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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敏 님의 서재입니다.

종족전쟁: 종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민敏
작품등록일 :
2019.05.04 09:25
최근연재일 :
2019.05.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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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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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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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시작의 강당 (6)

DUMMY

경기장 한편에 그림같이 서 있는 김수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덕근은 과거의 김수아를 회상했다.

흑단 같은 머리를 휘날리며 곧은 눈동자로 환란의 시대를 끝낸 절대자, ‘흑화’ 김수아.

세상의 질서를 정립한 세계의 첫 번째 왕, ‘여왕’ 김수아.

그리고, 칠왕 중 세상에 버림을 받은 첫 번째 왕, ‘심적’心賊 김수아.


‘너는 역시 어릴 때부터 남달랐구나.’


머리를 쓸고, 고개를 돌리는 작은 몸짓에도 기품이 배어 나왔다.

그녀의 기품에 매혹된 아이들은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치렁한 머리를 끌어올려 묶어도, 아!

또랑또랑한 검은 눈동자로 주위를 살펴도, 아!

거뭇한 수염이 자라난 남아의 절반이 그녀에게 집중했다.


‘넌 너무 낯설다, 요란다 바자즈.’


나머지 절반의 수염들이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여인 요란다 바자즈.

사이란의 재촉에 쭈뼛대며 나오던 것부터, 김수아를 의식한 듯, 한껏 과장되게 풍성한 보라색 머리카락을 손질하던 모습까지.

그것이 부끄러움인지, 내숭인지. 어떤 이유에서의 출발인지 모르겠지만, 그 두 개의 출발점이 덕근에게는 모두 생소했다.

덕근에게 요란다는 언제나 초점 없는 보라색 눈동자로,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을 희롱하며 짓밟아대던 절대자였으니까.

하지만 수염들은 열광했다.

고개를 숙여 보라색 머리카락을 폭포수처럼 늘어트릴 때도.

그 상태에서 고개를 젖혀 보라색 무지개를 만들 때도.


“생쇼를 해라, 생쇼를 해! 둘 다 실격시켜 줄까? 니들 지금 뭐 하냐?”


이상한 열기로 가득하던 장내의 분위기가 사이란의 일갈에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요란다, 넌 어여 머리 안 묶냐?”


쭈뼛쭈뼛, 느릿느릿, 주섬주섬 대던 요란다가 빠릿빠릿하게 자신의 머리를 양 머리로 묶었다.


“그리고 김수아. 넌 뭔가 있는 것처럼 잔뜩 기대를 시켜놓고 허풍선이로 끝나면 앞으로 고달파질지도 모른다?”


수아의 이마에 삐질삐질 식은땀이 맺혔다.


“자, 그러면 시작!”


하지만 막상 겨루기가 시작되자, 그동안 몸단장을 통해 오갔던 미묘한 소통이 요란다와 수아의 손과 발을 묶는 듯싶었다.


“이 자식들이 정말!”


그러다 사이란의 호통에 요란다가 먼저 움직였다.


“언니, 저 가요!!”


주황색 아우라를 발현시킨 요란다가 크게 외치고 수아에게 다가갔다.


“예, 오세요!”


주황색 아우라를 발현시킨 요란다에 맞서, 수아도 주황색 아우라를 발현시켰다.


“똥을 싸라, 똥을 싸! 요란다 네가 2살 위거든?”


체력계 이능을 발현시키고 투닥거리는 둘에게 사이란이 강하게 경고했다.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해 겨루기에 임하지 않으면 둘 다 실격이다.”


삐딱하게 기울어진 사이란의 고개를 보고, 요란다가 소리쳤다.


“동생! 진짜 간다!!”


빨, 주, 노, 초, 파, 보.

육색의 아우라가 요란다의 전신으로 치솟았다.


“예, 오세요!!”


빨, 주, 노, 흑.

사색의 아우라가 수아의 전신으로 치솟았다.


“잠깐!! 동작 그만!!”


수아의 빗장뼈를 향해 날아가던 요란다의 주먹이 사이란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수아의 어깨 한 치 앞에서 멈췄다.

회피 동작을 이어가려던 수아는 어정쩡한 자세에서 고개만 돌려 사이란을 바라봤다.


“백이 이 자식, 그동안 일을 어떻게 한 거야. 이 자식 미친 거 아냐?”


의문을 표하는 수많은 이들의 무언의 질문에도, 한번 열이 오른 사이란의 혼잣말은 멈추지 않았다.


“이 또라이 자식, 차라리 내가 맡는다니까······”


숨긴다면, 숨길 수도 있는 것이 이능 이라지만, 틀려도 너무 틀린 아이들의 경지에, 사이란은 8년 동안 대주를 대신해 비선조직을 이끌던 또 다른 부단주의 욕을 신나게 해댔다.


“감시를 하는지, 관찰을 하는지, 여자 구경을 하는지, 아 그 호랑 말코 같은 놈. 성주도 그렇지, 이름이 백이라서 백이한테 맡긴다고?! 허! 참나, 더러워서.”

“사이란님!!!!?”


살짝 맛이 간 사이란의 입에서, 기밀이라도 튀어나올까 걱정이 된 한 칠색진인이 급하게 사이란을 제지했다.


“아, 미안. 창일아, 근데 나 아직 뭐 큰 실수는 안 했겠지?”

“···예. 성주님을 성주라 호칭하신 것 빼고는 아직 괜찮으십니다.”

“뭐, 그 정도야. 우리 노친네가 한 대범 하시니까 괜찮겠지. 아무튼, 고맙다.”

“안타깝게도 그게 제 일이라서요.”

“자식이 앙탈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창일을 뒤로하고 사이란이 수아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들었던 것보다 차이가 크게 나서 내가 실수했다. 대신 승급에는 성공한 것으로 쳐주마.”


그때까지 자신의 주먹과 수아의 어깨를 번갈아 보며 인상을 쓰고 있던 요란다가 사이란에 말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저는요!?”

“너도 당연히 특별조지.”


계획에 없던 즉흥적인 사이란의 결정에 창일이 끼어들었다.


“저 죄송한데, 그러면 인원이 맞지 않는데요?”

“뭐 어떠냐?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리자레는 백이놈 꺼 뺏어서 충당하면 되잖아?”

“예?”

“내 100년 평생에, ‘테라’에서 3가지 이능을 각성해 레두체를 시작하는 3능이들은 종종 봤었지만, 4능이 이상은 본적이 없었는데 혹시 넌 들어본 적 있냐, 창일아?”

“아뇨, 저 역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 그런 4능이하고 6능이를 꼭 떨어트려야 하겠냐?”

“···알겠습니다. 뜻대로 하시지요.”


창일을 설복시킨 사이란이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요란다와 김수아가 특별조에 들어가는 거에 불만 있는 놈?”

“우와!!!! 대찬성입니다!!!!!”

“와!!!!!”

“요란다 만세!!!!”

“수아 만만세!!!!!!”


수염 달린 이들은 환호로 찬성했고, 수염 없는 어린 남아들과 여아들은 침묵으로 찬성했다.


“이제 그러면 반을 나누도록 하겠다.”


수염 달린 남아들의 열기가 가라앉자, 사이란은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먼저 일반조부터 나누도록 하지.”


반년 동안 함께 생활할 아이들을 뽑는다는 사이란의 말에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일반조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잡아 33명씩 반을 만든다, 실시.”


초롱초롱했던 아이들의 눈이 사이란의 장난 같은 선언에 당혹으로 물들었다.


“빨리 안 고르면, 수염만 득실득실한 반에서 반년을 보내야 할걸?”


그러다 이어진 사이란의 경고에 코밑이 거뭇해지기 시작한 아이들이 먼저 움직였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아 무리를 형성했고, 그런 무리를 향해 어린 남아들과 여아들이 몰렸다.

인원이 초과되어 차단당한 이들은 차선의 선택을 골라 또 다른 무리를 이뤘다.

잠시 뒤, 33명으로 이뤄진 19개의 반과 어정쩡하게 남게 된 일단의 무리가 생겨났다.

사이란이 그 어정쩡하게 남게 된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 반의 총원은 저기 부상당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까지 해서 총 32명이다. 숫자가 한 명 부족하고, 죄다 남자에, 거기에 성질이 더러운 한 놈이랑 같이 반년을 보내야 하겠지만 알아서 힘내길 바란다.”


사이란이 언급한 아이들의 눈망울에, 슬픔이 맺혔다.


“그러면 이제 특별조의 반을 나눠야 하는데···”


한 무더기의 슬픔을 무시한 채, 사이란은 혼잣말이라기엔 꽤나 큰 목소리로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혼잣말에, 특별조에 속해 있던 수염들은 슬금슬금 수아와 요란다를 향해 거리를 좁혀갔고, 그 모습을 본 사이란은 썩은 미소를 날렸다.


“특별조는 특별하게 김수아와 요란다가 선택하는 것으로 하지. 김수아, 요란다. 각자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보도록.”


허탈해하던 수염들이 각자의 여신을 향해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전 방덕근이요.”


요란다가 손을 들어 정확히 덕근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야, 고민을 좀 하는 척이라도 해야 예의 아니냐?”


사이란의 핀잔에, 요란다가 자신을 향해 강렬한 눈빛을 보내는 수염들을 한 번 쭉 훑고는 말했다.


“방덕근이요.”

“그래, 너 방덕근 먹어라, 먹어. 김수아 너는?”


요란다와 방덕근을 번갈아 쳐다보던 수아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요란다 언니요.”

“···뭐 하자는 거지?”

“마음에 드는 사람 고른 건데요?”


사이란이 턱을 긁적이며 방덕근, 요란다, 김수아를 차례로 쳐다봤다.


“그러니까 너희들 셋이 같은 반이 되고 싶다 이거지?”

“예.”

“요란다, 너는?”

“그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방덕근, 너는?”

“상관없습니다.”


팔짱을 낀 채, 잠시 고민하던 사이란이 말했다.


“뭐, 네놈들을 한 군데 묶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러면 린, 린 디스트로이어. 수아를 대신해서 네가 반을 뽑도록.”


동그랗게 눈을 뜨고 스스로를 가리키며 재차 확인을 구하는 린에게 사이란이 맞다고 재차 확인해 주었다.


“음···”


주위를 쭉 둘러보던 린의 시선이 방덕근을 지나, 김수아를 지나, 요란다 앞에 멈췄다.


“저도”

“너도 요란다라고 하면 죽는다?”

“에···”


다시 한번 주위를 죽 둘러본 린이 말했다.


“저 선택장애인데요? 그냥 총책임자님이 골라 주시면 안 되나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사이란이 탄식했다.


“가지가지 한다. 그러면 겨루기에 임했던 순서에 맞춰서 반을 배정하는 거로 하겠다. 처음 21명은 이쪽에, 나중 22명은 저쪽에.”


자신의 순서를 계산해 보던 린이 팔짝거리며 요란다가 서 있던 곳을 향해 다가갔다.

한껏 신나 하던 린과 달리, 어떤 이들은 죽을상을 하며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 꼬맹이들아, 조용하고 집중해라.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잠시 후, 편성이 완료된 22개의 반에 한 번씩 눈길을 주며 사이란이 ‘앞으로’를 당부했다.


“지금 너희들의 곁에 서 있는 이들을 잘 기억해라. 그들이 앞으로 반년 동안 너희들의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줄 이들이다.”


친구조차 생소한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아이들은 사이란의 ‘가족’이라는 말에 서로를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살폈다.


“그리고 ‘우리’를 잘 기억해라. 인간眞人이 되기 위해 10년 동안 서로 경쟁하고, 싸우고, 배우고, 협력해야 하는 동반자들이니까.”


주위를 둘러보던 아이들의 마음속에, 서로의 존재가 조금 더 깊게 다가왔다.


“10년 후, 우리가 어떤 모습이 되어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래를 위해 지금에 충실하자. 신분을 잊고, 은원을 잊고, 이해관계를 잊고. 나 역시 최선을 다해 너희들을 돕도록 하겠다.”


단상에 있던 사이란이 교탁 옆으로 걸어 나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러면 잘 부탁한다. 32기 레두체들아.”



***



“어떻게 됐지?”

“이번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래, 뒤처리는?”

“건수(乾首)님이 주신 보급품들을 사용했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회수했기에 눈치는 못 챈 것 같습니다.”

“강당에 있던 다른 것들은?”

“따로 살펴보았지만,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래, 뭐 또 특별한 것은 없었고?”

“그게···”

“뭐지?”

“아, 아닙니다.”

“뭔데? 말 안 해?”

“별거 아니었습니다. 강당 바닥에 깔려있던 리자레가 많이 삭은 거 같아 이상하다고 생각해 관리하는 이에게 물어보니, 한 달이 다되어 갈 때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 뭐, 알았다. 그런데 너 오늘 몸이 별로냐? 안색이 안 좋은데?”

“괜찮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긴장을 했나 봅니다. 그냥 속이 좀 거북한 정도입니다.”

“미안하다, 너한테 이런 일까지 시키고.”

“아닙니다. 건계(乾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일이지요.”

“아무튼, 수고했다.”


작가의말

요란다가 재생계 이능을 발현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수아와 체력계이능을 키고 투닥거릴 때 얻었던 데미지와 요란다 개인의 압도적 자질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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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32기 레두체 (24) +2 19.05.16 47 1 16쪽
36 35화. 32기 레두체 (23) +2 19.05.15 55 2 14쪽
35 34화. 32기 레두체 (22) +2 19.05.14 56 1 17쪽
34 33화. 32기 레두체 (21) +2 19.05.13 53 1 13쪽
33 32화. 32기 레두체 (20) +2 19.05.10 77 1 13쪽
32 31화. 32기 레두체 (19) +4 19.05.09 54 3 15쪽
31 30화. 32기 레두체 (18) +2 19.05.08 59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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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32기 레두체 (12) 19.05.04 57 2 11쪽
24 23화. 32기 레두체 (11) 19.05.04 54 2 16쪽
23 22화. 32기 레두체 (10) 19.05.04 51 2 14쪽
22 21화. 32기 레두체 (9) 19.05.04 61 2 12쪽
21 20화. 32기 레두체 (8) +2 19.05.04 41 2 13쪽
20 19화. 32기 레두체 (7) 19.05.04 37 2 12쪽
19 18화. 32기 레두체 (6) 19.05.04 34 1 11쪽
18 17화. 32기 레두체 (5) 19.05.04 41 1 16쪽
17 16화. 32기 레두체 (4) 19.05.04 32 2 15쪽
16 15화. 32기 레두체 (3) 19.05.04 36 1 14쪽
15 14화. 32기 레두체 (2) 19.05.04 41 2 11쪽
14 13화. 32기 레두체 (1) 19.05.04 40 1 17쪽
13 12화. 시작의 강당 (7) +2 19.05.04 4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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