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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2,328
추천수 :
183
글자수 :
190,805

작성
20.02.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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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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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미남계와 설득계

DUMMY

3시가 넘었지만, 백화점 안은 많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특히 가장 많은 곳은 지하 2층 식품 판매대와 마트였다.


삼청백화점의 식품 코너는 A동과 B동이 연결돼 있다. 그래서 사건 당시 B동에서 장을 보던 사람들은 A동의 붕괴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언니가 건물 흔들린다고 이쪽으로 오라고 해서 달려갔어요. 그래서 막 뛰어갔는데 뒤쪽을 보니······.”


이건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마트 직원의 이야기다.


“지금 대충 봐도 이곳 마트에 200명은 있어요”


칠복이 마트를 한 바퀴 둘러본 후 보고했다.


“건물이 무너지면 이 사람들은 모두 생매장돼버린다”


“그럼 어쩌죠···?”


“이젠 어쩔 수 없다. 정면 승부다. A동 전체를 돌면서 손님들을 설득하자. 네가 지하 전체를 돌아. 내가 지상층을 맡는다”


“지하면 주차장까지요?”


“주차장 사람은 사람도 아니냐? 네 시 반에 1층 로비에서 모인다. 얼른 뛰어!!”


백수가 칠복의 등을 떠밀고 1층으로 올라갔다.


1층엔 수입품과 고급 화장품 매장이 있다. 대충 둘러봐도 1층 손님은 거의 여자들이다.


그래서 백수는 감성을 공략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저, 아가씨. 잠시만 제 말 좀 들어주실래요?”


“무슨 일이시죠?”


화장품을 구경하던 여자가 백수를 바라봤다. 워커를 신고 배낭까지 둘러멘 백수가 당연히 이상하게 보이는 눈치였다.


“남자친구 계신가요?”


“아···. 네, 죄송해요. 남자친구 있어요”


“죄송할 건 없고요. 이 건물은 곧 무너집니다. 여기 있다간 남자친구를 더는 못 보실 수도 있어요”


“네···?!”


여자를 내보내는 데 성공한 백수는 모시로 된 시원한 원피스를 입은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 여사님? 혹시 자제분이 있으신가요?”


“네. 무슨 일이시죠?”


“이곳에 있다간 더는 자제분들을 못 볼 수도 있습니다. 건물이 곧 무너집니다. 저 벽에 금이 간 거 보이시죠. 그리고 이 바닥에 돌가루도 보이시나요?”


“진짜요?”


“전 미국에서 온 건축가입니다. 제 소견으로 볼 때 이 건물은 세 시간 내에 폭삭 주저앉고 말 겁니다”


2층까지는 백수의 ‘감성 전략’이 먹혔다. 대부분 고객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3층은 달랐다.


3층은 고급 남성복 및 캐주얼 매장이 위치한 곳이다. 평일 낮이라 역시 절반 정도는 여성이었으나, 젊은 층보다는 자기 남편이나 자식들의 옷을 사러 온 사람이 대부분 같았다.


“선생님, 저 뭐 좀 여쭤 보려 하는데요?”


“네? 뭐요?”


“천장에 저기 금 간 것 보이시나요?”


“아, 그러네요. 몰랐어요. 어떻게 관리하길래 금이 갔지?”


“보시면 저쪽에도 금이 있어요. 기둥에도 그렇고요”


“어허, 그렇네요. 부실공사인 건가요?”


“그렇죠. 부실공사죠. 선생님 같은 분이 굳이 이런 위험한 백화점에서 굳이 쇼핑하실 필욘 없죠. 제가 건축가인데, 이 건물은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무너질 위험한 건물입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논리로 승부하면 알아들었다. 여기저기 생긴 균열이야말로 아주 좋은 설득의 재료였다.


3층까지 한 바퀴 돌고 4층으로 올라가는데 어디서 ‘쿵’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꺅!!”


비명이 들리는 쪽으로 달려가 보니 사람들이 한 곳을 바라본 채 자리에 멈춰 있었다.


천정에서 떨어진 돌덩이가 가전제품 코너의 TV 위로 그대로 떨어진 것이다.


직원들이 발을 구르는 사이 백수가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보셨죠? 이 건물은 곧 무너집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실 이유가 없어요. 빨리 나가세요!”


4층을 마저 돌며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에스컬레이터 쪽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개새끼야! 어떤 놈이야, 백화점에서 사람 쫓아낸다는 놈이?!”


검은 양복을 갖춰 입은 덩치 넷이 백수 쪽으로 다가왔다.


“아저씨, 여기서 뭐 해?”


“네? 아뇨, 건물이 위험해서”


“건물이 위험하면 아저씨부터 도망가야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씨. 따라와, 좋은 말로 할 때 곱게 나가자”


반항하려 했으나 덩치들의 힘은 너무나도 샜다. 그중 가장 뚱뚱한 남자가 백수를 뒤에서 껴안다시피 해 끌고 갔다.


“건물이 위험해요. 곧 무너질 거라고요!”


백수가 발버둥 쳤지만, 남자들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나 더 있다는데, 어디 있어?”


“저···. 사람 같은데요?”


1층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칠복이었다.


“너네가 손님들을 내쫓는다고라? 남의 신성한 업장에서 뭐하는 짓이여?”


그런데 건달들의 기세는 방금 같지 않았다. 앞에서 걸어오는 칠복의 기운이 너무나 샜기 때문이다.


“신성한 업장보다 소중한 건 신성한 생명이지! 우린 지금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뭐, 저런 미친 새끼가. 야, 쟤 좀 조용히 시켜”


가장 큰 덩치가 개중 작은 녀석을 밀었다.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작은놈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상체만 뒤로 숙여 가볍게 피했다.


“내가 나이는 갓난아기지만 주먹은 환갑이지”


칠복이 당수를 빠르게 휘두르자 목을 맞은 작은놈이 바닥에 쓰러졌다.


“또 와 봐”


그러자 두 번째로 작은 건달이 달려갔다.


“이런 미친!”


이번엔 남자의 팔을 잡고 호쾌하게 뒤로 메다꽂았다.


“좋아, 차례로 와. 다음!”


세 번째 놈은 만만치 않아 보였다. 대충 보기에도 100kg을 넘을 것 같았다.


“내가 이래 봬도 유도 상비군인디, 감당하겄어?”


건달이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다가갔다.


하지만 칠복이 남자의 소매를 날렵하게 잡아채더니 역시 전 녀석처럼 바닥에 깔아뭉갰다.


“난 국제 대회 1위도 했는디, 감당 못 하네?”


칠복의 격투 실력은 체급을 아예 무시하고 있었다.


가장 큰 덩치는 쓰러진 쫄따구들을 보며 발을 굴렀다.


“너 이···. 너네 건달이야? 왜 행패를 부려?!”


“아니, 생사람을 잡아도 유분수지. 우린 구조대예요. 구조대. 미래에서 온 구조대”


칠복이 앞으로 다가서자 남자가 벽 끝으로 물러섰다.


“너희, 생명을, 구해주러, 왔다고!!!”


칠복이 소리를 빽 지르자 건달이 혼비백산이 돼 달아나기 시작했다.


“형, 같이 가요!!”


쫄따구들도 뒤를 쫓았다.


“괜찮아요, 선생님?”


“괜찮고 자시고, 일단 지하 다 돌았어?”


“그럼요, 다 돌았죠”


“뭐래, 그쪽은?”


“알았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그때 지하 에스컬레이터에서 마흔 전후로 보이는 아줌마 하나가 장바구니를 들고 올라왔다.


“어머, 동생. 아직 안 나갔네? 저녁에 요 앞에서 보는 거지?”


“그럼요, 누나. 일단 나가서 옷 갈아입고 준비하고 계세요!”


칠복이 정문으로 향하는 여성에게 윙크를 날렸다.


“...이런 식으로 한 거냐?”


“뭐로 가건 서울로만 가면 됐지. 안 그래요?”


하지만 둘이 그렇게 분주하게 돌아다녀도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연히 직원들도 포함돼 있었다.


“그래도 아직 백 명은 있어요. 직원 합치면 200명은 돼요”


“어떡하지···. 사람 구조보다 쫓아내는 게 더 힘드네”


그때 카운터 여직원이 다가왔다. 구지영이란 이름이었다.


“오빠, 저거 이용하면 어때?”


지영이 벽 쪽을 가리켰다. 벽 쪽엔 소방용 비상벨이 있었다.


“너, 지영이. 아주 좋은 아이디어야”

.

.

.

.

.

백수가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 벨을 눌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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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미남계와 설득계 20.02.06 15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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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죽음의 터널 20.02.01 185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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