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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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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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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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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작성
22.01.09 14:01
조회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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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0쪽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DUMMY

지하 감옥의 고문실 벽에 횃불이 흔들릴 때 마다 헤리오스의 그림자도 함께 흔들렸다. 그리고 그 앞의 사람의 것도 흔들렸는데, 그 흔들림은 헤리오스의 것보다 더욱 격했다.


“끄아아아아!”


한참을 비명과 함께 묶여 있는 몸을 크게 비틀고 흔들어 대며 고통을 표현하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헤리오스는 차분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 분근착골.


몸의 근육을 뼈에서 분리하는 고통을 느끼는 지독한 고문술을 지금 헤리오스가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탁!


손가락을 튕기자 의자에 묶여있는 자의 몸이 축 늘어졌다.


“정신 차리고... 응? 그래... 다시 물어보지. 누구에게 충성을 해야 한다고?”

“영주님에게...”

“그러니까 그 영주가 없으니까 하는 소리 아냐!”

“...”


의자에 묶인 채 앉아있는 남자의 앞에 헤리오스는 푹신한 쇼파를 놓고 그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한숨을 내쉰다.


“너 이러면 재미 없다.”

“허...허헉...헉...헉...”

“부기사단장씨! 가끔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


의자에 묶인 남자는 심한 고통이 지난 이후 축 늘어진 몸이지만 눈빛만은 증오에 가득 차 헤리오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가 기사라고 나도 기사냐?”

“?”

“네가 의리를 지키고 정의롭게 산다고 다른 이들도 착하게 살겠냐고...”

“남이 어쨌던 나는 나의 신념과 정의를...”

“까는 소리는 하지 말고.”


모욕적인 말에 부기사단장이라 불린 남자는 입을 다물고 다시 노려보았지만


“너네들이 동부로 병사들 몰고 온 것이 정의냐?”

“그렇다.”

“그럼 알아서 잘 살고 있는 너의 영지에 갑자기 칼 들고 덤비는 놈들에게서 영지민들 지킨다고 쳐들어온 놈들 다 죽여버린 것은 정의냐? 아니면 악이냐?”

“그건...”

“세상이 그래요. 내가 하면 로멘스지만 남이하면 다 불륜이 되버리거든.”

“...”

“자... 이제 이쪽으로 갈아타지?”


헤리오스의 제안에 부기사단장의 눈이 질끈 감기고는 다시 떠지지 않았다.


“이러면 너 정말 후회한다.”

“...”

“하아... 난 진짜 경고 했다.”

“...”

“후에 생기는 모든 일의 책임은 너에게 있는거야. 알겠지?”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헤리오스에게 부기사단장은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문실에서 나오자 밖에는 제이크와 키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확보했어?”

“...네.”


무거운 키사의 대답.


“공작님... 하지만 꼭 이렇게...”

“응. 이렇게 해야 돼.”


제이크의 말에도 헤리오스는 무언가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점심 먹고 이따 이리로... 확보한 것도 모두 저 안에 넣어놓고.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계단을 올라가는 헤리오스와 달리 무거운 표정의 두 기사는 말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얼마 후 다시 고문실로 들어간 헤리오스는 겉으로는 멀쩡한 사이먼 영지의 기사단에서 부기사단장의 직책을 맡은 이의 앞에 다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오래 기다렸나? 식사가 생각보다 맛있더라구.”

“...”

“그리고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다시 온 몸을 잡아서 쥐어짜고 칼로 저미며, 안쪽에서 송곳으로 푹푹 찔러오는 듯한 고통을 기다리며 이를 악물고 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기다려도 고통은 없었다.


“뭐...지?”

“이 새끼가 반말이네. 그래도 내가 공작인데...”

“...”


다시 입을 굳게 닫는 그의 귀에 시끄러운 비명소리와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아악!”

“싫어! 싫어!”

“엄마아! 으아아앙!”


소음에 남자의 안색이 변했다.


“왔네.”

“이게...이게 지금...!”


부기사단장의 입이 막 열리는데 고문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고, 키사가 꽁꽁 묶인 여자를 거칠게 안으로 밀어 넣었고, 제이크 역시 묶인 두 아이를 거칠게 바닥으로 던져 넣었다.


“자. 선택은 네가 했고,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는 거야. 알지?”

“이 비겁한 놈! 비열한 놈! 악마에게 영혼을...”


부기사단장의 욕설에 자리에서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간 헤리오스는 발로 쓰러진 여인의 배를 걷어 찼다.


퍽!


“커어어어어...”


너무도 큰 고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웅크린 채 입 밖으로 무언가를 게워내는 여인.


“멜리나!”

“엄마!”

“끼아아아!”


부기사단장의 격한 부름과 두 아이의 비명과 같은 소리.


“뭐라고 했었지? 다시 한번 말해볼래?”


헤리오스의 말에 부기사단장의 입이 닫혔다. 그러자 헤리오스가 이제는 묶여있는 어린 여자 아이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리더니 사정없이 아이의 뺨을 후려쳤다.


짜악!


“졸리!”

“우아아아앙! 엄마! 아빠!”


고통과 놀람에 너무 놀란 여자아이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고, 터져버린 입 안에서 베어나온 피가 입술 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 딸꾹! 딸꾹!


그리고 딸꾹질을 하며 멍해진 아이를 바닥으로 던져놓고, 다시 부기사단장에게 묻는다.


“다시 말하라고 했잖아.”

“비...비겁하다고 했고... 비열하다고...”


여자아이보다 더 어린 남자아이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려 다시 뺨을 때린다.


짜악!


“마이언!”


뺨을 맞은 어린 남자아이는 충격에 기절을 하고 말았고, 그런 아이를 바닥에 던져놓은 헤리오스가 다시 물었다.


“자... 넌 너의 정의를 끝까지 따라라. 난 나의 정의를 지금부터 보여주겠다.”

“흐으으윽! 제발... 제발!”

“넌 운이 좋았군. 아내가 이뻐... 얼굴만 이쁜지 다른 곳도 이쁜지 확인을 해야 겠어.”


배를 걷어차인 여자에게 걸어가며 헤리오스는 차분하고 상냥하게 말했다.


“그리고 넌 여전히 운이 좋아. 밖에 너의 부모와 너의 누나, 매형, 그의 자식들까지 모두 데리고 왔거든. 그러니 너의 정의를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아직도 한참 남아 있어.”


헤리오스가 울먹이며 겁에 질린 그녀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리자 호리호리 해보이는 그의 손에 여자가 들어올려졌다.


“어디부터 살펴볼까? 무릎? 배? 가슴? 네가 말해 봐.”


헤리오스의 말에 결국 부기사단장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시키는 것은 다 할테니 제발...!”


그의 말에 여자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부기사단장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악당같잖아. 응? 내가 악당이야? 그래?”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럼... 다시 묻지. 넌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지?”

“카...카밀레아! 카밀레아 사이먼 남작님이십니다.”


그의 말에 헤리오스가 피식 웃더니 부기사단장의 어깨에 있던 손으로 그의 뺨을 툭 쳤다.


“그렇지. 이제야 세상을 깨우쳤네. 진작에 좀 깨우쳤으면 저렇게 아름다운 부인과 귀여운 아이들이 고생을 안했잖아. 응?”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음... 그래도 때린 것은 미안하니까 내가 몸에 좋은 약을 줄게.”


그리고 헤리오스 손에 붉은 색의 작은 약이 올려진 채 내밀어졌다.


“이거... 먹어.”

“먹겠습니다! 시키는 것은 뭐든지... 크흑...”

“묶여있으니까 내가 직접 먹여줄게. 난 생각보다 더 상냥하고 친절하다고.”


부기사단장의 입에 들어간 알약은 들어가 침을 만나자마자 녹아 그대로 삼켜졌다.


“맛있지?”

“네! 맛있습니다.”

“이런 거 가족은 나눠먹어야 한다고 하지?”

“네?”


헤리오스가 약을 가지고 그의 아내에게 다가갔다.


“안돼! 안돼! 제발! 제발 약은 저에게만...!”

“안먹으면 아이들의 팔을 모두 잘라주겠다.”


차가워진 그의 눈빛을 받은 부기사단장의 아내는 결국 눈물이 흐르는 눈으로 약을 보더니 입을 벌렸다.


“옳지!”


이번에도 그녀의 입에 들어간 약은 순식간에 녹아 목으로 넘어갔고, 그것까지 확인한 헤리오스는 쓰러져있는 아이들의 입을 벌려 약을 한 알 씩 넣었다.


“안돼! 이 나쁜 놈! 약을... 어째서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흐흑! 아이들은 아니잖아!”


악을 쓰는 부기사단장과 뒤로 손이 묶여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여인은 쉽게 일어서지도 못하고 기어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마이언! 졸리!”


고문실 안이 울음바다가 되어버린 상태에서 철문이 열리고, 성 문앞에서 카밀레아에게 뺨을 얻어맞은 집사가 끌려 들어왔다.


“오! 왔군.”


그는 벌벌 떨려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빌어댔다. 그런 그의 입을 억지로 벌려 빨간 약을 집어 넣고는 입을 닫아버리자 그는 바로 침에 녹은 그 약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컥! 컥! 우엑!”


억지로 토하려고 하는 그를 보고 헤리오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그러자 억지로 토하려고 하던 집사의 행동이 멈추었고,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고 바닥에 쓰러지더니 온 몸을 부들거리며 떨어대다가 온 몸에 힘이 빠지며 축 늘어진다.


“아까 먹은 약이 몸에 참 좋은데... 이런 부작용이 있네. 뭐... 일년에 한 번 씩 부작용을 막아주는 약을 먹으면 문제는 없지만... 약 두 번을 거르면 이런 꼴이 날거야.”

“아...아아!”


좌절하는 부기사단장의 아내와


“시키는 것은 다 하겠습니다. 제발... 자비를...”


처음과는 달리 헤리오스에게 자비를 구하는 부기사단장이었다.


작가의말

그렇습니다.

쥔공은 나쁜쉐이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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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증명해 봐 +3 22.03.09 558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6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3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138 어딜 가 +4 22.01.15 995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9 30 13쪽
136 니들... 미쳤냐 +3 22.01.09 1,040 32 11쪽
»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3 29 10쪽
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5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7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2 31 10쪽
131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2 21.12.27 1,329 33 11쪽
130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2 21.12.25 1,347 36 11쪽
129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건데 +3 21.12.25 1,293 33 15쪽
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8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7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6 30 9쪽
125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40 38 10쪽
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9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1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6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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