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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2,346
추천수 :
183
글자수 :
190,805

작성
20.02.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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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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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북파공작원 아유미

DUMMY

“두 분 여기서 뭐 하시는 건가요?”


승무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물었다.


“아, 저희 짐에 뭘 좀 두고 와서요”


백수가 등에 멘 가방을 가리켰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되는데요. 가방도 가져오시면 안 되고요”


“아, 죄송합니다. 저희 삼촌이 약을 먹어야 해서요. 그런데 약을 좀 두고 와서···.”


“그럼 얼른 약만 꺼내고 자리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승무원이 허리에 손을 두른 채 말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그렇지 않았다.


“약이 어디 있더라···.”


하지만 물론 가방에 약 같은 건 없었다.


<야, 약 같은 거 뭐 없냐>


<약이요, 약···. 음...>


그러자 칠복이 자기 배낭 앞쪽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플라스틱 통에 든 비타민 청량과자였다.


“아, 삼촌! 여기 있었네요. 얼른 드세요!”


칠복이 비타민 알약 두 개를 승무원에게 보여준 후 백수의 입에 쑤셔 넣었다.


“야, 갑자기 읍···.”


“삼촌이 이거 안 드시면 발작을 일으키셔서요. 괜찮아요, 삼촌?”


백수가 그새 맛도 보지 못한 채 비타민을 목으로 넘겼다.


“어···. 켁켁!! 괜찮아······. 하,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들어가 보겠습니다”


백수가 칠복의 손을 끌고 승무원을 지나치려 했다.


“잠시만요, 승객님?”


갑자기 승무원이 둘을 잡아 세웠다.


“네?”


“표 좀 확인해보겠습니다”


표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표... 표를 자리에 두고 와서”


“자리가 어디시죠?”


승무원은 이제 눈으로도 웃고 있지 않았다.


“앞쪽······. 이었나, 뒤쪽이었나?”


“함께 자리로 가보시죠”


승무원의 입이 한일자로 굳었다.


그때였다.


“삼촌, 아오. 제 주머니에 있었잖아요. 여기 있어요. 3A랑 3B 좌석”


칠복의 손엔 비행기 표 두 장이 들려 있었다.


승무원이 뚫어져라 비행기 표를 살폈다.


“가도 되나요?”


초조해진 백수는 다리까지 떨고 있었다.


“네······. 네, 확인 완료했습니다. 자리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허가 없이는 화물칸에 가시면 안 됩니다”


좌석은 앞쪽 세 번째 줄 왼편 창가와 가운데 자리였다. 좌석은 세 개씩 양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자리에 앉은 백수가 칠복에게 물었다.


<야, 표 어디서 났어.>


<모르겠어요. 뒷주머니에 있었어요.>


복도 쪽 통로인 3C 석엔 서른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앉아 있었다.


“여기 주인분들이세요?”


“네, 여기 주인 맞습니다. 표 보여드려”


칠복이 주머니에서 표를 꺼냈다.


“어, 정말 주인분들이시네···? 전 여기 빈자리인 줄 알았어요. 어디 계셨어요. 한 시간 동안?”


“아, 뒤쪽 화물칸에서 뭐 좀 찾느라고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그치 스티브?”


“그러니까요. 아니, 삼촌이 약을 드시는데 그걸 빼먹으면 발작을 일으키시거든요”


“아···. 간질이시는구나···?”


“네, 뭐 비슷한 그런 거죠”


“저희가 화물칸에 한참 있다 와서 경황이 없는데, 지금 이거 어디쯤 왔나요?”


“이거 한 시간 전에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했잖아요. 한 시간 후에 두바이에 내릴 겁니다”


“아···. 두바이”


백수의 짐작대로 북파 간첩 김희연과 김일두는 아직 비행기에 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야, 간첩 타고 있어.>


<어떻게 하죠?>


<일단 니가 좌석을 쭉 돌면서 찾아봐. 노인 한 명과 20대 여자야>


그러자 바로 칠복이 일어났다.


“오는 길에 화장실을 갔어야 하는데, 자꾸 일어나네···. 하하. 잠시만 지나갈게요”


칠복은 천천히 걸어가며 승객들을 살폈다. 대부분은 양복을 입은 비즈니스맨들이었다.


가끔가다 금발의 외국인, 터번을 쓴 아랍인 등이 보였지만 대부분은 한국 사람들이었다.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좌석을 훑으며 걸어가는데 백발노인 한 명과 여성 한 명이 보였다.


백수가 말한 내용과 딱 맞는 조합이었다.


앞에서 일곱 번째 줄 왼쪽 창가와 가운데, 7A와 7B 석이었다.


일단 조금이라도 더 살필 필요가 있었다.


일곱 번째 줄을 지나던 칠복이 일부러 좌석에 몸을 부딪치고는 배를 부여잡았다.


“헉!”


“어, 괜찮으세요?”


주위 승객들이 칠복을 쳐다봤다. 여자와 노인도 바라봤다. 찡그린 칠복 또한 여자들 쪽을 봤다.


여자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약간 가무잡잡한 피부에 큰 눈, 그리고 짧은 머리를 아줌마 수준으로 뽀글뽀글 볶았다.


노인은 안경을 꼈다. 짧은 머리에 마른 체형이지만 칠복을 노려보는 안광 하나 만은 예사롭지 않았다.


“괜찮으신가요?”


뒤쪽에서 스튜어디스가 다가왔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부딪힌 거예요. 죄송합니다. 하하. 죄송합니다”


그런데 좀 더 걸어가니 같은 조합이 한 그룹 더 있었다. 역시 흰 머리 노인과 20대 여성이었다.


역시 살필 필요가 있었다. 여성들 쪽을 지나던 칠복이 자리에 쪼그려 신발 끈을 만지기 시작했다.


“이놈의 끈은 왜 이리 잘 풀려”


때마침 구두끈도 이때라는 듯 풀려 있었다.


이번 그룹은 오른쪽이었다. 칠복들의 좌석 건너편이었다. 번호를 살짝 보니 14 D석과 14E 석이었다.


두 번째 그룹은 첫 번째와 정반대였다.


여자는 하얀 피부에 동그란 얼굴이었다. 하지만 미인이라고 할 수 있던 첫 번째와 반대로 들창코에 눈이 위로 올라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강해 보이는 외모였다.


노인은 100kg은 돼 보일 정도로 뚱뚱했다. 첫 노인이 안경을 낀 반면 이쪽은 툭 튀어나온 눈에 안경이 없었다.


끈을 묶는 시간이 길어지자 아까의 그 남자 승무원이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승객님?”


승무원이 뒷짐을 진 채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아까 본 그분이네? 하하, 괜찮아요. 다 묶었어요”


칠복은 정말로 화장실에 다녀왔다. 2019년에 마신 커피가 이제 배출되는 거 같았다.


<왜 이리 오래 걸렸어.>


돌아온 칠복에게 백수가 물었다.


<탐색했죠.>


<그래서, 찾았어?>


<그룹이 두 개예요. 젊은 여성과 노인>


<메모로 이야기하자>


말이 길어질 거 같아 백수가 작은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당장 필요할 것 같아 보이는 물건 몇 개를 배낭에서 빼 왔다.


- 7A, 7B/ 14D, 14E


좌석 번호를 본 백수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두 그룹 어디도 보이는 위치는 아니었다.


- 자세히 묘사해 봐.


- 1번 그룹은 파마머리 여성과 짧은 머리에 마른 안경 노인. 2번 그룹은 생머리에 피부 하얀 여성. 뚱뚱한 툭 눈 노인.


칠복이 적은 것만으로는 확인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유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KLA 585 폭파사건은 백수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일어났다. 뉴스를 자세히 본 건 아니었지만 사진 하나는 똑똑히 기억난다.


묘령의 여성이 마스크를 낀 채 여자들에게 끌려가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인 백수의 눈에도 꽤 미인으로 보였다.


- 예쁜 여자가 어디야.


- 1번. 1번이 훨씬 예뻐요. 2번은 별로임.


이 답 하나로 정답은 나왔다.


7A 석 노인이 북파공작원 김일두.


그리고 7B 석 여성이 훗날 ‘아유미’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지는 여성 공작원 김희연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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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재회 그리고 20.03.02 66 0 8쪽
49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잔인한 바다 +2 20.02.28 78 0 9쪽
48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지진이 온다 20.02.27 91 1 10쪽
47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5인의 용사들 20.02.26 90 0 8쪽
46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재앙의 징조 20.02.25 69 0 8쪽
45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조력자 20.02.24 83 0 7쪽
44 6. 인도네시아 쓰나미 - 마음의 재난 20.02.21 106 0 7쪽
43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해피엔딩 20.02.20 105 1 7쪽
42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조종실을 점령하라 +2 20.02.19 106 0 8쪽
41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사생결단 20.02.18 104 0 7쪽
40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간나 새끼들 20.02.17 101 0 8쪽
39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살아나 봐 20.02.14 110 1 7쪽
38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궤도 수정 +2 20.02.13 129 1 7쪽
37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탄로난 정체 20.02.12 111 0 8쪽
»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북파공작원 아유미 20.02.11 114 1 7쪽
35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하늘을 오르다 20.02.10 156 1 7쪽
34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생사의 주마등 20.02.09 201 2 8쪽
33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액션 영화를 찍다 20.02.08 172 1 9쪽
32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무너져야 믿지 20.02.07 171 0 7쪽
31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미남계와 설득계 20.02.06 15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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