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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敏 님의 서재입니다.

종족전쟁: 종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민敏
작품등록일 :
2019.05.04 09:25
최근연재일 :
2019.05.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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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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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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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8화. 32기 레두체 (26)

DUMMY

“이번 회동의 요청자이신 카쉬움 바라트님, 회동을 요청하신 연유에 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시마라의 요청에 인상 더러운 카쉬움이 일어나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많은 분의 기대를 받을 정도의 안건이 아닌데, 이리 많은 분이 오셔서 관심을 가져 주시니, 자칫 듣고 실망하실까 걱정까지 드는군요.”


평소처럼 자기들끼리 대충 처리하려다, 바라트의 변심으로 일이 복잡하게 진행되니 사설이 길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발걸음들을 하셨으니, 염치 불고하고 안건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제안할 안건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한 아이의 승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 대상이 일전 성주님께서 선언하신 대자(代子)이고, 승급의 범위가 ‘조’가 아닌 ‘기’라 이렇게 안건으로써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게 된 것입니다.”

“일전에 성주님께서 선언하신 대자라면, 방덕근이라는 아이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시마라가 나서서 처음 듣는 척, 맞장구를 쳐줬다.


“맞습니다. 바로 그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어떻길래 기수를 뛰어넘어 승급을 해야 된다는 것입니까?”


이것이 대가문의 역량인 것인지, 카쉬움이나 시마라나 둘 다 모르는 척 잘도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방덕근 그 아이는 이미 성장형으로서 중력계 영수를 극성까지 키운 아이였습니다.”

“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이번에 의식계 이능을 새로 개화했다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예, 시마라님. 그리고 다들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의식계 이능은 특별합니다. 그저 또 다른 이능을 개화했다고 넘어가기엔, 무리가 있지요.”

“확실히 의식계 영수를 새롭게 부화시켰다면, 기존 32기들과의 차이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벌어졌겠군요. 단순 전투력만 논하자면 이미 팔색을 능가했을 테니 말입니다.”

“···”


너무도 순순히 자신의 의견에 맞장구를 쳐주는 시마라가 이상한지, 기만에 가득 찼던 대화를 멈추고 카쉬움은 잠시 시마라를 주시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읽어내지 못한 듯, 이내 자신의 안건을 마무리 지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아이가 본인을 위해서나, 같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나, 지금 당장 31기로 승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쉬움님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발언을 마치고 카쉬움이 자리에 앉자, 시마라가 카쉬움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진행자로서 제안자에게 예의를 표시했다. 그리고 이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들으셨다시피, 카쉬움님은 성주님의 대자이신 방덕근 군의 즉각적인 승급을 바라고 계십니다. 그래서 진행자로서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혹시 이견이나 질문이 있으신 분 계십니까?”


약속된 신호가 떨어지고, 판이 정해지자,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난 즐거움에 손까지 번쩍 들고 질문했다.


“본인을 위해서라고 하셨는데, 무엇이 본인을 위한 것인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내 딴지에 카쉬움과 노친네들의 마빡 위로 지렁이들이 잔뜩 생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난 남아있던 울화와 이권으로부터 외면받은 아쉬움이 싹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군요.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고도 하셨는데, 그 점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아무리 저희가 이 테라의 지도부라 할지라도, 이렇게 그 개인의 의사도 생략한 채,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군요. 성주님의 대자라 하나, 이 테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전무한 일개 개인일 뿐이고, 아직 어린아이인데 말입니다.”


이미 판은 정해져 있었지만, 건계와 곤계의 계수들 역시 내 마음과 같았는지, 딴지로써 아쉬움을 달래는 듯했다.


“확실히 세 분의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긴 할 것 같군요. 특히 본인의 의사도 반영되지 않은 이러한 회동이 필요가 있느냐는 시아오헤이님의 일침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발언이군요.”


이렇게 끝내기 아쉽기는 시마라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적극적으로 호응해줬다.


“···굳이 듣기를 원한다면 설명해 드리지요. 이미 말했듯 32기 레두체들과 방덕근과의 능력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같이 수업을 듣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압도적인 능력의 차이로 한쪽은 무력감이나 허탈감에 빠지고 다른 한쪽은 나태해지지 않겠습니까?”


시마라까지 호응하자 무시하기는 어려웠는지, 카쉬움이 무거운 입을 열어 무어라 설명해 댔다.

하지만 그 얄팍함에 바로 권해의 반박에 당하고 말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지나친 비약이라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자신의 생각도 그러했는지, 카쉬움은 쉽사리 대꾸하지 못했다.


“다들 힘이 넘치시는구만. 내 카쉬움님의 의견에 찬동하는 입장으로서 한 마디를 보태겠네.


그런데 갑자기 재수 없는 자이어 노친네가 끼어들었다.


“카쉬움님의 의견에 비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네. 하지만 수업의 진행 방식상 분명 방덕근과 32기 레두체들을 같이 놓고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 일일세. 다들 알다시피 수업의 큰 축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반끼리의 경쟁 아닌가? 그런데 그중 한 아이가 압도적이라면? 자연 그 반대편에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 불공평하지 않겠는가. 매번 손해를 봐야 할 텐데 말일세.”

“그건 선생들의 재량으로”

“정찬. 설마 자네, 선생들의 재량에 따라 그 아이를 수업 중에 빼버리거나, 제재하면 된다고 주장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겠지? 만약 그렇게 한다면 반대로 그 아이나, 그 아이가 속한 반의 아이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인데 그게 무슨 바보짓인가. 그냥 그 아이 하나만 기수를 올려 버리면 끝나는 것인데.”


노친네들에게 한 방을 먹인다는 생각에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 결국 반대로 엿을 먹은 난 합죽이가 돼 버렸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아이는 일반적인 통합형 각성자가 아닌 성장형 각성자라네. 이는 중력계나 의식계 수업이 이미 그 아이에게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는 소리이네. 이런데도 그 아이가 계속해 32기 아이들과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하겠는가? 계속해, 그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확실히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고, 그것을 단번에 짚어내는 노친네의 사고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은근슬쩍 제일 중요한 포인트를 넘어가려는 말발은 인정할 수 없었다.


“자이어님의 주장이 합당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제가 잠시 실언을 할 뻔했던 점 또한 인정하고요. 하지만 지금껏 카쉬움님이나 자이어님이 말씀하신 바는 그 아이에게 승급이 필요한 연유일 뿐이지, 이런 논쟁이 합당한가에 대한 연유는 언급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차갑게 굳어지는 카쉬움의 얼굴과 일그러지는 영 노친네의 얼굴, 그리고 쓰게 웃고 있는 자이어 노친네의 얼굴을 보아하니 이번엔 제대로 한 방을 먹인 것 같았다.


“···”


그런데 너무 깊은 한 방이었을까? 침묵은 길어졌고, 침묵이 길어질수록 통쾌함보다는 나에게 쏠리는 차갑고, 뜨겁고, 무감정한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다.


“나 역시 그 아이를 내 대자로 삼았으나, 한 번도 그 아이의 입장에서, 그 아이의 생각을 들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소. 그래서 곤수(坤首)의 말이 내 가슴을 헤집었던 참이었다오. 하여 여러분께 제안하고 싶은데 어떻소? 지금 그 아이를 이 자리에 불러오는 것이?”


그런데 그때, 성주가 나서서 나에게 쏠려 있던 부담스러운 시선들을 가져가 줬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개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할 것 같군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요?”


이어 시마라가 성주의 의견에 동의하며, 다른 이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제기자였던 시아오헤이를 필두로 권해와 내가 동의했다.

그리고 꾸물대던 케이 체이서와 손영원이 또한 우리의 눈치에 못 이기는 척 동의했다.


“그러면 나머지 분들도 다 찬성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이미 성주의 두 표와 시마라의 한 표로, 저들 3대 가문의 세 표와 같아진 상황. 8계 중 5계의 계수들이 성주의 의견에 찬성하자, 부득불 저들 역시 시마라의 질문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



“그래. 네가 방덕근이구나. 반갑다, 난 최혁이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쫄래쫄래 뒤따르던 것 때문에 가졌던 걱정이 사라지자, 덕근은 뒤늦게 만감이 교차했다.


“알지 모르겠지만, 난 너의 대부를 자처한 이이기도 하다.”

“예. 어제 요란다라는 친구한테 대충이지만,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감정은 최혁에 대한 감정이 아닌, 변화돼 다가올 운명에 대한 기대감과 그로 인한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여러 우연이 맞물려 있었지만, 어찌 됐든 여기까지 잘 끌고 왔다는 덕근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같은 그런 감정들이었다.


“그러면 지금 너의 처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것이냐?”

“정확히 어떤 것을 물으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 아버지로 인해, 제가 미움을 받고 있고, 그와 관련해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이전에도 최혁에 대한 덕근의 감정은 호도 불호도 아닌, 무였다. 덕근에게 최혁은 그저 타인일 뿐이었다.


“미움이라···, 정확하구나. 그래서 대부랍시고 이제야 이런 자리를 마련한 내가 더 미안해지는구나.”

“저를 위해 대부를 자처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바뀌고 있는 운명에 대한 결과인지, 이전에는 보인 적 없는 최혁의 변화가 조금은 생소했지만, 최혁과의 관계는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덕근은 정의했다.

8년이라는 한정된 기간을 가진 시간제 관계에 매달리기에 덕근은 너무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이성적이었다.


“그래. 그렇게라도 이해해 준다니 나로서는 고마울 뿐이구나. 그러면 우선 정확히 이 상황을 설명해 주마. 지금 이 자리는 너의 승급을 논하려는 자리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는 이미 그것에 대해 논했었다. 그러다 가장 중요한 너의 생각이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자신들끼리 이미 이러쿵저러쿵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았지만, 덕근은 괘념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8년 후 죽어 없어지거나, 뿔뿔이 흩어질 저들이 아니라, 자신의 어미였으니까.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네 생각을 듣고 싶구나. 계속해 32기에 남아 동기들과 같이 수업을 들을지, 아니면 31기로 승급해 새롭게 시작할지.”

“···32기 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싶지만, 제 처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하신다면 31기로 가 수업을 듣겠습니다.”


그래서 덕근은 알아서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단 하나뿐인 단서이고 확실치 않은 기회였지만, 만약 그 기회마저 잡아낸다면, 어미의 생존이란 목표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길이었기에, 자신의 계획보다 반년 더 빠르게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의사와 상관없이 그저 우리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것이냐?”

“결정을 따르겠다는 것이 제 의사이자, 저의 아버지 때문에 저를 싫어하실 분들에게 보이는 복종이고, 순종의 표시입니다.”

“···허.”


또한, 굳이 8년 동안 쓸데없이 이들과 충돌할 생각도 없었다.

설혹, 계속해 적대한다고 해도 버텨낼 자신은 있었다.

성주의 눈치 아래 겨눠지는 칼날 정도는 어떻게든 버텨낼 자신이 있었다.


“다만 두 가지는 약속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냐?”


하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히 하고자 했다. 그래서 덕근은 자신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황당해하는 이들에게 간절한 진심과 그럴듯한 사심을 담아 호소했다.


“첫째는 바로 저희 어머니에 대한 안전의 보장입니다. 제가 어쩌다 보니 레두체에 와 몇몇 분들께 밉보이게 되었지만, 저희 어머니는 아무런 능력도 없으신 일반인이십니다. 이미 능력자가 되어버린 저야 어쩔 수 없다지만, 저희 어머니가 죽어버린 아버지 때문에 고초를 당한다면 참 억울할 것 같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31기는 실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학생들도 대부분이 4능이 이상이고요. 그래서 아직 2능이 제가 그 부분에서 소외가 될까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만약 가능하다면 개인용으로 배정받은 성물 중, 제가 각성하지 않은 계열의 성물 몇 가지를 가져가 사용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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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화. 32기 레두체 (27) +2 19.05.21 45 1 16쪽
» 38화. 32기 레두체 (26) +2 19.05.20 98 2 13쪽
38 37화. 32기 레두체 (25) +2 19.05.17 70 1 14쪽
37 36화. 32기 레두체 (24) +2 19.05.16 46 1 16쪽
36 35화. 32기 레두체 (23) +2 19.05.15 54 2 14쪽
35 34화. 32기 레두체 (22) +2 19.05.14 55 1 17쪽
34 33화. 32기 레두체 (21) +2 19.05.13 53 1 13쪽
33 32화. 32기 레두체 (20) +2 19.05.10 76 1 13쪽
32 31화. 32기 레두체 (19) +4 19.05.09 53 3 15쪽
31 30화. 32기 레두체 (18) +2 19.05.08 58 3 17쪽
30 29화. 32기 레두체 (17) +3 19.05.07 55 2 14쪽
29 28화. 32기 레두체 (16) +2 19.05.06 60 1 14쪽
28 27화. 32기 레두체 (15) +2 19.05.05 74 2 12쪽
27 26화. 32기 레두체 (14) +2 19.05.04 59 3 12쪽
26 25화. 32기 레두체 (13) 19.05.04 55 2 12쪽
25 24화. 32기 레두체 (12) 19.05.04 56 2 11쪽
24 23화. 32기 레두체 (11) 19.05.04 53 2 16쪽
23 22화. 32기 레두체 (10) 19.05.04 50 2 14쪽
22 21화. 32기 레두체 (9) 19.05.04 60 2 12쪽
21 20화. 32기 레두체 (8) +2 19.05.04 40 2 13쪽
20 19화. 32기 레두체 (7) 19.05.04 36 2 12쪽
19 18화. 32기 레두체 (6) 19.05.04 33 1 11쪽
18 17화. 32기 레두체 (5) 19.05.04 40 1 16쪽
17 16화. 32기 레두체 (4) 19.05.04 32 2 15쪽
16 15화. 32기 레두체 (3) 19.05.04 36 1 14쪽
15 14화. 32기 레두체 (2) 19.05.04 40 2 11쪽
14 13화. 32기 레두체 (1) 19.05.04 39 1 17쪽
13 12화. 시작의 강당 (7) +2 19.05.04 40 1 15쪽
12 11화. 시작의 강당 (6) 19.05.04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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