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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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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54
추천수 :
183
글자수 :
190,805

작성
20.02.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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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시계는 움직이고

DUMMY

건축가 백 선생의 연설은 대표의 마음을 깊게 흔들었다.


“회장님이 과연 허락하실까요?”


건축사무소의 임 소장이 물었다. 백수는 임 소장, 그리고 시설담당 이한철 과장과 함께 지하 식당에 이른 점심을 하러 내려왔다.


“모르겠네요. 임 소장님도 같은 내용으로 주장하셨는데 씨알도 안 먹혔잖아요”


이 과장의 말이었다.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백수는 한숨만 나왔다. 6~7시간 후 이 건물은 돌가루가 된다.


지하도 상황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신발 끈을 묶으려 고개를 숙이는데, 오히려 바닥의 균열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도 이 모양일 정도니···.”


한숨을 쉬는 백수를 임 소장과 이 과장이 달랬다.


“아무튼, 대표님께서 회장님과 점심을 드신다고 하니까, 잘 될 거라 비는 수밖에 없겠네요”


식사를 하고 1층으로 올라오니 칠복이 앉아 있었다.


“잠은 깼어?”


칠복의 옆엔 지영이라는 안내 데스크 직원이 보였다.


“네, 아주 푹 잤습니다”


직원은 백수를 보자마자 건물의 상태에 관해 물었다.


“선생님, 백 선생님이라 하셨나요? 칠복 씨의 말로는 건물이 오늘 당장 무너질 수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김 비서는 이미 본명까지 밝힌 모양이었다.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위험한 상태예요”


가만 보니 둘은 손까지 부여잡고 있었다. 간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지 않아도 총괄 매니저님께서 오전 조회 때 조퇴를 허락한다고 하셨어요”


“조퇴요?”


어제저녁 만난 총괄 매니저의 모습이 생각났다. 깐깐한 것 같으면서도 소신 있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네, 건물이 위험한 상태라고. 혹시 불안한 사람들은 오늘 오후 조퇴를 허락해주겠다고 말이죠. 매장은 두 명 이상 있는 곳만 허락한다고 하셨지만, 그 밖의 직원은 모두 조퇴를 시켜주겠대요”


“자기야, 그럼 지금 당장 조퇴해”


귀에 들린 게 의심되는 말이었다.


“그럴까, 조퇴할까? 그런데 나 조퇴하면 현숙 언니 혼자 안내해야 해서···.”


“현숙 언니는 뭐래?”


“그냥 나 먼저 조퇴하래. 적어도 오늘은 안 무너진다면서”


“안 무너진다니······.”


결과를 아는 백수들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백수는 차를 한 잔 마시며 칠복과 대응책을 고민했다.


“지금 시각이 1시 30분. 건물 붕괴 시간은 5시 57분···.”


“네 시간 정도 남아있네요”


“그동안 뭘 하면 좋을지 말해 봐”


“기다려야죠”


“뭘?”


“회장 결정요”


“회장이 백화점을 폐쇄할 거라고 생각해?”


“건축가 둘이 말하는데 그럼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야. 원래도 회장은 건물이 위험한 상태란 걸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자기들만 도망쳤지. 건물을 이렇게 거지같이 지은 게 다 회장 생각이었다고”


“그럼 어쩌죠···.”


“그러게 그럼 어쩌지······. 어쩐다······.”


그러자 칠복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제가 가서 뭐라도 해볼게요”


그러더니 칠복이 백화점 밖으로 나갔다.


약속한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시설담당 이한철 과장이 나타났다. 표정은 좋지 않았다.


“뭐라고 하셨나요, 회장님이?”


“선생님 보고 사기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사기꾼? 하······.”


“절대 백화점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5층 폐쇄 정도면 괜찮다고”


“제가 직접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 회장님 어디 계시죠?”


“가셨어요”


“어딜 요?”


“나가셨어요. 돌아오지 않으실 거예요”


“아니, 그렇게 말해놓고 자기는 도망을 가? 대표님은요”


“.....”


“대표님은요?”


“외부 미팅이 있으시다고 역시 나가셨어요. 내일이나 오실 겁니다”


“뭐야, 사장이란 사람도 똑같네. 그게 도망이지 뭐야?!”


백수가 이 과장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과장님이라도 어서 도망가세요. 소장님이랑 비서들도 모두 데리고요”


“아니, 그게···.”


“정상 근무 하라고 하던가요?”


“네, 자리를 꼭 지키라고···.”


“미친 새끼들!!!”


“...나이도 적지 않고, 어렵게 얻은 자리라 여기 아니면 갈 곳도 없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목숨까지 걸며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요?”


“그런데 건축가님은 어떻게 오늘 무너진다는 걸 확신하시는 거죠?”


“왜 확신을 하느냐니요”


백수가 가방에서 칼을 꺼내 칼집으로 벽을 후려쳤다. 그러자 벽에서 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게 어떻게 건물입니까. 이게 어떻게 건물이냐고요?!”


1층으로 올라오니 사람들이 정문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밖에서 소란이 난 눈치였다.


밖으로 나가 보니 저 앞쪽에서 한 청년이 종이 피켓을 들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이 건물은 오늘 저녁 무너집니다! 손님들 모두 대피하세요!! 이 건물은 오늘 저녁 무너집니다! 들어오지 마세요!!”


칠복이 ‘삼청백화점이 곧 무너집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보안 요원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그만 하라니까요? 야, 저 새끼 왜 이렇게 못 잡아!!”


세 명이 주위에서 둘러싸고 있는데도 용케 요리조리 피하는 칠복이었다.


“아줌마, 빨리 다른 데 가세요! 다른 백화점 가세요, 여기 무너져요!”


도망치는 가운데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결국, 요원들에게 붙잡혀 피켓을 뺏겼으나 경찰에 신고되지는 않았다. 요원들도 알고 있던 것이다. 건물이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어때요, 저 잘했어요?”


“정말 오늘만 사는 놈이다, 넌···.”


하지만 칠복의 행동은 효과가 있었다.


손님들 사이에 ‘백화점이 무너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건물이 오늘 무너진대요”


한 부부가 백수들의 앞을 지나가며 말했다.


마트 손님들도 서둘러 계산대로 몰려들고 있었다.


“기분 나빠서 빨리 나가려고요. 자세히 보니까 벽에 금이 가 있긴 하네”


곳곳에선 이용객들이 직원들에게 클레임을 제기하고 있었다.


“아니, 건물이 이 모양인데, 손님을 받으면 어떻게 해요?!”


“죄송합니다. 한시바삐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총괄 매니저는 손님들에게 고급 비누 하나씩을 쥐여주며 퇴장을 은근히 종용하고 있었다.


“그래도 저 아저씨는 생각이 있는 거 같네요”


칠복이 말했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매니저의 행동에 탄복하고 있는데 직원 하나가 벽돌만 한 핸드폰을 매니저에게 건넸다.


“표정이 안 좋은 걸 보니 알만하다···.”


핸드폰을 건네받은 매니저의 표정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잠시 후 직원들이 달려와 쌓여 있는 비누를 거둬가기 시작했다.


난감해 하는 매니저에게 백수들이 다가갔다. 매니저의 가슴엔 ‘총괄매니저 박건우’라고 적혀 있었다.


“매니저님, 매니저님도 떠나셔야 합니다. 이곳은 곧 무너집니다”


“하하하, 뭐 총괄매니저라는 직책이 있는데요. 여기 있어야죠. 무너지더라도”


“네?”


매니저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즐거워 보이는 웃음은 아니었다.

.

.

.

.

.

“회장님이 그러시네요. 너는 무너져도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안 그래도 그러려던 참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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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시계는 움직이고 20.02.05 161 0 7쪽
29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준비된 재앙 20.02.04 161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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