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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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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3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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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0,805

작성
20.02.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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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탄로난 정체

DUMMY

<어쩌면 좋아요?>


<글쎄···. 일단 착륙 시간 좀 물어봐.>


그러자 칠복이 손을 들어 스튜어디스를 불렀다. 스튜어디스가 둘, 스튜어드가 하나였는데 머리 긴 쪽이 짧은 쪽보다 친절했다.


“네, 손님. 무슨 일이시죠?”


긴 머리 쪽이 다가왔다.


“착륙하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30분이면 착륙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백수가 고민하는 건 간첩들을 어떻게 하느냐였다.


간첩을 잡느냐, 아니면 간첩이 간 다음에 처리하느냐. 중요한 문제였다.


간첩을 잡을 수 있느냐도 고민거리였다. 노인과 20대 여자라면 얼핏 보기에 잘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뒤에서 몰래 다가가 기습을 할까도 생각했다. 80년대 항공기의 보안 수준은 별로 대단치 않아서, 배낭이 있는 화물칸에 다시 다녀오는 것도 쉬울 거 같았다.


<일단 나도 보고 올게.>


백수도 자리를 빠져나가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지나가며 7열에 앉아 있는 간첩들을 살폈다.


김희연, 아유미는 듣던 대로 굉장한 미인이었다. 하얀 카라가 달린 벨벳 소재의 검정 원피스를 입었다. 카라 아래엔 은 재질 금속으로 덮인 빨간 브로치가 있었다.


김일두, 일본명 하치야 신이치는 재난 목록집에 나온 나이로는 보이지 않았다. 70세라고 돼 있는데 혈색도 좋고 자세도 꼿꼿했다. 둘이 닮은 건 아니었으나 둘 다 선이 곱고 피부가 좋다는 점 하나만은 비슷했다.


7열을 지나가 화장실로 향하는데 뒤에서 누가 백수를 불렀다.


“선생님”


고개를 돌려보니 김희연이 손짓하고 있었다.


“네, 무슨 일이시죠?”


백수의 심장이 두 배는 빠르게 뛰고 있었다. 간첩에게 들통 날 지 모른다는 초조함과 미모의 젊은 여인이 말을 걸었다는 것에 대한 긴장 때문이었다.


“주머니에서 약 같은 게 떨어졌네요”


김희연이 가리킨 곳을 보니 아까 칠복이 준 비타민 과자였다.


“아, 감사합니다. 제시간에 먹어야 하는 약인데”


백수가 비타민을 집어 들고 화장실로 사라졌다.


거울을 보니 어느새 이마와 뺨이 땀으로 범벅이 됐다.


단지 말 한마디 나눴을 뿐이지만 중요한 장면이었다.


비행기 폭파 임무를 띤 간첩이 일반인과 불필요한 접촉을 할 리가 없었다.


<눈치챈 거 같아.>


<네? 뭐를요?>


<우리가 자기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거>


<어떻게 알아요?>


<내가 지나가는데 말을 걸었어. 분명해.>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아챈 간첩은 어떻게 행동할까.


영화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바로 ‘제거’다.


첩보원이나 암살자 등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존재를 살려두지 않는다.


잠깐의 조우였지만 많은 걸 시사하는 장면이었다.


<왜 이리 땀을 흘리세요?>


<지금 상황이 장난이 아니야. 너무 위험해.>


목숨이 촛불처럼 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신체 변화로 나타났다. 이마에서 열이 나고 온몸에 땀이 났다. 다리도 조금씩 경련이 일어나는지 떨리고 있었다. 사건 현장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하고 있지만, 간첩이 목숨을 뺏는다는 건 또 다른 영역이었다.


<제가 처리할까요?>


<뭘 처리해, 가만히 있어.>


그때 칠수의 어깨를 누군가 두들겼다.


“으억!!”


“아이구, 깜짝이야. 왜 그러세요”


옆 좌석 남자였다.


“몸이 안 좋으신가요? 땀을 흘리시네”


“아, 아닙니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 정도가 아닌데요, 얼굴도 빨갛고. 스튜어디스 불러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때 앞쪽에서 단발머리 스튜어디스가 다가왔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 여기 남자분이 땀을 비 오듯 흘리고 계시네요. 편찮으신 거 같아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승객님?”


“아닙니다. 아니에요. 비행기를 타면 가끔 이러는데요,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꿀물을 좀 가져다 드릴까요?”


“아···. 괜찮습니다”


“아뇨, 주세요. 삼촌이 부끄러움이 많아서. 가져오시면 드실 거예요”


티슈로 땀을 훔치는데 칠복이 속삭였다.


<방금 간첩 할아버지랑 눈 마주쳤어요....>


<역시...>


몹시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때 스튜어디스가 꿀물을 가져왔다. 센스 있게 그릇이 세 개였다.


“한 잔씩들 드세요”


“아, 고맙습니다. 이야, 선생님 덕에 맛있는 거 먹네요”


그래도 꿀물을 한 잔 들이켜니 긴장이 가라앉는 거 같았다. 진정하고 생각을 하려는데 옆 사람이 말을 걸었다.


“두 분도 사업 때문에 다녀오시는 건가요?”


“아, 네. 중동 나가는 게 다 사업이죠, 뭐”


“인사가 늦었네. 전 배명탁이라고 합니다. 주류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 네. 반갑습니다. 전 제임스 백이라고 합니다”


평소 같으면 이런저런 설명을 붙였을 테지만 지금은 말을 할 경황이 없었다.


“어떤 일 때문에 다녀오시는 거예요?”


남자가 물었지만, 백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티브, 이분에게 설명 좀 해드려. 배가 자꾸···.”


백수가 배를 움켜쥔 채 화장실로 향했다. 이번엔 고개를 숙이고 7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실 백수가 가려던 곳은 화장실이 아니었다. 화물칸이었다.


화장실 문을 잡고 화물칸 쪽을 보니 스튜어드 한 명이 앉아 있었다. 화물칸을 지키는 모양이었다.


‘큰일 났네···.’


화장실 문을 열고 서 있는데 앞에서 스튜어디스가 나타났다. 친절한 머리 긴 여성이었다.


“실례할게요”


스튜어디스가 백수를 지나 화물칸 쪽으로 향했다. 입구 남자에게 볼일이 있는 거 같았다.


백수가 화장실로 들어간 후 문을 1cm 정도 열었다. 귀를 기울이니 둘의 대화가 들렸다.


“오빠, 주방으로 가요. 간식 먹자”


“간식? 좋아”


그리곤 두 사람이 화장실 문을 지나쳐 앞쪽으로 갔다.


10초를 센 백수가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화물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백수의 가방은 화물칸 입구 쪽에 있었다. 가방 아래쪽 지퍼를 열어 깔렸던 물건을 꺼냈다.


군용 나이프였다.


아무리 80년대라고 해도 금속 재질은 공항 통로에서부터 막히는 법. 하지만 백수는 2019년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왔다.


백수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랬다. 아부다비에 내린 타이밍에 간첩들이 자신들을 위협해 모처로 끌고 간 후 제거하는 스토리다. 분명 무기를 들고 있을 게 뻔했다. 입속에 청산가리가 든 독 캡슐까지 머금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김일두는 경찰이 습격할 때 캡슐을 깨물고 자살했다. 김희연은 실패했다.


“박사님···. 왜 저희를 이런 빡센 곳에···.”


호흡을 깊게 내쉰 백수가 나이프를 바지춤에 꽂았다.


나이프로 위협하면 비행기에 소란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상황을 설명하고 좌석 밑에 있는 폭탄을 보여준다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다. 청산가리로 자살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자신과 승객들의 안전이 먼저였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아무리 군인 출신이라고 해도 칼을 누군가의 목에 들이대는 건 처음이었다.


7열까지 걸어가는 그 길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줄 몰랐다. 백수는 최대한 기척을 줄인 채 7열로 다가갔다. 마침 C석 손님이 자리를 비워 칼을 겨누기도 좋은 상황이었다. 가까운 쪽에 김희연의 하얀 목덜미가 보였다.


두 줄 뒤에 잠시 멈춰선 백수가 짧게 호흡을 들이키고 주머니에서 칼을 뽑았다. 번쩍거리는 금속에 주위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김희연의 옆으로 다가갔다.


“꼼짝 마”


하지만 그 말은 백수가 아니라 김일두가 뱉었다.


김일두의 손에 시커먼 금속 물체가 들려 있었다.


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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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조력자 20.02.24 83 0 7쪽
44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마음의 재난 20.02.21 106 0 7쪽
43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해피엔딩 20.02.20 104 1 7쪽
42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조종실을 점령하라 +2 20.02.19 105 0 8쪽
41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사생결단 20.02.18 10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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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살아나 봐 20.02.14 110 1 7쪽
38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궤도 수정 +2 20.02.13 129 1 7쪽
»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탄로난 정체 20.02.12 111 0 8쪽
36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북파공작원 아유미 20.02.11 113 1 7쪽
35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하늘을 오르다 20.02.10 156 1 7쪽
34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생사의 주마등 20.02.09 20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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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죽음의 터널 20.02.01 185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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