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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2,351
추천수 :
183
글자수 :
190,805

작성
20.02.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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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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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마음의 재난

DUMMY

2020년 새해가 밝았다.


백수는 오랜만에 딸 백희를 만나 새해를 보냈다.


명동 거리도 함께 거닐고, 가까운 남산을 올라 돈가스도 먹었다.


“새로 간 학교는 어때? 다닐만해?”


“그냥 그래”


오래간만에 만난 아빠가 어색한지 백희는 만난 지 두 시간이 넘었는데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뭐라고 물으면 ‘응’, ‘아니’ 정도로 대답했다.


백희는 2020년 중학교 2학년이 된다. 나이가 커갈수록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가야 할 학원도 늘어나고 있다.


백희 때문에 연락하자 백희 엄마가 생활비를 더 달라고 요구했다. 수학 학원에만 30만 원을 써야 한단다. 그래서 100만 원씩 넣어주던 생활비를 150만 원으로 올렸다.


돈가스를 다 먹고 남산타워까지 산책에 나섰다. 추운 날씨였지만 그래도 걷다 보니 조금씩 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빠”


“응?”


남산 타워에 거의 다 올라왔을 때 드디어 백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빠, 살 만해?”


“응? 살 만하냐니”


“지낼만하냐고. 군대도 잘렸잖아. 어떻게 먹고 살고 우리 생활비는 어떻게 주는 거야”


항상 또래보다 조숙했던 백희. 백희는 아빠의 살림마저 걱정하고 있었다.


“응, 아빠 친구 민규 아저씨 있지? 그 아저씨랑 같이 도배하러 다녀. 먹을 만큼은 벌고 있어.”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한 달에 한 번 재난을 해결하고 1500만 원씩 받는다고 말이다.


“아빠 부담스러우면 나 학원 안 가도 돼”


“그런 소리 말아. 네가 잘 돼야 엄마도 아빠도 잘되는 거야”


타워에 들어갈 때쯤 튀어나온 백희의 입도 조금 들어간 눈치였다. 드디어 백희가 고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담탱이 너무 이상해”


“담탱?”


“담임”


“아, 담임. 왜 이상한데?”


“페미니즘? 막 그런 거 하는 여자 같아”


“아, 담임이 페미니스트야?”


“그렇다니까. 페미 카페도 하고 그러나 봐”


“넌 여학생이니까 그게 더 낫지 않아?”


“아니, 근데 남자애들이 불쌍하잖아. 무슨 일만 생기면 다 남자애들 탓한다니까”


기분이 좀 풀린 백희는 여러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학교 문제부터 남자 친구 이야기, 꿈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가족 이야기까지.


“아빠”


“응?”


“엄마랑 합치면 안 돼?”


반년 전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엄마가 싫다는 걸 어쩌니···. 갑자기 왜? 엄마가 힘들어해? 남자 있는 거 아냐?”


“글세···. 모르겠어. 있는 거 같기도 없는 거 같기도. 그런데 확실히 직업은 없어. 요리 학원에 다니는 거 같긴 한데. 잘할 거 같지 않아”


눈물까지 글썽이는 백희를 백수가 안았다.


“아빠는···. 항상 준비돼 있어. 백희만 원한다면”


고민에 빠진 건 백희만이 아니었다.


시흥 슈타인 별장의 막내, 김 비서 칠복도 마찬가지였다.


“들어가도 되니?”


백수가 칠복의 방을 두드렸다. 대답은 없었다.


“들어간다~”


칠복은 방안 책상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책상 벽엔 재난 목록집의 한 페이지가 붙어 있었다.


보나 마나 뻔했다. 한국항공 858 사건을 보고 있는 것이다.


승객은 무사히 구했지만, 김일두와 김희연이 자결했다.


자결했다는 자체보다 죽음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가책이 컸다. 특히 김희연의 경우, 원래의 미래에선 행복하게 잘 살 예정이었다.


“야, 너 아직도 그래? 니 탓 아냐~ 내가 더 가까이에 있었는데, 막았어도 내가 막았어야지. 그리고 입속에 캡슐 터뜨리는 건 원래 막기도 힘든 거야”


붙여놓은 종이엔 여러 낙서가 돼 있었다. ‘김희연’이란 이름엔 크게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너 때문에 그때 살아난 생명이 100명이 넘어. 그 100명이 결혼하고, 애 낳고. 수백 명은 구한 거리니까”


“....”


아무리 보채고 달래도 소용없었다.


좌절한 남자의 마음은 토라진 여자의 마음과 비슷한 거 같았다.


아무리 달래고 어르고, 기운을 넣었지만 돌아올 기색이 없었다.


“일단 배낭을 두 개 준비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자네 혼자 가야겠지?”


“그러니까요, 안 되겠어요. 타임머신도 의자 하나는 떼어도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준비해달라는 건 준비했어요?”


“그래, 어렵지만 마련해 놓았네. 구형이긴 하지만”


박사가 백수에게 은색 권총을 건넸다.


“리볼버 매그넘······. 아주 좋은 총이죠. 써 본 적은 없지만”


“써야 할 상황에만 쓰게. 명심하라고. 자넨 사람을 죽이러 가는 게 아니야.”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난 상황 같으면 어쩔 수 없어요. 준비해달라는 다른 거는요?”


“아, 그거? 그것도 넣어 놓았네”


백수가 요청한 건 잠수용 도구였다. 잠수복과 오리발. 그리고 산소통이었다.


“일반 산소통을 너무 커서 안 들어가고, 작은 고압 산소통 여러 개를 준비했네”


덕분에 배낭을 메자 백수의 머리만큼이나 더 튀어나왔다.


“와, 이거 완전 군장이네. 칠복이 것도 이렇게 싼 거예요?”


“그래. 아주 똑같이 넣어 놓았다네”


타임머신을 분리하고 있는데 칠복이 나타났다. 워커에 작업복, 점퍼까지 갖춰 입었다.


“너, 뭐야. 갈 거야?”


백수가 물었다.


“김 비서. 기분은 좀 풀렸나?”


칠복이 타임머신 쪽으로 다가와 렌치를 들었다.


“제가 다른 사람을 구하면, 죗값은 하는 거겠죠?”


칠복이 렌치로 볼트를 조였다.


“그럼, 당연하지. 당연하지 말고”


의자에 나란히 앉아 백수가 신호를 보냈다. 슈타인 박사가 버튼을 눌렀다.


“칠복아, 가고 싶은 곳 있냐?”


“테러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삼청 백화점이 나았다”


“아무거나 하나만 대 봐”


“글세···. 이번엔 홍수?”


“홍수······. 홍수는 막기도 힘들다. 어째 불안하다.”


수다를 떠는 사이 어느새 타임머신이 연기를 풍기며 자취를 감췄다.

.

.

.

.

.

백수들이 도착한 곳은 바닷가였다.


야자수가 있고, 파도가 거셌다.


“오, 휴양지네요, 선생님!”


칠복이 두 팔을 높이 들었다.


“여기 하와이 그런 곳 아니에요?”


“하와이는 거리가 안 돼···. 동남아인가보다. 동남아···.”


“동남아요? 동남아에 무슨 큰 재난이 있었나요?”


“바닷가에 동남아···. 바닷가에 동남아···. x발. 생각나는 사건 하나가 있네···.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내야 해”


“선생님, 저쪽에 푯말이 있는데요. 저거 아닐까요?”


칠복이 가리킨 곳에 3m 높이의 나무 푯말이 하나 있었다.


푯말엔 영어로 ‘Banda Ache’라 적혀 있었다.


“번다···. 아체? 번다아체가 어디지?”


“x발···. 왠지 내 예상이 맞는 거 같아”


백수가 재난목록집을 빠르게 펼쳤다. 2004년 재난 중 한 페이지를 폈다.


“인도네시아···. 아체, 반다아체······. x발. 좆됐다. 어쩌냐. 이거 우리가 막지도 못하는 재난이야!”


“뭔데요, 선생님?”


“쓰나미라고···. 해일이야···.”


백수들이 도착한 곳은 인도네시아 북서부 끝에 있는 반다아체 해변. 2004년 12월 26일 이곳에는 수십 만의 사상자를 낸 역대 최대 규모의 쓰나미가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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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7. 롯비월드 테러사건 - 습격 20.03.03 99 0 8쪽
50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재회 그리고 20.03.02 66 0 8쪽
49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잔인한 바다 +2 20.02.28 78 0 9쪽
48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지진이 온다 20.02.27 91 1 10쪽
47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5인의 용사들 20.02.26 90 0 8쪽
46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재앙의 징조 20.02.25 69 0 8쪽
45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조력자 20.02.24 83 0 7쪽
»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마음의 재난 20.02.21 107 0 7쪽
43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해피엔딩 20.02.20 105 1 7쪽
42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조종실을 점령하라 +2 20.02.19 106 0 8쪽
41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사생결단 20.02.18 104 0 7쪽
40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간나 새끼들 20.02.17 101 0 8쪽
39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살아나 봐 20.02.14 110 1 7쪽
38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궤도 수정 +2 20.02.13 129 1 7쪽
37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탄로난 정체 20.02.12 111 0 8쪽
36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북파공작원 아유미 20.02.11 114 1 7쪽
35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하늘을 오르다 20.02.10 157 1 7쪽
34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생사의 주마등 20.02.09 201 2 8쪽
33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액션 영화를 찍다 20.02.08 172 1 9쪽
32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무너져야 믿지 20.02.07 172 0 7쪽
31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미남계와 설득계 20.02.06 154 1 8쪽
30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시계는 움직이고 20.02.05 160 0 7쪽
29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준비된 재앙 20.02.04 161 2 7쪽
28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삼청 백화점 20.02.03 199 1 8쪽
27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사건 그 후 20.02.02 185 1 8쪽
26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죽음의 터널 20.02.01 186 4 7쪽
25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가방아 가방아 20.01.31 20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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