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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敏 님의 서재입니다.

종족전쟁: 종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민敏
작품등록일 :
2019.05.04 09:25
최근연재일 :
2019.05.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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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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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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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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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32기 레두체 (9)

DUMMY

「성장형으로 타입이 결정된 각성자는 특수한 요건 아래, 인위적으로 또 다른 영수의 부화와 성장까지 이뤄 낼 수 있다」

이것이 ‘탐구자’ 이영하가 세상에 공표한 첫 번째 연구결과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영하가 발표한 요건이라는 것이, 다들 이미 한 번쯤 건드려본 에로우와 성물이었으니까.

그래서 영하는 직접 성장형 타입의 각성자를 수소문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이 공언한 날짜 안에 각성자를 진인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자신의 연구결과를 입증했다.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른 결과를 도출한 영하에게 물었다.

무엇이 자신들의 실험과 다른 결과를 도출하게 한 것이냐고.

사람들의 물음에 영하는 답했다.

에로우의 종류와 수량, 그리고 성물의 종류가 틀렸다고.

성장형 각성자는 최초 부화시킨 영수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에로우가 달라지고, 그 수량 또한 최소 3개를 만족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후 부화할 계열을 결정지어줄 성물이 지금 각성한 이능과 상생의 관계에 있는 성물이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영하의 말에 따라 실험을 진행했고, 그들 중 일부가 결과를 냄으로써, 영하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내지 못한 이들은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한번 물었고, 영하는 다시 답했다.

그저 자질에 따른 필요 수량의 차이일 뿐이라고.

3개의 수량은 최소한의 필요량이고, 자질에 따라 더 많은 양이 필요한 이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질에 따라, 성장시키는데 들어가는 에로우의 양도 달라진다 했다.

이어 영하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분란을 염려한 듯, 성장형들이 무등급에로우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진인이 되기 이전까지만이고, 그 이후는 통합형 진인들과 마찬가지로 등급에로우를 먹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후, 영하의 말에 따라 다시 한번 실험이 진행됐고, 결국 영하가 옮았음이 증명됐다.

이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아니, 기회가 절실했던 이들이 열광했다.

비록, 새로운 영수를 부화시킬 때마다, 자연적인 성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힘의 공백기가 생기긴 했지만, 어차피 그 기간도 3일뿐이었고, 기존에도 진인이 되기 위한 3일의 공백기는 한번 존재했었기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성장형 각성자가 되기 위해 도전했다.

하지만 성장형으로 발전하는 각성자들의 숫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미미했다.

영하는 그 원인을 인간과 안티크로르드와의 관계에서 찾았다.

그리고 하나의 가설을 세웠고, 후에, 그가 내놓은 가설은 정설이 됐고 사실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


새벽 5시.

이제껏 뜬눈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버티고 있던 덕근이 고개를 돌려 시아롱의 상태를 살폈다.

고되었던 만큼, 힘차고 우렁찬 코골이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귀신이 업어가도 모를 것 같았다.

안심하고, 미리 챙겨둔 에로우와 책상에 고이 모셔놓았던 의식계 종이컵 성물을 가지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여왕의 눈길을 의식해,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상의와 하의부터 탈의했다.

그리고 오줌을 쌌다.

부르르 하고 온몸을 떨어, 순식간에 빠져나간 몸의 열도 보충했다.

탁탁탁 털어, 묻어 있던 오줌의 잔재 역시 말끔하게 제거했다.

그러다 덕근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혼자 하는 생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주 높은 확률로 여왕은 이미 쿨쿨 잠을 자고 있을 거라는 생각.

그 머쓱함에, 덕근은 화장실을 쓱 하고 훑어봤다.

그러다 원래 똥까지 싸려 했던 마음을 바꾸어, 여왕의 품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마음을 정한 덕근이 변기의 물을 내리고, 세면대 앞에 섰다. 그리고 수도를 틀고, 종이컵 성물을 가져다 대어, 열심히 헹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종이라는 선천적 한계를 벗지 못하고, 종이컵 성물은 금세 흐물흐물해졌다.

종이컵의 상태를 확인한 덕근이 세 개의 에로우를 먼저 꿀꺽하고 삼켰다. 이어 흐물해진 종이컵을 입에 대고 베어먹었다.

세입 만에 종이컵을 완전히 꿀꺽한 덕근이 심상의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하-후-하-


**


칠흑 같은 어둠 속, 어미의 품에 안긴 새처럼 남이는 편안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숙면을 방해하는 보라색 빛이 남이의 눈꺼풀을 뚫고 수정체를 지나 망막에 맺혔다.


빼액?


그렇지만 어른이 남이는 숙면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숙면을 방해하는 빛에 대한 정체를 포기한 채, 남이는 오른쪽 날개를 들어 자신의 머리를 뒤덮었다.

눈의 감각기관에서 보내오던 신호가 현저하게 약해졌다.

만족감을 느끼며 남이는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눈을 자극하던 빛은 어느새 전신에 나 있는 감각기관 전체를 두드려 대듯 때려대기 시작했다.

짜증이 난 남이가 포효하며 눈을 떴다.


빼애애에엑?!!!!?


하지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발견하곤 곧장 새된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언제나 존재하던 어둠이 사라지고, 처음 보는 보라색 불길이 자신의 공간과 자신을 불태우려는 듯, 맹렬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4일 평생 처음 보는 이상 현상에 한껏 긴장한 남이는 머릿깃과 꽁지깃을 곧추세웠다.

그리고 일렁이는 보라색 불길에 대응해 홰를 쳐댔다.

사방으로 깃털이 휘날릴 정도로 열심히 홰를 쳐댔다.

효과가 있었는지, 공간을 뒤덮고 있던 불길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반대로, 몸에 들러붙은 불길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만으로 3일 조금 넘게 살아온 남이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다.


뼤뼤뼤엒!


그래서 목놓아 생각나는 한 사람을 불렀다.

그런데 꿈만 같이, 그가 자신의 앞에 한 줄기 연기가 돼 나타났다.


뺴야야엑!

-그래, 그래. 걱정하지 마. 내가 다 해결해 줄게.


한줄기 어둠이 돼 나타난 덕근이 남이의 주위를 한 바퀴 휘돌았다.

덕근의 움직임을 따라, 불길이 돼 남이를 감싸고 있던 보라색 성광이 덕근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


남이를 중심으로 불타올랐던 보라색 불길은 어느새 남이를 감싸는 실타래가 돼 있었다.


빼에-에?


눈 앞을 가리며 전신을 감싸는 실타래의 모습에 남이는 이상함을 느꼈다.


-한숨 푹 자, 남이야. 3일 후에 보자.


그리고 역시나, 덕근의 작별인사와 함께 실타래는 한 치의 틈도 없는 보라색 고치가 됐고, 남이는 오감을 상실했다.

배신감에 화를 내려던 남이의 이성 또한, 사라진 오감을 따라, 보라색 고치 안으로 녹아 들어갔다.


···?


고치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던 덕근이 자신과 연결된 한 줄기 보라색 줄을 확인하곤 다시금 현실로 복귀했다.



***



“으아아아아!! 꺼져, 이 돼지 새끼야!!”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돼지님.”

“이 돼지 새끼!! 죽여버릴 거야아아!!”


한 소년이 성인 서너 명은 족히 누울 수 있을 듯한 침대 위를 휘저으며 악을 쓰듯 잠꼬대를 해댔다.


“누산타님? 누산타님!?”


유모의 부름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소년, 누산타의 눈꺼풀이 힘겹게 올라갔다.


“···뭐야?”

“오늘까지이십니다. 오늘은 레두체로 복귀하셔야 합니다.”

“알아, 안다고!! 그리고 딱 하루뿐이었는데 뭐가 ‘오늘은’ 이야!”


고깃덩이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후 얻은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그리고 그로 인해 얻어낸 하루의 외출.

그 하루가 벌써 다 지나갔다는 사실이, 괴물 같은 놈이 버티고 있는 레두체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누산타를 압박했다.


“유모, 나 가기 싫어. 하루만 더, 하루만 더 빼달라고 아버지한테 유모가 말 좀 해봐.”


그리고 그 압박감은 극도의 긴장으로 변해 실제 누산타의 근육을 수축시켰고, 하룻밤 동안 방광에 가득 차 있던 오줌을 몸 밖으로 밀어냈다.


“흐흐흐, 시팔. 나 쌌다, 쌌어. 어떡해?”


누산타의 바지 위로 노란 물줄기가 줄줄 흘러내렸다.

당혹, 수치, 불안, 분노, 두려움에 휩싸인 누산타가 유모를 애절하게 쳐다봤다.


“진정하세요. 괜찮아요. 사실 저도 12살 때까지 오줌을 쌌는걸요?”

“흐흐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방긋 웃어준 유모가 누산타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유모의 체온에 사시나무 떨듯 떨어대던 누산타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유모.”

“네, 말씀하세요.”


그때까지 제어되지 않고 줄줄 흐르고 있던 노란 물줄기를 가리키며 누산타가 말했다.


“두려움이 멈추지 않아, 내가 지금 이대로 레두체로 돌아간다면 난 바라트의 오욕이 되고 말 거야. 그러니까 아버지한테 유모가 말 좀 해줘.”


가만히 누산타를 바라보던 유모가 다시 한번 누산타의 몸을 힘주어 안은 후, 토닥거렸다.


“딱 이틀, 이틀까지만 어떻게 해볼게요.”

“고마워, 유모.”



***



“좋은 아침, 아니 좋은 오후.”

“···그래, 좋은 오후.”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시아롱이 먼저 일어났고, 시아롱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덕근도 눈을 떴다.


“시아롱, 근데 지금 몇 시야?”

“12시 조금 넘었어.”

“그럼 난 30분만, 30분만 더 잘게.”

“그래. 그럼, 내가 먼저 씻고 12시 30분에 깨워줄게. 1시에 애들 만나 밥 먹기로 했으니까, 30분에는 일어나야 해.”

“그래, 부탁할게.”


늦은 새벽까지 남몰래 볼일을 보았던 덕근이 다시금 잠을 청했다.


“덕근아, 덕근아 30분 됐어. 덕근아?!”


30분 후, 시아롱은 불러도 대답 없는 덕근을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일어났어. 고마워, 시아롱.”


시아롱의 거친 손길에 덕근이 겨우 눈을 떴다.

그리고 다시금 감기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린 후, 상체를 세워 바로 앉았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확실히 몸 상태가 별로였다.

하지만 피로와 수면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한 줄기의 끈만 남기고 막혀버린 영수와의 영통 때문이었다.


“그사이 무슨 좋은 꿈 꿨나 보네? 얼굴이 계속 웃고 있어.”

“아, 좋은 꿈 꿨지. 아주 좋은 꿈.”

“좋겠네. 난 그냥 곯아떨어지느라 아무 꿈도 못 꿨는데.”

“아무런 꿈도 없이 잤다는 게 더 좋은 거지, 뭐.”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천근만근 함이 덕근의 기대를 키웠다.

3일 후에 등장할 보이를 기대하며, 덕근이 힘차게 일어나 소리쳤다.


“화장실 다 쓴 거지? 그럼 나 똥 싸러 간다!?”

“그래. 아! 그런데 덕근아. 네 책상에 있던 종이컵이 없어졌던데, 알고 있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난 아니다? 쓴 적도 없고, 건드린 적도 없어.”


족히 만 하루 정도는 덕근의 책상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사라진 종이컵이 아까부터 마음에 걸렸던 시아롱이 덕근에게 먼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아, 그거! 내가 어제 자기 전에 이빨 닦는 걸 깜빡해서 새벽에 일어나서 이빨을 닦았거든? 근데 그때 쓰고 나서 변기 위에 올려놨었는데, 똥을 싸고 물을 내릴 때 잘못해서 변기에 빠트려 버렸어.”

“그래서 버린 거야?”

“그걸 그대로 쓸 수는 없잖아? 다른 사람한테 쓰라고 줄 수도 없는 거고.”

“하긴, 그렇지. 그런데 나중에 혼나지 않을까? 준 게 아니라 빌려준 거잖아?”

“종이컵이라는 성물을 개인용으로 대여해 준 것 자체가 문제지. 어차피 종이컵이라서 나중에는 못쓰게 되었을걸?”

“그렇긴 하네.”


미리 준비했던 변명거리에 맞춰 덕근은 조곤조곤 해명했고, 시아롱은 설득당했다.


“그럼 나 똥 싸러 간다?!”


그렇게 덕근은 똥 쟁이라는 이미지 대신 실리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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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32기 레두체 (26) +2 19.05.20 98 2 13쪽
38 37화. 32기 레두체 (25) +2 19.05.17 71 1 14쪽
37 36화. 32기 레두체 (24) +2 19.05.16 47 1 16쪽
36 35화. 32기 레두체 (23) +2 19.05.15 55 2 14쪽
35 34화. 32기 레두체 (22) +2 19.05.14 56 1 17쪽
34 33화. 32기 레두체 (21) +2 19.05.13 53 1 13쪽
33 32화. 32기 레두체 (20) +2 19.05.10 77 1 13쪽
32 31화. 32기 레두체 (19) +4 19.05.09 54 3 15쪽
31 30화. 32기 레두체 (18) +2 19.05.08 59 3 17쪽
30 29화. 32기 레두체 (17) +3 19.05.07 56 2 14쪽
29 28화. 32기 레두체 (16) +2 19.05.06 60 1 14쪽
28 27화. 32기 레두체 (15) +2 19.05.05 74 2 12쪽
27 26화. 32기 레두체 (14) +2 19.05.04 60 3 12쪽
26 25화. 32기 레두체 (13) 19.05.04 55 2 12쪽
25 24화. 32기 레두체 (12) 19.05.04 57 2 11쪽
24 23화. 32기 레두체 (11) 19.05.04 54 2 16쪽
23 22화. 32기 레두체 (10) 19.05.04 51 2 14쪽
» 21화. 32기 레두체 (9) 19.05.04 61 2 12쪽
21 20화. 32기 레두체 (8) +2 19.05.04 41 2 13쪽
20 19화. 32기 레두체 (7) 19.05.04 37 2 12쪽
19 18화. 32기 레두체 (6) 19.05.04 34 1 11쪽
18 17화. 32기 레두체 (5) 19.05.04 41 1 16쪽
17 16화. 32기 레두체 (4) 19.05.04 32 2 15쪽
16 15화. 32기 레두체 (3) 19.05.04 36 1 14쪽
15 14화. 32기 레두체 (2) 19.05.04 41 2 11쪽
14 13화. 32기 레두체 (1) 19.05.04 40 1 17쪽
13 12화. 시작의 강당 (7) +2 19.05.04 41 1 15쪽
12 11화. 시작의 강당 (6) 19.05.04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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