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략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마셜 대령은 식은 땀을 흘리며 퍼싱에게 보고를 했다.
"최근에 획득한 독일군 전차 장갑 파편으로 방호력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사격거리 200m 에서 철갑탄으로 피탄흔만 생겼습니다. 250m 에서도 관통은 하지 못했습니다."
퍼싱은 아무 말도 없이 사령부 밖에서 쏟아지고 있는 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셜이 말을 이었다.
"같은 위치에 정확히 4회 사격했을때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퍼싱은 신경질적으로 보고서를 들추어 보았다. 한 사진에는 테스트 이후 장갑 뒷부분에 반구형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 사진 하단에는 50m거리에서 테스트라고 적혀 있었다.
'50m에서도 관통을 하지 못했다고?'
마셜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그..그리고...이 전차를 500대 추가 주문했다는 소식을 입수했습니다."
"주문에서 생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걸세."
마셜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4월 30일 주문했었습니다."
후두둑 후두두둑
사령부 밖에서 거센 빗줄기가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퍼싱이 왼손을 세게 쥔 다음 중얼거렸다.
"공세를 앞당겨야 하네."
퍼싱의 말에 마셜이 당황했다.
"그...장마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장마가 끝나도 물이 고이기 때문에 전차가 기동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기병 기동도 힘든..."
퍼싱이 말했다.
"전차 부대는 방어용이 아닐세. 조만간 놈들은 공세를 해서 전선을 확장하고 안정화시킬걸세. 그 전에 우리가 먼저 놈들의 이 파리 쪽 돌출부를 제거한다."
퍼싱은 지휘봉으로 지도를 가리켰다.
마셜이 밖으로 나가고, 퍼싱은 독일군 측에서 뿌린 한스 파이퍼의 찌라시를 벽에 걸어두고는 권총을 발사했다.
타앙!
퍼싱이 발사한 총알은 찌라시에 그려져있는 한스의 얼굴 부분을 정확히 뚫었다. 마셜과 장교들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괘...괜찮으십니까!!"
퍼싱이 다시 권총을 들어올리고는 종이를 향해 발사했다.
탕!
이번에 발사된 총알은 정확히 한스 그림의 왼쪽 가슴, 심장 부분을 뚫었다.
"다들 나가있게."
마셜과 장교들은 다들 사령부 밖으로 나갔다. 퍼싱이 총을 집어 넣으며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곳에서 나는 사령관으로서 책무를 다한다.'
퍼싱은 각 부대에서 장교들이 제출한 보고서 뭉치를 바라보았다. 그 보고서에는 얼마나 많은 병사, 부사관, 장교들이 실종되었는지 각기 마지막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었다.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피를 뿌리던, 나는 기필코 내 조국을 위해 승리하리라!'
한편 패튼은 공세가 앞당겨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길길이 날뛰었다.
"이것은 미친 짓이다!!"
윌리엄 중위가 패튼을 말렸다.
"사..사령부의 결정입니다!!"
패튼은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건물 밖으로 나가 완전 흙탕물이 된 땅으로 손으로 만져보았다.
'장마가 끝나고 며칠 지난다고 해도 이런 땅에서는 르노 FT는 커녕 리버티도 기동하기 힘들다...'
비는 계속해서 쏟아졌다.
후둑 후두두둑
참호 속에서 미군들은 통조림을 바닥에 깔아놓긴 했지만 이 정도 비가 오면 좀만 있으면 허벅지까지 물에 잠길 것이 분명했다. 패튼이 속으로 생각했다.
'진창에 빠져서 전차가 기동불가가 되면 이 전차들은 모두 야포의 먹잇감이 될 것 이다..'
패튼은 방수천에 쌓여 있는 수 많은 전차들을 바라보았다.
'사령부 입장에서 이들은 그저 실험용인가?'
한편, 한스 또한 자신의 사령부에서 서류를 읽고 있었다. 창문 밖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후두둑 후두둑
서류를 읽던 한스가 창 밖을 보며 생각했다.
'전차 위에 방수천은 잘 덮어뒀겠지?'
한스는 자신의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정찰기가 촬영한 사진을 바라보았다. 미군 포병대에 의해서 무인지대는 달표면같이 여기저기 크레이터가 파여 있었다. 이제 오랜 기간 비가 오면 이 구덩이는 모두 물이 차오를 것이 분명했다.
'완벽해! 엄폐물이나 방어전술은 최대한 자연을 이용하는 것이 좋지!'
윙거 하사가 종이를 내밀며 말했다.
"미군쪽에 우리가 장갑 두께 27mm, 시속 20km, 주포 77mm 짜리 전차를 개발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습니다!"
"알겠네."
'이 정도 공을 들였으면 놈들은 속아넘어갈거다!'
사실 최근 미군 기지 쪽으로 간 것은 마치 전차처럼 위에 널빤지를 붙여놓고 페인트칠한 장갑차였다. 미군이 붉은 조명탄을 쓰는 즉시 지그재그로 회피기동을 하며 잽싸게 복귀하는 것을 반복했던 것 이다. 또한 미군으로 하여금 실제로 전차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끔 미리 준비해둔 장갑 파편, 주포를 내던지고 온 것 이었다.
한스가 물었다.
"추가 생산 들어갔다는 소문도 퍼트렸는가?"
"네! 놈들에게 확실히 들어갔습니다!"
'좋았어!! 그래야 놈들이 빨리 공세할 것 이다!'
"그 외 각 부대 별 보고서입니다!"
한스는 계속해서 두꺼운 서류 뭉치를 읽었다.
'탄약을 아껴야겠군..'
한스가 윙거에게 물었다.
"지도는 전부 복사했나?"
윙거가 지도 뭉치를 가져오며 대답했다.
"네! 복사해왔습니다!"
한스가 말했다.
"충분히 복사했나? 모든 전차장에게 이 지도들을 배포해야 하네."
윙거가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죄..죄송합니다!! 소대장 이상 급에만 배포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윙거는 지도를 더 복사하러 떠났다. 그 때, 우의를 쓰고 있는 보병 대대장이 들어와서 경례를 했다.
"무슨 일인가?"
"기관총 사수 하나가 적 항공기를 지난 전투 때 격추시켰습니다."
그 기관총 사수는 소대장한테 격추시켰다는 증명서까지 발급받아서 제출한 상태였다. 한스가 말했다.
"알겠네. 조만간 훈장이 나올걸세."
한스는 증명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병사 시절에 매번 전공을 뺏겼는데 요새는 군대도 많이 좋아졌군."
보병 대대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증명서 안 받으셨습니까?"
"증명서?"
"네! 전공을 세우면 원래 바로 소대장이나 중대장한테 증명서 발급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포상 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난 한 번도 요청 안 했는데?'
보병 대대장은 한스의 표정을 보고는 슬쩍 경례를 하고는 사령부 밖으로 나갔다. 한스가 속으로 절규했다.
'으아악!!!! 아아아아악!!!!!!!!!!!!!'
한편 지크프리트 4인조는 참호 보수를 하느라 죽을 똥을 싸고 있었다. 올라프가 울부짖었다.
"시발!! 좆같네!!"
비가 어찌나 세게 떨어졌던지 시계도 좁아졌고 동료들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크리스티안이 외쳤다.
"좀 있으면 교대다!!"
그렇게 좆같은 보수 작업을 하고는, 근처에 버려진 민가에 들어가서 쳐자빠져 자고 있는 녀석들에게 외쳤다.
"교대!!"
하지만 병사들은 일부러 자는 척 하는건지 계속해서 자빠져 있었다. 호르스트가 외쳤다.
"밥이다!!"
"으아앗!!"
병사들이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베르트가 외쳤다.
"교대야!! 우리는 좆빠지게 보수하고 왔다고!!"
여태까지 쉬던 녀석들은 교대 소식에 시부렁거리기 시작했다.
"시발 얼마 못 쉬었는데..."
그렇게 교대하고 지크프리트 4인방은 민가에서 쉬기 시작했다. 그런데 5분 뒤, 한 장교가 들어와서 외쳤다.
"자네들 뭐 하고 있나!"
"5분 전까지 근무하고 휴식하고 있습니다!!"
"참호 무너지기 직전일세!! 빨리 가서 근무하게!!"
그렇게 지크프리트 4인방은 5분 밖에 못 쉬고는 참호를 보수하러 갔다.
'망할 장교 새끼!!'
죽을 고생을 한 다음에 잠시 장마가 소강하고 지크프리트 4인조는 다시 대피호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올라프가 누가 듣진 않는지 주변 눈치를 보다가 슬쩍 말을 꺼냈다.
"솔직히 영창 있을 때가 편하지 않았냐?"
지크프리트 4인조는 최근에 조명탄을 잘못 쏜 벌로 닭장으로 만든 경영창에 며칠간 갇히는 형벌을 받았었던 것 이다. 그 때는 닭장 속에서 통조림 먹고 카드 치고 정말 신나게 휴식을 취했었다.
호르스트가 말했다.
"우린 경영창 갔었잖아. 중영창은 어떨까?"
"중영창은 지하실이래!"
하지만 지크프리트 4인방은 자신의 군복에 달린 2급, 1급 철십자 훈장을 보았다. 훈장을 받으니 나름 책임감이 생긴 것 이다.
"훈장까지 받았는데 더 이상은 사고 치지 말자."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서 로베르트는 똥을 싸러 대피호 밖으로 나갔다. 근처에는 커다란 나팔 같은 모양의 음파 탐지기를 귀에 꽂고서, 적 항공기가 오는지 집중하고 있는 병사가 보였다. 한심하게도 그 병사는 졸고 있었다.
로베르트는 이 광경을 보자 장난기가 도지기 시작했다.
'장난 좀 쳐볼까?'
로베르트는 음파 탐지기로부터 20m 쯤 거리에서 똥을 싸기 시작했다.
부릉 부르릉 부릉
그 소리에 졸고 있던 음파 탐지기를 귀에 꽂은 병사가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폭격이다!! 폭격이야!!"
하늘에 붉은 조명탄이 쏘아 올려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폭격 소리가 났습니다!!"
이는 플라잉 서커스단에도 전해졌다.
"긴급 출격!!! 긴급 출격이다!!"
"적 항공기는 몇 대 입니까!!"
"정보는 없다!!"
미하엘은 벌벌 떨면서 자신의 기체에 탑승했다.
'시발!! 언제 비 쏟아질지 모르는데!!!'
그렇게 미하엘은 긴장한 상태로 자신의 편대를 이끌고 하늘을 비행했다.
'오늘은 비 안 올 것 같은데...'
사방이 시꺼먼 구름이었기 때문에 시계가 좁았고 적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미하엘은 계속해서 고개를 내빼고 사방을 돌아보며 적의 위치를 찾아보았다. 지상에서는 독일군, 미군 포병대가 서로 무인지대를 향해 거대한 포탄을 쏘아대고 있었다.
퍼엉! 펑! 퍼엉! 펑!!
쿠르릉!! 콰과광!!
포탄이 탄착해서 생긴 구덩이는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 미하엘은 이런 크레이터가 가득한 무인지대를 내려다보았지만 어디에도 적 전차나 보병도 보이지 않았다.
위잉 위이이잉
미하엘은 구름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적을 찾아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딨는거지?'
미하엘은 가장 시력이 좋은 노르만을 바라보았다. 노르만 또한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플라잉 서커스단은 연료만 소비한 채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 날, 음파 탐지기를 귀에 꽂은 병사는 중영창에 가게 되었다. 그 병사가 울부 짖었다.
"진짜 들었습니다!! 진짜 들었단 말입니다!! 으흑!! 으흐흑!!!"
올라프, 크리스티안, 호르스트가 그 병사의 흉을 보았다.
"저런 덜 떨어진 녀석 때문에 포탄만 낭비했잖아!!"
"맞아!! 안 그래도 탄약이랑 연료가 부족한데 말이야!"
"저런 멍청한 놈은 엉덩이를 몽둥이 찜질해야 해!"
로베르트는 어색한 표정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저 친구도 실수했겠지!"
중영창으로 운용되고 있는 지하실로 끌려가는 공병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으흑!! 으흐흑!!"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