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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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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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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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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사건 그 후

DUMMY

그날의 상처는 여전히 백수의 다리에 깊게 새겨져 있었다.


“봐봐, 이게 그 상처야. 통증은 가라앉았는데, 어후. 착색된 게 빠지질 않네”


백수가 바지를 걷어 김 비서에게 보여줬다.


“어마어마하네요. 무섭다, 사린 가스”


“그건 그렇고, 그래서 사건이 어떻게 정리가 됐어요?”


도쿄 병원에서 하루를 꼬박 병원에 누워 있던 백수. 돌아온 이후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슈타인 박사의 별장에서 이틀을 누워 있다 일어났다.


“이게 말이지. 결과가······.”


“결과가 왜요?”


사건 내역을 본 백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망자 총 51명···?!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죠?”


“3월 20일 사건 사망자는 총 네 명밖에 되지 않아 그런데···.”


날짜를 보니 사린가스 테러는 그 후로도 한 차례 더 일어났다.


“4월 15일···. 46명 사망···. 이것도 놈진리교 짓인가요?”


“그렇지···.”


테러 규모가 작아진 건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애초 총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린 테러는 전국민적 분노를 일으켜 놈진리교를 코너에 몰아넣었다. 경찰의 대대적 수사가 이뤄졌고 교주 히사이시와 일당에게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런데 1차 사건이 4명 사망에 그치자, 놈진리교도 최대한 발뺌할 수 있는 데까지 발뺌하며 그동안 많은 자료를 없애고 또 관계자들이 도피할 시간을 벌었다.


“2차 테러 사건은 한 팀, 한 사람에 의해 일어난 일이야.”


“하야시....”


그랬다. 2차 사건의 주범은 우에노역에서 놓쳤던 행동 요원 하야시였던 것이다.


“이 영상을 자네가 봐야겠네. 사형을 구형받은 하야시의 인터뷰 영상이야.”


************


- 그런 일을 한 이유가 뭡니까.


“세상이 미쳤으니까. 세상이 존재 가치가 없으니까”



-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당신도 존재 가치가 없는 게 됩니다.


“맞아. 그래서 그런 짓을 한 거지. 30%였던 가스 농도를 60%까지 높이고, 두 개의 가방을 출근길에 뿌린 거지. 나도 살아날 거라 생각 못 했어. 가스 가방에 구멍을 냈는데, 사람들 인파에 그대로 튕겨 나올 줄이야.”



- 당신의 가스로 히비야선 객실 한량 사람 중 3분의 1이 즉사했습니다.


“1차 사건에 실패한 후 생각했지. 내가 잘못한 걸까. 사람들의 말대로 우리 놈진리교가 틀린 걸까 하고 말이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았어. 우리 교주는 사건 직후 신도들에게 이렇게 연설했어. 언론에 혼동되지 말라고. 어차피 죽은 네 명의 사람들은, 병들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운명의 사람들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가스 살포에 실패한 게 너무나도 분한 거야. 우리가 계획하고 실행한 이 빈틈없고 멋진 미션이 나 때문에 실패한 것 같았지. 그냥 당연히 죽을 허약한 사람들이 죽은 것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이야.


지금은 그래서 결과에 만족해. 건강한 수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런 범죄를 저지른 나 또한 이렇게 사형 선고를 받았으니 말이야. 다시 말하지만, 교주는 아무 잘못 없어. 그분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이렇게 했을 뿐이야. 가스는 우리가 뿌렸다고.


************


“으으으으으.....”


하야시의 인터뷰를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오른쪽 다리의 고통도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제 잘못이에요. 저 때문에 무고한 수십 명의 사람이···.”


백수가 철제 침대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뭐하는 짓이야 지금!”


슈타인 박사와 김 비서가 백수의 손을 모서리에서 치웠다. 그의 손과 모서리가 피로 흠뻑 물들었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운명도 있는 거야. 저 사람들은 그냥 저렇게 될 사람들이었던 거야. 이미 자네는 총기 난동 사건을 막았고, 엄청난 화재에서 사람들을 구했어. 저 사람들은 그냥, 그냥 어쩔 수 없던 거야. 자네는 이미 그때의 테러를 막고 여덟 명을 구한 거라고. 수십 명을 죽인 게 아니야. 여덟 명을 구한 거야!”


밤이 돼 모두가 잠든 틈을 타 백수가 별장 마당으로 나왔다.


담배가 너무나도 고팠는데 아무리 뒤져도 한 개비도 발견 못 했다.


“이쯤에 꽁초가 하나 있을 텐데···.”


종종 담배를 태우던 자리를 뒤졌지만, 청소가 완벽했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담배 찾으세요?”


김 비서의 목소리였다. 김 비서의 손에 담배 한 갑이 들려 있었다.


“칠복이 너, 담배 안 태우지 않아?”


“이거 삼촌 거예요. 예전에 피우셨어요”


둘은 한참을 말없이 밤하늘만 바라봤다. 백수가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칠복도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태울 줄 아는 거야?”


칠복이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군대에서 잠깐요.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속담배가 아니라 겉담배예요. 깊게는 못 빨아요”


그때 백수에게 질문하나가 생각났다. 시간 여행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김 비서가 먼저 꺼냈다.


“삼촌이요.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어요”


“어떤···?”


“사건 하나에 큰 충격을 받으신 거죠. 수백 명의 아이가 서해 바다에 수장되어버린 그때 그 사건요”


“.......”


“혹시나 그날로 가게 된다면 반드시 아이들을 구해주세요”


“....그래야지”


“아, 그리고 재미있는 소식 하나가 있어요”


“뭔데?”


“삼촌이 2인용 의자를 개발 중이라 하시네요”


“2인용?”


“그래서 저도 부탁해봤어요. 함께 가도 되느냐고”


칠복의 동행은 그 다음다음에야 이뤄지게 됐다.


백수가 남해 제리호에 다녀온 다음이다.


과적으로 침몰했던 93년의 남해 제리호는 백수의 활약으로 일단 잠깐이나마 무사했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 확실히 있구먼···.”


하지만 그 일주일 후 같은 일이 그대로 일어나고 말았다.


“이번엔 괜찮을 거예요. 제가 가잖아요”


어느새 친해진 건지 이제 백수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는 김 비서였다.


“짐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2인용 타임머신은 앞뒤로 의자가 달린 구조였다. 정말로 그냥 의자 두 개를 앞뒤로 갖다 놓고 철제 프레임으로 붙여놓았다.


“박사님, 이런 구조라면 열 명, 아니 스무 명도 가능한 거 아닌가요?”


백수가 물었다.


“안 돼. 그 정도까지는. 상대성 이론의 미묘한 균열을 내가 해석하지 못하는 한 두 명 이상은 힘들어”


“무슨 소리야······.”


일본에서 크게 당황했던 적이 있는 백수는 그다음부터 지갑에 외국 돈을 아주 가득하게 들고 다니고 있다.


“내가 감이 있어서 이번엔 특별히 중국 돈 좀 달라고 했지”


특히나 중국의 위엔화가 한국 돈만큼이나 많이 들어 있었다.


“중국 가고 싶으세요?”


“아니, 미쳤냐. 그래도 한국이 최고지. 갑시다, 박사님”


박사가 버튼을 누르자 타임머신이 특유의 진동음을 내기 시작했다.


“부디 이번엔 무사 처리를 바라며”


“아무도 안 죽었으면 좋겠다!!!”

.

.

.

.

.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건 한국어로 된 간판이었다.


“이야, 저거. 저거 봐. 슈퍼네. 슈퍼마켓! 한국이야!!!”


백수가 짐을 챙기며 환호를 질렀다.


“우와 우와 우와. 진짜···. 온 건가요?”


시간 여행이 처음인 칠복은 감탄만 연발하고 있었다.


“그래, 항상 제대로 오긴 왔으니까. 근데 이번엔 언제 어디이려나···.”


“보통 사건 근처에 떨어졌나요?”


“그렇지, 보통 근방 1km 이내였어”


“혹시 그러면 저 건물과 관계된 건 아닐까요?”


칠복의 손끝을 따라가자 800m 정도의 거리에 분홍색 큰 건물 하나가 보였다. 건물 옆면엔 길게 자리한 플래카드에 ‘여름맞이 대 바겐 세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시발, 올 게 왔구나. 올 게 왔어.”




그 건물은 바로 백수의 눈에도 낯이 익은, 세계 최초의 백화점 붕괴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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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삼청 백화점 20.02.03 199 1 8쪽
»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사건 그 후 20.02.02 185 1 8쪽
26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죽음의 터널 20.02.01 186 4 7쪽
25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가방아 가방아 20.01.31 204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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