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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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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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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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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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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액션 영화를 찍다

DUMMY

5시 20분.


예정된 붕괴 시각까지 불과 37분밖에 남지 않았다.


“어떡하죠, 선생님?”


칠복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뭘 어떻게 해. 우린 사람들을 구하러 왔다고!”


백수가 칠복의 손을 잡고 정문으로 달렸다.


“건물이 곧 무너진다고요. 농담이 아니에요!!”


“아니, 아저씨 아까도 무너진다 하셨잖아요. 오늘은 아니겠죠”


“아까 보셨잖아요. 회장님이 들어가 일하라고 하는 거”


“죄송해요, 어쩔 수가 없어요”


아무리 조르고 보채고 밀어내도 소용이 없었다.


“지영아, 나가야 해!!”


칠복이 지영에게 보챘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죄송합니다~”


어젯밤의 뜨거운 관계가 어디 갔느냐는 듯 지영은 칠복을 마치 처음 보는 일반인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에 관심 두는 사람은 현재 임 소장과 이 과장 둘밖에 없었다.


“저······.”


이 과장이 백수 쪽으로 다가왔다.


“나가셔야 해요. 여기 계시면 안 됩니다”


백수의 목은 이미 갈대로 가버렸다.


“일단 당신들의 말이 사실이라고 치죠.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믿으시는 건가요?”


“믿고 말고를 떠나, 건물이 붕괴 위험인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우연히도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당신들이 이렇게 설치고 있으니. 이상하긴 하죠”


임 소장도 이 과장과 의견이 같았다.


“5시 57분이면 30분밖에 안 남았잖아요. 30분만 저도 당신들을 믿어보겠습니다”


동지 둘이 생겼지만 그래도 뾰족한 대책은 생각나지 않았다.


“미래를 봤다고 하니 물어볼게요. 건물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붕괴합니까?”


이 과장이 물었다.


“완전히 가루가 됩니다···.”


“생존자는 없고요?”


“건물 안에 있던 사람은 모두 죽었다고 보시면 돼요. 서너 명 정도만 살았죠”


“A동이 무너지는 건가요?”


“네, 이쪽이 더 사유가 많죠”


칠수가 일단 임 소장과 칠복을 끌어당겼다.


“두 사람은 지하를 부탁해요. 특히 마트! 내보낼 수 없다면 연결돼 있으니까 B동 쪽으로라도 옮겨 봐요! 과장님은 절 따라오세요”


마트로 내려간 칠복과 임 소장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마트에는 직원 포함 여전히 6~70명은 돼 보였다.


“몇 시입니까···.”


임 소장이 물었다.


“5시 34분이네요”


“하······. 일단 저쪽으로 함께 가보시죠”


“네?”


“이쪽으로···. 가정용품 코너로”


“뭐하시려고 하는 거죠?”


임 소장이 칠복을 끌고 B동 시작 부분인 가정용품 코너로 향했다.


“지금부터 저는 제가 아닙니다···. 이해를 해주세요”


“무슨 일이신데요?”


“드라마 좋아하세요? 영화나?


“좋아하는데, 왜 그러시죠?”


“우리 영화 한 편 찍어보는 거예요”


“영화요?


“멋들어진 액션 영화. 버디 무비의 주인공처럼 말이죠”


임 소장이 양복 상의를 매대에 걸고는 셔츠 소매를 풀었다.


“뭐하시는···.”


그때 임 소장의 주먹이 칠복의 얼굴을 때렸다.


‘뻑!’


“너 말야, 인마. 아까부터 보니까 버르장머리가 하나도 없어!”


“뭐하시는 거예요?!”


칠복이 벌게진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니가 싸움 잘하고 덩치만 크면 다야? 나도 고등학교 때 권투부였어! 유명우가 우리 사촌 형이라고!”


임 소장이 다시 몸을 크게 굽혔다 주먹을 칠복에게 던졌다. 공격을 똑똑히 보고 있던 칠복이 한 손으로 주먹을 붙잡았다.


“아! 이제 알 것 같네요”


그러자 임 소장이 다른 손으로 멱살을 잡으며 속삭였다.


“그러니까 내가 연기하자고 안 그랬어요?”


칠복이 소장의 손을 뿌리치며 밀어냈다.


“야, 이 개~~~~~~새끼야!!!!!!!!!!!!”


순간 마트 손님들의 시선이 B동 쪽으로 집중됐다.


한편 이 과장과 백수는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엔 이미 붕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정에서 쉬지 않고 돌가루가 떨어졌다.


“심각하네요, 심각해. 무섭다, 무서워”


백수가 막대기로 천정을 치자 주먹만 한 돌판이 툭 떨어졌다.


“정···. 정말 금방 무너질 것 같네요···.”


이 과장이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우리가 여기서 할 게 있어요”


“뭐죠? 백 선생님?”


“일단 박스나 종이가 있으면 좀 찾아서 모아 봐요”


“종이요? 왜요?”


“일단 빨리 모아봐요. 시간이 없어요”


이 과장은 5분 만에 몇 개의 상자를 가지고 왔다.


“이걸로 뭐하시려고요?”


“이걸 이용하는 겁니다”


백수가 뒤쪽에서 10L짜리 플라스틱 통을 끌고 왔다.


“냄···. 냄새가?”


“당연히 냄새가 나죠. 기름이니까”


“당신···. 제정신이에요?”


“어차피 이 건물은 무너져요. 방송실이 어디죠?”


“4층 구석이요!”


“과장님은 지금 바로 방송실로 달려가서 방송 준비를 하세요. 어차피 비상벨도 울리고 소방 시설이 정상이라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겠지만”


“어떤 방송요?”


“뭐긴 뭐예요. 화재 방송이지. 자, 지금 시각이 5시 36분이니까 정확히 42분에 하는 겁니다. 시계를 이리 와서 맞춥시다”


“선생님, 이건 아닌 거 같은데요?”


이 과장이 기름통을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


“아후, 지금 상황을 왜 모르세요!”


백수가 가방에서 물이 가득 찬 수통을 천장으로 던졌다. 그러자 ‘쿵’ 소리가 나며 천장에 금이 생겼다.


“20분도 안 남았다고요!”


그제야 이 과장이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백수는 과장이 떠난 후에도 상자들을 몇 개 더 모았다. 5층 중앙에 상자를 모은 후 기름을 골고루 뿌렸다.


사고 영상을 보면 기름에 바로 불을 붙다가 터져서 화상을 입는 장면이 많다. 백수 또한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


“5시 40분···.”


백수가 나무 막대 끝에 종이 뭉치를 꽂고 노끈으로 칭칭 동여맸다. 종이 뭉치엔 기름을 아주 약간 묻히는 정도로 뿌렸다.


“후······. 41분······.”


그때 천장 전체가 ‘쿵’하고 크게 울렸다. 붕괴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젠장!!!”


백수가 박스 뭉치에서 열 걸음 정도 떨어지고 솜뭉치에 불을 붙였다. 기름을 머금은 솜뭉치가 횃불로 변했다.


“10, 9, 8...”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백수가 ‘0’과 동시에 횃불을 박스 더미로 던졌다.


박스에 시뻘건 화염이 폭발했다.


불을 붙인 백수는 바로 4층으로 내려갔다. 방송이 나올 시간이었다.


그때 스피커에서 ‘지직’ 소리가 들렸다.


“방송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삼청백화점의 시설 담당 이한철 과장님이 여러분께 전할 말씀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옥구슬 같은 여성의 목소리에 이어 기침 소리가 들렸다.


“아아, 마이크테스트. 마이크테스트”


이 과장의 소리였다.


한편 마트 쪽에선 난리가 났다.


임 소장과 칠복이 복싱 경기를 하듯 치고받고 있었다.


“아유, 누가 이 사람들 좀 말려 봐요!”


사람들이 뜰어말리려 달려들었지만 둘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놔, 놓으라고!! 저 십새끼를 내가 결딴내기 전엔 못 죽어! 어디 어린 노무 새끼가 버릇없이 어른을 때려!”


그러자 칠복이 세제로 가득 찬 매대를 밀어 쓰러뜨렸다. 사람들은 어느새 B동 쪽으로 모여들어 구경하고 있었다.


“씨발, 영감탱아. 니가 먼저 때렸잖아?!”


드잡이를 한 둘은 좀 더 B동 안쪽 깊은 곳으로 움직였다.


“왜들 그래요. 자꾸 그러면 경찰에 신고합니다”


총괄매니저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아저씨는 뭔데?”


“매니저님은 좀 빠져 보세요!”


그때였다.


방송에서 안내 멘트에 이어 이 과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아, 마이크테스트. 마이크테스트. 시설 담당 이한철 과장입니다.”


기침을 몇 번 한 이 과장이 말을 이었다.


“에···. 지금 A동 5층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A동 5층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고객과 직원 여러분들은 신속히 밖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불? 진짜?”


건물이 무너진다고 하던 때와는 손님들의 표정 자체가 달랐다.


“진짜 불났어요?”


손님들이 매니저에게 달려들었다.


“저도, 잘······. 일단 가까운 B동 쪽으로 해서 빠져나가시죠”


멱살을 잡고 있던 칠복과 임 소장의 표정에 화색이 돋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프링클러 작동과 동시에 비상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

.

.

.

.

“불이야~~~!!!!!!!!!!!”


칠복이 매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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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액션 영화를 찍다 20.02.08 17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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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미남계와 설득계 20.02.06 154 1 8쪽
30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시계는 움직이고 20.02.05 161 0 7쪽
29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준비된 재앙 20.02.04 161 2 7쪽
28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삼청 백화점 20.02.03 19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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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죽음의 터널 20.02.01 186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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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추적자 20.01.30 172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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