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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敏 님의 서재입니다.

종족전쟁: 종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민敏
작품등록일 :
2019.05.04 09:25
최근연재일 :
2019.05.21 20:3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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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수 :
231,138

작성
19.05.0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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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화. 32기 레두체 (15)

DUMMY

5분 뒤, 6명의 아이 모두가 운 좋게도 자신의 짝을 골라 단상으로 내려왔다.


“동기의 문제인가? 내성출신 놈들은 하나도 안 보이는 것 같구나? 외성출신 재생계 각성자였다면 이렇게 포기하진 않았을 텐데, 역시 마음에 안 들어.”


새로운 아이 중 내성출신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자, 영국은 자리로 돌아간 몇몇 내성출신 재생계 각성자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러다가 그때까지도 가만히 대기하고 있던 7개 팀의 아이들을 보며 의문을 드러냈다.


“그런데 너흰 뭐하냐? 팀을 만들었으면 어서 찔러야지? 너희들도 시험에 응하려고 내려온 거잖아? 지금 내 기억으론 한 방을 견뎌냈던 건 방덕근이네 팀이 유일했던 거로 알고 있는데?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눈치만 보다 마지막까지 남는다고 보상을 주는 건 아니다. 적어도 방덕근이네처럼 한 방은 견뎌야겠지?”


인간의 신체에 구멍을 뚫고, 뚫려야 한다는 두려움과 그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눈치를 살피던 아이들이, 영국의 일침에 두려움과 기대감을 접고 자신의 상대를 향해 단창을 내질렀다.


푹- 푹- 푹- 푸ㄱ-


“으아아아앙!”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던 6명의 아이 사이에서 한 아이가 자신의 복부를 부여잡고 미친 듯이 울음을 터트렸고, 그 앞에 있던 상대 아이는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일에 발만 동동거렸다.


“쯧쯧.”


그 모습에 혀를 차던 영국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영국의 오른손바닥에서 초, 흑으로 이루어진 6가닥의 아우라가 덜덜 떨고 있던 6명의 아이에게 뻗어 나가 찰싹하고 달라붙었다.

손을 살짝 흔들어 제대로 흡착되었는지를 확인한 영국이 울음을 터트리고 있던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떠냐? 포기할 테냐? 아니면 내가 직접 뚫어 줄까? 하지만 경고하는데, 척추뼈가 뚫리는 아픔은 꽤 강렬할 것이다.”


창두가 척추뼈에 걸려 움직일 때마다, 울 때마다, 뼈를 긁어내던 아픔에 정신이 나가 있던 아이는 어떡해서든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의 끄덕임을 자의로 해석한 영국이 한 가닥의 아우라를 더 생성해 아이의 몸에다 흡착시켰다.

그리고 단숨에, 하지만 살짝, 아이의 복부에 박혀있던 창대를 밀어, 걸려있던 허리뼈 중 한 개를 척추에서 분리시켰다.


“자, 그러면 인제 간다.”


끔찍한 고통의 와중에서도 아이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영국에게 의문을 토하려 했다.

하지만 곧이어 다가온 영국의 오른손에 억지로 입이 틀어 막혀버리고 말았다.


두두둑-


아이의 입을 틀어막은 영국은 잡고 있던 창대를 서서히 밀어 넣었다.

이번엔 창두가 아닌, 창두에 꽂혀있던 허리뼈가 창두의 역할을 하며 아이의 근육을 짓뭉개기 시작했다.

사각형의 가시돌기가 등가죽을 찢고, 양옆으로 널따랗게 퍼져있던 가로돌기가 찢은 등가죽을 넓히며 전진했다.

미칠듯한 통증에 아이의 전신은 펄떡거렸고, 아이의 생식기에선 수축된 방광에서 밀려 나온 소피가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점점 더 심해지는 아이의 경련에, 영국은 좀 더 힘을 주어 아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했다.


“잊지 마라. 네가 왜 이 고통을 자처했는지. 그리고 기억해라. 이 고통을 지금 극복하지 못하면, 이러한 고통은 또다시 계속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아이는 영국의 충고를 끝까지 듣지 못한 채, 중간에 눈이 뒤집혀 기절하고 말았다.

아쉬움에 혀를 차던 영국이 남아있던 창대를 단숨에 쑤셔 빼낸 후, 아이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6명의 아이에게 다가가, 한 명, 한 명 혹독한 재생의 길을 차례로 몸에다 새겨줬다.

결국, 다섯 명의 아이가 앞선 아이처럼 기절했고, 나머지 한 명의 아이는 반실신상태에 빠졌다.


“자자, 인제 그만 일어나라.”


그런 아이들에게 영국이 허락한 시간은 단 5분.

영하를 포함, 뻗어 있던 모든 아이가 영국의 재촉에 몸을 추스르고, 다시 자신의 상대 앞에 서서 대기했다.


“이제는 너희들의 차례다. 하지만 모두 보았듯이 상대에 대한 섣부른 동정은 상대의 고통을 배가시킬 뿐이다. 상대를 배려하고 싶다면 두 눈을 부릅뜨고 정확하게, 그리고 빠르게, 상대의 복부 정중앙이 아닌, 그 양옆을 향해 찔러 넣어라.”


혹시나 생길지 모를 또 다른 실수를 방지하고자 영국이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그렇다고 굳이 자신의 정당한 복수를 방해할 생각까지는 없다. 자신이 당한 만큼 갚겠다고 결심한 이가 있다면, 마음껏 찌르고 싶은 곳을 찔러도 된다.”


하지만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을 덧붙이면서 한 아이를 공포로 몰고 갔다.


“자 그러면, 상대를 향해 힘차게 단창을 쑤셔 넣는다. 실시!”


8명의 아이가 영국의 말에 따라, 힘차고 정확하게 상대의 복부를 향해 단창을 내질렀다.

영하가 내지른 단창 역시 마찬가지. 덕근의 배를 가르고 근육을 쪼개며 전진했다.

최대한 의연히 보이려,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굳게 앙다물고 있었던 덕근의 입이 저절로 쩍하고 벌어졌다.


“!!!”


남이와의 영통이 거진 막혀버려, 체력적으론 일반인보다 못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지만, 한 가닥 남아있던 영통으로 인해 덕근의 감각은 오히려 평상시 보다 월등히 증가한 상태였다.

그 월등한 감각으로 인해 덕근의 눈에선 별이 빛났고, 머리에선 우주가 생성됐다 터지기를 반복했다.

세포가 갈리고, 터지는 고통은 감각기관을 통해 뇌로 전달 돼 덕근의 세상을 찢어발겼고, 세포가 내지르는 비명과 절규, 그리고 존재의 사라짐에서 오는 상실감은 찢어발겨 진 세상을 무겁게 내리누르며 덕근의 찢어진 세상을 동결시켰다.

영하의 단창이 덕근의 뱃속을 가를 때마다 덕근의 세상은 그렇게 찢기고 얼려지고를 반복했다.


푹-


그리고 마침내 영하가 내지른 단창의 창두가 덕근의 등가죽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왔을 때, 세포가 내지른 마지막 단말마에 온몸을 부르르 하고 떤 덕근은 허겁지겁 영하에게 등을 내밀었다.


“어여, 어여 빼줘, 영하야.”


고문하듯 긁어내며 창대를 빼내는 영국의 손길까지는 참아낼 자신이 없었던 덕근이 다급히 영하에게 사정했다.

하지만, 쇼크로 인해 그저 헐떡거리던 자신들과 달리, 곧장 정신을 차리고 등을 내미는 덕근의 행동에 당황한 영하는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잠깐! 거기 스톱!!”


대신 영국이 반응했다.

일곱 줄기의 아우라를 아이들의 몸에 흡착시킨 영국이 덕근에게 다가왔다.


“수 쓰지 말아라, 방덕근. 너희 나머지 7명도 마찬가지다. 너희 마음대로 창대를 뽑아내면 그대로 실격이다.”


덕근과 나머지 아이들에게 경고한 영국이 어정쩡하게 덕근의 옆에 서 있었던 영하를 뒤로 물렸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한 손은 덕근의 어깨에, 나머지 한 손은 덕근의 배를 관통해 있는 창대에 가져다 댔다.


“역시 난 놈은 난 놈이구나, 방덕근.”

“아니, 아닌데요.”


씩 하고 웃는 영국의 모습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 덕근이 격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영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번 참아봐라. 어쩌면 너는 이번 한 번만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구나.”


영국이 잡고 있던 창대를 비틀며 서서히, 아주 서서히 전진시켰다.

창대의 비틀림에, 창대와 맞닿아 있던 생체조직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조직들까지 주변 조직들을 따라 모여 비틀려졌다.

그리고 찢어지고 터져나갔다.

한층 배가된 고통에 덕근의 입가로 피와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언제가 됐든, 인위적으로 각성을 하려던 덕근에게 영국의 이러한 행위는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저 아픔만 가중하는 헛짓거리일 뿐이었다.


“ㅇ ㅆ”


악에 받친 덕근이 부들거리는 두 손을 들어, 창대를 잡고 있던 영국의 한쪽 팔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아픔만큼, 딱 그 정도의 아픔까지만 영국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하며, 영국의 한쪽 팔을 쥐어 비틀었다.


“···그래. 그렇게라도 고통을 녹여낼 수만 있다면 마음껏 쥐어짜 봐라. 하지만 지금 너의 행위는 고통을 녹여내는 것이 아닌, 그저 외면하는 행동일 뿐이다. 지금 그 행동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아픔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텐데, 그래도 좋은 것이냐?”

‘···!’


물거품처럼 사라질 거라는 영국의 말 한마디가 고통에 반쯤 나가 있던 덕근의 이성을 자극했다.

깨어난 덕근의 이성은 다시 사고하기 시작했다.


“내 말이 마음에 직접 와 닿지 않는다면, 네가 이곳에 나온 이유를 생각해라. 네가 어떤 마음과 결심으로 이곳에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 연유가 있을 터, 그 연유에 기대어 도망가지 말고 지금의 고통을 직면해라.”


돌아온 이성은 이 모든 것이, 덕근 자신이 선택한 자의였다고 말했다.

눈앞에 이가 강요한 것도, 다른 아이들의 억지에 의한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수배나 느낄 아픔이 무서워 요란다의 눈길을 피했던 것도 자신이었고, 다시금 보상에 눈이 멀어, 다른 아이들의 기회를 빼앗고 이곳에 나온 것도 자신이라 말해 줬다.


“고통에 먹히지 마라, 방덕근. 만들어내지도, 무서워하지도, 겁내 하지도 말아라. 그저 직시해라. 그리고 진짜 고통과 대면하는 것이다.”


이어, 돌아온 이성은 덕근이 분위기에 취해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호소하는 고통에, 그 분위기에 취해있었다고 말했다.

그제야 덕근은 생각해 낼 수 있었다.

끊임없이 창대를 비틀어 쑤셔 넣고 있는 저 사람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 아닌 도우려는 선생이라는 것을.


“날 믿고, 따라와라 방덕근. 그러면 반드시 재생계의 이능을 각성하게 만들어 주마.”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이 순간의 고통을 그저 단순한 통증으로 정의하자, 덕근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인위적인 각성의 와중 자연적인 각성을 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었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이 순간을 그저 하나의 배움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어렵지만, 절대 불가능하지 않고. 어렵지만, 언젠가는 해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니 이번에 끝을 내보자, 방덕근.”


순간, 영국의 팔을 쥐어짜고 있던 덕근의 두 손이 툭 하고 아래로 떨어졌다.

갑작스레 사라진 무게감에, 영국은 창대에 집중해 있던 시선을 돌려 덕근의 얼굴을 살폈다.

두 눈은 감겨있었지만,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니었다.

고통을 참아내려는 눈동자의 바들거림이 눈꺼풀 바깥에서도 충분히 느껴졌다.


“좋아. 그거다 방덕근. 피하지 말고 이겨내라. 이겨내면 넌 또 다른 삶(再生)에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의 극기로 각성까지 가능할지는 영국 자신도 자신할 수 없었지만, 영국은 자신했다.

영국 자신도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각성했다.

한 번에 안 된다면, 두 번, 세 번 하면 됐다.

한 번의 극기가 어려운 것이지 두 번, 세 번은 그저 시간의 문제일 뿐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의지로 고통을 지배해라. 의지로 자신을 지배해라 방덕근. 그것이 극기이고 그것이 재생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자 마음을 먹었지만, 덕근의 세상은 여전히 찢어지고, 동결되기를 반복했다.

여전히 아팠고, 여전히 아팠다.

하지만 두려움은 사라졌다.

덕근 스스로가 만들었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자, 고통의 세상은 위축됐고, 그 너머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대, 희망, 염원과 같은 감정이 하나, 둘 나타나, 세상 너머를 채워가며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갔다.

그 후, 세상의 반복된 찢김은 세상의 붕괴를 뜻하지 않았다.

찢김이 반복될수록 고통의 세상은 작아지고, 새로운 세상은 커져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통의 세상 자체가 새로운 세상의 일부가 돼 버렸다.

세상의 일부가 된 고통은 더는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고통은 또 다른 것(再生)이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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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32기 레두체 (26) +2 19.05.20 97 2 13쪽
38 37화. 32기 레두체 (25) +2 19.05.17 70 1 14쪽
37 36화. 32기 레두체 (24) +2 19.05.16 46 1 16쪽
36 35화. 32기 레두체 (23) +2 19.05.15 54 2 14쪽
35 34화. 32기 레두체 (22) +2 19.05.14 55 1 17쪽
34 33화. 32기 레두체 (21) +2 19.05.13 52 1 13쪽
33 32화. 32기 레두체 (20) +2 19.05.10 76 1 13쪽
32 31화. 32기 레두체 (19) +4 19.05.09 53 3 15쪽
31 30화. 32기 레두체 (18) +2 19.05.08 58 3 17쪽
30 29화. 32기 레두체 (17) +3 19.05.07 55 2 14쪽
29 28화. 32기 레두체 (16) +2 19.05.06 60 1 14쪽
» 27화. 32기 레두체 (15) +2 19.05.05 73 2 12쪽
27 26화. 32기 레두체 (14) +2 19.05.04 59 3 12쪽
26 25화. 32기 레두체 (13) 19.05.04 54 2 12쪽
25 24화. 32기 레두체 (12) 19.05.04 56 2 11쪽
24 23화. 32기 레두체 (11) 19.05.04 53 2 16쪽
23 22화. 32기 레두체 (10) 19.05.04 50 2 14쪽
22 21화. 32기 레두체 (9) 19.05.04 60 2 12쪽
21 20화. 32기 레두체 (8) +2 19.05.04 40 2 13쪽
20 19화. 32기 레두체 (7) 19.05.04 36 2 12쪽
19 18화. 32기 레두체 (6) 19.05.04 33 1 11쪽
18 17화. 32기 레두체 (5) 19.05.04 40 1 16쪽
17 16화. 32기 레두체 (4) 19.05.04 31 2 15쪽
16 15화. 32기 레두체 (3) 19.05.04 36 1 14쪽
15 14화. 32기 레두체 (2) 19.05.04 40 2 11쪽
14 13화. 32기 레두체 (1) 19.05.04 39 1 17쪽
13 12화. 시작의 강당 (7) +2 19.05.04 40 1 15쪽
12 11화. 시작의 강당 (6) 19.05.04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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