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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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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7.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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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1쪽

미리 보는 1차대전 이후 한스의 이야기

DUMMY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고, 병사들은 이 소식에 실감이 나지 않았다. 루이스가 외쳤다.


"진짜 끝나는거 맞습니까?"


바그너는 아까부터 안절부절하면서 아내가 보낸 편지를 읽어 보았다.


"이제 곧 우리 모두 가족을 볼 수 있을 걸세."


에밋이 말했다.


"휴전한다고 했다가 다시 싸우는거 아닙니까? 전 못 믿겠습니다! 기차 타고 돌아오는데 다시 방향 바꿔서...악!!"


바그너가 에밋을 때렸다.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말게!!"


짬 처리를 하던 프란츠가 속으로 생각했다.


'왜 전쟁 끝날 때까지 내가 짬 처리야!!!'


그렇게 1차 대전 마지막 날, 포성이 울렸다.


쉬이잇 쿠과광!! 콰광!! 쉬잇 쿠광!!


한스는 자신의 고급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11시가 되기 전까진 5분이 남았다.


'10시 54분 59초, 10시 55분 0초, 10시 55분 1초...'


1차대전 내내 뒤지게 굴렀던 한스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한스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전우, 티거를 바라보았다. 조종수 헤이든이 울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전 언제나 티거를 탈 때마다 그 날 저녁을 먹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매번 내 발로 관에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으흑!!"


바그너가 말했다.


"울지 말게!!"


에밋이 외쳤다.


"하지만 중대장님도 울고 있...악!!"


거너가 외쳤다.


"이제 몇 분만 있으면 집에 돌아갑니다!! 집에 돌아간다구요!!"


시계를 보던 한스가 거너의 말에 흠칫했다.


"집? 집이라고?"


'내 집이 어디지?'


한스가 외쳤다.


"끝나면 내가 자네들 모두 술 사주겠네!! 한바탕 푸지게 먹자고!!"


루이스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집에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그너 또한 말했다.


"연대장님 저 또한 집에 가서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


쿠과광!! 콰과광!!


10시 59분 58초, 10시 59분 59초, 11시


모든 포성이 멈추었다.


수년간 머리를 누르고 있던 죽음의 압박감이 갑자기 일순간 사라졌다. 공기조차 늘 한스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없어지니 일순간 몰려드는 것은 공포였다. 병사들도 정말 끝났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한스는 대피호 밖으로 나와서 하늘 위로 권총을 발사했다.


타앙!


병사들이 울부짖었다.


"끝났다!! 끝났어!!"


슈탈헬름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이딴거 이제 필요없어!!"


병사들은 슈탈헬름을 내동댕이 치고는 군복 상의를 벗고는 내동댕이쳤다.


"나도 이제 민간인이다!!"


거너는 미친듯이 달리며 울부짖었다.


"살았어!! 살았다고!! 으흑!! 으학!!!"


에밋 또한 자리에 주저앉고는 외쳤다.


"시발!!! 이제 다음 날 밥 못 먹을 걱정 안해도 돼!!"


바그너가 대피호 밖으로 나오더니 주저앉고는 가족의 사진을 보며 흐느꼈다.


"으흑...파울라...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으윽..어머니..."


한스는 바그너의 모습을 보며 공포에 질렸다.


'저...저 산전 수전 다 겪은 바그너가...'


한스도 크게 숨을 들이마쉬었다가 내뱉었다. 순식간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이젠 자유다..'


한스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젠..안 죽여도 된다..'


한스는 숨을 들이마쉬며 앞으로 달려갔다.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좀처럼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한스였지만 미친듯이 고함을 질렀다.


"우와와!!! 우와와와왁!!!!!!!!!!!!!"


그렇게 한스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탑승했다. 병사들은 웃고 떠들고 노래 부르고 난리가 아니었다. 병사들은 몇 년 간 전쟁에서 생존한 것에 대한 상으로, 자신에게 허락된 나머지 인생을 꿈꾸며 즐거워했다.


한 젊은 병사가 외쳤다.


"돌아가면 뭐하지?"


"일자리는 많을 거야!!"


그 때 한 병사가 중얼거렸다.


"난 아직도 안 끝난 것 같은데..."


"재수 없는 소리!!"


다들 기뻐하는데 한스만이 기차에서 창문 밖을 보며 공포에 질려 있었다.


'너..너무 많이 죽였다...'


한스는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근데 어디로 돌아가지?'


이미 한스는 낡아빠진 지휘소에서 자는 것이 익숙해졌던 것 이다. 그 날 한스는 열차에서 내리고 호텔에 들어가서 벌러덩 드러눕고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석조 건물...'


이제는 건물이 석조인지 목재인지, 포격에 취약한지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건물에서 저격수를 배치하기 좋은 자리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근데 무의식적으로 한스는 전차가 지나가기 좋은 길을 계산하고 있었다.


'대학도 다니고 공부도 해야지..'


그렇게 한스는 푹 잠에 들었다. 꿈 속에서 한스는 여전히 참호에 있었다. 속옷은 이가 바글거렸다. 한스는 숨겨두었던 빵을 꺼내보니 절반 정도는 쥐새끼가 먹어버린 참이었다.


"망할 놈의 쥐새끼같으니!!"


그 때 누군가 외쳤다.


"포격이다!!"


한스는 등이 땀에 젖은 채로 꿈에서 깨었다.


'시발!!!'


한스는 거울을 보면서 면도를 하며 생각했다.


'이러다 대학도 가기 전에 정신병 걸리겠어!! 일단 집에 돌아가자..'


한스는 어머니, 엠마의 집에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차마 에밀라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스는 꼬깃꼬깃해진 어머니의 편지를 읽었다. 아버지 요제프는 베를린에 취직했고, 엠마는 아직 브레멘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긴 여행이 끝나고 한스는 터덜터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일부러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조만간 그 엿같은 퍼레이드를 다시 나가야 했다.


'이런 곳 이었나...'


왠지 예전에 기억하던 그 마을에 비해서 뭔가 작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스는 왠지 모르게 어머니를 보는 일이 불편했다.


'여관에서 잘까...'


어느덧 집 근처였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돌아가자...'


그 때 누군가가 한스를 바라보았다.


"한스?"


몇 년 동안 가까이서 듣지 못했던 그 목소리, 퍼레이드 할때 수 많은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도 들리던 그 목소리. 한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40대 초반의 한 여인이 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엠마는 못 믿겠다는 듯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는 한스가 예전에 총알을 맞고 없어진 귓볼과 얼굴에 있는 이런 저런 상처를 발견하고는 엠마는 입을 크게 벌렸다. 한스가 무심하게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엠마는 한스를 껴안으며 숨도 쉬지 못했다.


"한스..한스...그 동안 어디 있었니..."


엠마는 그렇게 한스를 안으며 흐느꼈다.


"흑흑...으흑...내 아들..."


한스는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애써 참았다. 도대체 왜 휴가 때도 어머니를 한 번도 찾지 않은 것인지,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한스는 애써 침을 삼키며 울음을 참았다.


"저는 괜찮습니다. 물 혹시 있습니까?"


너무나도 변해버린 한스의 말투였지만 엠마는 한스의 뺨을 쓰다듬고는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엠마는 한스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잔뜩 해놓고는 한스 옆에 앉아서 먹는 것을 구경하였다. 한스는 예전에도 말이 없었지만 이제는 말투나 행동이 완전히 군바리가 되어 있었다. 엠마가 애틋한 눈으로 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사히 돌아와줘서 고맙단다.."


식탁 위에는 요리가 풍성했고, 엠마도 꽤 좋은 옷을 입고 있었다. 집에 가구들도 다 바뀐 것 같았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돈을 보내긴 했어도 이 정돈 아니었는데?'


엠마가 새로 바뀐 쇼파를 보며 말했다.


"그..아버지가 설계도를 팔아서 꽤 돈을 벌었단다. 조만간 모두 베를린으로 이사갈거야. 그 뮐러씨 공장에서..."


한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외쳤다.


"뭐...뭐라고요?? 아버지가 어디 취직했다고요?"


요제프가 뮐러씨 공장에 취직했다는 사실을 엠마가 말했다. 한스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시발 망할 좆같은 새끼!! 그 새끼 당장 죽여버려야!!'


엠마가 말했다.


"조만간 선물을 사서 네 아내를 보러 가자꾸나."


한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그건...이혼할건데..."


"그게 무슨 소리니?"


한스가 말했다.


"저는 이혼할 생각입니다."


한스는 차마 자신이 전쟁에서 너무 끔찍한 일을 저질렀고 매일 악몽에 시달릴만큼 정신 상태가 망가져서 이혼한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엠마는 한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책임은 져야하지 않겠니?"


한스가 말했다.


"도..돈을 보내주면..."


엠마가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니?"


순간 한스의 마음 속에 아름다운 에밀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스는 얼굴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엠마는 한스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일단 베를린에 같이 가자꾸나."


엠마는 베를린의 갈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옷 중에 가장 예쁜 드레스를 골랐다. 한스는 엠마와 함께 에밀라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갔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이러면 이혼 못하는데!! 그 망할 새끼가 취직을 하는 바람에!! 시발!!!'


한스는 보석가게에 가서 엠마에게 목걸이를 사 주었다. 보석가게 주인이 외쳤다.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부인!"


엠마는 어색한듯이 목걸이를 끼며 거울을 보았다.


"이..이런 것은 필요없는데..."


한스가 돈을 지불하고는 보석가게를 나왔다.


"영지가 나와서 어머니는 이제 돈을 버실 필요 없어요."


엠마는 계속해서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굳이 이런걸..."


그렇게 한스는 엠마와 함께 에밀라와 장모님, 뮐러씨에게 드릴 선물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한스는 어머니 엠마와 함께 베를린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어머니가 말했다.


"어서 손자들을 보고 싶구나!"


한스는 양복을 차려입고 뮐러씨 댁을 방문했다. 뮐러 부인이 한스와 엠마를 반겼다. 그 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한스?"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에밀라가 멀리서 한스를 보고 있었다.


"에밀라!"


에밀라가 달려와서는 한스의 품에 안겼다. 은은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한스는 몸이 굳는 것 같았다.


뮐러 부인이 흐뭇한 마음으로 이 광경을 보며 엠마에게 말했다.


"차를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엠마와 뮐러 부인은 안으로 들어가고, 에밀라는 한스 품에 안기고는 가슴에 얼굴을 부볐다. 에밀라는 애써 울음을 참고 있었다. 한스는 에밀라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몇 년에 걸쳐서 참호, 철조망, 기관총, 전차, 야포, 박격포, 유산탄, 수류탄, 화염병 등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에밀라의 포옹 한 번으로 그 모든 것이 잊혀지는 것 같았다. 왜 사람을 죽여야 했는지 그 조차도 머리 속에서 완전히 잊혀졌다.


에밀라가 고개를 올려 한스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예뻤나..'


에밀라가 한스를 향해 미소지었다. 한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한 번 더 임신시키고 싶다...'


작가의말

전투씬이 너무 길어서 늘어지는 것 같아서 1차 대전 이후 한스의 이야기를 써봅니다! 전간기 때 한스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독자들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서, 댓글 주시면 1차대전 1부 완전히 끝나고 전간기 에피소드 쓸 때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위 스토리는 앞으로 약간 바뀔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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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외전)2차대전 후 앙뚜완과 피크의 이야기(완) +22 21.07.16 517 14 15쪽
342 외전)2차대전 후 앙뚜완과 피크의 이야기 3 +10 21.07.16 504 12 12쪽
341 처형 +5 21.07.16 549 19 11쪽
340 외전)2차대전 후 앙뚜완과 피크의 이야기 2 +4 21.07.15 512 16 11쪽
339 부대 깃발과 완장 +11 21.07.15 537 18 11쪽
338 계략 +9 21.07.14 533 19 11쪽
337 뻘밭 +9 21.07.13 535 19 11쪽
336 미리 보는 1차대전 이후 한스의 이야기 2 +9 21.07.12 626 17 12쪽
335 기념품 +7 21.07.12 543 17 11쪽
334 빡빡이가 된 파이퍼 여단 +6 21.07.11 572 20 11쪽
333 독감 +11 21.07.10 555 20 11쪽
332 사자와 호랑이 +12 21.07.09 587 20 13쪽
331 준장이 된 한스 +11 21.07.08 666 20 11쪽
» 미리 보는 1차대전 이후 한스의 이야기 +7 21.07.07 662 17 11쪽
329 파괴된 숲 +3 21.07.07 487 17 11쪽
328 연료 +7 21.07.06 504 15 11쪽
327 인계 철선 +2 21.07.05 518 16 12쪽
326 카운터 어택 +5 21.07.04 534 15 13쪽
325 생울타리 +2 21.07.03 538 18 11쪽
324 공세 +11 21.07.02 536 17 11쪽
323 장난 +11 21.07.01 540 19 11쪽
322 사냥 +14 21.07.01 536 18 12쪽
321 용접 +3 21.06.30 592 17 11쪽
320 2차대전 에피소드 : 2차대전 중전차 중대장 스테판 파이퍼 +10 21.06.29 604 15 13쪽
319 통통 XX +7 21.06.29 541 17 11쪽
318 지크프리트 4인조의 정찰 +6 21.06.28 559 18 12쪽
317 외전)2차대전 이후 앙뚜완의 이야기 +10 21.06.27 610 16 14쪽
316 전쟁 +7 21.06.27 574 17 13쪽
315 장애물 +7 21.06.26 580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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