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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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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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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작성
21.11.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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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1쪽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DUMMY

일격을 당한 귀족 연합군은 한참을 뒤로 물러나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신의 저주를 받을 지어다!”

“동부의 모두에게 신의 징벌을...!”


평소 찾지도 않던 신을 찾아가며 동부를 욕하던 귀족들은 슬로안 후작가의 기사단장의 보고에 입을 다물었다.


“다수의 보병과 궁병의 피해가 있었습니다만 기사들의 피해는 겨우 45명 이탈로 미미합니다. 그러나 사망자와 부상자보다 사기가 떨어진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보고를 들은 크램프 자작과 메이안 남작이 코웃음을 쳤다.


“천한 것들이니 조금만 밀려도 겁을 먹는군.”

“매질을 하여 그런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지만 쟈이네크 후작의 호통이 그들의 입을 막았다.


“멍청한...! 그럼 자네들이 나가서 창을 들고 싸울텐가? 아무리 멍청해도 기본적인 용병술도 모르고 그저 병력만 이끌고 따라와서는...”


몇몇 귀족가를 빼놓고는 슬로안 후작과 쟈이네크 후작이 참가하는 전쟁에 영주들이 모두 참여했다. 자신들의 연합의 수장이 직접 참전한다는데 간 크게 빠질 영주는 없었던 것이다. 다만 몸이 좋지 않거나 집 안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하는 몇몇 귀족들은 아들들을 보냈지만 당연히 작전을 수립할 때 입도 열어보지 못하고 그저 따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직접적인 요청을 하는 이가 있었다.


“이제 이미 개전을 시작했으니 명분이고 뭐고 필요 없을 것 아닌가? 이제 우리 형제는 그만 국왕령으로 가고 싶군.”


일왕자와 이왕자였다.


“아니 우리 군의 상징이신 두 분께서 그리 말씀을 하시다니요? 그리고 우리가 승리할 것은 당연히 다가올 미래입니다. 그러니 걱정마시고...”


반로프 자작이 두 왕자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에 침까지 튀겨가며 말을 하는데 슬로안 후작이 일왕자를 보고 묻는다.


“일왕자님께서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그렇다.”


그 대답에 쟈이네크 후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왕자님. 궁금합니다. 이 전쟁... 어렵다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사적으로 외조부가 되는 슬로안 후작의 질문에 이왕자 대답을 하고는 눈길을 피했다. 그에 쟈이네크 후작도 일왕자를 바라보았고, 일왕자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두 분 왕자님에게 까지 그렇게 보였다면 저희의 꼴이 많이 엉망이군요. 어떤 점이 그런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왕자가 살짝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답을 하지 않자, 쟈이네크 후작이 일왕자에게 물었다.


“일왕자께서는 정말 솔직히 말해주십시오. 뭐가 문제인 겁니까?”


이번에는 일왕자의 외조부가 되는 쟈이네크 후작이 말했고, 일왕자는 이왕자와는 다르게 입을 열었다.


“지휘체계도 문제고, 병령의 운용도 효율적이지 않으며, 각 군 간의 협력도 거의 되지 않을뿐더러... 동부의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도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순순히 인정하는 쟈이네크 후작과 슬로안 후작.


“그래요. 말이 나왔으니 그냥 말을 하겠습니다. 중부는 슬로안 후작님을, 서부는 쟈이네크 후작님을 보면서 눈치만 보고 있고, 작전을 제대로 짜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숫자만 믿고 아무 방비도 없이 벨로시아를 향하고 있습니다. 벨로시아를 직접 가본 사람은 몇이나 됩니까? 제가 가봤지만 이런 대군이 한꺼번에 그 땅으로 가다 습격이라도 당한다면 전멸입니다. 그 땅이 어떤 곳인지 알고 그 동안 방치했던 것 아닙니까?”


그랬다.

벨로시아는 넓은 땅을 가졌지만 남쪽으로는 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험한 산맥이 가로질러 거의 고립되어 있는 영지로 설사 오크들이 넘어와 벨로시아를 무너뜨리더라도 험한 산맥이 중부와 동부를 가르기 때문에 굳이 지원을 해주거나 신경을 쓰는 것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산을 넘어 오크들이 영지를 공격하지 부랴부랴 중부가 움직였던 것이고 말이다.


“확실히 알겠습니다.”


슬로안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해주었고, 쟈이네크 후작 역시도 고개를 끄덕여 그 말에 동의를 했다.


“우리는 돌아가겠다. 어차피 우리가 명령을 내릴 일도 없을테니...”


일왕자의 말에 쟈이네크 후작이 대답했다.


“가시는 길 모셔다 드리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승리 후 찾아뵙겠습니다.”


슬로안 후작 역시 두 왕자가 가겠다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귀족 연합군의 병력은 모두 귀족가의 병력, 두 왕자에게 맡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공적과 함께 동부에서 차지할 이권에 왕실을 끼워줄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 점을 두 왕자라고 모르지 않았기에 이 시점에 찾아와 돌아가겠다고 한 것이고 말이다.


“무운을 빕니다.”


일왕자는 역시 무뚝뚝한 말투로 인사를 하고 나가버렸고, 이왕자는 살짝 슬로안 후작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두 왕자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두 후작은 큰 천막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귀족가의 영주들과 대리인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두 분 왕자님들께서 하신 말씀에 혹시 반대하는 의견이 있나?”


그리고 천막 안에서는 대대적인 지휘체계의 개편이 시작되었다.


“그럴수는...! 그럼 저는 구경만 하라는 말이 되지 않습니까?”

“흥! 겨우 900의 병사를 가지고 온 주제에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거지?”


“기사단만은 저를 위해...!”

“닥쳐라! 지금 연합을 위한 싸움에서 혼자만 살겠다고 기사단을 빼겠다는 거냐? 네 놈부터 죽여주랴?”


중부와 서부안에서도 말이 많았고, 후에 서부와 중부 역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싸워댔다.


“됐다. 총 지휘는 슬로안 후작에게 양보하지. 그래도 중부는 벨로시아를 넘어본 적이 있고, 전투도 경험을 해보았으니 우리보다 나을 거다.”


쟈이네크 후작이 양보를 하고 물러나자 슬로안 후작은 정중히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부담이 된다거나 무리한 작전은 가급적 하지 않을 것이고, 참모로 서부의 사이먼 남작을 쓰고 싶소.”


슬로안 후작의 말에 쟈이네크 후작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 중에는 가장 머리가 돌아가는 자지...”


하지만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중부의 귀족들은 서운하다는 눈빛으로 슬로안 후작을 바라보았는데 그들의 눈빛을 무시하고는 슬로안 후작이 사이먼 남작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 남작... 저들의 다음 행동을 예측해볼 수 있겠소?”


그 질문에 귀족들의 작은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대충 아무말이나 지껄이기만 해봐라.”

“흥! 수정구슬이라도 필요할 걸.”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무슨 질문을...”


하지만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도 사이먼 남작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마도... 기병을 이용한 기습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호오... 기습이라...? 이번처럼 수레를 이용하거나 기사들을 이끌고 정면대결은 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슬로안 후작의 물음에 사이먼 남작이 고개를 저었다.


“적에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면 그들의 장점과 약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장점과 약점이라...?”


쟈이네크 후작까지 사이먼 남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들의 경기병과 부딪힌 기사들은 상당히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인원이 있습니다.”

“그렇지. 저들의 기병은 활도 쏘고 검도 다루는 매우 강력한 전투자원이야.”

“아닙니다. 그런 강력한 전투자원이 없기에 기사들이 활을 쏘는 것입니다.”

“뭣? 기사가...?”

“그 당시 전투에 참여했던 기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기병 전원이 우리 기사들에게 덤벼든 것이 아니라 일부만 공격했다고 하니 저의 예측이 맞을 겁니다.”

“흐음...”


사이먼 남작의 말이 이어질수록 천막 안은 조용해져갔다.


“그리고 저들에게서 보병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보병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럼 세 가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한 두가지를 예측했던 귀족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 번째는 당연히 병사의 부족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렇지.”

“그럼 왜 병사가 부족하냐는 겁니다.”

“응?”

“병사가 부족한 이유? 그야...”

“여기서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그 중 하나가 동부 연합 안에서 반란이나 소란을 일으키는 존재가 있어 그들을 막기 위해 병사들이 파견되어 있는 경우. 다른 하나는 오크들을 제압하지 못했기에 그 쪽으로 방어 병력을 보낸 경우.”


그 말에 영주 중 하나가 말했다.


“하지만 왕자님들이 그 벨로시아의 후계자를 만나고 나서 하신 말씀에는 오크들과는 동맹을 맺었다고...”

“그랬죠. 만약 그것이 거짓이었다면 어떻습니까?”

“...아!”


수군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아졌다.


“두 번째는 뭔가?”

“숨겨놓았다가 비장의 수를 쓰거나 기습을 위해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이미 거기까지 예측했던 귀족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머지 하나가 궁금했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뭐지?”

“벨로시아의 땅은 넓습니다.”

“당연한 소리를...”

“그 넓은 땅이기에 여러 영지와 경계를 맞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유리켈론 자작령에 있습니다만... 저 위나 아래쪽의 영지를 향해 병사들이 공격을 개시한다면 어떨까요?”


그 말에 중부의 귀족들의 몸이 경직됐다.


“그게 무슨...!”

“말이 되는...소리군.”

“설마...!”


동요하는 중부귀족들을 보며 사이먼 남작이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을 노리는 겁니다. 서부와 중부가 연합되어 있지만 중부가 빠지면 동부가 서부를 박살내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입니다. 그 후 중부를 치겠지요.”

“으음...!”


다시금 조용해진 천막 안.


“자...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좋겠군.”

“공격입니다. 저들이 아무리 병력을 나눈다고 해도 우리보다 그 수가 적을 것이고, 본거지가 불안하다면 그 역시 우리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을 것입니다. 저들의 본거지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우리에게 통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군.”


슬로안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쟈이네크 후작을 보았고, 쟈이네크 후작은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그렇지. 이게 진짜 작전회의지.”


슬로안 후작은 바로 경기병에 의한 기습을 대비하라고 지시하고 부상병을 돌보고 낙오병을 합류시키라 지시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적의 기병이 나타났다! 적이다!”


아군의 병사들이 지르는 소리에 기사들이 뛰어나가며 병사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방패 들어! 이 머저리들! 빨리 움직여!”

“궁수들은 활 들고 대기해!”


귀족 연합의 빠른 대응에 그럴 듯한 공격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동부의 기병들을 보며 서부와 중부의 병사들은 크게 함성을 질러댔다.


“더 이상 우리를 놀래킬 일이 없다면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사이먼 남작의 중얼거림에 지휘부의 천막의 분위기는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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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아주 좋은 생각이야 +3 22.03.17 428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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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전쟁은 돈지랄이야 +3 22.03.12 562 16 15쪽
144 남기면 평생을 먹게 될지도 몰라 +3 22.03.09 587 18 11쪽
143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3 22.03.09 526 15 10쪽
142 증명해 봐 +3 22.03.09 557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5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2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138 어딜 가 +4 22.01.15 994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8 30 13쪽
136 니들... 미쳤냐 +3 22.01.09 1,040 32 11쪽
135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2 29 10쪽
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4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7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1 3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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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7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6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5 30 9쪽
125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39 38 10쪽
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8 41 10쪽
»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1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5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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