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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재난으로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SF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1.07 12:22
최근연재일 :
2020.03.03 18:0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2,338
추천수 :
183
글자수 :
190,805

작성
20.02.01 15:10
조회
185
추천
4
글자
7쪽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죽음의 터널

DUMMY

니혼마쵸 전철역 입구도 사람들로 붐볐다.


지하철을 탔다 내리는 사람들, 그리고 지하철을 타려다 돌아가는 사람들. 경찰과 구급차. 전철 관계자, 양복을 입은 공무원 등 많은 사람이 입구를 오갔다.


입구를 막는 경찰에게 호리모토가 준비해둔 멘트를 했다.


“니혼센세통신의 기자들입니다. 역무원과 인터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기자라는 말에 순경이 거수경례로 인사했다.


“니혼센세통신이 근데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백수가 물었다.


“글쎄요. 한국어로 번역하면 일본 선생님 신문 정도가 되겠네요. 그런 곳은 당연히 없죠”


계단을 내려가 개찰구를 넘었다. 그쪽에도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다가오는 직원에게 역시 준비해둔 말을 했다.


“후생성에서 왔습니다. 사린가스 가방이 전철에 분실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색하러 왔습니다”


그러자 직원이 허리를 굽히며 꾸벅 인사했다. 지나가려는 백수들에게 생수병과 삼각김밥 몇 개까지 봉지에 담아줬다.


“고맙기도 하겠지. 대신 똥을 치워준다는데”


플랫폼으로 들어선 백수가 방역복으로 갈아입었다.


“후···. 긴장되네요. 괜찮겠죠?”


“안심해. 이건 부상하거나 그럴 일은 없어”


“그런가요?”


“죽거나 아니면 살거나 야”


“......”


플랫폼으로 들어서려는데 역내 방송이 나왔다.


“감바떼 구다사이. 오엔 신마스!!”


“뭐라는 거야?”


백수가 물었다.


“힘내 달래요. 응원한다고···.”


방역복을 갈아입던 호리모토가 앞주머니에서 이파리 몇 개를 꺼냈다.


“그건 뭐야?”


“집에서 키우는 허브의 일종이요. 독성 있는 곳에 가면 이파리가 시든다고 하더라고요”


“테스트해본 거야?”


“이제 할 수 있겠죠?”


백수가 가방에서 머리에 쓰는 랜턴을 호리모토에게 부착했다.


“형사님은요?”


“난 손전등이 좋아”


철길로 올라선 백수가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방역복도 꼼꼼히 입고 방독면까지 찼다. 호리모토는 허브 이파리를 랜턴과 이마 사이에 끼었다.


지하철 통로에 들어서기는 처음이었다. 습하고 고요하고, 발걸음 소리, 소매 스치는 하나하나가 통로 전 방향에서 울렸다.


“구석까지 꼼꼼하게 비춰보라고”


“네?”


“구석까지! 꼼꼼하게!!!”


큰소리를 질러야 들렸다. 방독면은 역시 이런 게 단점이었다.


“알았어요!!”


꼼꼼히 뒤져보며 걸어가니 속도가 생각보다 느렸다. 한 시간 정도 걷자 앞에 환한 불빛이 보였다.


“스이텐구마에 역이네요”


“일본은 참 역 이름도 어렵고 이상해”


플랫폼 쪽으로 다가가니 역시 역무원과 경찰 몇이 서 있었다. 경찰이 경례로 인사했다.


“혹시 천 재질로 된 하얀 가방 못 보셨나요? 어깨에 메는 형태의 가방요”


호리모토가 물었다.


“아뇨, 보지 못했습니다”


“역내를 뒤져보시고 혹시 찾게 되시면 즉시 후생성 쪽이나 소방수를 부르세요. 안에 사린가스가 들어 있습니다”


호리모토가 역무원의 어깨를 두드리고 철길로 내려왔다.


“이젠 아주 자연스러운데?”


“형사님, 덕분이죠. 그건 그렇고 이파리가 어떤지 좀 봐주실래요?”


백수가 얼굴을 호리모토 쪽으로 갖다 댔다.


“아직 괜찮아”


한 시간을 더 걸었지만, 가방의 흔적은 없었다.


“이번 역은 가이바초입니다”


“본의 아니게 전철 순방을 하고 있네”


“이런 특별한 순방 또 언제 해보겠어요”


여유까지 생긴 호리모토였다.


가이바초까지도 가방의 흔적은 없었다. 이제 역은 앞쪽 세 개가 남아 있었다.


“끝까지 걸어야 할까요?”


호리모토가 물었다.


“글쎄. 토가시에 따르면 우에노 위쪽으로 조사반이 투입됐다고 하니···. 종점인 츠키시 쪽에서도 이쪽으로 누군가 오고 있지 않을까?”


백수의 짐작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가이바초역을 지나 핫초보리로 걸어가고 있을 즈음 앞에서 불빛이 보였다.


“어어이~!!!”


조사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소리쳤다.


“어어어어이!!!”


백수도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앞쪽에 무언가가 보였다.


바람을 타고 하얀 물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가방?”


호리모토가 앞으로 달렸다.


“가방이야?”


순간 앞서가던 호리모토가 얼음이라도 된 듯 굳었다.


“하···. 여기 있네요”


가방에 조심스레 다가가고 있는데 앞쪽에서 사람들이 다가왔다.


“아나타와 다레데스까? 와타시다치와 코센쇼 쇼쿠인데스”


네 명의 사람이 앞에서 다가왔다.


“뭐라고 하는 거야?”


“누구냐고 하네요. 자기들은 후생성 직원이라고”


“적당히 둘러 대줘”


호리모토가 응대를 하는 사이 백수가 가방을 조심스레 집었다. 가방 속에 팽팽한 비닐백이 보였다.


“아직 터지진 않았네. 그런데···.”


“그런데 왜요?”


그때 백수의 시야에 호리모토의 머리에 낀 허브 이파리가 보였다. 그 뒤로 방독면을 쓴 남자 셋과 여자 하나가 보였다. 허브 이파리 중 하나가 검게 변해 있었다.


“저 사람들, 복장 저거 뭐야! 왜 방독면만 꼈어?”


“소레와 소노 바꾸 데스까??”


사람들이 가방 쪽으로 다가왔다.


“물러서라고 해! 도망가라고 해!! 가스가 세고 있어!!”


호리모토가 두 팔을 크게 저으며 사람들을 밀어냈다.


그때였다. 여자가 몸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했다.


“가스데쓰! 사린가스데쓰!!!”


남자들도 고통이 있는 듯 갑자기 전신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물러나라고 해!! 기어가건 도망가건 역으로 도망가라고 해”


호리모토가 상황을 설명하자 사람들이 힘겨운 걸음으로 뒤로 물러섰다.


“우린 가이바초역으로 돌아가는 거야!”


백수가 가방을 들고 뒤로 돌았다.


한참을 걷다 호리모토에게 말했다.


“역으로 가서 큰 비닐 봉투 여러 개를 구해! 이걸 담아 묶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봉투!! 그리고 역 통로 쪽으로 가스 중독자가 있다고 사람을 보내달라고 부탁해줘! 뛰어가”


“알았어요!”


호리모토가 경찰처럼 거수경례를 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허브 이파리는 모조리 검게 변해 버렸다.


하야시가 들고 있던 사린가스 가방. 당초 이 가방 속의 가스로 총 8명이 숨지고 2,5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가장 치명적인 공격 경로를 백수가 막은 것이다.


“좋은 일 했어. 좋은 일 했잖아. 천국 갈 거야, 백수야. 엄청 멋져, 조백수”


백수가 혼잣말로 자위하며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발 쪽이 간지럽기 시작했다. 느낌이 이상해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워커 끈이 풀어져 신발 목 쪽이 벌어져 있었다.


“안 돼, 안 돼···.”


급하게 끈을 몇 번이나 동여맸지만 이미 가스가 종아리 쪽까지 퍼진 느낌이었다. 오른쪽 다리 전체가 부은 느낌이었고 통증과 가려움이 있었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속력을 낸다고 재촉했지만, 불빛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10분을 더 걸었을까. 희미해져 가는 초점 너머로 방역복을 입은 사람 둘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하나는 머리에 새카맣게 변한 허브 이파리를 꽂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큰 봉투를 손에 들고 있었다.


호루라기 소리가 점점 시끄럽게 들리던 그때, 그렇게 백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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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사건 그 후 20.02.02 184 1 8쪽
» 3.도쿄 사린가스 살포사건 - 죽음의 터널 20.02.01 186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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