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에피소드 : 2차대전 중전차 중대장 스테판 파이퍼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스테판은 어린 시절 아버지 한스에게, 자신이 창녀한테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그 이후로 다시는 아버지를 보지 않고 할머니 엠마와 할아버지 요제프와 함께 살았다.
요제프는 스테판에게 기계 공학을 가르켜주며, 자신처럼 기술자가 되기를 원했지만 스테판은 늘 자신이 얹혀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무리 잘해주어도, 프랑스인 매춘부 어머니의 사생아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스테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었던 것 이다.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결국 스테판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반대를 무릎 쓰고는 오토처럼 군사 학교에 가게 되었다. 요제프는 차마 스테판에게 뭐라고 하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결국 이 녀석까지...'
기차역에서 할아버지 요제프 파이퍼와 할머니 엠마 파이퍼가 스테판에게 손을 흔들었다. 스테판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며 생각했다.
'훌륭한 독일 군인이 되는 거야!! 그러면 나도 여기서 살 자격이 있어!'
그렇게 스테판은 오토와 함께 군사학교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르고, 오토 파이퍼는 티거로 이루어진 중전차 중대장이 되어 독일의 영웅으로 동부전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몇 개월 뒤, 스테판 또한 티거 중대장이 되었다. 치열했던 전투 이후, 스테판은 해치를 열고 중대장 전차에서 밖으로 나왔다.
"켁...켁..."
여기저기서 소련 전차들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이덴이 외쳤다.
"적 전차 7대 격파와 야포 4문 모두 격파 완료했습니다! 아군 피해는 없습니다!"
스테판이 속으로 생각했다.
'오토는 34대를 격파했지..'
여기저기에는 소련 병사들의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 하이덴은 발로 소련 병사들의 시신을 뒤집으며 머리에 확인 사살을 했다.
탕! 타앙!! 탕!!
정비병들은 전차를 손보고 있었다. 전열을 가다듬자마자 또 다른 곳으로 부대를 이동해야할 것 이었다. 스테판은 담배를 피우고는 술을 마시며 나무에 기대 앉았다. 장전수로 들어온 한 신병이 똥오줌을 지린채 넋이 나가서 벌벌 떨고 있었다.
"어버..어버버..."
고참들은 그 신병을 보고 낄낄거렸다.
"조만간 익숙해질거야!"
그 때, 아직 숨을 헐떡이는 한 소련 병사의 시신이 스테판의 눈에 띄었다. 스테판은 권총을 가지고 그 쪽으로 걸어갔다.
"흐끅...흐끄극...엄마...엄마..."
많아봤자 16살 정도로 보이는 그 어린 소련 병사는 창자가 쏟아진 채로 흐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치료해줘봤자 살지 못한다.'
스테판은 그 소련 병사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
"으...흐흑...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스테판이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죽을텐데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하지만 스테판은 호기심에서였는지 잠시 총을 내리고 그 어린 소련 병사의 얼굴을 관찰하였다. 스테판이 총을 내리자 그 어린 병사의 얼굴에서 공포가 약간 스러진 듯 했다.
"끄극...끄그극..."
어린 병사의 창자에는 이미 파리가 꼬이고 있었다. 스테판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내버려두고 가야지...'
타앙!!
그 때, 옆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오토 파이퍼가 총을 쏜 것 이었다. 공포와 안도감을 느끼던 어린 소련 병사의 얼굴 아래쪽이 완전히 날라갔다. 놀랍게도 눈은 평화롭게 감겨 있었다. 스테판이 멍하니 이 광경을 쳐다보는데, 오토가 외쳤다.
"포로는 없다!! 죽은 것 같아도 확인 사살은 확실히 해야 한다!!"
스테판이 걸어와서 말했다.
"총알이 아깝잖아."
오토는 머리가 으깨진 어린 소련 병사를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자네도 조만간 곡엽 기사 철십자 훈장을 받을 수 있을 걸세!"
스테판이 중얼거렸다.
"훈장이고 나발이고 잠이나 자고 싶네."
그로부터 얼마 뒤, 스테판은 휴가를 가게 되었다. 열차를 탄 군인들은 모두 기뻐하고 있었다.
"가게 되면 난 휴가 내내 그것만 할 거야!!"
"누구랑?"
"매일마다 창녀를 바꿔가면서 해야지!"
스테판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스테판은 자신이 창녀한테서 태어났다는 것 때문에 단 한번도 그런 곳은 가본적이 없었고 이런 소리를 듣는 것 조차도 기분이 좆 같았다. 스테판은 선물 상자를 보며 생각했다.
'할머니 댁에 가야지...'
그렇게 스테판은 자신의 할머니인 엠마와 요제프의 집을 방문했다. 엠마가 뛰쳐나오며 스테판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스테판!!"
"안녕하세요."
스테판은 선물 상자와 군용 빵을 내밀었다.
"할아버지는요?"
"바빠서 아마 늦게 돌아오실거야."
엠마는 스테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다친 곳은 없니? 오토는 잘 있니?"
"저는 괜찮습니다. 오토도 잘 있어요."
탁자 위에는 스테판과 오토의 기사가 잔뜩 스크랩되어 있었다. 스테판은 밥을 먹고는 말했다.
"시장에서 고기라도 좀 사올게요."
"그래. 부탁한다."
고기를 사는 것도 있었지만 스테판에게 있어서는 집이 무척 불편했다.
'맥주나 마시다 와야지..'
"맥주 한 잔 주십시오!!"
술집에는 노인들 밖에 없었고 맥주의 맛은 엿 같았다.
'차라리 보급 슈납스가 더 맛있군..'
스테판은 차마 맥주를 다 마시지 못하고 식당을 나서서 시장으로 걸어갔다.
'전쟁터보다 우중충하군...'
그 때, 2층 발코니에서 맥주를 마시던 아주머니가 실수로 맥주잔을 떨어트렸다.
와장창!!
"으악!!!"
스테판은 자신도 모르게 겁에 질려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한 여인이 스테판의 가슴에 얼굴을 부딪쳤다.
"꺄악!!"
빨랫감을 들고 가던 한 여인이 빨래를 모조리 바닥에 엎질렀다. 스테판이 황급히 사과했다.
"죄..죄송합니다!!"
빨랫감을 다시 줍은 여인의 표정은 당혹스럽기 그지없았다. 스테판이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여인은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겨우 다 빨았는데..."
스테판은 낑낑대며 빨랫감을 여인의 집으로 운반해주었다. 여인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거기 두세요."
여인은 다시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스테판이 말했다.
"도..도와드리겠습니다!"
스테판은 여인의 빨래를 도와주었다. 예상보다 훨씬 잘 빠는 것을 보고 여인이 깜짝 놀랐다.
"잘 하시네요?"
"군사 학교 시절에 이런건 질리도록 해봤습니다!!"
스테판은 슬쩍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갈색 머리의 밤색 눈이 꽤나 귀여웠다.
"저는 스테판이라고 합니다!"
여인이 대답했다.
"저는 그리타에요."
결국 스테판의 도움으로 빨래를 마치고, 그리타는 순무 이파리를 내밀었다.
"이거라도 드시고 가세요."
스테판이 순무 이파리를 쳐다보자 그리타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제가 돈이 없어서...이거 말고는 대접할 것이 없네요..저희 부모님 모두 공습으로 돌아가셨거든요..."
스테판이 말했다.
"제가 식사를 사 드리겠습니다."
스테판은 그리타와 함께 아까 전에 맥주 맛이 지독했던 식당으로 걸어갔다. 슈니첼 같지 않은 슈니첼이 나왔고, 그리타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저러다 체하지..'
스테판은 맥주 하나를 더 시켰다.
그리타는 순식간에 슈니첼을 모조리 먹어치우고는 말했다.
"고..고마워요...나중에 꼭 갚을게요."
스테판이 말했다.
"아닙니다. 어차피 전쟁에선 돈 쓸 때가 없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둘은 그리타의 집 방향으로 걸었다. 그리타는 약간 긴장했다.
'군인이 밥을 사주는건...결국...'
그리타는 스테판이 싫지는 않았지만 여태까지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두려웠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점점 자신의 집은 가까워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문 앞에서 그리타는 얼굴이 상기된 채로 눈을 내리깔았다. 어둑어둑해서 뺨이 붉어진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스테판이 말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타는 깜짝 놀랐다.
'아..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어?'
스테판은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타가 외쳤다.
"저...저기!"
스테판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타가 외쳤다.
"가..감사해서 내일 오시면 커피라도 드릴게요!!"
스테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떠났다. 그리타는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쿵쾅거리는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스테판이 생각했다.
'아!! 고기 사는거 깜빡했다!!'
스테판은 저녁 늦게야 집으로 돌아갔고, 집에는 요제프가 담배를 물고는 설계도를 보고 있었다.
"스테판, 왔구나!!"
요제프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스테판의 어깨를 두드렸다. 스테판이 속으로 생각했다.
'기술자가 되라는 할아버지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어느덧 밤이 되고 스테판은 침대에 누웠다. 전투때는 늘 수면부족에 시달려서 편하게 침대에서 자는 날이 오기만을 고대했는데, 막상 푹신한 침대에 누웠어도 신경이 곤두서있어서 도무지 잠이 들지 않았다.
'시바알!!!!'
다음 날, 그리타는 설레는 마음으로 스테판이 오기를 기다리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괜한 기대하지 말자..나한테 별 관심 없어보였어...'
하지만 그리타는 오랜만에 살짝 화장을 해보았다.
'너무 수척해졌어...'
어느덧 저녁 5시가 되었고, 그리타는 실망한 마음을 애써 감추었다.
'내가 무슨 기대를...'
똑똑
그리타는 문 앞으로 달려가보았다.
'설마?'
잠시 뒤, 둘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타는 얼굴이 상기되는 것을 느꼈고, 스테판의 눈을 잘 쳐다볼 수 없었다.
"다음 주 부터 공장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거에요."
스테판이 말했다.
"다행이군요. 봉급은 어느 정도 됩니까?"
"얼마 되지 않아요. ^*&%"
"그 정도로는 생활이 힘들지 않을까요?"
"밥만 먹을 수 있으면 괜찮아요."
한참을 대화를 하였고 그리타가 속으로 생각했다.
'나한테 별 관심이 없나봐.'
그 때 스테판이 입을 열었다.
"그리타양,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네?"
그리타가 밤색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물었다.
'무..무슨?'
"장난...이시죠?"
스테판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스스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싫으셨다면 죄송합니다."
"아..싫...싫다는 것은 아니고..."
스테판이 말을 이었다.
"제 휴가는 얼마 남지 않았고 전쟁터로 돌아가면 돈을 쓸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와 결혼하고 혹시..."
스테판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을 이었다.
"제가 돌아오지 못할 경우에 그리타 양에게 연금이 나오는데 이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차마 그리타는 스테판에게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지..진심이야?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
스테판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리타의 밤색 눈을 피하고는 중얼거렸다.
"무..물론 싫으시면 이혼할 수도 있습니다. 수...숙녀분에게 실례되는 말을...죄송합니다."
스테판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타가 말했다.
"해..해도 괜찮아요."
스테판이 말했다.
"그러면 내일 다시 와도 괜찮습니까?"
"네...기..기다릴게요..."
그렇게 스테판은 그리타의 집에서 나갔고, 그리타는 식탁에 앉아서 이 상황을 돌이켜보았다.
'마...말도 안돼...'
그렇게 다음 날, 스테판은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그리타와 결혼식을 올렸다. 엠마가 눈물을 흘리며 그리타의 손을 잡아주고는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타는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그리타 파이퍼]
티거의 포신에서 발사되는 88미리 철갑탄처럼 초고속 결혼식을 올리고, 스테판은 그리타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리타가 망설이다가 물었다.
"저...휴가는 언제까지에요?"
"7일날 돌아가야 합니다."
'그..그렇게 빨리...'
"다음 휴가는 언제쯤 인가요?"
스테판이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3개월 내로는 볼 수 있겠죠?"
스테판이 머뭇거리다가 사실대로 말했다.
"최소 1년 정도는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타의 밤색 눈이 놀란듯이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그리타가 생각했다.
'마..말도 안돼...우리가 같이 있을 시간이..'
스테판이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가서 잠이나 자야지...'
그렇게 스테판이 돌아서고 7발자국 갔을 때, 그리타가 외쳤다.
"기다려요!!"
그리타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다..당신은 이제 제 남편이에요..."
그 날은 달빛이 매우 희미했다. 결국 스테판은 그리타의 집에 들어갔다. 식탁 위에는 입도 대지 않은 두 잔의 컵이 놓여 있었다.
조용하면서도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고 새 생명이 잉태되었다.
- 작가의말
이번 회차 삭제 장면 성인판에 올라갔습니다!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