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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2,349
추천수 :
183
글자수 :
190,805

작성
20.01.07 15:10
조회
1,308
추천
11
글자
10쪽

프롤로그 - 1993년 남해 제리호

DUMMY

“x발, 왜 안 오는 거야···?”


“아, 형씨, 거참. 뭘 기다리는 건데?”


“내가 얘기했잖아, 타임머신”


“이 형 또 헛소리한다. 이거나 하나 잡숴”


특유의 붙임성으로 사흘 만에 지역 어민들과 친해진 조백수. 최악으로 갈 뻔한 사단을 기지로 막아낸 백수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이었다. 타임머신을 말이다.


“다시 얘기해 보쇼, 몇 년에서 왔다고?”


“아, 2019년이라고 몇 번을 말해~”


“그래, 26년 미래에서 왔다 그거지? 웃긴다, 진짜”


“진짜라니까~? 멸치액젓이랑 자갈 실었으면 저 배 침몰했다고! 그리고 미친, 항해사도 없이 무슨 배를 운전해?”


백수가 가리킨 배는 ‘남해 제리호’. 위도와 군산을 오가며 관광객과 낚시꾼을 태워 나르던 배다.


사고에 대해 백수가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실제 사건처럼 수백 명이 서해에 침수될 상황이었다.


사건이 실제 일어난 날짜는 1993년 10월 10일. 오늘은 11일. 백수는 사건 전날인 9일 군산항에 도착했다.


제리호의 침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첫째는 ‘적재량 초과’였다. 총 360명의 인원이 올라탔고, 거기에 10톤 상당의 멸치액젓, 8톤 정도의 자갈까지 실려 있었다.


상황을 알아챈 백수는 짐을 못 태우게 하는 데 총력을 다 했다. 하루 새 광주까지 다녀가 관련 서류를 뗐고 군산경찰서까지 다녀갔다. 10일 아침, 짐을 실으려던 제리호 승무원들은 갑작스러운 백수의 제지에 쌍욕까지 퍼부었다.


“암튼, 형님들이 내가 가고 나서도 자 배 좀 잘 감시해 주쇼. 아니 무슨 배에 300명씩이나 올라타고 난리야···?”


“돈 때문이지, 돈. 먹고 살자고 하는 거여”


“형씨가 좀 덩치가 있어서 괜찮았던 거여. 뱃사람들이 좀 억세···?”


그때 갑자기 회와 막걸리가 놓인 반상 위로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따, 갑자기 왜 어둡댜~?”


“이거 뭐여?”


거의 사람 키만큼 높은 팔걸이의자가 일행의 뒤쪽에 서 있었다.


“이게 갑자기 뭐여? 언제 여기 왔대?”


“왔구나~ 난 이제 갑니다. 잊지 말고 단도리 잘하쇼. 저 배, 저 선장 위험합니다”


백수가 의자에 올라 벨트를 맸다. 손잡이엔 플라스틱으로 덮인 빨간 버튼이 있었다.


“이거, 형씨가 갖다 놓은겨?”


“내가 놓은 건 아니고 나타난 거지”


“아따, 이 사람 단단히 미쳤어. 일단 악수나 합시다. 성함이 뭐여요?”


“백수, 조백수”


그리곤 환한 빛과 함께 의자가 사라졌다.

.

.

.

.

.

“아, 어지럽다. 어지러워”


“오, 다녀왔는가?”


“계좌 내용 보여주세요···.”


“보게, 여기. 자, 전송버튼 누르고. 500만 원 날아갔네.”


“제발 박사님, 다음엔 현금으로 부탁합니다. 제발요···.”


“그래, 이번엔 어딜 다녀온 건가?”


“93년 10월 군산이요”


“93년 군산······. 설마 남해 제리호 사건?”


“네, 적어도 사건 발생 시간엔 아무 일도 없었어요”


“어떻게 막은 건가?”


“구출이고 이런 거 전혀 없었어요. 단지 새우젓이랑 짐 18톤 실으려던 걸 제가 막았죠.”


“그런데···. 왜 기억이 나한테 있는 걸까···. 백수 군?”


백수가 주머니에서 수첩 하나를 꺼냈다. 슈타인 박사가 만들어 준 ‘재난 목록집’이었다.


특수 처리된 책이라 타임 패러독스 상황에도 내용이 변하지 않는다.


“보세요, 남해 제리호 사건, 93년 10월 10일 일어난 해양 사고. 29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슈타인 박사가 책을 들여 봤다.


“정말이네... 그러면 어떻게 된 걸까...?”


박사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남해 제리호···. 있는데?”


“있다고요?!”


백수가 박사의 핸드폰을 뺏어 들었다.


<남해 제리호 사건. 1993년 10월 17일 전북 위도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 남해 제리호가 침몰해 인명피해를 낸 선박 사건. 사망 192명, 구조 110명...>


“와, 일주일 있다가 일어났구먼. 사망자가 줄긴 했네···.”


“그러니까, 자네가 남해 제리호를 보고 왔다고?”


“네, 다녀오기 전에는 사건이 10월 10일 일어났어요. 사망자가 290명이었고···. 아오, x발. 배를 폭파하는 거였어!”


자리에서 일어난 백수가 창고를 둘러봤다. 가방과 구두 등이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암튼 박사님, 한동안 나 부르지 마세요. 부산이나 다녀와야겠다. 제발 이번엔 날짜 설정 기능 좀 만들어 놓으시고”


“내가 그걸 할 수 있으면 벌써 했지. 그래, 다음에 돈 떨어지면 또 오라고. 그래 봐야 한 달이나 가겠어?”


“이번엔 내가 정말 대박 한 판 하고 올 겁니다. 올 일 없소”


문을 열고 나가는 백수의 등에 대고 슈타인 박사가 소리쳤다.


“아무튼, 자네가 100명의 생명을 구한 거야. 가슴을 더 활짝 펴라고”

.

.

.

.

.

2019년 마흔 살이 된 조백수. 전직 해군 특전단 상사.


수많은 인명을 구하고 해적 소탕 작전까지 참가한 용사였지만, 인명을 구하려던 그의 의협심이 그의 은퇴를 부추겼다.


한가로운 여름 주말 가족 여행으로 간 해수욕장에서 한 여학생을 구한 게 원인이었다.


“미쳤어요? 뭐하는 거예요?!”


언니로 보이는 여자가 소리쳤지만, 백수의 눈엔 죽어가는 가녀린 생명이 보일 뿐이었다.


“죽은 다음에 신고할 거야? 비키세요”


백수가 언니를 밀어제치고 입술을 여학생에 갖다 댔다.


인공호흡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했다.


“뭐하는 거예요···!!”


언니가 거의 소리치다시피 울음을 터뜨렸다.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동생의 수치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가슴을 거의 열 번 이상 누르는데 ‘뚝’하고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갈비뼈가 나간 것이다.


심폐소생술 중 갈비가 부러지는 건 꽤 흔한 상황. 당황하지 않고 인공호흡을 계속하려는데 여학생의 상태가 이상했다.


“뭐야, 왜 몸을 부르르 떨어···. 미영아. 정신 차려, 미영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미영이란 학생은 숨지고 말았다.


갈비뼈에 폐를 찔린 게 직접적 이유였다.


법원은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람을 살리려는 숭고한 의도였지만, 죽음의 일차적 이유가 백수라고 말했다.


“말이 됩니까, 판사님!”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으나 안전요원이 백수를 끌고 나갈 뿐이었다.


의도치 않은 죽음은 여러 파국을 불러왔다.


해군 특전단에서 떠밀리다시피 제대를 했고, 마침 와이프와 이혼까지 했다.


“백희 보는 건 상관없는 거잖아?”


누구보다 일과 봉사에 헌신한 남편이었으나 가족에게는 소홀하고 부족한 아빠였을 뿐이었다.


“백희가 보기 싫대···. 생일 때나 연락 줘”


그렇게 사랑하는 와이프, 사랑하는 딸을 동시에 잃었다.


그날 이후 백수는 술과 도박에 절어 살았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아주 좋은 것들이다 보니 당연히 백수도 몸과 마음도 망가지기 시작했다.


알코올 의존증 초기 판정을 받고, 집을 팔아 월세로 옮겼다. 2년도 안 된 사륜 구동차를 팔아 중고 경차를 구했다.


그렇게 방탕하게 살던 백수였지만 본능과 기술만은 살아 있었다.


어느 날 비틀거리며 집으로 오는데 아파트 4층 베란다에 앉아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위험해요, 아가씨!”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베란다 난간에 앉은 여자였다.


소방차 소리가 들렸지만, 주차된 차들에 막힌 듯 멀리서 들어오질 못하고 있었다.


소방수들이 달려오고 있었지만, 여자는 금방이라도 뛰어내릴 듯 몸을 흔들거렸다.


“어이, 씨. 위험한데 저거···?”


말이 무섭게 백수가 아파트로 다가갔다.


배관에 발을 올린 백수가 날렵하게 2층 베란다를 잡고, 다시 발을 올렸다.


백수는 특전단이기 이전에 취미로 ‘프리 러닝’을 하고 있었다. ‘야마카시’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아저씨, 뭐하시는 거예요!”


아래서 소방수들이 소리쳤지만, 백수에겐 난간에 앉은 여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미안해, 여보. 나 먼저 갈게”


여자가 뛰어내리려는 듯 난간에 놓은 두 손을 하늘로 들었다.


그때.


금세 5층까지 올라간 백수가 다리부터 몸을 던졌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여자를 바라보는데 뒤에서 누가 어깨를 두드렸다.


“조백수 씨 맞나요? 조 백수 상사”


뒤를 돌아보니 검은 뿔테를 낀 백발노인 한 명이 보였다.


“누구세요?”


그러자 노인이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백수 씨의 자긍심도 다시 일으키고, 또 돈도 벌 좋은 기회가 있어요. 연락 주세요”


명함엔 이름과 전화번호 밖에 없었다.


‘공학 박사 슈타인’


슈타인 박사의 주장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타임머신을 개발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면 천만 원을 주겠다는 거죠?”


“정확하네”


“그리고 이 타임머신이 가는 곳은 과거의 재난 상황이라는 거고요? 재난 일어나기 하루 전?”


“그렇지, 똑똑해”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요, 영감님?”


“믿거나 말거나 일세, 일단 여기 내가 500만 원을 선금으로 쏘겠네”


박사가 스마트폰 창을 백수에게 보여줬다. 500만 원이 백수에게 입금됐다.


“내가 거짓말쟁이이건 아니건 돈이 입금된 건 사실이지 않은가?”


“영감이, 제정신이 아니네···. 만일 작동하지 않으면요?”


“작동하지 않아도 나머지 500만 원을 입금하겠네”


고개를 갸웃거리던 백수가 타임머신이라고 주장하는 의자에 앉았다.


“몰라요, 일단 다녀만 올 거야”


백수가 벨트를 매고 단검, 로프, 장갑 등 준비한 구조 장비를 확인했다.


“세상을 구하는, 아주 숭고한 일이라네”


버튼을 누르려는 박사의 손을 백수가 잡았다.


“돌아올 땐 어떻게 오죠?”


“사흘 째 되는 날에 이 기계가 다시 날아갈 거야. 타고 버튼을 누르면 되네”


“아, 모르겠다. 눌러요, 눌러”

.

.

.

.

.


그리고 도착한 곳이 바로 82년 4월 25일. 경상남도 의령의 작은 마을이었다.


다음 날인 26일, 이곳에선 한 미치광이 순경에 의한 대량 살인극이 발생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20.02.04 19:11
    No. 1

    고슴도치섬 위도蝟島 파장금항은 군산이 아닌
    부안군 변산면 격포항에서 배 운행합니다.
    뭐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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