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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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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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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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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삼청 백화점

DUMMY

“저 건물 맞아요?”


칠복이 물었다.


“너 저 건물이 뭔지 몰라?”


“모르겠···. 아, 적혀 있네요. 삼청 백화점”


“삼청 백화점이 뭔지 몰라?”


“테러 일어난 곳 맞죠?”


백수는 칠복을 앉혀 놓고 삼청 백화점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했다. 재난 목록집의 사건 내용을 시청각 교재로 삼았다.


삼청 백화점은 1995년 6월 29일 저녁 5시 57분 붕괴했다. 부실시공이 원인으로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이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건물 붕괴 사고다.


“난 저 때 TV로 똑똑히 봐서 내용을 알지. 나중에 일주일, 열흘 넘는 와중에도 생존자를 찾고 그랬어.”


칠복이 백화점 쪽을 바라봤다.


“그러면 저희가 저 백화점의 붕괴를 막으면 되는 거죠?”


“붕괴를 어떻게 막아···.”


“그럼 어떻게 해요?”


“사람들을 대피시켜야지. 일단 백화점으로 가보자”


삼청 백화점은 서초동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시로선 듣도 보도 못한 고급 매장들이 건물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A동과 B동이 통로로 연결돼 있고, 무너진 건 상가가 밀집된 A동이었다.


회전문을 열고 들어가자 백수들 앞에 호화로운 1층 매장 모습이 보였다.


“우와 무슨 2019년 최고급 백화점이라 해도 믿겠는데요?”


전체적으로 하얀 매장 내부에 반짝반짝 빛나는 장식들은 그야말로 90년대 최고 백화점이 이런 곳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했다.


“그런데 너무 덥네요. 이 시대는 에어컨이 없나요?”


칠복이 데스크에 서 있는 안내 직원에게 다가갔다.


“에어컨을 꺼놓은 상태라고 하네요. 왜 그런 거지?”


이유는 재난 목록집에 나와 있었다. 경영진의 꼼수였다.


당시 백화점은 붕괴 얼마 전부터 조짐이 보였다. 건물 곳곳에 금이 갔고, 일부 층에선 기둥이 바닥으로 튀어나오기도 했다.


또 옥상에 있는 거대한 냉방 장치 세 개도 이유였다. 하나당 수십 톤에 이르는 냉방 장치를 A동 옥상에 갖다 놓았을 뿐 아니라, 이걸 이동한다며 바닥으로 질질 끌어 붕괴를 촉발했다.


백수가 도착한 95년 6월 28일 저녁. 경영진은 ‘어디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5층 식당 여자의 말을 듣고 에어컨 가동을 중단시켰다.


“정말 꼼수다. 꼼수. 이래야 어차피 부서질 건물인데”


사실 백화점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태초부터 존재했다. 애초 건축가는 4층 건물을 생각하고 설계도를 그렸으나 경영진의 무리한 요구로 한 층을 더 올렸던 것이다.


“그래서 어디에서 이제 뭘 하면 되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칠복의 눈은 방금 이야기한 안내 데스크 직원에 쏠려 있었다.


“사람들을 내보내야지. 내보내야 하는데···. 뭐라고 하고 내보내느냐가 문제지. 내 말 듣고 있어?”


“9시 퇴근? 오케이······. 네? 물론 듣고 있죠. 아니, 지영이랑 이야기 좀 하느라”


“내가 화상을 데려왔구나···.”


일단 백수들은 정공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경영진에게 쳐들어가 백화점이 붕괴할 것 같다고 말하는 거다.


“나는 미국에서 건축가 제임스 백, 넌 조수 스티브 김이야. 뭐라고 한다고?”


“이따가 어디? 알았어···. 네? 네, 제임스 김이라고 하면 되죠?”


“제임스는 나고 넌 인마 스티브 김···.”


일단 둘은 백화점의 한 바퀴 둘러보며 상태를 체크하기로 했다.


에스컬레이터 쪽 기둥은 대충 봐도 부실해 보였다. 두께도 얇았고, 기둥의 4분의 1을 깎아내 보기만 해도 불안했다.


“이게 첫째 원인”


“모양 때문인 건가요?”


“아니, 원래 이것보다 지름이 20cm가 크게 설계됐데. 그런데 시공사가 공사 대금을 착복하느라 이렇게 줄여 버린 거지”


“어딜 가나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은 존재하는 법이군요”


2층은 고급 여성복 판매대였다. 딱 봐도 ‘헉’ 소리 나는 명품들로 가득했다.


“95년부터 2019년까지 돈을 모았다 해도 난 이런 데 오지 못했을 거야···. 마누라나 딸내미도”


“고급지긴 정말 고급지네요. 아, 저런 게 또 징조인가요?”


칠복이 벽 쪽을 가리켰다. 선명한 실금이 거의 1m 넘게 내려와 있었다.


“저건 일부지. 내일이 되면 더욱 심해질 거야”


3층은 고급 남성복 코너. 3층부터는 바닥도 이상했다. 바닥 곳곳의 타일이 조각나 있었다.


“혹시 이거, 언제부터 그런 거예요?”


백수가 넥타이 가게 직원에게 물었다.


“글쎄요, 거의 일주일도 넘었을 걸요?”


“아니, 이 지경인데도 정상 근무를 시켜요?”


“수리해주신다고는 했죠······. 그런데 이게 심한 건가요?”


직원이 물었다.


“그럼요, 이 건물은 내일이면······.”


그때 백수가 칠복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내일이면 정기 감리를 받아야 하거든요. 저희는 감리 때문에 미리 나온 사람들입니다. 하하”


백수가 칠복의 뒷목을 잡아 구석으로 끌고 갔다.


“아직은 이야기하지 마라···. 넌 방해하러 왔니?”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놈의 선생님 소리 좀 인제 그만 하면 안 되겠니?”


“뭐라고 불러요, 그럼?”


“형이라고 해. 백수 형”


“백···. 백수 형?”


가장 상태가 심한 곳은 5층과 옥상. 엘리베이터에 오르니 5층 버튼에 ‘공사 중’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5층을 봐야 하는데 어떡한다···.”


그때 칠복이 5층 버튼을 눌렀다.


“5층 잘만 작동하는데요?”


“넌 좀 시키지 않은 짓 좀···.”


5층 문이 열리자 검은 양복을 입은 직원 하나가 서 있었다.


“손님, 여기 오시면 안 됩니다. 공사 중이에요”


“아, 여기 상태를 보려고 건축 사무소에서 나왔어요”


“아, 네. 들어가시죠”


5층 상태는 대충 보기에도 심각했다.


바닥 곳곳이 부서져 있었고 가게 간판 몇 개가 떨어져 흔들리고 있었다.


“안내 좀 해줄 수 있나요?”


최명탁이라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5층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보시면 여기는 완전히 한 쪽이 주저앉았어요”


직원이 동전을 한쪽에 올리자 벽 끝까지 굴러갔다.


“건물이 기울었다는 건···.”


칠복이 말했다.


“붕괴할 때가 다다랐다는 거지”


백수의 말에 직원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알고 있어요? 여기 곧 무너질 거라는 거”


“네? 네···. 거기까진”


“내일 병가 내고 출근하지 마세요. 나중에 분명 내 판단이 옳았다는 게 증명될 거예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옥상까지 올라갔다. 7시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하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도 밖이 환했다.


“와우, 여기는 완전···.”


옥상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대부분이 바닥이 깨져 있었고, 군데군데 기둥이 사람 무릎 높이까지 튀어나와 있었다.


“이게 다 에어컨 움직이다가 부서진 거라고···.”


“에어컨이요?”


“에어컨이 너무 시끄럽다고 저 옆에 아파트에서 위치를 옮겨 달라고 했지. 에어컨을 크레인을 동원해 옮겨야 하는데, 돈 아낀답시고 그냥 수레 같은데 올려서 질질 끌고 간 거야”


“저희 백화점에 대해 많은 걸 알고 계시네요”


직원이 말했다.


“오기 전에 조사를 좀 했죠. 회장실, 아니 대표실은 어디죠?”


“B동 5층에요. 그런데 지금 시간이 늦어서 아마 안 계실 거예요”


“그럼 지금 남아 있는 사람 중 가장 높은 분 좀 만날 수 있을까요?”


직원이 3층으로 가 마흔 정도로 보이는 남자를 소개했다.


“이쪽 분이 할 말이 있으시다고···.”


“무슨 일이시죠?”


명찰엔 ‘총괄매니저 박건우’라고 쓰여 있었다.


“네, 저희는 이번에 건축 상태 조사를 돕고 있는 제임스 백과 스티브 김이라고 합니다”


“아, 그러신가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직원들에게 지금 당장 공지를 해주셔야 할 게 있습니다”


“어떤 공지요?”


매니저가 물었다.

.

.

.

.

.

“이 건물이 곧 무너진다고요. 자칫 하다가 수백 명의 목숨이 날아갈 수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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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준비된 재앙 20.02.04 16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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