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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2,332
추천수 :
183
글자수 :
190,805

작성
20.02.04 18:05
조회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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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준비된 재앙

DUMMY

백수는 새벽 호텔 문을 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몇 시여 지금이”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무시죠”


“아니다, 잠 다 깼다. 거기 물 좀 갖다 줄래?”


칠복이 물을 가져와 백수에게 건넸다.


“분위기는 어때”


“네?”


“너 그 안내원 만나고 온 거 아냐. 지영인가 미영인가”


“아, 눈치채셨구나. 지영이요. 구지영”


“백화점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 안 했어?”


어느새 칠복은 속옷만 남긴 채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직원들은 전부터 알고 있었대요”


“전부터?”


“네, 되게 오래전부터 건물이 이상하긴 했대요. 금도 가고. 물도 새고”


“그런데 그렇게 계속 운영한 거야?”


“자기들은 무너지지 않는 한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무너지면 모두 죽는 건데 뭘 어쩔 수 없어. 디데이가 내일인데!”


대답을 기다렸지만 아무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고개를 대자마자 쳐자다니···. 부럽다, 부러워”


다음 날 아침 백수는 출근 시간에 맞춰 B동 집무실 쪽으로 갔다. 자고 있는 칠복은 따로 깨우지 않았다.


“여기 대표님 좀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약속은 하셨나요?”


“아뇨, 약속은 따로 안 했습니다”


“그럼 뭐라고 전해드릴까요?


“전 시카고에 거주하고 있는 재미교포 건축가 제임스 백이라고 합니다. 어제 우연히 백화점에 들렀는데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아 한 말씀 드리려고요”


그러자 뒤에서 한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건축가세요?”


뒤를 돌아보니 짧은 머리에 꽤 단단해 보이는 체구를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네, 건축가죠”


“시설 담당 이명찬 과장이라고 합니다. 마침 잘 됐습니다. 함께 들어가서 대표님 좀 설득해 주시죠”


“어떤 설득을···?”


“시설 담당으로 볼 때 현재 백화점은 운영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한 달 정도 문을 닫고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몇 번을 말씀드렸는데 통하지 않네요”


이 과장이 백수의 소매를 잡고 안쪽 방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 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훤칠한 이마를 가진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명패엔 ‘대표이사 이한철’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표님, 귀한 손님이 오셔서 제가 모셔왔습니다”


“손님, 글쎄 오늘 아침엔 미팅 약속이 없는 거로 아는데···?”


“우연히 백화점에 들르신 재미 건축가인데요”


그때 백수가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지금부턴 제가 이야기하겠습니다. 전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제임스 백이라고 합니다. 대표님. 대표님은 현재 백화점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요?”


“...보수가 필요하단 건 알고 있습니다”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운데에 놓인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서 이야기하시죠”


자리에 앉자 문이 열리고 좀 전의 비서가 들어왔다.


“커피 석 잔 갖다 줘. 건축가님은 커피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가 답답한 듯 양복 단추를 풀었다.


“지나가다 들르셨다······. 그렇다면 저희 백화점과 아무 관계도 없으신 분이시니, 오히려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겠네요. 한 번 모두 부탁합니다. 어떤 게 문제인지”


“일단 작은 것부터 시작하죠. 벽에 금이 있더라고요. 바닥에도 있고요”


“네. 곳곳에 금이 가 있죠”


“말씀대로 정말 A동 곳곳에 금이 가 있더라고요. 어느 특정 지역에만 있는 게 아니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건물에 작은 금하나가 있다는 것만 해도 건물 붕괴 요인으로 충분합니다”


“그 정도인가요?!”


“더군다나 작은 금이 아니라, 제가 세어 본 것만 오십 개가 넘었습니다”


“...... 이 과장, 건물 상태 체크한 자료 좀 가져와 봐”


“네”


잠시 후 이 과장이 자료를 갖고 돌아왔다. 자료를 들여 본 대표가 백수에게 내밀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오십 개 정도가 아닙니다. 지하와 B동까지 합치면 120개가 넘습니다”


자료를 본 백수는 말문이 막혔다.


“계속해 보시지요”


“그리고 사실, 허가된 건 아니지만 제가 궁금함을 못 참고 5층에 올라가 봤습니다”


“거기는 출입을 통제했을 텐데요···.”


이 과장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건축가로서의 호기심에 앞서 그만···.”


“아니, 괜찮습니다. 5층은 어떻던가요?”


“일단 폐쇄하신 건 잘한 결정입니다. 정말 말도 못하게 심각한 상태였죠. 이곳저곳에서 물이 새고, 테이블이 기울 정도니까요. 그리고 옥상까지 가보았습니다”


“....옥상은 말씀 안 하셔도 잘 압니다”


“그렇죠. 옥상은 전쟁터와 마찬가지였습니다. 혹시 옥상에 있는 냉방 장치를 끌어서 옮기셨나요?”


“아니, 그걸 어떡해...?”


“옥상의 깨진 자국은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자국이 멈춘 곳에 냉방 장치가 있었고요”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계속 항의해서, 반대쪽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돈을 아끼려고 크레인이 아니라 밀어서 옮겼고요···?”


“...부인할 수 없네요. 회장님의 결정이셨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돼서 옥상 상태도 망가졌고요. 옥상에 기둥이 튀어나와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죠. 제가 자세히 보니 기둥과 바닥 사이에 있어야 할 지판이 너무 얇은 듯 보였습니다”


“....기준보다 좀 더 얇은 게 맞습니다”


“지판을 1cm 줄이는 것만으로도 붕괴 가능성이 두 배가 올라갑니다. 지판은 하중을 바닥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죠”


어느새 대표실엔 백수를 포함 총 다섯 명이 들어와 있었다. 한 명은 건축사무소 파견 직원, 또 한 명은 구조기술자였다.


임 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백수의 말에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백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도 다 말씀드린 부분이지만 회장님의 뜻이 너무 완고하셔서···.”


회장 이야기가 나오자 대표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말씀을 계속 드리면, 그 하중은 5층에서도 심하게 가중됐습니다. 식당 운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주방 기구들을 갖다 놓았고, 보니까 온돌 장치까지 설치하셨더라고요? 온돌은 그야말로 돌덩이입니다”


“온돌이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나요?”


그러자 임 소장이 끼어들었다.


“생각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성인 상체만 한 크기의 바위가 1톤이나 됩니다. 5층엔 그런 돌이 수백 개 있는 셈입니다”


계속해서 백수가 이야기했다.


“또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게 제 생각에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말씀해 보시죠”


“혹시 원래 이 건물. 4층짜리였나요?”


“무얼 보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대표가 물었다.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1층부터 4층까지의 모습과, 5층의 모습이 아예 다르니까 말이죠. 기둥 굵기도 다르고 내장도 다릅니다. 애초 4층짜리로 설계된 건물에 한 층을 더 올린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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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시계는 움직이고 20.02.05 160 0 7쪽
»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준비된 재앙 20.02.04 161 2 7쪽
28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삼청 백화점 20.02.03 199 1 8쪽
27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사건 그 후 20.02.02 184 1 8쪽
26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죽음의 터널 20.02.01 185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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