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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2,342
추천수 :
183
글자수 :
190,805

작성
20.02.0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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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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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생사의 주마등

DUMMY

정말 주마등과 같은 몇 분이었다.


백수와 이 과장은 4층부터 해서 3층, 2층을 차례로 돌며 사람들을 몰고 나왔다.


싸움을 하던 임 소장과 칠복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 주부들과 직원을 안내하며 B동 계단으로 이끌었다.


“매니저님, 어서 나가세요!”


“아, 정육 코너 쪽에 귀 안 들리는 직원이 있는데”


“어디요?!”


“아뇨, 제가 금방 데러 나오겠습니다”


총괄매니저가 A동 끝으로 달려갔다.


“몇 시예요, 소장님?”


칠복이 소매로 입가의 피를 닦으며 물었다.


“5시 54분!!”


“진짜 불이 난 건가요, 설마?”


초조한 표정으로 칠복이 정육 코너 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매니저는 나타날 줄은 몰랐다.


“5시 55분이에요!!!”


임 소장이 소리쳤다.


“안 되겠어. 다녀올게요!!”


칠복이 빛과 같은 속도로 달려나갔다.


정육 코너로 가자 흰옷을 입은 직원이 냉장고 문을 열고 서 있었다. 매니저는 그 옆에 있었다.


“왜 안 오세요! 위험해요!!”


“여기 지금 문제가···.”


칠복이 다가가서 보니 직원의 손이 냉동실 얼음에 떡하고 달라붙었다.


“하하···. 설마 불이 지하로 내려오진 않겠죠. 그쵸? 냉동을 끄고 기다려야 하나?”


“드라이기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태평스럽게 대화까지 하고 있는 둘이었다.


“2분 남았어요. 시간이 없어요. 아니, 이제 1분!!”


“뭐가 1분 남았다는 거예요?”


매니저가 물었다.


“5시 57분에 이 건물이 무너져요?!”


“에?!”


직원과 매니저 모두 이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내가 진짜 엄마 걸고 맹세한다. 진짜라고요!!!”


그때 채소 코너 쪽 천장에서 ‘저적’ 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저것 보세요!! 위험해요!!!”


천정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고서야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 어떡하죠?”


“미안해요! 죄송해요!!”


칠복이 직원의 가슴팍에 등을 지고 냉동고 문을 앞으로 세게 걷어찼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냉동고 벽과 바닥이 피범벅으로 변했다.


“진짜 죄송해요. 그런데 시간이 없어요!!”


칠복이 둘의 손을 잡고 B동 쪽으로 달려갔다.


붕괴는 채소 칸 옆 라면 코너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천장 전체에서 ‘우기기기기긱’하는 금속 소리가 나더니 라면 코너 위 직경 10m 정도가 아래로 떨어졌다.


“달려요!! 달려!!”


B동을 10m 앞둔 그때. 뒤따라오던 매니저의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이 날아갔다.


“앗, 사진!!”


매니저가 사진을 주우려 뒤로 몸을 숙였다.


“매니저님!!”


그때 A동 천장에서 ‘와지끈’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천장에서 돌 더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

.

삼청백화점은 그렇게 무너졌다.


붕괴일시 1995년 6월 29일 5시 58분.


5층에 불까지 났지만, 실제 시각보다 1분 늦어졌다.


“왜 늦어진 걸까요? 불도 지르셨는데?”


칠복이 물었다.


“글쎄, 내 생각엔 우리가 잠시 사람들을 밖으로 빼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


백수가 침대에 몸을 기댄 채 변기를 어루만졌다.


붕괴 현장은 화면으로 보던 것과 차원이 달랐다.


양 쪽 끝 벽을 제외하고는 마치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모조리 바닥으로 꺼져버렸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는 13명이었다. 대부분은 주차장에 있다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다.


실종자도 한 명 있었다. 총괄매니저다.


안내 직원 지영에 따르면 총괄매니저는 딸의 사진을 부적처럼 가슴팍에 넣어서 다녔다.


“따님이 세 살 때 백혈병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총괄매니저의 시체는 끝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사망처리를 하지 않는다.


“매니저님은 정말 실종된 걸까요?”


칠복이 물었다.


“실종은 무슨. 그냥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으깨진 거야”


백수가 변기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회장 같은 사람이나 데려가지 왜 열심히 일하는 총괄매니저님이···.”


칠복이 침대로 올라가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그나저나 선생님. 여기에 타임머신이 들어올 수 있어요?”


백수가 감방 안을 둘러보았다.


“여기? 응, 아마 들어올 수 있을 거 같네”


칠복과 백수는 붕괴 이튿날 경찰에 의해 구치소에 감금됐다. 화재 혐의, 붕괴 모의 혐의, 폭행 및 업무 방해 등 총 다섯 가지 죄목이었다. 거기에 신원도 불분명하고 주민등록증까지 없다는 이유도 추가됐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몇 명을 구했는데.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요?”


“거기다 우리가 붕괴 현장에서 구한 사람도 있지”


백수와 칠복이 그토록 난리를 쳤건만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첫날 봤던 5층 보안 요원도 그중 하나였다.


가방을 두고 와 다시 4층 쪽으로 돌아가다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행히 보안요원은 무너지지 않았던 백화점 끝 계단 쪽에 서 있어서 목숨을 구했다.


숙련된 구조요원 백수가 붕괴 직후 바로 밧줄을 타고 올라가 그를 구했다.


“한 네 명 정도 구했죠? 제가 한 명 구하고”


칠복은 바위 덩어리를 들어 올려 다리가 깔린 여성을 구했다.


직후 그 위로 돌조각이 하나 떨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칠복은 여성의 목숨을 구한 거였다.


“이런 거 보면 참 허무하지. 생명 하나하나를 더하고 뺄 순 없지만 말이야”


“저 현장에서 저런 아줌마도 봤어요”


“어떤 아줌마?”


“아니 어떤 안경 낀 아줌마가, 잔해 있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집어가고 있더라니까요. 무서운 건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 뭐예요”


“....악마다. 달리 악마가 있을 리 없어”


그때 칠복이 주머니에 손을 깊게 찔러 넣었다. 담배 두 개비와 라이터 하나가 나왔다.


“아무리 경황이 없기로서니 이렇게 짐 검사도 하나도 안 하고 집어넣는 경찰이 어디 있데요?”


칠복이 담배에 불을 붙여 백수에게 건넸다.


“여긴 감옥이 아니잖아. 구치소야. 그럴 수도 있지”


백수가 고개를 빼 창살 밖을 내다봤다. 근처 자리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들도 정신없겠네요. 이 난장판을 정리해야 하니까”


2층에 있는 구치소에선 창밖이 내다보였다. 찌는 듯 내리쬐던 햇살이 어느새 저물어가고 있었다.


“몇 시냐?”


“5시 50분요”


“...7분 남았다. 짐 챙기자”


백수들이 짐을 정리하고 옷매무시를 고쳤다. 칠복은 빗까지 꺼내 머리를 다듬었다.


“몰랐다, 난. 니가 이런 캐릭터인 줄”


“말 없고 조용할 줄만 아셨어요?”


“그래서 다행이었지. 조용하기만 한 숙맥이었으면 골 아플 뻔했어”


“덕분에 좋은 경험 했어요. 전 혼자서 이런 재난 해결 못 해요. 사람들이 안 나간다고 할 때 주저앉았을 거예요”


“난 이런 데 다니면서 제일 놀라는 게 사람 때문이다. 사람이 가장 무섭고, 가장 믿지 못할 존재야. 건물이 그 지경에 있는데 다시 일하러 들어가라는 회장이라니.


“그러게 말이에요. 미래로 돌아가면 결과부터 봐야겠어요. 회장들 어떻게 됐나?”


그때 백수의 시계가 반짝거렸다.


“언제 와 있었대?”


뒤를 돌아보니 타임머신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항상 얘는 나 모르게 오더라”


의자에 앉아 벨트를 매고 버튼을 눌렀다. 1995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

.

삼청백화점의 회장은 이후 15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2003년 병으로 인해 출소,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대표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5년 형을 받았다.


총 사망자는 502명에서 13명으로 489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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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한국항공 858편 폭파 테러 - 하늘을 오르다 20.02.10 156 1 7쪽
»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생사의 주마등 20.02.09 201 2 8쪽
33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액션 영화를 찍다 20.02.08 172 1 9쪽
32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무너져야 믿지 20.02.07 171 0 7쪽
31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미남계와 설득계 20.02.06 154 1 8쪽
30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시계는 움직이고 20.02.05 160 0 7쪽
29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준비된 재앙 20.02.04 161 2 7쪽
28 4.삼청 백화점 붕괴 사고 - 삼청 백화점 20.02.03 199 1 8쪽
27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사건 그 후 20.02.02 184 1 8쪽
26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죽음의 터널 20.02.01 186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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