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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敏 님의 서재입니다.

종족전쟁: 종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민敏
작품등록일 :
2019.05.04 09:25
최근연재일 :
2019.05.21 20:3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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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5
추천수 :
63
글자수 :
231,138

작성
19.05.0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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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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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32기 레두체 (6)

DUMMY

죽은 이들의 사체에 집착하는 이가 있었다.

그의 곁엔 언제나 시체가 함께였고, 그의 주위엔 시취가 가득했다.

인간, 진인, 안티크로르드, 바리안터, 몬스터 등등, 종족을 가리지 않았고, 수단 또한 가리지 않았다. 도굴하거나, 구매하거나, 필요한 경우 직접 사냥했다.

그리고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함께했다.

그렇게 수십 년을 보냈다.

사체를 친구 삼아, 가족 삼아, 동료 삼아, 배우자 삼아.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시체 성애자’라고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세상에 공표했다.

성장형에 관한 한 가지 비밀을 풀었노라고.

그리고 하나의 가설을 제기했다.

그렇게 그는 세상에 묻혀 있던 진실 한 가지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고, 진실을 탐구하는 ‘탐구자’가 됐다.


**


“덕근아? 방덕근?! 덕근 친구? 너 뭔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아, 미안. 그런데 왜 부른 거야 린?”


덕근이 과거에 빠져있었던 잠시의 순간, 모두의 시선이 덕근에게 집중돼 있었다.


“다시 자기소개 같은 거 하기도 뻘쭘하고, 다른 특별한 이야깃거리도 없어서 같이 밥이나 먹으려고. 좀 많이 이르긴 하지만, 식당가서 여기까지 먹거리를 가져오고 그러면 대충 시간도 맞을 것 같아서 먹을 것 좀 가지고 오려고 하는데, 넌 어떻게 할래?”


덕근의 앞에 놓인 금빛 보따리를 외면한 채 린은 조심스레 덕근의 의향을 물었다.


“난 내가 해 먹어야지. 누구누구 때문에 말이지.”

“하하, 그러면 네가 사용할 식재료들도 우리가 챙겨서 가지고 올게.”


억지로 양쪽 입꼬리를 들어 올려 이상스레 웃던 린이 황급히 몇몇 아이들을 지명했다.


“욜, 숭, 그리고, 너, 너, 너, 너, 너, 너, 너. 먹거리 가지러 식당 가자.”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는 세 명의 여아를 만류하며 덕근이 말했다.


“잠깐만, 차라리 식재료로 다 가지고 오면, 내가 요리를 할 테니 다 같이 먹는 건 어때? 그냥 음식을 먹는 것보단, 그래도 성물로 요리된 음식을 성물에다 받쳐 먹는 게 너희한테도 낫지 않을까?”

“···그래도 괜찮아? 그건 네 개인성물인데?”

“뭐, 같이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나 혼자서 한꺼번에 쓰는 건 무리가 있잖아? 차리는 것까지 내가 할 테니까, 먹는 것부터는 너희들이 해줘. 어때? 아, 참고로 맛도 꽤 먹을 만할걸?

“그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 아까 아침을 엄청 잘 먹었다고 자랑을 하더라고.”


누군가의 고자질을 자랑질로 포장해주는 린을 누군가가 떨떠름하게 바라봤다.

그런 누군가의 시선을 무시하고,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린이 주저하며 덕근에게 말을 걸었다.


“···저 그런데 덕근아, 같이 밥 먹는 것도 상관없다면 이런 건 어때?”

“응?”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개인용 성물을 하나씩 너한테 넘기고, 계속해서 같이 밥을 먹는 거야. 물론 식재료나 장소공급 같은 일은 우리가 하고. 사실 나랑 욜이랑 숭이랑은 한번 얘기했던 건데, 지금 보니까 우리 반이 다 같이 그렇게 하면 어떨까 해서.”

“아까 말했듯이 닳는 것도 아니고, 나 혼자 한꺼번에 하나씩 다 쓰는 것도 무리고, 난 상관없어. 혼자 밥 먹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덕근이 흔쾌히 허락하자, 린이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모두 들었듯이, 앞으로 밥은 덕근이가 해주는 걸 먹고, 그 대가로 우리는 가지고 있는 성물 중 한 가지와 식사에 필요한 잡다한 일을 책임지며 서로 상부상조했으면 하는데, 너희 생각은 어때?”


성물 한가지와 성물로 만들어진 세끼의 밥을 저울질하던 아이들에게 린이 한 마디를 더 보탰다.


“너희들이 이번 한 끼의 식사로 만족을 하고 끝을 내도 별로 상관은 없어. 그런데 나하고 욜이랑 숭이랑은 조금 전 말했듯이 대가를 지불하고 앞으로도 계속 덕근이하고 밥을 먹을 생각이야.”


확인을 구하는 아이들의 눈길이 요란다와 수아에게 쏠리자, 요란다와 수아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 모습에 대부분의 남아가 고민을 끝내고 린의 의견에 찬성했다.

나머지 소수의 남아와 여아들도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분위기에 대세를 따르기로 했다.


“자 그러면 말 나온 김에 지금 가지고 있는 성물 한 가지씩을 덕근이에게 주는 거로 하자.”

“잠깐만, 린.”


주섬주섬 가지고 있던 성물을 꺼내놓고, 무얼 주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덕근에게 향했다.


“나도 식재료를 가져다준다든가, 뒤처리해준다든가 하는 일은 환영이야. 그런데 성물을 준다는 건, 좀 부담스러워. 나중에는 달라진다지만, 지금 당장 우리한테 제일 중요한 건 성물이니까. 그래서 차라리···”

“차라리?”

“나중에 필요한 걸, 지금 주면 어떨까 해서.”

“나중에 필요한 거라면?”

“에로우 같은 거?”


가만히 덕근을 주시하던 린이 음흉스레 웃었다.


“뭐야, 덕근이 엄청 욕심쟁이였네? 온전한 성물의 소유권이 아닌 반년간의 소유권 대신 넘기는 게 등급에로우라면 우리가 손해인 것 같은데?”

“하하, 그런가?”

“당연하지. 등급에로우는 얻기가 엄청 힘들다고. 가문에서도 전략자원으로 관리하는 건데 그렇게 교환하면 우리가 엄청 손해지. 거기다 다른 애들은 어떡하라고?”


외성출신 아이들은 물론, 몇몇 내성출신 아이들도 뚱한 표정이 되어 덕근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 미안. 내가 욕심이 지나쳤네. 인정, 미안. 그러면 그냥 무등급에로우라면 어때?”

“그거라면 외성 출신 아이들도 집에 하나둘 정도는 있을 수도 있겠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반대로 덕근이 네가 손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돈이거든. 무등급에로우라도 팔면 돈이 될 것 같은데, 돈이 된다면 나한텐 손해가 아니야.”

“돈이 되는 게 아니라, 돈의 대체품으로 쓰인다고 했어. 금이란 물건처럼 말이지. 그런데 괜찮겠어?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반년 후 주어지는 외출시간이 되어서야 전해 줄 수 있을 텐데?”

“상관없어. 어차피 나도 그때 가서야 전해 줄 수 있을 테니까.”

“하긴 그렇겠네. 그러면 성물 대신 무등급에로우를 주면 된다는 거지?”

“그래.”


린이 다시 한번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난 이게 우리에게 훨씬 유리한 제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게, 난 찬성.”

“저도 찬성이요.”


요란다와 수아를 필두로, 아이들 전원이 새로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럼 개수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달랑 하나만 주는 건, 덕근이한테 너무 불리한 것 같은데.”

“글쎄? 그건 형편에 따라 주는 거로 하면 되지 않을까? 나나 네가 다른 사람 몫까지 더 줘도 되잖아? 덕근이도 그게 편할 것 같은데. 그치 덕근아?”


요란다의 질문에 덕근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지. 저 그리고 굳이 에로우를 주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요. 어차피 저 혼자 한꺼번에 쓰지도 못하는 성물들로 이 정도 생색을 냈으면 충분하죠, 뭐. 그러니까 크게 신경은 쓰지 마세요.”


외성출신으로 누구보다 외성출신들의 가정형편을 잘 알고 있었던 덕근이 외성출신의 다섯 아이를 배려했다.


“아니, 이건 마땅히 주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 다만 두 개 이상 줄 수 있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 같아.”

“맞아. 나도 최소 하나는 준비할 테니까 받아줘, 덕근아.”

“나도. 준비할게.”

“그래, 덕근아. 하나라도 받아줘.”

“···난 그때 가 봐야 알 것 같아, 미안하다 덕근아.”


이영하, 지필스, 박정학, 윤두정, 산다라가 차례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제안을 내놓았다.


“훈훈하네.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자. 덕근이 너도 사양하지 말고. 여기서 사양하면 그건 예의가 아니라 무례라고.”

“···그래. 알았어, 린. 그리고 고맙습니다, 다들.”

“그런데, 잠깐!”

“응?”

“네가 그렇게 다른 사람들한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면, 그 사람들한테 반말을 해대고 있는 내가 나쁜 뇬이 되어버리잖아? 그러니까 너도 말 놔.”

“그게···”

“다들 그래도 되지? 나랑 욜이랑 숭이랑은 이미 다 같이 말 놓기로 했는데, 설마 거기 남자분들, 오빠 소리가 듣고 싶다, 그런 건 아니겠지?”

“너한텐 굳이 듣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부릅뜬 린의 눈에도 아쉬움을 버리지 못하던 일곱 남아가 요란다의 눈 부라림 한 번에 바로 찬성으로 돌아섰다.

최고령을 자랑하던 일곱 남아의 찬성에 나머지 아이들도 모두 서로에 대해 말을 놓기로 했다.

아이들의 의견이 모두 통일되자, 요란다가 먼저 덕근의 앞으로 가 섰다.

그리고 주섬주섬 입고 있던 옷 주머니 이곳저곳에서 구슬 모양의 물건들을 덕근의 앞에다 꺼내놓았다.


“다 합해서 14개. 지금 이게 내 전 재산이야?”


꺼내놓은 무등급에로우을 하나하나 세어보던 요란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한번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이상하네, 이상하네’를 연발하던 요란다가 이내 자신의 머리를 콩 하고 쥐어박았다.

그리고 뽀로롱과 피카튜가 입고 있던 옷 사이사이를 뒤적거려 2개의 에로우를 더 꺼내놓았다.


“정말 이게 내 전 재산. 덕근아 잘 먹고 잘살아.”

“그래. 고맙다, 요란다.”

“그럼 이제 좀 비켜 보시죠? 욜양?”


어느새 다가온 린이 엉덩이로 요란다를 밀쳐내고, 두 손 위에 에로우를 가득 담아 덕근의 코앞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자, 난 18개야 덕근아. 더 잘 먹고 더 잘살아.”

“···그래, 고맙다 린. 많이 먹을 게.”


요란다와 린을 필두로, 나머지 내성출신 아이들도 덕근의 앞으로 와 수중에 있던 에로우를 3~4개씩 쌓아놓았다.


“미안해요. 전 지금 이 두 개가 전부에요. 나중에 외출을 시켜주면 그때 더 갖다 드릴게요.”


머쓱하게 두 개의 무급에로우를 건넸던 수아를 마지막으로, 70여 개의 무급에로우가 덕근의 앞에 수북하게 쌓였다.


“뭐야, 내성출신 애들은 다들 갖고 있었나 보네? 아무튼, 앞으로 일용할 양식 잘 부탁해 덕근아.”

“덕근아 난 소시지 참 좋아해.”

“···전, 김치찌개요.”

“앞으로 반년 동안 잘 부탁한다.”

“반년 후에 꼭 갚을게, 잘 부탁한다!”


린의 말을 선창 삼아, 아이들 모두 덕근에게 자신들의 반년 치 일용할 양식에 대한 안위를 부탁했다.


“자, 그럼 고고고.”


그리고 이내 요란다, 수아, 린을 따라 7명의 남아가 힘차게 식재료를 얻으러 식당으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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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32기 레두체 (26) +2 19.05.20 98 2 13쪽
38 37화. 32기 레두체 (25) +2 19.05.17 71 1 14쪽
37 36화. 32기 레두체 (24) +2 19.05.16 47 1 16쪽
36 35화. 32기 레두체 (23) +2 19.05.15 55 2 14쪽
35 34화. 32기 레두체 (22) +2 19.05.14 55 1 17쪽
34 33화. 32기 레두체 (21) +2 19.05.13 53 1 13쪽
33 32화. 32기 레두체 (20) +2 19.05.10 76 1 13쪽
32 31화. 32기 레두체 (19) +4 19.05.09 53 3 15쪽
31 30화. 32기 레두체 (18) +2 19.05.08 59 3 17쪽
30 29화. 32기 레두체 (17) +3 19.05.07 55 2 14쪽
29 28화. 32기 레두체 (16) +2 19.05.06 60 1 14쪽
28 27화. 32기 레두체 (15) +2 19.05.05 74 2 12쪽
27 26화. 32기 레두체 (14) +2 19.05.04 59 3 12쪽
26 25화. 32기 레두체 (13) 19.05.04 55 2 12쪽
25 24화. 32기 레두체 (12) 19.05.04 56 2 11쪽
24 23화. 32기 레두체 (11) 19.05.04 54 2 16쪽
23 22화. 32기 레두체 (10) 19.05.04 50 2 14쪽
22 21화. 32기 레두체 (9) 19.05.04 60 2 12쪽
21 20화. 32기 레두체 (8) +2 19.05.04 40 2 13쪽
20 19화. 32기 레두체 (7) 19.05.04 36 2 12쪽
» 18화. 32기 레두체 (6) 19.05.04 34 1 11쪽
18 17화. 32기 레두체 (5) 19.05.04 41 1 16쪽
17 16화. 32기 레두체 (4) 19.05.04 32 2 15쪽
16 15화. 32기 레두체 (3) 19.05.04 36 1 14쪽
15 14화. 32기 레두체 (2) 19.05.04 40 2 11쪽
14 13화. 32기 레두체 (1) 19.05.04 39 1 17쪽
13 12화. 시작의 강당 (7) +2 19.05.04 40 1 15쪽
12 11화. 시작의 강당 (6) 19.05.04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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