니들... 미쳤냐 +3 22.01.09 1,040 32 11쪽
135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2 29 10쪽
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5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7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2 31 10쪽
131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2 21.12.27 1,329 33 11쪽
130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2 21.12.25 1,346 36 11쪽
129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건데 +3 21.12.25 1,293 33 15쪽
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8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7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6 30 9쪽
125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40 38 10쪽
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9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1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6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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