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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21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12.05 00:43
조회
1,586
추천
35
글자
12쪽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DUMMY

사이먼 남작의 말대로 였다.

동부의 병사들은 항상 기병과 전차병들이 멀리서 화살을 날리고 도망갔다. 동부의 기병들이 날리는 화살에 면역이 되어버린 귀족 연합군은 이제는 농담까지 서로 주고 받으며 방패로 화살을 받아낼 정도가 되었다.


“망할 새끼들은 잠도 안자나?”


퍽! 퍽!


“쟤들도 우리랑 같겠지. 우리가 안자면 쟤들은 자냐?”

“하긴... 하루도 안빠지고 몇 번씩 오니까...”


방패에 화살이 박히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여유있는 병사들이었다.


며칠 간 온 비로 인해 젖은 땅에서 말들의 기동력도 많이 떨어져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였지만 적들의 화살 공격도 매우 줄어들었다. 다만 말을 타고 와 얼쩡거리다가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아져 귀족 연합군의 사기는 점점 더 올라갔다.

하지만...


“젠장! 비가 와서 풀이 미친 듯이 자라고 있어!”

“이거 낫질을 하고 가야 할 수준이군.”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비가 오자 평야에 무럭무럭 아니 쑥쑥 그 키를 키워가는 풀들로 인해 동부의 기병들도 제대로 된 운용을 못하지만 짐을 잔뜩 짊어진 귀족 연합의 병사들의 진군 속도 역시 매우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콰지직!


“이런 젠장! 또야?”

“치사한 새끼들...”


천막과 식량을 실은 수레가 구덩이에 빠져 바퀴가 망가졌다. 동부에서 사람은 지나가도 이상이 없지만 무거운 수레가 지나갈 경우 부서지는 함정을 만들어 진격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아악!”

“이 빌어먹을 새끼들!”


무성해진 풀 아래에는 구덩이가 파여있고, 그 구덩이에는 뾰족하게 깎인 나무들이 거꾸로 박혀 발을 딛을 경우 그대로 나무에 발등이 꿰뚫리가 되는 함정을 만들어 놓고 진군을 방해했다.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귀족들은 여유있게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동부도 아주 처절하군.”

“하긴 병력의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겠죠.”


슬로안 후작의 중얼거림에 유리켈론 자작이 즐거이 말했다. 벌써 4일째 진군을 하며 몇 번에 걸친 방해가 있었지만 진군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었어도 그들의 진군을 막지는 못했다.


“아마 이삼일 후에는 협곡의 입구에 다다를 것 같습니다.”


자신의 영지이니 대략적인 거리를 이야기 해주는 유리켈론 자작의 말에 한쪽에서 조용히 있던 사이먼 남작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는다.


“어차피 협곡 입구까지는 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시간끌기 뿐입니다. 협곡이야 말로 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 자네 말대로라면 우리가 준비한 것으로도 충분히 돌파가 가능하지.”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패어진 구덩이에서 끌어 올려지는 큰 수레를 향했다.


“협곡에서 할 수 있는 공격은 기껏해야 화살과 낙석, 화공 뿐입니다. 그러나 며칠동안 내린 비는 쉽게 화공을 할 수 없고, 물러진 땅은 바위를 굴리기에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결국 저들이 할 수 있는 공격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렇지. 그런데 우리가 뻔히 아는 것을 저들이 모를까?”


쟈이네크 후작의 물음에 사이먼 남작은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수비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저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다 생각해보아도 이 이상의 작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말을 달리며 활을 쏘는 병사들을 만들었고, 수레 바퀴에 칼날을 달아 살상병기로 만들어 덤볐단 말이지. 지금은 땅에 나무꼬챙이를 거꾸로 박아두는 것까지 하고... 어떤 이상한 것으로 우리를 공격할지 더 생각해야 할 것 같군.”


쟈이네크 후작의 말에 난감해 하는 사이먼 남작과 그를 지켜보는 슬로안 후작.


“자네가 생각하기에 어떤 공격이 있을 것 같은가?”

“글세? 오우거를 잡아 뜯어내는 기사들의 습격?”

“이미 그것도 상정하고 움직이는 것 아닌가?”

“뭐... 그렇기는 하지...”


너무 순조로운 진격에 오히려 걱정이 생기는 일까지 벌어지며 귀족 연합군은 동부를 집어 삼키기 위해 쉬지 않고 이동했다.


* * *


"공자님. 말씀하신대로 준비해놓고 왔습니다.“


온 몸에 땀냄새와 여기저기 묻어있는 핏자국, 오물로 더러워진 제이크가 헤리오스에게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다.

그런 제이크를 일으켜 세우고 칭찬을 하는 헤리오스.


“정말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병사들이 더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래. 어찌되었던 정말 고생 많았다.”


그런 그 둘에게 키사가 보고를 시작했다.


“병사들에게 쉴 시간을 주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 적들의 위치는 여기서 이틀거리입니다.”

“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리의 수가 적으니 적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여서 그 차이를 메우는 수 밖에...”


한숨을 푹 내쉰 헤리오스.


“이 곳이랑 이 곳, 그리고 여기를 중심으로 이쪽까지 옮겨놓고... 약초는 제대로 넉넉하게 준비시켜. 그 동안 고생했겠지만 조금만 더 고생하자. 병사들에게도 잘 얘기하고...”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제이크와 키사가 힘차게 대답하고 천막 밖으로 나갔다.


“하아... 이게 잘 되어야 할텐데...”


* * *


시간이 흐를수록 귀족연합군은 동쪽으로 이동해갔고, 나름 진로를 방해하기 위해 각종 함정과 화살로 견제를 하던 동부연합군은 협곡쪽으로 병력을 아예 물려 진형을 구성하였다.


1천이 훨씬 넘는 기사들과 1만 5천에 이르르는 대병력이 협곡을 포위하는 형태로 진형을 구축하여 압박하였고, 비록 적은 수이지만 300의 기사와 3천 가량의 병사들이 협곡으로의 진입을 막겠다는 듯이 창과 방패, 등에는 활을 맨 채 전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 협곡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길이 확보되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겨우 마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넓이라니...”


쟈이네크 후작이 멀리 보이는 협곡의 입구를 보며 혀를 찼고, 슬로안 후작 역시 그랑크 자작령을 통해 갔던 터라 이번의 유리켈론 자작령의 길은 처음이었다.


“다른 길은 없던 거였소?”


쟈이네크 후작의 물음에 슬로안 후작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쪽은 아예 산을 넘어야 하는 길이오. 그저 그랑크 자작령만이 마차로 이동할 수 있지만...”

“아... 되었소. 또 마차 길 외에 숲이 넓게 있어서 가는 내내 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를 하려는 것 아니오?”

“기억력이 아직 뛰어나니 다행이구려.”


그랑크 자작령에도 거대한 숲이 자작령에서 벨로시아의 공작령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고, 그 울창한 나무 사이에서 적들의 습격을 우려한 나머지 공격로에서 배제하였다. 또한 말을 탄 기사들이 쉽게 움직이기 힘들다는 문제도 대두 되었기에 유리켈론 자작령을 집결지로 하였다.


“슬슬 공격을 해야하지 않겠소?”


쟈이네크 후작은 슬로안 후작을 보며 손바닥을 세게 문질렀고, 슬로안 후작도 이를 뿌득 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잘도 우리를 괴롭혔으니 우리도 분풀이는 해야 지요.”


귀족연합군에 공격을 곧 시작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기사들이 말을 타고 분주히 돌아다니며 진형을 점검했고, 병사들은 그 동안 당한 것을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이를 갈고 손에 무기를 움켜 쥐었다.

후미에 있던 기사단은 틈이 보이는 대로 바로 출전을 할 준비를 하고, 궁수들은 화살통에 화살을 가득 담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 뿌우우우우

- 둥둥둥둥


“비겁한 동부 촌놈들에게 징벌을 내릴 시간이다! 그들이 우리의 휴식을 빼앗았으니 우리는 그 대가로 심장을 받아내자!”


병사들 앞에 말을 타고 선동을 하는 기사. 그 말에 병사들은 스스로 광기에 젖기 위해 노력한다.


“심장을!”

“심장을!”


1만 5천이나 되는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창과 방패, 발을 구르며 눈 앞의 동부 연합군을 압박했다.


“모두 돌격!”

“돌격!”


기사들의 외침과 선임병사들의 동조. 그리고 일제히 중앙과 좌측 우측의 진형이 일제히 앞으로 달려나간다.


“궁수! 궁수들은 엄호해! 빨리 달려 나가!”

“뭐해! 뛰어 이 병신들아!”

“막스! 네 똥구멍에 창을 막아줄까? 빨리 안 뛰어?”


고참병사들은 신참들을 이끌고 달려갔고, 저 멀리 보이는 동부 연합의 병사들의 크기가 점점 더 크게 보이기 시작할 때, 그들의 등에서 시커먼 빗줄기들이 하늘위로 솟아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 쏴아아아아


하늘 높이 올랐던 검은 비들이 땅으로, 아니 달려가는 귀족 연합군의 머리 위로, 어깨 위로, 얼굴로, 다리로, 가슴으로 떨어지자 힘차게 나가던 이들이 땅바닥으로 굴러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공포보다 함께 달리는 동료 병사들의 광기에 더욱 빠진 그들은 쓰러진 아군의 몸뚱아리를 밟고 나아갔다.


“죽여어!”

“이 악마의 자식들아!”


각종 저주와 욕설을 퍼부으며 곧 도달할 적들을 향해 힘껏 들고 있는 창을 지르기 위해. 도끼로 내려치기 위해 힘을 냈다.


- 솨솨솨솨


한 번 더 떨어지는 적들의 화살. 그리고 쓰러지는 병사들.

그 두 번의 화살을 벗어나 적들의 앞에 도착하자 땅에서부터 불쑥 솟아나는 창.


“스파이크 들고! 버텨!”


동부 연합군들 역시 사력을 다해 스파이크를 올려 달려오는 적들의 기세를 죽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후열은 화살을 계속 쏘란 말이야!”

“손 놀지 말고! 앞에서 죽어가는 거 안보여?”


후열에는 적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화살을 날렸고, 전방에는 스파이크를 세우고 방패로 막으며 버텼지만 숫자의 차이가 너무 심했다.


“죽여!”

“너나 죽어!”

“촌놈! 오늘 네 조상을 만날 시간이다!”

“이 돼지새끼야. 넌 어제 내가 먹은 새끼돼지나 만나라!”


서로 욕설과 악담이 오가며 칼과 창이 오간다. 그 동안 오크들과 전투로 다져진 벨로시아 병사가 있는 동부 연합군이 적의 기세를 버티며 막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밀리기 시작했다.


“기사단! 퇴각을 준비해라!”

“기사단 앞으로 나와!”

“병사들 응전하며 뒤로 빠져!”


동부 연합군의 기세가 죽기 시작하자 벨로시아의 기사단이 전방으로 나와 적들과 싸우기 시작한다.


“으아악! 기사들이다!”

 “시발! 우리는 뭐하는 거야!”


동부 연합군에서 기사단을 앞세워 방어를 하며 협곡 쪽으로 밀려들어갔다.


챙! 퍽!


과연 동부의 기사들의 칼질 한 번에 병사 하나의 목숨이 사라졌다. 그러나 귀족 연합에서도 다수의 기사들이 달려가 서로 싸우기 시작하자 수적으로 밀리는 동부 연합은 더욱 빠르게 뒤로 밀려 협곡 속으로 들어갔고, 협곡의 입구를 점거한 귀족 연합군은 뒤에서 들려오는 멈추라는 명령에 함성을 질러대며 창과 칼을 휘둘러댔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것은 지친 모습으로 협곡 저 안쪽으로 뒤돌아 달려가는 동부 연합군의 기사와 병사들의 뒷모습이었다.


“이겼다!”

“와아아아!”

“망할 새끼들!”


승리의 함성이 협곡 안으로 쩌렁쩌렁 울렸고, 그 소리는 한동안 가라앉을 줄 몰랐다.


“이제 여기서 한 삼일 정도 병사들을 쉬게 하여 피로를 풀게하고, 습격에 대한 방비를 철저히 해서 벨로시아로 진격하면 됩니다.”


사이먼 남작의 자신감 넘치는 말.

하지만 누구도 그 말에 반박하는 이가 없었다. 그 동안 당했던 것을 갚아주었다는 생각에 모두 기뻐하는 것으로 마음에 여유가 넘쳐 흘렀으니까.


“곧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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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증명해 봐 +3 22.03.09 557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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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4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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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1 3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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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7 35 13쪽
»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7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5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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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8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1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5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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