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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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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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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작성
21.12.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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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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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1쪽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DUMMY

라이비아의 왕위 계승은 문제가 될 소지가 상당히 높았다.


첫째, 왕자가 있음에도 공주가 왕위를 계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축하연의 장소가 국왕령의 왕성이 아니라 벨로시아의 영주성에서 진행되는 것은 의심을 해봐야 하는 위험한 일이다.

셋째, 많은 지역의 영주의 부재로 인해 현재 초대에 응할 사람이 없다.

넷째, 치안의 불안으로 귀족의 안전이 문제될 수 있다. 특히 동부에는 많은 괴물들이 출몰하여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따위의 의견을 내세우며 거부하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 초대장에 찍혀있는 인장을 봐라! 이것은 벨로시아의 것이 아닌 왕가의 인장이다! 그런데도 가지 않는 다는 것은 이 왕국의 귀족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이런 주장을 내세우는 이들은 카밀레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들이다.


“초대장을 보냈다고 이 곳으로 귀족들이 올까요?”


걱정이 가득 담겨있는 라이비아 공주의 얼굴을 보며 헤리오스가 싱긋 웃어보였다.


“오게 만들어야죠.”


관리해야 할 영지가 많아져 카밀레아는 아직까지 공식 직책이 유모인 나르샤를 통해 업무를 지시하여 각 영지의 후계구도와 이런 저런 사항을 확인하고 지원과 제재를 지시하고 있었다.

정보조직은 일왕자와 이왕자의 합류로 인해 왕실의 거의 모든 힘이 벨로시아로 몰리게 되었는데, 그 동안 강하게 저항하던 국왕도 일왕자와 이왕자의 합류와 서부와 중부 연합의 패배로 인해 왕국의 힘이 벨로시아로 넘어갔다는 것을 인정하고는 순순히 인장을 내어 주었다.


팔미크 백작령도 항복 이후 백작이 벨로시아에 머물며 문서로 지시를 내려 백작령을 통치하였지만 어떤 면에서든 벨로시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순순히 영지의 통치권을 넘겨주었다.

이는 후크 백작도 마찬가지 였는데, 라이비아 공주가 국왕이 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헤리오스를 찾아갔다.


독한 증류주를 들이킨 후크 백작이 ‘크-’소리를 내다가 헤리오스를 보았다.


“공작. 아니 공작님이라고 해줘야 하나?”

“에이. 어차피 하실 마음도 없잖아요? 게다가 아내 될 사람의 외할아버지한테 존대를 들어봐야 나중에 바가지만 긁힐거라구요.”

“크허허허허!”

“그렇게 웃지마요. 이래뵈도 제 마누라가 이 나라의 왕이 될테니...”

“크하하하하!”


그렇게 웃기만 하던 후크 백작은 술 한 병을 다 마시더니 말없이 손에서 반지를 빼 탁자에 ‘탕!’소리가 나도록 올려놓더니


“손녀가 왕인데 결혼 할 손녀사위가 겨우 그냥 영지하나 가지고 있으면 모양이 살지가 않지. 이거 가지고 어깨펴고 결혼하도록 하라구. 균형이 맞아야지. 안 그래? 크하하하하!”


이렇게 말도 안되게 영지를 넘기고 독한 증류주를 두 병 더 챙긴 후 늦은 밤 일행을 깨워 백작령으로 돌아가버린 후크 백작의 행동으로 벨로시아는 동부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땅을 가진 영지로 변했다.

하지만...


“균형? 이 못된 노인네가...!”


국왕령보다 적어도 세 배는 더 큰 땅을 가진 헤리오스에게 균형을 얘기하고 간 후크 백작.


“아오! 정말 사돈 아니었으면... 에잇!”


여전히 헤리오스의 시녀로 일을 하며 나르샤의 수제자가 된 제니가 탁자의 술병과 술잔을 치우며 말했다.


“후크 백작님께서 정말 라이비아 공주님만 생각해서 하신 말씀일까요?”

“응?”

“카밀레아님도 사이먼 영지를 받으셔야 할 것 아니에요?”

“아...!”


서부의 작은 영지에 있는 사이먼 남작가는 죽은 디클로스 사이먼 외에는 오직 카밀레아 사이먼 외에는 영지를 받을 사람이 없었다.


“잠깐...!”


무언가 떠올린 헤리오스가 머리를 핑핑 돌렸다.


왕국 영토의 3분의 1인 동부 전체를 차지한 헤리오스.

그리고 중부에 위치한 국왕령.

서부에 사이먼령.


“이... 너구리 영감! 결국 다 먹을 때까지 고생을 하라는 거였나?”

“그러고 보니 술 두병을 더 가지고 가신 것이... 아마...”

“중부랑 서부까지 다 먹은 후 라이비아랑 카밀레아에게 주라는 거겠지. 쯧!”


꼭 지킬 필요는 없는 약속. 하지만 헤리오스의 목표를 아는 몇 안되는 사람으로 나름 아끼는 손녀를 시집보내는 할아버지의 심술이자 라이비아와 함께 항상 같이 살아갈 카밀레아에게 힘을 주려는 어른의 배려였다.


“네? 저보고 사이먼 남작이 되라고요?”

“그 편이 서부를 장악하는데 움직이기도 편할 겁니다. 안그래요?”

“하지만 전...”

“제가 뒤에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후크 백작의 생각은 헤리오스의 입을 통해 카밀레아에게 전해졌고, 하나 밖에 없는 혈육을 죽이는데 일조한 카밀레아는 죄책감을 씻을 겨를도 없이 헤리오스와 함께 사이먼 영지로 향하게 되었다.


“하지만 곧 즉위식이...”

“그러니까 서둘러야죠.”


카밀레아를 태우고 갈 마차 앞에는 이미 라이비아 공주가 집 안의 식구들과 함께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숙제를 내줬어요.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하시더니 그냥 휙 가시더군요. 공작께서 그대를 데리고 서부로 간다고 하는 말에 대충 이해했어요. 그러니...”


평소의 공주 답지 않게 카밀레아에게 다가와 두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남작이 되어서 내 즉위식에서 나를 축하해줘요.”


공주의 체온이 손에서 느껴지자 카밀레아는 뭔가 울컥 치밀어 올랐으나 꾹 누르고 평소처럼 도전적으로 말했다.


“흥! 못 할 것 같아요? 공주께서 왕이 되기 전까지 제가 작위와 영지를 가지고 나타나서 제일 먼저 지지하는 걸 보여주겠어요!”


마차 너머에는 많은 수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군기가 잡힌 채 서 있었고, 심지어 말까지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도열하여 기사들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 올게요.”


카밀레아는 헤리오스에게 인사를 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마차에 올라탔다.


“어머?”


마차 안에는 제이크와 키사가 용병의 복장을 하고 탑승해 있었다.


“공작님께서 부인을 매우 아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네요.”


키사와 제이크는 헤리오스가 항상 곁에 두고 있는 기사들이자 심복이었다. 그런 둘을 자신에게 딸려보낸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신경을 써주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마음에 안드는 놈들이 있으면 그저 눈짓만 주십시오. 제가 바로 머리를...”


퍽!


떠드는 제이크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 찬 키사가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말한다.


“저희는 지금부터 이 곳으로 돌아올 때까지 부인의 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편히 써주십시오.”

“그럼 잘 부탁할게요.”


카밀레아도 살짝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하자 바로 마차가 출발했다.


“그런데 두 분 곧 결혼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키사의 물음에 이상하게 제이크의 얼굴이 파랗게 변하기 시작했고, 카밀레아는 키사의 눈을 보며 대답했다.


“공작님께서요. 말씀하시면서 막 웃으시던데요?”

“공작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겁니까?”

“어머? 아니에요? 공작님께서 ‘드디어 제이크가 성공했나보군.’이라고 하시면서 웃으셨어요.”


뻐억!


고통으로 제이크는 파래진 얼굴시 시뻘겋게 변했지만 얻어맞은 정강이를 손으로 부여잡을 수 없었다. 차가운 한설이 몰아치는 듯한 매서운 눈 두 개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혹시 공작님께서 다른 이야기는 없으셨는지...?”


분명 질문은 카밀레아에게 하는데 눈은 제이크를 노려보고 있다.


“물론 있어요! 이것도 제이크 경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제이크는 검집을 쥐고 있는 키사의 왼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헤리오스에게 원망을 미친 듯이 속으로... 했다.


카밀레아를 태운 마차는 사이먼 영지를 향했고, 헤리오스의 아버지이자 전 벨로시아의 영주였던 발쟈크 레크 벨로시아는 국왕 직할령으로 향했다.


“이 놈이 여행을 보내준다고 했을 때 의심을 했어야 하는데... 이... 놈!”

“괜찮아요. 우리는 그저 얼굴만 보이면 된다고 그랬잖아요.”


옆에서 그의 아내가 그를 달랬고, 어느 덧 자란 아프로디테 역시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신기했는지 입까지 헤벌리고 창문에 매달려 쳐다보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지간한 문서처리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헤리오스의 유모인 나르샤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나저나... 영지에서 인원이 많이 빠져나가 걱정이군.”

“걱정마세요. 제니가 있으니 어지간한 잡일은 잘 처리가 될 겁니다.”


그리고 헤리오스는 공작 집무실에서 제니의 투정을 듣고 있었다.


“너무하세요. 공작님. 안그래도 인원을 반이 넘게 파견을 보냈는데 영지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신다니요? 그럼 저 죽어요. 공작니임~ 제바알~”

“제니. 세상은 원래 쉽지 않은 거야. 그리고 이건 꼭 필요한 일이야.”

“공작니임~ 그래도 이건 정말 너무 많아요.”

“그래도 꼭 필요한 거라니까.”

“연회 준비를 위한 상단 운영, 무기의 계량, 도로의 정비, 인구 변동을 감안한 호구조사, 타영지의 재정적 약점조사, 적대적 영지의 군사적 움직임 조사... 다 좋다고요.”


가슴에 한아름 서류를 안고 있는 제니가 이제는 따지듯이 묻는다.


“여름 피서 후보지 3개 선정, 북쪽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메뉴 및 레시피, 북쪽 숲에서 나오는 버섯의 종류, 후크 백작령 너머의 오크 영토의 지형조사, 팔미크 백작령 남쪽의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의 종류와 레시피, 드래곤의 존재와 확인...”

“흠!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정말요?”

“그럴걸?”

“정말 그래요?”

“그럴지도...”

“공작님. 솔직히요.”

“아닌가?”

“아니죠?”

“...그래.”


그러자 밝아진 표정으로 제니의 가슴께에 들고 있던 서류 중 3분의 2를 책상에 내려놓고 헤리오스에게 약간 기분좋은 하이톤으로 인사를 한다.


“역시 공작님은 아랫사람을 잘 살펴주세요. 너무너무 멋져요! 최고에요. 그럼 저 나가볼께요.”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는 제니를 보며 헤리오스가 피식 웃는다.


“조금만 더 하면 이 나라가 바뀐다. 그럼 앞으로 평민들을...”


작가의말

이제 판을 벌이고 줍줍하면 대충 끝나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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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남기면 평생을 먹게 될지도 몰라 +3 22.03.09 587 18 11쪽
143 초대를 거절했다고 이 지랄을 하는 거야 +3 22.03.09 526 15 10쪽
142 증명해 봐 +3 22.03.09 557 16 11쪽
141 깨끗이 금방 씻고 올라갈게 +3 22.02.01 905 26 12쪽
140 그 놈 머리 좀 가져와 +4 22.01.29 843 26 11쪽
139 제이크는 왜 +3 22.01.23 1,017 30 11쪽
138 어딜 가 +4 22.01.15 994 34 12쪽
137 그냥 여기다 묻고 갈까 +4 22.01.11 1,019 30 13쪽
136 니들... 미쳤냐 +3 22.01.09 1,040 32 11쪽
135 이제부터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야 +3 22.01.09 1,012 29 10쪽
134 해주시겠어요 +3 22.01.04 1,134 33 9쪽
133 땀이 조금 나기는 하지 +3 21.12.31 1,137 34 12쪽
132 마음이 약하신 것 같단 말이야 +3 21.12.29 1,231 31 10쪽
» 그거 다 필요한 거라니까 +2 21.12.27 1,328 33 11쪽
130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음으로 +2 21.12.25 1,346 36 11쪽
129 저게 왜 저기에 있는건데 +3 21.12.25 1,292 33 15쪽
128 병신인가 보죠 +4 21.12.12 1,517 35 13쪽
127 저 너머는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3 21.12.05 1,587 35 12쪽
126 그럴 듯 하군 +3 21.12.04 1,505 30 9쪽
125 우리의 기회는 끝났지 +3 21.12.01 1,640 38 10쪽
124 깜빡하고 말하는 것을 잊었네요 +3 21.11.28 1,689 41 10쪽
123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3 21.11.28 1,611 36 11쪽
122 적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라 +4 21.11.22 1,704 40 8쪽
121 저들은 절대 꿈을 꿀 수 없다 +3 21.11.20 1,755 40 10쪽
120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이 맞는 것 같다 +3 21.11.20 1,682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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