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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운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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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은깨비
작품등록일 :
2012.04.05 01:07
최근연재일 :
2012.04.05 01:07
연재수 :
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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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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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1
글자수 :
427,977

작성
11.12.0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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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봉황대기 44 - VS 백상고 (4) 의문 그리고 또 의문

DUMMY

Chapter 44


“하아, 하아…….”

흐릿한 눈초리로 타석에 선 양인호를 바라봤다. 강인한 몸에 흐르는 강자의 여유. 날카로운 눈초리. 아무리 봐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유, 분명 얻어맞는 이유가 있을 거야. 왜 얻어 맞고 있는 지를 알아내야 해. 아니면 양인호를 잡아낼 수 없어.’

1, 2, 3번이 모조리 안타를 쳤다. 그것도 빠른 공들을 아주 손쉽게 잡아 냈다. 아무리 백상고가 명문이어도 이건 아니었다. 광주제일고도 이렇게 압도적일 순 없었다.

‘일단 얻어맞지 않은 커터로 카운트를 하나 잡자.’

겨우 1회인데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이렇게 9회를 뛴다면 오븐에 넣은 버터처럼 몸이 녹아 내릴지도 몰랐다.

‘그래. 커터로 외곽 좋은 곳에 하나 찔러봐.’

형진이가 동의하자 심호흡한 뒤 팔을 움직여 봤다. 잘 굽혀지지 않는 팔꿈치와 감각이 사라진 손가락. 완전히 만루 때와 같은 증상이었다.

“차합!”

온 기력을 짜내 공을 던졌지만 힘없는 공이 날아가다 볼 코스로 크게 빠졌다. 이건 뭐 커터도 아니고 구질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엉성했다.

“젠장! 제발 좀 들어가라!”

만약에 또다시 응암고 때와 같은 공을 던진다면 양인호는 망설이지 않고 홈런을 칠 것이다. 아무리 고교 야구에서 홈런이 드물다지만 그런 엉성한 공은 맞으면 백이면 백 넘어간다!

“다시 간다!”

직구와 같은 모션, 그리고 좀더 강렬하게 꺾어 채는 손목의 감각. 날아간 커터는 이전보단 나았지만 역시 엉성했다.

“볼!”

형진이가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차마 겁이 나 등 뒤는 돌아보지도 못했다. 괜히 녀석들을 의식하자 뒤가 불안하고 목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커터는 안 되나.......'

잇단 제구 실패. 더이상 고집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커터를 포기하고 체인지 업 그립을 쥐었다. 계속 던져 보니 팔이 굳어진 상황에서도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몸의 움직임을 최대한으로 늘려야 해. 감각이 별로 없는 팔을 무시하고 몸으로 메워야 한다. 그리고 남은 손가락의 감각을 최대한 이용해서 챈다!’

변화구 하나 던지는 데 정말 온 심력을 기울였다. 폼마저 무너질 정도였다. 땅을 밟고 공을 밀듯이 채자 체인지 업이 날았다. 공이 직구와 같이 뻗다 스트라이크 존 근처에서 하강했다!

“됐다! 이번엔 제대로 던졌다!”

평소의 체인지 업보단 떨어지지만 그래도 변화의 모양새는 갖춰져 있었다. 날아오는 체인지 업에 양인호의 배트가 꿈틀, 움직였다.

터업

“볼!”

하지만 결국 배트는 휘둘러지지 않았다. 마치 읽기라도 한 듯 비웃음 섞인 미소를 흘리는 양인호에게 난 절망감을 느꼈다. 그러다 불현듯 오기가 치솟았다.

‘이 새끼, 날 깔봐?’

온 몸의 피가 머리로 쏠렸다. 이빨을 뿌득 갈며 직구의 그립을 쥐었다. 날카롭게 뜬 눈으로 미트를 응시했다. 이제 체인지 업이고 양인호고 다 필요 없어.

‘저기로 던진다. 칠 수 있으면 쳐 봐라 이 개자식아!’

“흐아압!”

움직이지 않는 팔을 강제로 꺾어 굽혔다. 팔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대로 팔을 돌려 빠른 공을 챘다!

쐐애액!

제구와 볼 끝은 한 보 양보하더라도 속도 하나만큼은 제법 나왔다. 130km 중후반의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탐욕스럽게 노렸다.

“후우웁.”

그 순간 양인호 주변의 공기가 요동쳤다. 타석에서 섬뜩한 기세, 광폭한 투지가 터져 나왔다!

“으읏!”

저 배트가 마치 날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거대한 위압감에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젖혔다. 바로 그때 빛살 같은 스윙이 더운 공기를 갈랐다.

따아악!

“이, 이런! 장타다!”

엄청난 타격음에 귀마저도 얼얼했다. 그대로 밀어친 타구가 라인 드라이브 궤적을 그리며 외야를 뚫었다. 총알 같은 속도에 외야수는 감히 공을 잡을 생각조차 못했다.

“중계…… 3루로!”

소리칠 기운마저 없었다. 이미 3루 주자는 홈 인, 1루에 서 있던 임영희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 홈으로 쇄도했다. 성래가 필사적으로 달려 송구했다. 3루로 날아가던 공을 김석곤에 중간에 끊었다. 이미 3루는 가망이 없었다!

“김석곤! 백 홈이다. 홈에서 잡는다!”

빠른 송구, 그리고 김석곤은 이번엔 실수하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포구한 순간 공을 쥐고 홈으로 공을 뿌렸다.

“막아 형진아!”

하지만 공은 한 박자 느렸다. 이미 형진이가 공을 받았을 땐 임영희가 바로 눈 앞까지 달려와 있었다. 녀석 둘이 격돌했다. 달려오던 임영희가 형진이를 밀쳐버리고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세잎, 세잎!”

“아자! 역전타!”

저 빌어먹을 임영희가 방정맞게 깐죽 거리며 벤치로 돌아갔다. 엎어진 형진이와 망연자실한 팀원, 그리고 직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친 양인호. 그때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서, 설마?”

급하게 1루로 고갤 돌렸다. 양인호가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

“알았다, 알았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의문이 풀리자 울화가 치솟았다. 생각해 보면 녀석들 모두 체인지 업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무시하거나 아니면 치려는 시늉만! 그리고 직구에는 집요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렇다면 뻔한 일이었다.

“이 모든 게 전부 작전이었어. 내가 화장실에 가자 따라와서 작전대로 지껄인 것이었구나!”

이 개 같은! 백상고는 고작 그 몇 마디로 노림수를 숨김과 동시에 체인지 업이라는 내 좋은 구질 하나를 모조리 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자식들이 처음부터 노렸단 건 체인지 업이 아니라 직구였어. 내 직구를 치는 연습을 해 왔던 거야!”

그거라면 모든 타자가 빠른 직구에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쳐 낸 것이 모조리 설명 되었다. 그리고 아마 번트를 댄 것도, 내가 번트엔 직구를 던진다는 걸 미리 파악했기 때문이리라.

‘이건 나에 대해 알 고 온정도가 아니야. 투구 배합, 습관, 그리고 성격까지 모조리 연구 해 온 거야.’

오로지 날 철저하게 무너트리기 위해서!

실로 대단한 집념이었다. 그리고 그걸 깨닫자 위기감이 엄습해 왔다. 상대에게 밀렸다고 생각하자 계속 안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이 돌았다.

“일단 볼 배합부터 바꿔야 해.”

다음에 올 공이 뭔지 알면서도 못 칠리는 없었다. 그것도 정교하고 집중력 있기로 유명한 백상고 타선이. 즉시 배터리 타임을 불렀다. 마스크를 벗은 형진이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녀석도 뭔가 이상하단 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맞고 있는 이유를 알았어.”

“그, 그래? 다행이다. 난 솔직히 이상하긴 했지만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더라구.”

난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을 빠르게 형진이에게 설명했다. 녀석은 그리고 최종적으로 녀석들이 직구를 노리고 있다는 것 역시도. 형진이의 얼굴이 찌푸렸다가 다시 밝아졌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해. 체인지 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네 원래 투구를 하면 돼.”

“체인지 업을?”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녀석들이 체인지 업을 지목한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로 내 투구에서 유일하게 완급을 조절해 주는 구질이 바로 체인지 업이다.

투구란 그냥 빨리 던진다고 좋은 게 아니다. 빠른 공 뒤엔 느린 공, 바깥쪽 다음엔 안쪽. 수십 가지 패턴과 완급 조절로 타자를 흔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인지 업은 아주 좋은 구질이었지. 녀석들이 일부러 지목한 것도 이유가 있었어.’

미트로 입을 가린 형진이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혹시 싱커를 쓸 수 있어?”

“싱커를?”

확실히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솔직히 곤란했다. 아직 싱커는 완숙에 이르지 못했다. 두 개 중의 하나는 어설프게 들어간다고 봐야 했다. 실전에서 쓰기엔 너무 위험한 구질이었다.

“아직 미숙한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리에겐 이런 구질도 있다, 보여주는 의미로 족해.”

“……그래. 한 번 해 보자.”

형진이를 내려 보내며 전광판을 보았다. 불이 들어와 있지 않은 아웃 카운트. 아직 단 하나의 아웃도 잡지 못하고 안타만 얻어맞고 있었다.

“……정신 차리자.”

나만의 경기가 아니었다. 동생을 위해 꿈을 포기한 명원이의 숙원이 달린 경기였고 앞으로 나아갈 우리 모두의 꿈을 간직한 경기였다. 나 혼자만의 실수, 도망과 변명 만으로 끝낼 순 없었다. 절대로.

“플레이!”

심판의 구령 뒤로 나는 비장한 각오를 품은 채 마운드에 섰다. 타석엔 5번 타자가 미소 지으며 들어오고 있었다.


필사적이 되면 누구나 강해지기 때문일까, 더 이상 1회의 추가 득점은 없었다. 5번 타자를 상대로 뿌린 싱커가 운 좋게도 기가 막히는 코스로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심판의 이 한마디에 백상고 벤치가 우르르 일어섰다. 타자는 당황한 나머지 벤치를 주시했고 한철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뒤로는 쉬웠다. 준비를 철저히 했기 때문인지 싱커를 더더욱 의식하고 있었다.

“기대한다면 던지지 않는 게 또 내 스타일이지.”

절대 상대방이 원하는 공은 던지지 않는다. 혹시 던진다고 해도 확실한 볼 코스로! 이건 내 신념과도 같은 야구 철칙이었다.

5번 타자는 싱커와 비슷한 체인지 업에 헤매다 내야 땅볼을 쳤다. 최대호가 능숙하게 아웃을 뽑아냈고 그 뒤로는 쉬웠다. 싱커와 커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더 이상 초반의 그 무서움은 없었다.

“스트럭 아웃! 체인지!”

심판의 그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어떻게든 1회는 넘겼다. 하지만 계속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왜지? 왜 만루가 아닌데 팔이 굳었지?’

이것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가 않았다. 지금껏 이런 경우는 없었다. 어렴풋이 짐작해 보자면, 응암고와의 일전 이후에 더 증상이 심각해 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대호나 강진철의 기세만 봐도 가끔 팔이 저릿저릿할 때가 있었어 .’

보다 경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되어서 일까, 아니면 더 심각해 지려는 징조일까. 지울 수 없는 불길함을 간직한 채 타석으로 향하는 동료의 등을 바라보았다.

광진의 두 번째 공격이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_- 노트북 어뎁터가 맛이 갔습니다. 오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올릴 수 있었는데 충전이 안되서 노트북이 픽 꺼져버리는 바람에 컴으로 올리느라 늦어졌습니다.
근데 컴으로 쓰니까 순식간에 뚝딱 써지네요. 2연참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느낌.......!
그나저나 저도 글 제목좀 단정하게 바꿔 봐야겠습니다. 막상 보니까 어지러운 느낌이랄까? 한자도 좀 넣고 때깔나게 바꿔서 홍보도 해 볼까요 ㅎㅎ
아 맞다 생각난 김에 홍보나 하러 가 봐야겠습니다. 슈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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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봉황대기 46 - VS 백상고 (6) 체인지 +8 11.12.11 2,974 16 12쪽
46 봉황대기 45 - VS 백상고 (5) 더이상 못 참아 +7 11.12.10 2,891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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