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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敏 님의 서재입니다.

종족전쟁: 종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민敏
작품등록일 :
2019.05.04 09:25
최근연재일 :
2019.05.21 20:3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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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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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수 :
231,138

작성
19.05.0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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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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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32기 레두체 (7)

DUMMY

“아, 잘 먹었다.”

“그러게,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덕근이가 해준 밥이 훨씬 맛있는데?”

“나도, 나도.”


식사를 끝낸 아이들이 이곳저곳에서 늘어져 남은 30분의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덕근이 넌 어떻게 심상에까지 들어간 거야? 따로 호흡법 같은 걸 배운 거야?”


볼록 나온 배를 두드리고 있던 요란다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덕근에게 질문했다.


“아니, 그냥 우연이었어. 혼자 있기가 심심해서 숨 참기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의식을 잃었어, 그러다 정말로 우연히 심상속으로 들어간 거지.”


과거의 어떤 이에게 배웠다고 말할 수 없었던 덕근은 그럴듯한 이야기로 핑계를 댔다.


“신기한 일이네. 그런데 어떻게 영수를 부화시키고 성장까지 시킨 거야? 넌 이미 완전한 성체로 성장시켰잖아?”


요란다의 질문에 아이들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덕근의 답변을 기다렸다.

간단한 핑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덕근이 이야기에서 소설로 장르를 구체화 시켰다.


“글쎄, 그냥 그날 이후로 심상으로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게 이뤄졌어. 그러다 보니 자주 들어가 봤고, 어느 날 심상에 있던 이상한 알 같은 걸 발견한 거야. 그래서 신기한 마음에 만지작거렸지.”

“그랬더니?”

“아무런 변화도 없더라고. 그래도 생긴 게 이쁘고 그래서 갈 때마다 만지작거렸지.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갑자기 금이 짜짜작 가는 거야. 그때 내가 얼마나 놀랐게? 내가 잘못 만져서 깨져버린 줄 알았거든.”

“그럼 거기서 뭐가 나온 거야?”

“어, 거기서 병아리 같은 새가 한 마리 나왔어. 그게 바로 영수였지. 그땐 난 그 사실도 모르고 그냥 새끼병아리가 너무 귀여워서 이전보다 자주 심상에 들락날락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병아리였던 아이가 새가 돼 버린 거야.”

“와, 소설 같은 얘기네?”


정확하게 맥을 잡아버리는 요란다의 한 마디에 덕근의 등가죽에서 식은땀이 맺혔다.


“그런데, 자신은 있는 거야? 넌 앞으로 10년 안에 8마리의 영수를 모두 만들어야 하잖아?”

“자신이 아니야.”

“응?”

“사실이고, 이루어질 역사지.”


덕근의 대답에 “와 자신감 쩌네”라며 아이들이 깔깔댔다.


“그 역사의 한 축, 내가 확실하게 책임져 주마.”


그러다 들려온 낯선 이의 음성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그 음성의 주인을 쫓았다. 그리고 발견한 그 낯선 이를 향해 지필스가 소리쳤다.


“누구세요!?”

“나? 칠색진인 패리스라고 한다. 앞으로 너희들의 체력계를 담당할 선생이지.”


홀연히 나타나 덕근의 등 뒤에 서 있던 금발의 장년인 패리스의 말에, 여기저기서 퍼져있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반갑다. 그런데, 저건 뭐지?”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치우겠습니다.”


광합성을 하고 있던 조리기구들을 가리키며 패리스가 질문했고, 덕근을 필두로 한 아이들은 잽싸게 여기저기 널어져 있던 조리기구들을 치웠다.


“나쁘지 않구나. 요리용 성물들을 모아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냐?”

“예.”

“아니요. 성물을 모은 게 아니라, 다 덕근이 껀데요.”


구질구질한 설명이 싫어 그냥 넘어가려던 덕근의 답변을 요란다가 보충 설명했다.


“호오, 꽤 터프한 놈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었구나?”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애매한 상황. 덕근은 그저 웃었다.


“그래, 그렇게 서로 잘 지내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설거짓거리라고 귀찮아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 이것 역시 바른 사용의 범주에 들어가는 행위이니까. 물론 덕근이의 허락이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예!!!”


패리스의 권고에 아이들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저 주변 정리를 끝내고, 패리스의 앞으로 집결했다.

아이들을 자리에 앉힌 패리스가 차고 있던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지금 시간이 1시 50분이니, 10분이 남아 있는데, 어떻게 할까? 바로 할까? 아니면 10분 있다가 할까?”


패리스가 자신들의 의향을 묻자 아이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린이 나서서 질문했다.


“10분 먼저 시작하면, 10분 먼저 끝내주시는 건가요?”

“10분 먼저 시작했으니, 당연히 수업은 10분 일찍 끝나겠지?”


순간, 쩌렁쩌렁한 소리가 아이들의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


“그럼 지금 시작해주세요!!!”

“그래, 파이팅이 넘치는구나. 아주 좋은 자세다. 자 그러면 첫 시간이니만큼 체력계가 무엇인지 그 기본을 알아보자꾸나. 너희들은 체력을 뭐라고 생각하지?”


패리스의 질문에 갑작스레 아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이리저리 눈동자를 움직이며 고심하거나, 양옆에 앉은 아이들과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툭툭 팔을 건드리거나.

아이들의 이상행동에 패리스의 눈가가 찌푸려들 때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뜬 지필스가 손을 들고 힘차게 대답했다.


“힘입니다!!”

“힘이라···, 힘과 체력이 불가분의 관계이긴 하지. 좋아, 다른 사람은?”


지필스의 대답이 패리스의 호응을 얻자,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서로 앞다투어 손을 들고 대답했다.


“하늘입니다!!”

“바다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들꽃입니다!”

“이왕이면 바위산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엄마입니다! 엄마들이야말로 체력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빠가 저희 엄마는 지치지를 않는데요!!”

“아니요! 아빠래요! 저희 엄마는 아빠가 지치지 않는다고 했어요, 아빠로 해주세요!”


물꼬가 터진 둑 마냥, 아이들은 역동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했다. 그리고 자신의 대답에 만족해하다, 마주친 서로의 얼굴에 낄낄댔다.

그러나 해맑게 웃고 있던 아이들과는 반대로, 패리스의 얼굴은 굳어져 갔다.

그러다 다른 아이들과는 이질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요란다, 린, 김수아, 방덕근, 시아롱, 이영하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내 질문이 그렇게 어려웠나? 얘네 갑자기 왜 이러지? 아니면 내가 우스운 건가?”


심각하게 아이들의 상태와 자신의 상태를 걱정하는 패리스에게 린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이전 수업을 진행하셨던 분이 쿤차 선생님이었습니다.”

“쿤차? ‘꿈꾸는’ 쿤차 디스트로이어?”

“예.”


린의 대답에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눌러대던 패리스가 그때까지 낄낄대고 있던 아이들 바라보며 일갈했다.


“모두 잘 들어라! 내 수업은 쿤차의 수업과는 전혀 다르다!”


갑작스러운 패리스의 일갈에 낄낄대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패리스를 쳐다봤다.


“체력에 왕도는 단 하나! 바로, 단련이다! 꾸준한 단련이야말로 체력계의 이능을 깨우고 다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단련으로 몸의 내구도를 높여가고, 그럼으로써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적어도 내 수업에선! 이미지화 같은 수련법은 잊어라. 실천이 우선이고, 이론이나 상상은 그 후의 일이다.”


짚어도 한참 잘못짚었다는 당혹감에서인지, 단순히 패리스의 일갈에 놀라 경기가 든 것인지, 순간, 아이들의 딸꾹질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런 이유로 지금부터 모두 각성한 이능을 봉인하고, 왕복 등산행 5회를 실시한다! 실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들려온 믿기지 않는 내용에 아이들의 딸꾹질 소리가 커졌다.


“이미 한번 왕복한 애들도 있는 데, 왕복행 일 회만 빼주시면 안 되나요?”


린이 두 손을 마주 잡고 간절히 패리스에게 사정했다.


“예외는 없다. 지금 바로 실시한다. 실시!”

“체력계 이능을 개화한 사람도 뛰어야 하나요?!”


얼핏 계산해도 최소 10시간이 넘어가는 지옥행 열차였기에, 시아롱이 크게 소리쳐 물었다.


“이미 말했듯, 단련이야말로 이능을 다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고로 예의는 없다. 뛰어라.”


하지만 예외는 없었고, 결국 아이들은 덕근을 필두로 산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왜 산이 내성 안에 있는 거냐고!!”

“그러니까 내륙이지!!”

“왕복 2시간인데 잠은 언제자!!”

“배고파!!”

“밥 먹고 하자!!”

“뭐가 벌써 배고파!?”

“뭘라 배고팡!!”


왕복 2회째.

머리 꼭대기에 있던 해가 기울어 온 산을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내 몸에서 아우라가 나온다! 주황색 아우라야!!”

“힘들어 죽겠는데 헛소리 하지 마, 석양이잖아!!!”

“밥은 언제 먹어?!”

“진짜 진짜 배고파!”

“진짜로 밥 먹고 해도 상관없는 거 아냐?!”

“맞아. 어차피 시간제한 같은 건 없었잖아!?”

“이 상황에서 언제 다시 식당까지 갔다 올래, 이 바보들아! 아!! 배고팟! 배고팟!”


왕복 4회째.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산속, 짜증과 곡소리가 온 산을 가득 메웠다.


“얘 울어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네가 좀 업어!!!”

“야, 니가 업어. 누구보고 업으라 마라야!!”

“···나도 쓰러진다, 설마 내가 굶어 죽게 될 줄이야.”

“이건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냐.”

“시끄러!! 이 자식들아!”

“난 이제 배고프지도 졸리지도 않아!!”


왕복 5회째.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 아이들은 악과 깡으로 마지막 등산을 시작했다.


“보나야 업혀.”

“바다야 너도 힘들면 업혀.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이딴 등산에 주저앉지 않아!!”

“요란다 너도 업혀.”

“너나 잘 따라오시지?”

“수아야 넌 어때?”

“욜이나 숭이 걱정 말고! 니들이나 비틀대지 말고! 제대로 따라와! 덕근이처럼 도와주려면 좀 조용히 도와주던가!”

“린, 그럼 니가 나 좀 업”

“꺼져!!”


깨지고,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자빠지고, 굴러서 온갖 흙탕물에 범벅이 된 아이들이 마지막 등산을 완수하고 패리스 앞에 섰다.

그리고 패리스를 죽일 듯 노려봤다.


“좋다, 아주 좋아. 그러니 지금 너희들이 품고 있는 바로 그 독기와 악을 잃지 마라. 그 독기와 악이 바로 체력의 시작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친우를 잊지 마라. 그들이 너희들의 또 다른 악과 독기의 시작을 만들어 줄 것이다.”


눈에서 불을 뿜어낼 듯 패리스를 노려보고 있던 아이들이, 패리스의 말에 주위를 살폈다.

업혀있는 아이들은 물론, 자신의 두 발로 서있던 아이들 역시, 온전한 자신의 발로 서 있는 것이 아닌, 서로의 신형에 기대어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

서로의 등을 받침목 삼아, 서로의 어깨를 버팀목 삼아.


“자, 오늘 하루 모두 수고했다. 내일 오전수업은 없을 테니, 푹 쉬길 바란다. 이만 해산.”


맞닿아 있는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피식대던 아이들이 패리스의 수업종료 선언에 자빠지듯 풀썩 뻗어버렸다.

그리고 엉켜버린 서로의 신체를 따라가다 마주친 상대방의 시선에 다시 한번 피식거렸다.



***



“무슨 일이지?”

“이 편지 좀 가주님께 전해주세요.”

“벌써 날 부려먹으려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 제가 아는 가문의 손이 선생님밖에 없어서 그래요. 언짢으셨다면 죄송해요.”

“아니, 농담이다. 피곤했을 텐데, 어서 가 씻고 자라.”

“예.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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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화. 32기 레두체 (25) +2 19.05.17 71 1 14쪽
37 36화. 32기 레두체 (24) +2 19.05.16 47 1 16쪽
36 35화. 32기 레두체 (23) +2 19.05.15 55 2 14쪽
35 34화. 32기 레두체 (22) +2 19.05.14 56 1 17쪽
34 33화. 32기 레두체 (21) +2 19.05.13 53 1 13쪽
33 32화. 32기 레두체 (20) +2 19.05.10 77 1 13쪽
32 31화. 32기 레두체 (19) +4 19.05.09 54 3 15쪽
31 30화. 32기 레두체 (18) +2 19.05.08 59 3 17쪽
30 29화. 32기 레두체 (17) +3 19.05.07 55 2 14쪽
29 28화. 32기 레두체 (16) +2 19.05.06 60 1 14쪽
28 27화. 32기 레두체 (15) +2 19.05.05 74 2 12쪽
27 26화. 32기 레두체 (14) +2 19.05.04 59 3 12쪽
26 25화. 32기 레두체 (13) 19.05.04 55 2 12쪽
25 24화. 32기 레두체 (12) 19.05.04 57 2 11쪽
24 23화. 32기 레두체 (11) 19.05.04 54 2 16쪽
23 22화. 32기 레두체 (10) 19.05.04 50 2 14쪽
22 21화. 32기 레두체 (9) 19.05.04 60 2 12쪽
21 20화. 32기 레두체 (8) +2 19.05.04 41 2 13쪽
» 19화. 32기 레두체 (7) 19.05.04 37 2 12쪽
19 18화. 32기 레두체 (6) 19.05.04 34 1 11쪽
18 17화. 32기 레두체 (5) 19.05.04 41 1 16쪽
17 16화. 32기 레두체 (4) 19.05.04 32 2 15쪽
16 15화. 32기 레두체 (3) 19.05.04 36 1 14쪽
15 14화. 32기 레두체 (2) 19.05.04 40 2 11쪽
14 13화. 32기 레두체 (1) 19.05.04 40 1 17쪽
13 12화. 시작의 강당 (7) +2 19.05.04 41 1 15쪽
12 11화. 시작의 강당 (6) 19.05.04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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