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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敏 님의 서재입니다.

종족전쟁: 종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민敏
작품등록일 :
2019.05.04 09:25
최근연재일 :
2019.05.21 20:3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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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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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수 :
231,138

작성
19.05.0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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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화. 32기 레두체 (12)

DUMMY

부채꼴로 뻗어있는 계단식 의자의 시작점이자, 이 교실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있는 단상.

그 단상 위에 서 있던 한 명의 흑발 여성이 두 손을 들어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 난 신여령이라고해. 앞으로 너희들의 제어계 수업을 책임질 칠색진인이야.”

“안녕하세요!?”


계단에 앉아 여령의 인사를 가만히 받기가 민망했던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하고 허리를 숙였다.


“그래, 그래. 어제 여랑의 수업을 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수업은 훨씬 더 재미있을 거야. 한껏 기대하라고.”


신여랑과 같은 얼굴에, 같은 교실에서, 같은 패턴의 시작을 맞이하게 된 아이들의 얼굴이 괴상해졌다.


“저 그런데 두 분이 무슨 관계이신가요? 외모가 워낙 똑같으셔서.”

“아, 내가 언니고 걔가 동생이지. 일란성 쌍둥이야. 여기 점하나를 지우면 여랑이가 되는 거고 생기면 여령인 내가 되는 거지.”


손을 들어 오른쪽 눈 밑에 있는 자그마한 점을 가렸다 치웠다 하는 장난을 쳐대던 여령이 아이들의 시원찮은 반응에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아, 미안. 처음으로 누굴 가르쳐보는 거라, 혼자 들떠버렸네. 이해해 줄 거지?”


여령의 장난에 유이(唯二)하게 깔깔거렸던 막내, 바다와 보나가 힘차게 대답했다.


“네!!”

“막내들이 힘차서 좋네. 자 그러면, 제어계에 대해 질문 있는 사람? 질문해봐.”


바다가 손을 번쩍 들고 질문했다.


“제어계는 무얼 제어하는 건가요?”

“나 이외의 모든 사물? 의식계가 자신의 신체를 제어한다면 제어계는 자신 이외의 모든 사물을 제어할 수 있어.”

“그러면 염력계처럼 공간도 제어하고 그러나요?”

“글쎄? 난 안되던데?”

“에···”


장난 같은 여령의 대답에, 바다가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농담이야, 농담. 난 안되지만, 상급 진인이 되면 진짜로 공간도 제어가 가능해져. 거기에 더해 사물의 성질 또한 변환시킬 수 있지. 하지만 그건 정말 꿈 같은 이야기니까 제어계는 눈에 보이는 사물만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 거야.”

“그럼 직접적인 전투 능력은 전혀 없는 것인가요?”


지필스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남자 학생이라 그런지 직접 치고받는 거에 관심이 많구나? 맞아, 제어계 이능으로 직접 상대를 타격해 충격을 입히는 류의 공격은 불가능해. 대부분 사물을 조종해서 백업을 시키든, 몸빵을 시키든 하거든.”


급 실망한 지필스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군요”라고 대답했다.


“역시 별로 관심이 없구나? 제어계 선생으로서 좀 그렇네?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는 없지만, 제어계도 충분히 직접적 전투 활용이 가능한데 말이야.”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씩 확인하던 여령이 수아를 지목하며 말했다.


“거기 하얀 토끼처럼 생긴 학생이 김수아 맞지?”

“토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김수아가 맞습니다.”

“그러면 잠깐만 앞으로 나와볼래? 제어계 능력을 꽤 수준급으로 구사한다고 들었는데, 와서 수아 네가 제어계의 위력 좀 보여줘. 응? 응? 응?”

“···예.”


머뭇거리던 수아의 허락을 기어코 얻어낸 여령이 곧이어 지필스를 호출했다.


“주먹질만 최고로 생각할 것 같은 네가 지필스 맞지?”

“···네.”

“너도 내려와 볼래? 나와서 한번 수아랑 붙어봐.”

“예!? 당연히 수아가 이기죠. 전 민첩계 하나만 각성한 1능이고, 수아는 근력, 체력, 민첩, 제어계를 각성한 4능이인데.”


여령이 그 사이 단상으로 내려온 수아의 어깨에 한 손을 걸치고, 황당해하는 지필스를 바라보며 제안했다.


“우리 수아는 딱 너한테 맞춰서 민첩계와 제어계 이능만 사용할 거야. 어때 이 정도면 한번 해볼 만하잖아? 설마 전투적인 면에서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제어계 따위에게 겁을 먹은 거야?”


여령의 도발에 넘어간 지필스가 호기롭게 소리쳤다.


“정말 다른 계열의 이능은 안 쓰는 거죠!?”

“그거야 수아 마음이지?”

“예!?”

“수아야 어떻게 할래? 이 선생님의 체면과 제어계의 체면을 위해, 저 주먹밖에 모를 것 같은 남자에게 제어계의 위대함을 보여줄 수 있겠니?”

“···한번 해볼게요.”

“들었지? 나와서 붙어봐.”


하지만 막상 판이 깔리자 지필스의 뇌리로 온갖 잡념이 들끓었다.

처참하게 발리면 어떡하지?

밀린다고 다른 이능을 쓰는 거 아냐?

수아를 때렸다고 저 추종자들이 나중에 보복을 하면 어떡하지?

갖은 잡념에 휩싸여 있던 그때, 지필스의 등 뒤로 덕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봐, 지필스. 어차피 네가 수아한테 져도 잃을 것도 없잖아. 오히려 이번 대련을 통해 무언가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더 너한테 좋은 거 아냐?”


덕근의 말에 지필스의 뇌리를 휘젓던 잡념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래 발리면 발리는 거지.

한순간이나마 내가 밀었으면 그걸로 만족하면 되는 거고.

만에 하나 저놈들이 뒤끝을 보이면 덕근이 핑계를 대면 되는 거고.

잡념을 완전히 정리한 지필스가 쏟아지는 7남의 야유를 무릅쓰고 단상으로 내려가 수아의 맞은편에 섰다.


“좋아 역시 상남자구나. 자 그러면 내가 이 오른손을 내리면 둘이 붙는 거다?”


잠시 후, 약속했던 신호에 맞추어 지필스가 이능을 발현했다. 그리고 수아의 몸에서 노, 흑의 아우라가 치솟는 걸 확인한 후, 바로 수아의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수아와 한 걸음을 앞에 두고, 이제껏 정면으로 돌진하던 지필스가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왼발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왼발을 축으로 삼아 오른발을 끌어당겼다.

동시에 상체를 90도로 틀어 뒤로 눕히며 얻은 반동의 힘을 더해, 끌어올린 오른발을 힘차게 수아의 명치를 향해 내질렀다.


쿵-


수아의 명치를 향하던 지필스의 발바닥과 수아의 정권이 충돌했고, 힘에서 밀린 수아가 뒤로 엉덩방아를 찍고 말았다.


“남자 새끼가 치사하게 선빵이라니, 뭐 하는 거냐!”


7남이 미칠 듯 야유를 쏟아냈지만, 지필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쓰러져 있는 수아의 다리를 걷어차기 위해, 이번에는 오른발을 내밀어 축으로 삼았다.

그리고 힘차게 사커킥을 날렸다.

그런데 그 순간 축이 되었던 지필스의 오른 발목이 바깥쪽을 향해 완전히 돌아갔다.

자연스레, 수아의 다리를 향해 날아가던 지필스의 왼발도 방향을 잃고 수아의 다리를 스쳐 지나갔다.


쿵-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수아가 지필스의 축이었던 오른 다리를 걸어버렸고, 이번에는 지필스가 엉덩방아를 찍고 말았다.

뒤바뀌어버린 입장에 헛웃음을 날리던 지필스가, 그새 거리를 벌려 떨어져 있던 수아를 잡기 위해, 엉덩방아를 찍었던 자세에서 상체를 뒤로 살짝 뺐다, 앞으로 숙이며 반동했다.

그리고 두 팔로 지면을 밀어내며 수아를 향해 돌진하려 했다.

그런데 또다시 오른발이 미끄러지듯 지면을 헛짚고 말았고, 갑작스레 한 축을 잃어버린 지필스의 신체는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사선으로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을 치고 말았다.

쿵! 소리를 내며 안면으로 지면을 긁어버린 지필스가 충돌의 충격으로 끙끙대다 겨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두 번이나 문제를 일으킨 자신의 오른발을 바라봤다.

노란색 아우라 위로 점점이 검은색의 이물이 끼어있었다.

그제야 지필스는 두 번의 실수가 자신의 실수가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이능을 풀어버린 지필스가 여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로 제어계의 위대함이지?”

“이거 사기 아닌가요? 제어계가 다른 이의 신체까지 제어할 수 있다면 이건 너무 사기인 것 같은데요?”


몸으로 느낀 억울함에 지필스는 따지듯 여령에게 질문했다.


“사기는 아니에요. 만약 제가 민첩계 이능 없이 지필스님하고 대련을 펼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전 한 대도 때려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뻗어버렸겠죠.”


이능을 푼 수아가 여령을 대신해 설명했다.


“그리고 지필스님이 각성한 이능이 의식계 이능이었고, 제가 각성한 이능이 제어계 이능 하나뿐이었다면? 그때도 역시 뻗는 건 제가 되었을 거예요. 의식계의 이능으로 침투한 제어계 이능을 풀어버렸을 테니까요.

“토끼같이 귀여운 줄만 알았는데, 말도 잘하네?”


엄마 미소를 지으며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여령이 보충설명을 했다.


“이미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각각의 이능은 중복되는 부분도 있고, 서로 상생상극의 관계에 있는 능력도 있어. 가위바위보 같은 거지. 고로 어떤 능력도 홀로 독보할 수는 없어. 그래서 장땡은 하나라도 많이 각성한 사람이 유리하다는 거야.”


수아와 여령의 설명에 자신의 행동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은 지필스가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주먹만 아는 마초인 줄로만 알았는데, 진짜 남자였네? 괜찮아, 괜찮아.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이렇게 다른 이의 신체에 간섭하는 건, 제어계 내에서도 아주 특별한 자질이 있는 이들만 가능한 거야. 우리 토끼가 아주 특별한 거라고.”


지필스를 위로하던 여령이 수아의 등 뒤로 가, 상체를 숙여 감싸 안듯 수아를 껴안았다.

그리고 수아의 몸을 아이들에게 향하게 한 후, 수아의 어깨에 턱을 기대곤 아이들에게 말했다.


“물론 이렇게 특별한 자질을 가진 이들만 그런 제어가 가능하다면, 이런 수업의 존재가치가 없어지겠지? 특별하지 않아도 내 수업만 잘 따라오면 누구든지 수아처럼 능숙하게 제어계 이능을 쓸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잘만 따라오라고, 알았지!?”


지필스를 필두로 아이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네!!”

“그러면 오늘 수업 끝!! 다음에 보자!! 안녕!!”


여령의 작별인사가 끝나자마자, 뎅-뎅-뎅 종소리가 들렸고, 누구보다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여령이 잽싸게 교실에서 퇴장했다.


“뭐야? 벌써 끝이야?”

“그러게. 실내수업도 끝나는 시간은 선생님들 마음인가 본데?”

“왜 수업이 일찍 끝났는데 기분이 별로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야, 욜. 아침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천천히 먹으면 되지.”


누구보다도 즐겁게 교실에서 빠져나가는 여령에 모습에, 이상한 괴리감을 느낀 아이들이 제멋대로인 수업시간을 성토하다 이내 툴툴대며 교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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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화. 32기 레두체 (25) +2 19.05.17 71 1 14쪽
37 36화. 32기 레두체 (24) +2 19.05.16 47 1 16쪽
36 35화. 32기 레두체 (23) +2 19.05.15 55 2 14쪽
35 34화. 32기 레두체 (22) +2 19.05.14 56 1 17쪽
34 33화. 32기 레두체 (21) +2 19.05.13 53 1 13쪽
33 32화. 32기 레두체 (20) +2 19.05.10 77 1 13쪽
32 31화. 32기 레두체 (19) +4 19.05.09 54 3 15쪽
31 30화. 32기 레두체 (18) +2 19.05.08 59 3 17쪽
30 29화. 32기 레두체 (17) +3 19.05.07 55 2 14쪽
29 28화. 32기 레두체 (16) +2 19.05.06 60 1 14쪽
28 27화. 32기 레두체 (15) +2 19.05.05 74 2 12쪽
27 26화. 32기 레두체 (14) +2 19.05.04 59 3 12쪽
26 25화. 32기 레두체 (13) 19.05.04 55 2 12쪽
» 24화. 32기 레두체 (12) 19.05.04 57 2 11쪽
24 23화. 32기 레두체 (11) 19.05.04 54 2 16쪽
23 22화. 32기 레두체 (10) 19.05.04 50 2 14쪽
22 21화. 32기 레두체 (9) 19.05.04 60 2 12쪽
21 20화. 32기 레두체 (8) +2 19.05.04 41 2 13쪽
20 19화. 32기 레두체 (7) 19.05.04 36 2 12쪽
19 18화. 32기 레두체 (6) 19.05.04 34 1 11쪽
18 17화. 32기 레두체 (5) 19.05.04 41 1 16쪽
17 16화. 32기 레두체 (4) 19.05.04 32 2 15쪽
16 15화. 32기 레두체 (3) 19.05.04 36 1 14쪽
15 14화. 32기 레두체 (2) 19.05.04 40 2 11쪽
14 13화. 32기 레두체 (1) 19.05.04 40 1 17쪽
13 12화. 시작의 강당 (7) +2 19.05.04 41 1 15쪽
12 11화. 시작의 강당 (6) 19.05.04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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