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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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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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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39
글자수 :
714,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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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5 13:30
조회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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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2쪽

어딜 가

DUMMY

옷을 추스르고 나와 아직 홀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사가 있는 곳으로 가니 당당한 표정으로 가슴을 쑥 내밀고 서 있는 젊은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공작께서는 여기 계세요. 제가... 처리하겠어요.”


고개를 끄덕이고 카밀레아의 뒤에 선 헤리오스는 벤슨 남작령에서 온 기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지켜보았다.


“벤슨 남작령의 검인 바톨레이 벤슨입니다.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의도적인지 아직 정신이 없는 것인지 공작과 영주가 나타났음에도 따로 예를 표하지도 않는다.


양피지를 받아든 카밀레아가 그 내용을 읽는 동안 헤리오스가 카밀레아의 뒤에서 나와 앞으로 나섰다.


나름 의연한 표정으로 당당함을 유지하려 애쓰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내용이야 뻔할 것...


“푸하하하하하!”


막 기사에게 말을 걸어 트집을 잡으려던 헤리오스의 등 뒤에서 카밀레아가 폭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다시 물러나 카밀레아의 옆에 서 그녀에게 묻자


“호호호. 제가 오빠를 죽이고 공작님을 등에 업은 채 영지를 강제로 빼앗고 있는 것에 분노하고...”

“뭐 그렇게 트집을 잡을 수도 있지요.”

“영지민을 수탈하고, 왕국의 정통성과 정의를 어지럽혔고, 벤슨 남작가의 이름과 자신의 명예에 모욕을 주었으니 전쟁을 선포한다는 이야기에요.”

“...?”


하지만 헤리오스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낼 거라고 예상도 했었잖아요. 그런데 왜...?”

“우후후후. 하지만 이렇게 글자의 철자가 다 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거든요.”


그 말에 헤리오스가 얼른 카밀레아가 건네주는 양피지를 건네 받아 들여보니


- 허만 전쟁에서 자기에 오빠를 주께하여서 기생오래비같은 벨로시아의 못된 남자를 꼬시고는 영주가 되려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중략) ...해서 나 올리버 벤슨은 국왕께서 주신 지고안 영주으 거니를 가지고서 사이먼 남작령에 정이와 평와를... 전쟁을 성포한다.


내용을 다 읽은 헤리오스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런 멍청이 때문에 나의...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설레는 순간을 망치다니...”


중얼거리던 헤리오스가 기사를 보고 조용히 물었다.


“기사. 넌 그래도 영주와 공작을 보고 경의를 표하지도 않는 건가?”

“흥! 어차피 서로 검을 겨눌 적에게 표할 경의 따위는 없소!”


나름 자신있게 소리친 기사에게 헤리오스가 살짝 고개가 삐뚤어진 채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하필 이 늦은 밤에 굳이 이 서신을 전한 이유가 뭐지?”

“나의 주인이신 올리버 벤슨 남작님께서 전하는 내용이니 당연히 빨리 전해야 하는 것이 나의 임무요!”

“적어도 최소한 잠을 자는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응? 그리고 어떻게 외성문이 닫혀있을텐데 들어왔지?”

“당연히 전쟁 선포하는 내용을 가져 왔으니 열으라고 했소!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돌아가 바로 병사들과 함께 돌아와 모두 죽이겠다고 하니...”


한숨을 푹 내쉬는 헤리오스. 그리고 그 뒤에서 재미있다는 듯이 지켜보는 카밀레아.


“그대의 영지입니다만... 너무 재미있어하는 표정인 것 같습니다.”

“해결해주실 거잖아요.”


베시시 웃는 카밀레아의 얼굴이 너무 예뻐보이는 헤리오스는 괜히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돌려 분근착골로 괴롭히던 부기사단장을 바라보았다.


“들었지? 너네 다 죽이고 여기 벤슨 남작령으로 만든다고 하네. 존중따위도 필요없고, 여기의 규칙도 소용없고, 죽기 싫으면 문 열고, 알아서 기라는 내용이야. 저 기사가 지금 말하는 거 들었잖아.”


안그래도 혼란스럽던 부기사단장도 헤리오스의 말을 듣고 나니 정리가 확실히 되었다.


“명령을...”


이번만큼은 부기사단장도 제대로 열이 받았는지 헤리오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최소 인원 남기고 데리고 갈 수 있는 인원 다 모아! 모이는대로 바로 간다.”

“네?”

“시간 없으니까 빨리 움직여!”

“네!”


부기사단장이 잠시 당황했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주변에 기사들을 데리고 홀을 빠져 나갔다.


“그럼 소식을 전했으니 나는 이만 가보겠소.”


벤슨 남작령에서 양피지를 가지고 온 기사가 떠나려고 하자 헤리오스가 바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어딜 가?”

“내 몸에 함부로 손을...”


퍽!


강력한 주먹이 기사의 얼굴을 직격했다.


철푸덕.


저만치 날아가 쓰러진 기사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일어나 소리쳤다.


“서신을 가져온 사신에게 이게 무슨 짓이오!”


그런 기사에게 헤리오스가 이죽거리며 웃었다.


“곧 검을 들이댈 적에게 지켜줄 예의 따위는 없는데?”

“뭐요?”

“이 새끼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거야! 그 따위로 말을 하고 다시 니 마누가가 해주는 집밥을 먹고 싶었어?”

“하지만 전쟁에서 사신은...”


퍼억!


달려가 기사의 배를 걷어 찬 헤리오스가 침을 탁 뱉고는 중얼거렸다.


“사신은... 개뿔... 오늘 밤 내가 진짜 사신이 뭔지 보여준다.”


눈을 희번덕거리면 주변을 둘러보던 헤리오스.


“병사! 이 새끼 옷 다 벗기고 감옥에 쳐넣어! 그리고 절대로 잠 재우지마! 무슨 수를 써서든 재우지마. 이 새끼 잠들면 니들은 영원히 잠들줄 알아! 알았어?”

“네!”


두 명의 병사가 바닥에서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 기사에게 다가가 가지고 있는 창으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 기사가 정신을 잃을 때 즈음 끌고 가 무기를 빼앗고, 갑옷을 벗긴 후 감옥 안에 집어 넣고는 물을 끼얹어 정신을 깨웠다.


“키사는 카밀레아를 지켜주고 제이크는 바로 벤슨 남작령으로 간다. 그리고 바로...”


잠시 후 부기사단장이 모든 인원이 준비 되었다고 말을 하자 헤리오스는 바로 나가며 지시를 내렸다.


“병사들은 기사 몇을 시켜 인솔하게 하여 따르게 하고 나와 기사단이 먼저 벤슨 남작령으로 가 대가리부터 잘라놓는다.”

“네?”


눈을 크게 뜬 부기사단장이 반문하자 그 옆의 제이크가 그의 등을 팡팡치며 크게 웃었다.


“걱정마쇼! 가서 이렇게 말할 거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그건 또 뭔 소리요?”

“어? 그야 공작님이 언젠가 하신 말씀인데...”


그런 제이크를 혀를 차며 살짝 보던 헤리오스가 타고 있는 말의 배를 툭 치고는 앞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따라와라!”


그러자 그 뒤를 기사 30명과 제이크가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고, 5명의 기사들은 500의 병사들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벤슨 남작령으로 향했다.


그리고 해가 뜨기 전 벤슨 남작령에 도착한 헤리오스는 아직 굳게 닫혀 있는 성문을 보고 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제이크를 향해 말했다.


“가서 문 열어놓을테니까 그대로 달려서 내성으로 향해 알겠지?”

“네!”


하지만 그 옆에서 따라오던 부기사단장은 어이가 없어 반문했다.


“네?”


제이크의 대답을 들은 헤리오스는 말에서 일어나 그대로 몸을 날렸다.


“어?”


말에서 새처럼 날 듯이 튀어나간 헤리오스가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을만큼 빠른 속도로 성을 향해 나가더니 몇 번 톡톡 튀면서 성벽을 차고 올라 그대로 성벽을 넘어 성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어...? 저게 지금... 어...”


부기사단장 뿐 아니라 그 뒤를 따르는 기사들 역시 자신들이 본 상황이 현실이라고 생각되지 않는지 어떤 이는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힘껏 때리기도 하였다.


“공작님이 저런 분이니까 당신들의 기사단에 기사단장이 없어진 거고, 기사단의 수도 줄어든거야. 그리고 저런 기사가 벨로시아에 얼마나 더 있을 것 같아?”

“...”

“...”


경외감과 함께 공포가 그들의 머리에 박혔다. 그리고


- 콰앙!


도개교를 버티는 쇠사슬이 끊어진 채로 바닥에 떨어져 소음을 내었고,


- 퍼엉!


두꺼운 나무에 철판을 덧대어 만든 성문 두 짝이 바깥으로 터져나온다.


“성문이 열렸다! 그대로 돌격!”


제이크의 외침에 사이먼 영지의 기사들은 달리던 그대로 성의 해자를 넘어 성 안으로 들어가 내성으로 향했다.


내성으로 가니 이미 병사 몇은 저만치 날아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문도 날아가 입구가 뚫려있다.


“이대로 진입한다!”


제이크의 외침에 부기사단장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머지 기사들 역시 검을 뽑아들고 내성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기사와 병사들이 헤리오스의 권, 각, 장에 맞아 한 방에 한 명씩 날아가고 있었고, 말을 탄 기사들이 달려들어 병사들과 기사들을 공격하니 내성의 수비 역시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찾아! 벤슨이라는 성을 쓰는 것들을 다 이리 끌고 와!”


헤리오스의 호통에 제이크가 신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개새끼가 벤슨이라는 이름을 써도 잡아오겠습니다!”


커다란 아니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제이크가 큰 소리로 대답하며 달려나가자 사이먼 영지의 기사들 역시 사기가 올라 내성의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해가 떠오르는 동안 벤슨 남작령의 내성의 바닥은 피로 물들었고, 홀에 의자를 하나 가져다 놓고 앉아있는 헤리오스 앞으로 많은 이들이 엎드려 벌벌 떨고 있었다.


“야!”

“네? 네!”


헤리오스의 바로 앞에 얼굴이 시퍼렇게 부은 채 벌벌 떨고 있는 이는 바로 전날 저녁에 선전포고문을 호기롭게 작성하던 벤슨 남작이었다.


“너... 전쟁이 장난이냐?”

“아...아닙니다.”

“아닌 새끼가 그래?”

“죄...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데?”

“그게...”


말문이 막혀 머뭇거리는 벤슨 남작에게 헤리오스가 버럭 소리쳤다.


“넌 그게 문제야!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아닙니다.”

“죄송하면 세상 끝나냐?”

“아닙니다.”

“아닙니다 하면 다 되냐?”

“아닙...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죄송할 짓을 왜 하냐고!”


다시 헤리오스의 발에 얼굴을 차이는 벤슨 남작.


“귀족에게 모욕을 주는 것은 죽음을 주는 것보다 더...”


따위의 말을 하며 반항을 하던 벤슨 남작의 아들들 역시 온 몸에 상처를 입고, 쌍코피가 얼굴 여기저기에 엉겨붙어 있는 모습으로 엎드려 그저 벌벌 떨고만 있다.


“이런 가정교육도 안된 새끼들이...! 지 애비가 쳐 맞고 있는데 무섭다고 웅크리고만 있어? 이런 개만도 못한 것들!”


의자에서 일어나 벤슨 남작의 아들들이 헤리오스의 발에 짖밟히자 벤슨 남작이 빌어댔다.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자식들만은...”


빌고 있는 벤슨 남작을 보고 헤리오스가 코웃음을 쳤다.


“하! 이런 올빼미같은 새끼가... 내가 지금 나쁜 짓하는 놈 같잖아! 응? 내가 악당이야? 그래? 제이크! 내가 지금 나쁜 짓 하는 거냐?”

“저얼대 아닙니다! 지금 공작님께서는 인륜을 저버리고 오직 자신의 영달과 보신에 눈이 먼 교육이 부족한 이 땅의 남자들에게 몸에 새기는 교육으로 은혜를 베푸시는 겁니다.”

“부기사단장! 내가 그래? 쟤 말이 맞아?”

“전적으로 맞습니다.”

“그지?”


씩씩거리던 헤리오스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후우... 잠시 흥분했었군... 다시 하지.”


헤리오스의 말에 벤슨 남작의 푸르딩딩한 얼굴이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야!”

“...네...”

“우냐?”

“...아닙니다.”

“그래... 그런데... 전쟁이 장난이냐?”

“...커흑...! 아닙니다...”

“아닌 새끼가 그래?”

“...어흐흑!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제이크의 뒷짐 진 손은 어느 새 아홉을 헤아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이런 갈굼 당해보신 분 계실까요?

남자분들은 주민등록증 받고 얼마 있지 않아 경험하신 분들이 계실 듯 싶습니다.

여자분들은...

이것보다 더 심한 세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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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3 22.03.09 526 15 10쪽
142 증명해 봐 +3 22.03.09 558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6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3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 어딜 가 +4 22.01.15 995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9 30 13쪽
136 니들... 미쳤냐 +3 22.01.09 1,040 32 11쪽
135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2 29 10쪽
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5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7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1 31 10쪽
131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2 21.12.27 1,329 33 11쪽
130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2 21.12.25 1,346 36 11쪽
129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건데 +3 21.12.25 1,293 33 15쪽
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7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7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5 30 9쪽
125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40 38 10쪽
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9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1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6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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