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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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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4.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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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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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쪽

제 643화 1세계, 2세계, 3세계가 모이는 곳.

DUMMY

“오늘 레지나 연합이 분주한걸.”


“오늘로 그동안 4세계를 양분했던 두 세력이 완전히 하나의 세력이 되었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


지황 금호 차오린은 앞에서 종종걸음으로 쟁반을 나르는 레지나 연합의 공주 개체를 보며 인왕 달래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래.... 그 빌어먹을 전쟁이 끝난 것이 실감이 되네.”


네메시스 세력과 야누스 세력. 4세계에 난입하던 수백의 세력은 모두 흡수되거나 전멸하여 두 세력을 중심으로 괴물들은 뭉쳤고 4세계의 중심인 이곳을 두고 피를 흘렸다.

1세계, 2세계, 3세계. 각 세계에서 날고 기는 영웅이나 악당, 혹은 중립. 온갖 힘이 있는 미치광이나 희대의 천재들이 이곳에서 뼈를 묻었고 사기 능력이 판을 치는 지독한 전쟁 속에 살아남은 이는 거의 없었다.

야누스와 네메시스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괴물들의 혈투는 네메시스가 최초의 문스톤 무기인 루나로 야누스의 날개를 잘라냄으로써 승리를 따내었고 그것으로 오랫동안 내전 상태인 4세계는 마침내 하나의 지배자만이 남았다.

그리고 오늘은 그로부터 100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네메시스가 야누스를 포용함으로써 두 세력은 하나로 되어야만 했기에 당연하게도 괴물들은 치고받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이 바로 오늘이었다. 그렇기 눈앞에 레지나 연합이 분주하게 음식을 옮기는 것도 그 이유였다.

호박이나 고구마, 혹은 어디서 잡았는지 알 수 없는 고기 등이 많이 보였으나 향신료나 고도로 조리된 음식은 보이지 않는다. 그 모습에 달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가 이제 4세계 괴물이긴 해도. 인간 출신이다 보니 제대로 된 인간 요리가 아니면 입에 안 맞았기 때문이었다. 4세계에서 온 초기에는 살기 위해서 죽은 괴물의 살에 입을 댔지.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수확할 수 있는 작물 종류가 적지만. 시간이 지나면 늘어날 거야. 그러니 너무 불만을 품지 마. 달래.”


“그래도 말이지... 어느 종족인지 알 수 없는 생고기를 뜯어 먹는 것은 좀 그렇다고. 애초에 인간은 구워 먹는 종족이지. 생고기를 먹는 호랑이가 아니라고.”


“지금은 우리 둘 다 괴물이니. 상관없잖아~.”


“먹을 수 있는 것과 맛은 별개라고 생각하는데.”


달래는 한숨을 내쉬며 네메시스의 결계 내부를 둘러보았다. 결계 바깥에서 레지나 연합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고 일부 거대한 말벌로 보이는 것들이 쇠사슬을 엑스트라 괴물들의 목에 걸고 감시하고 있었다. 4세계 세력을 키우기 위해 잡아들인 노예들이었다. 이전부터 세력을 돕는 엑스트라 괴물들은 저런 사슬을 걸지 않았으나 그들은 매우 적었고 대부분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강제 노동을 하고 있었다. 네메시스의 이름으로 노예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저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잖아. 이 4세계에 오는 이들의 질은 너무 나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우리 등에 갑자기 칼 꽂을 때도 많다는 거 알잖아.”


“알아..”


그래도 불만스러운 것은 별수 없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저것이 옳다고 판단되기도 했다. 4세계에 오는 이들은 기본적인 법치나 도덕 같은 것은 버린 것은 물론. 남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나 자기만의 이익을 취하는 소시오패스 등. 하나 같이 해를 가하려는 성질이 많았고 666의 괴물들의 압도적인 폭력이 겨우 그것을 억누르게 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의 시야 한구석에서도 감시하던 레지나 연합을 죽이고 탈출하려던 엑스트라 괴물이 건수를 기다리고 있던 엘리스에게 잡혀 산 채로 해체되며 다른 엑스트라 괴물들이 딴생각 품지 못하도록 유지하고 있었다.

4세계 괴물이 된 존재들 대다수가 법보단 자신의 욕구에 기반을 두는 폭력을 중히 여기기에 대다수 666의 괴물들이 노예제에 찬성했고 차오린은 노예제로 가다가 전환하는 방향이기에 찬성표를 던졌다.


“앞으로 교육과 재사회화를 해야 할 테니. 그때까진 참아.”


끄덕.


앞으로 저 저질스러운 엑스트라 괴물들을 교육하여 4세계에 사회를 이룰 인원으로 쓸 수 있게 해야 하겠지. 사회적 구조가 아무것도 없는 맨땅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이기에 달래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래도 이전처럼 괴물들끼리 서로 죽이는 전쟁 상황이 아니므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워낙 격한 전쟁이라 강하다고 자부하는 그녀도 몇 번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 때문이었다. 그거에 비하면야... 엑스트라 괴물들을 힘으로 억누르고 재교육하기가 쉽겠지.


“그런 의미로 기분 전환이나 할래?”


“?”


차오린이 황금빛 꼬리를 들어 재료를 옮기는 레지나 연합 공주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그 위에 있는 쟁반이었다.


“둘이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요리나 해보자.”


“난 자신은 없지만...”


기껏해야 떡을 빚는 정도라 자신이 없었다. 멱을 따 버리고 내장을 뽑아버리는 건 인왕이나 괴물로서 익숙한 일이지만. 인간일 때나 괴물일 때나 요리를 제대로 한 적은 없었다.


“우후후. 인간과 오래 함께해온 크립트의 대요괴가 곁에 있는데 뭐가 문제야?”


“그렇지만 여긴 맨땅이나 다름없잖아? 조리기구는?”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666의 괴물들이 치고받기 바빠서 솔직히 말하면 황량한 대지만 네메시스 결계 내부에 펼쳐져 있었고 그것 때문에 대다수 666의 괴물들은 심심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런 곳에 조리기구는커녕 철로 만들어진 냄비만 발견하더라도 기적이겠지.


“구하면 되지.”


어흐으으으으으으으흥!!!!!!!!!


차오린의 포효가 하늘을 가르자. 주변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있던 666의 괴물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


“시기의 오메가~! 바쁘지 않으면 잠시 여기 와봐!”


파지지지지지직!!!!


한순간. 공간을 가르고 오메가가 무감정한 눈으로 나타나 차오린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요리할 주방 좀 만들어 줄 수 있어?”


“......?”


“솜씨 발휘해서 요리 좀 하려고. 너의 마스터인 네메시스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해줄 거지?”


“...........”


워낙 말수가 없고 무표정인 오메가라 생각이 읽히지 않는다. 다만 네메시스란 이름에 잠시 눈동자가 흔들렸을 뿐이었고 그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은 하나. 이곳에는 전기 설비도, 수도 시설도 없다.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야외 캠프 정도일 것. 따라서 주방으로 부르기에는 부적합할 것인데. 괜찮은가?”


“그 정도면 감지덕지하지. 부탁해.”


차오린의 부탁에 지면의 흙이 떠오르더니 오메가의 의지대로 조립되었고 얼마 못 가 캠프 시설 수준의 바비큐장과 간이 부엌 정도는 만들어졌다. 냄비부터 불을 낼 수 있는 가스레인지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실시간으로 현실에 구현되는 모습은 사실상 마법이라 부를 수 있겠지. 워낙 신기로운 현상이기에 대부분 666의 괴물들은 멀리서 보면서도 호기심을 드러냈다.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괴물들도 많으나. 속성이 하나도 없는 순수한 과학기술로 이룩한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정교함으로 따지자면 이곳에 있는 괴물 중 최고였다.


“이야! 역시 대단해! 역시 오메가다워! 땡큐!”


“.........”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말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런데도 친근감을 나타내는 차오린의 모습에 달래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오메가가 저렇게 차가운데. 엄청 살갑게 대하네.”


“무뚝뚝하지만 저래 봬도 얼마나 상냥한데?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너만 그렇게 생각할걸?”


“후훗? 과연 그럴까? 난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 보였는걸?”


둘은 잡담하며 소매를 들어 올렸고 물의 주술로 손을 씻었다. 주방은 딱히 손을 댈 필요는 없었다. 오메가의 성격상 저 표면에 균 하나라도 남겨져 있으면 기적일 만큼 물질을 깨끗하게 조립했을 테니까. 한동안은 멸균상태였다.


“레지나 연합의 공주님들? 그것들 좀 우리에게 줄래?”


차오린의 부름에 공주 개체들은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예를 갖추어 다가와 넘긴다. 일단 표면적으로 괴물과 레지나 연합은 동맹이긴 하나. 아직 레지나 연합의 힘이 약했고 퀸이 연합을 지키고 있다곤 해도. 제대로 독립하려면 666의 괴물들이 도움이 많이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레지나 연합의 숲을 만들고는 있으나 아직 동네 뒷산 규모이기에 너무나 부족했다.


“이게 그 대머리(간 디스트로이어)가 수확한 작물들인가?”


“닭고기는 치느님일 걸? 튀기거나 찌거나 굽거나 참 쓰기 좋은 식재료지. 이 정도 재료면 야매로 닭갈비나 찜닭 정도는 가능하겠다.”


재료를 씻고 손질하고 차오린에게 넘겨주면 그녀가 익숙한 솜씨로 조리를 해나간다.


“음... 물이 꽤 부족한데...”


“여기♡.”


“아!?”


언제 왔을까? 에메랄드빛의 눈을 반짝이며 달래와 차오린 사이에 ‘그녀’가 있었다. 번뇌의 홍련. 한때 그녀들이 지키던 신룡의 알이자 최강의 요괴인 자. 홍련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달래의 눈이 흔들렸다.


“왜 그렇게 놀래? 달래? 후훗?!”


저속하지만 반대로 신성하기도 한 미소를 지으며 냄비에 친히 물을 만들어 넣어준다. 타락하긴 해도 그녀는 용족인 요괴. 물과 매우 친숙하기에 이 정도 권능은 부릴 수가 있었다.


“...저리 가.”


“어머나? 목숨을 바쳐서 나를 모셨던 무녀가 나를 버리려고 해. 이 사실에 슬퍼지는걸?”


“.........”


“기회는 많으니까. 후후후훗.”


달래의 여러 감정이 담긴 눈초리에 홍련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물러섰다. 아무리 최강의 요괴인 요괴이자. 악성으로 타락해버린 신룡이라지만. 목숨을 버려가면서 자신을 지켰던 무녀인 달래에게 장난치는 것은 꺼려졌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무녀였던 달래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달래는 항상 그녀를 밀어내고 있었다.


“홍련....”


달래에게 그녀는 패배의 흔적이나 다름없었다. 크립트의 세 왕은 모든 것을 걸고 싸웠고 결국에는 검은 달과 공멸하는 결과로 끝났다. 그리고 홍련은... 과거의 흔적.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아파져 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홍련도 저렇게 타락하고 싶어서 타락한 것은 아니기에... 이 모든 것은 인왕 달래의 힘이 부족했기에 일어난 일이기에... 달래는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녀들은 실패했고 크립트의 생물체는 모조리 몰살당했으니까 말이다.


“자자. 기분 풀고 요리나 계속하자. 지나간 일은 별수 없어.”


“...그래.”


애써 웃고 있긴 하지만 차오린도 표정이 살짝 굳어져 있었다. 그녀도 자신이 오랫동안 지키던 신룡이 저런 모습이 된 것에 가슴이 아프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그녀들은 기분을 풀고자 요리에 집중했고 얼마 못 가 좋은 향기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생소한 향기에 시종 역할을 도맡던 레지나 연합 공주들이 더듬이를 꿈틀거리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오? 맛있는 냄새인걸? 나도 끼어도 될까?”


“고블린킹!”


“너는 당연히 환영이지!”


붉은 창을 어깨에 멘 고블린킹이 어디서 남아왔는지 알 수 없는 거대 물고기 토막을 가져왔다. 4세계에는 얼마 없는 호수에서 낚시하고 온 것이겠지. 그는 차오린의 요리를 보고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진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요리구만? 필멸자 시절이 생각나는걸?”


“대영웅께서도 요리를 하나?”


“그 이명은 좀 버려!”


차오린의 장난에 고블린킹은 벌럭! 화를 냈다. 그가 세상을 구한 것은 우연일 뿐. 무슨 영웅 심리 때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블린킹의 정체가 까발려지자. 666의 괴물 중 절반 가까이가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거추장스러운 이명을 붙였고 현재는 굳어져 버려 고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성질이 개차반으로 악명 높은 레퀴엠마저 고블린킹은 대우해줄 정도였다. 달래도 전설 속에나 듣던 필멸자를 구한 영웅을 이곳에서 만나서 호감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네가 없었으면. 필멸자는 없었잖아? 틀린 말은 아닌걸?”


“흥! 계속 놀려먹을 거면 가버린다?!”


“아아. 그럼 그만둘게. 근데 요리는 할 줄 알아? 넌 고블린이잖아?”


“이래 보아도. 인간이었던 시절에 사냥은 자주 해봤고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할 줄 알아. 소금은 있을까?”


“마침 있어.”


고블린킹도 끼어서 생선과 사족보행 동물의 것으로 고기를 손질하여 1세계의 방식대로 손질하기 시작했다. 완성된 요리들을 레지나 공주들이 하나둘 받아가 연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들 재미있는 일 하네?”


“여어. 실비.”


네메시스 세력과 야누스 세력. 둘 중 아니고 뒤늦게 합류한 무한의 탄환 실비였다. 초기에는 오메가와 자주 싸웠지만. 지금은 암묵적인 합의로 4세계의 발전을 우선시하기로 마음먹어서 크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녀는 각자 만의 방식으로 요리하는 그들을 흥미롭게 보더니 근질거린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도 끼어도 될까?”


“잘하는 요리는 있고?”


“자잘한 재료로 적당히 먹을만하게 만드는 것 정도? 이래 보아도 우주군 출신으로 장기간 혼자서 밥 먹어야 하다 보니 자신은 있어.”


이래 보아도 실비는 우주를 떠도는 우주전함 안에서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군인이었기에 집밥 정도 실력은 있었다. 그녀 말고는 우주군 소속 인간은 아무도 없었으므로... 그렇기에 실비는 자신 있게 팔을 걷어 올렸다. 아직 쓰지 않는 재료로 요리하기 시작한 실비는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볶은 밥부터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으로 1세계, 2세계, 3세계의 각각 다른 조리법이 한 장소에서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대부분 666의 괴물들은 흥미가 돋은 듯이 구경하거나, 혹은 치느님이나 간 디스트로이어처럼 친히 재료를 만들어 건네주는 이도 있었다. 요리는 못할지 몰라도. 재료가 되는 것들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은 어느 정도 있었고. 수틀리면 오메가를 불러서 합성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야! 괴물이 되고 몇백 년 만에 호화스럽게 먹을 것 같네요? 그렇죠? 네메시스님?”


“.....”


친근감이 넘치는 말투로 다가온 이들을 보자. 모두가 굳는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4세계를 멸망시킬 힘을 휘두르며 날뛰었던 야누스였다. 그는 네메시스와 함께 오더니 조리하는 음식들을 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일부 666의 괴물의 몸이 떨릴 정도였다.

눈앞에서 직접 본 최강의 힘. 자신이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멸망할 정도의 최강의 괴물 야누스. 그것을 직접 보았기에 아무도 저것이 야누스의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 출신을 우습게 보는 상위 종족 출신들도 야누스의 시선을 피할 정도였다. 그가 지금 당장 마음을 바꿔 손가락을 튕기기만 하더라도. 이곳의 절반은 확실히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만해라. 야누스. 네가 웃음을 지으면 겁먹을 뿐이다.”


“이런이런! 전 앞으로 함께할 동료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말이죠! 아하하핫!”


아무도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말. 오직 네메시스만이 받아줘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다들 네가 언제 배신할지 무서워서 그런 거라는 것을 모르지 않겠지? 야누스?”


“걱정하지 마세요! 네메시스님! 전 충직한 신하랍니다! ...‘지금’은 말이죠.”


섬뜩한 공기가 주변을 훑고 지나가고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그 사이로 철컹! 저 멀리서 오메가가 레일건을 장전해 조준하는 것이 보인다. 조금이라도 적의가 있으면 쏴버릴 심상이겠지.


“농담이랍니다~!”


“후우. 분위기를 식게 만드는군. 야누스는 내가 데려가지. 다들 뒷일은 부탁하지.”


질질질!!!


네메시스는 힘으로 야누스를 질질 끌고 갔고 야누스는 버티려는 듯이 그의 다리가 있던 자리로 지면이 그대로 갈려 나갔으나. 둘 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멀어져갔다. 야누스가 멀어지자. 그제야 666의 괴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 있는 666의 괴물 전부가 강력하기 짝이 없는 존재들이라지만. 저 둘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궤를 벗어난 괴물들이었기에 긴장이 되었다. 그나마 네메시스는 같이 있으면 편해지는 감각이 있지만. 전성기의 야누스는 폭군 중의 폭군. 마음에 드는 능력이라도 발견하면 먹어치우려고 들기에 아무리 친한 척을 굴어도 야누스의 웃는 낯짝 아래에 웅크린 뱀이 자신을 삼킬지 말지 간을 보는 것 같아서 두렵기 짝이 없었다. 이 때문에 내심 야누스 세력 출신이면서도 네메시스가 이긴 것에 기뻐하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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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요리를 해보니. 기분은 좋네.”


“그렇지? 다른 친구들도 그런 것 같네.”


달래와 차오린은 정해진 자리에 앉아 저 멀리서 북적이기 시작한 간이 부엌을 보았다. 다들 요리하는 것에 자극을 받아. 자신의 고향 요리를 하든가. 아니면 재미 삼아 끔찍한 것을 조리하기 시작했고 이는 그동안 4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워낙 살기 바빴던 과거에서 이제야 여유가 생긴 느낌이랄까? 이 때문에 차오린과 달래는 좁은 부엌에서 쫓겨나는 듯이 벗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 자리를 다른 괴물들이 차지해 솜씨를 발휘하고 있었다. 뭐... 중간에 시비가 붙어서 하늘 위로 광선이나 마법이 마구잡이로 날아다니긴 했지만. 다들 666의 괴물들이다 보니 적당히 쳐내면서 멀쩡하게 요리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많은 것이 바뀔 거니. 힘내자.”


“응. 이 두 번째 고향에서도...”


그녀들에게 이곳은 두 번째 고향이니까... 실패한 그녀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이번에는 실패 없이 제대로 하고 싶었다. 익숙한 기척이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까마귀의 깃털이 달래의 옆에 흩날렸다.


“후타바? 이제 왔어?”


“얼굴이 퉁퉁 부었네.”


“.......썩을.”


크립트의 3명 중 마지막인 천황 텐구 후타바가 온몸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씩씩거리면서 달래의 옆에 앉았다. 그 모습이 이상한 듯이 차오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결계로 오면서 습격당한 걸까? 그것도 666의 괴물이 다칠 만큼?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 주변 마물들은 666의 괴물들이 이곳까지 오면서 싹을 말려버린 관계로 강한 마물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온몸이 다친 괴물이 하나둘 입장하더니 좌석에 앉아 화를 식히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다들 왜 그래?”


천황 텐구 후타바를 시작으로 저주받은 구미호 달기, 레지나 연합의 퀸, 강물의 에린, 위치퀸에 메두사, 용녀 무슈... 강하다고 이름 높은 괴물들이 어디선가 두들겨 맞고 와 전부 씩씩거리고 있었다.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다른 괴물들도 마찬가지여서 다들 놀란 눈치로 그녀들을 보았다.

그리고 곧 하나의 공통점을 알 수가 있었다. 그녀들의 눈이 어딘가를 향하는 것을...


쪼오오오옥!


네메시스와 야누스가 있는 자리에서 네메시스의 바로 옆. 여유롭게 홍차를 홀짝이면서 기분 좋은 듯이 입가가 꿈틀거리고 있는 파괴자 레퀴엠이 보였다. 그렇다. 지금 다친 괴물들 모두가 흘깃! 거리면서 레퀴엠을 노려보고 있었다.


“...결계 바깥에서 레퀴엠과 싸우고 왔어?”


“.........흥!”


워낙 마음이 상했기 때문인지 제대로 답해주지 않는다. 다들 상황이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레퀴엠을 빤히 보았다.


“전부 네메시스 옆자리를 걸고 저에게 덤볐고, 모두 참패했어요.”


“.......................................................................”


“단지 그것뿐?”


“그런데요?”


이 멍청이들이!!!! 666의 괴물들은 이 사실에 모두 어처구니가 없어서. 지금 온 괴물들을 보았지만. 그녀들은 화를 식힐 뿐이었다.


“뭘 봐!! 너부터 찢어버려 줄까?! 앙!?”


가장 성깔 있는 강물의 에린이 으르렁거리면서 화풀이할 대상을 찾자. 다들 고개를 저었다.


“레퀴엠부터 공격하지 그랬어? 왜 너희끼리 치고받아서 이런 굴욕을...”


“....했어.”


“......?”


“레퀴엠부터 처리하고 우리끼리 승부 보기로 했는데. 싹 털렸어....”


그 설명에 모두가 레퀴엠을 보았지만. 그녀의 새하얀 웨딩드레스에는 먼지 하나 붙어있지 않았다. 그저 깔끔하게 정리된 웨딩드레스일 뿐. 얄미운 표정으로 홍차를 마시는 것을 보면 비웃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 사실에 몇 명은 폭소했으나 대부분은 레퀴엠을 보면서 흥미를 드러냈다. 레퀴엠은 분명 네메시스 세력이긴 하지만. 말기에 합류하였고 네메시스 곁에만 찰싹 붙어있었기에 그녀의 강함을 자세히 아는 이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달링의 옆은 제가 제일 어울린답니다. 후후훗.”


“저 망할 년이!!!!”


“이 사실이 싫으면 다시 덤벼보든지요.”


달기가 꼬리가 부풀어 오를 만큼 격노했지만. 레퀴엠의 반박에 다시 꼬리를 내려 아려한 표정으로 네메시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렇게만 보면 딱 순정 만화 속 여주인공이 따로 없지만. 달기가 하는 일을 알고 있던 달래는 고개를 저었다.


“아주 그냥 지랄 났네. 지랄 났어. 후타바. 넌 왜 저런데 껴서....”


“........좋아하니까요.”


“하!?”


달래가 식겁한 표정으로 후타바를 보니, 자신의 깃털을 정리하며 고개를 숙인 후타바가 보였다.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달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마를 짚었다.


“....이 까마귀 텐구 노처녀가 진짜!”


“달래! 말은 가리시죠!!!”


얼마나 부끄러운지 볼을 붉게 물들인 후타바의 모습에 달래의 어이는 이미 하늘로 날아간 지 오래였다. 아니. 이 요괴는 죽기 전에는 정상이고 근엄하더니 왜 괴물이 되니 이 모양인지 참...


“이상하게 인기가 좋네. 우리 왕은...”


그렇게밖에 달래는 말할 수가 없었고 옆에서 차오린은 응응! 거리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랄까? 우리 왕은 악성이나 순성이 짙을수록 끌어당기는 느낌이랄까? 자연적으로 호감도가 쭉쭉 올라가는 존재라서 그래. 나는 중립에 가까워서 덜한데. 후타바는 저래 보아도. 여의주 때문에 순성이 짙은 편이니까. 끌려버렸을걸?”


“음.... 확실히...”


네메시스 주변은 이상하게 악성이나 순성이 많이 몰려든다. 특히 미치광이 악성 놈들이 네메시스 앞에 서면 얌전한 강아지처럼 따르기에 달래도 평소에 이상하다고 생각한 참이었다.


“무슨 저주 같네.”


“그것보다 좀 더 근원적인 것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666의 괴물들도 이 사실이 이상하기에 조사해본 이들이 있긴 있었으나. 뭔가 힘의 흐름 같은 것은 전혀 발견되지 않고 깔끔하기에 의아할 뿐이었다.


“대충 저런 친구들 특화 페로몬을 뿡뿡거린다고 생각하면 편해~.”


4세계에 와서 지킬 것이 없어져서 그런지. 말이 더욱 가벼워진 차오린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침 요리를 앞에 내려놓자.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냠! 아아! 오랜만에 느끼는 맛이네!”


666의 괴물들이 좋다고 막 만든 결과. 모두가 먹을 만큼 충분한 요리가 만들어져서 다행이다. 생고기나 썩어가는 시체가 아닌 갓 만든 따스한 요리가 입에 들어가자 절로 행복감이 차올랐다. 그 모습에 달래도 식사를 시작했고 곧 눈을 감고 오물오물했다.


“신기한 맛이네. 이건.”


“그건 다른 세계의 요리법이니까. 독특하게 보이네. 아마 크림일걸?”


크림을 이용한 요리는 크립트에서 발전하지 않았으므로 달래는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앞으로는 역시 식량 생산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


“기반 시설부터가 문제야. 지금 이곳은 거주할 집도 없으니까.”


“현 상태로는 판자촌보다 못하다는 것이 맞긴 하죠.”


“하지만 재료는 만들 수 있지.”


무한의 탄환 실비 능력으로 만들어진 탄환 탄피에서 철을 뽑아낼 수도 있고, 태양의 라로 하여금 건설 자재나, 수틀리면 오메가부터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현재는 아무것도 없는 대지라지만. 그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가 있겠지. 다른 괴물들도 그 생각은 공통인지. 다들 곁에 있는 괴물들과 대화하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토론하기 시작했다. 물론...


퍼억!!


“망할! 이곳에 농지를 짓겠다는 머저리가!!!!”


“먹지도 못할 도서관을 짓겠다는 너보단 낫지!”


상대의 계획이 마음에 안 든다고 서로 싸우는 일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정 이상 싸움이 번지지 않는 것은 이곳이 4세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자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들에겐 이제 안전한 대지가 있었고. 이곳에 무엇을 짓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졌다.


“분명한 것은... 모두 한동안 꽤 힘들 거란 점이다. 다들 이 사실에 동의하겠지?”


네메시스의 물음은 간결했으나 모두에게 또렷하게 들렸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사고도 오류도 많을 것이고.”

“발전해가면서 문제점도 많겠지.”

“하지만 우리에겐 남는 것이 시간이잖아?”

“어디 해보죠.”


전쟁이 끝난 이상. 남은 것은 이곳에 사회를 건설해 발전하는 것뿐. 분명 666의 괴물들에게도 힘든 길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과거보단 나은 삶이 있을 거란 기대가 있기에 괴물들은 호화롭지는 않지만. 그동안 먹을 수 없었던 음식을 먹으며 나름대로 축배를 들었다.

앞으로 밝은 미래만이 있길 바라면서....


우우우우우우우우웅!!!!!!!!!!!!!!!!!!!!!!!!!!!!!!!!!!!!!!


“?”


그 순간이었다. 하늘에 검은 점이 생겨나는가 싶더니 곧 한순간에 확장되어 하늘을 채웠다. 그러자 네메시스는 카르마를 잠시 째려보더니 곧 가볍게 입을 열었다.


“아직 완성되고 있는 결계라 운이 좋게 그 틈으로 이곳에 소환된 놈이 있었군.”


4세계로 갓 넘어온 무언가의 등장. 그것도 네메시스의 결계 내부에서 나타난 상황에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안 돼.... 안 돼!!! 저게 이곳에 나타날 수는 없어....!!!”


달래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척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하늘을 멍하니 보았다. 그래. 눈만 감으면 생각나는 크립트의 검은 하늘을 만들어낸 우주의 요괴. 분명 그놈이었다.


“검은 달.....!!!!”


검은 달은 분명 달래의 손에 죽었다. 그러나.... 달래도 죽고 괴물이 될 것인데. 그놈이라도 못할 이유는 없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악몽에 그녀의 몸이 떨려왔다. 지금 이곳은 크립트도 아니고 대의식도 준비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놈을 상대했다가는.... 죽음. 이길 수가 없었다.


“후타바! 차오린! 도망가서 의식을 준비해야 해! 어서...!”


“괜찮아.”


“차오린!!!”


“괜찮아.”


패닉에 빠진 달래를 차오린이 가볍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크립트를 집어삼켰던 어둠이 다시 한번 지상을 쓸어버렸다!!!!!!!


□□□□□□□□□□□□□□□□□□□□□□□□□□□□□!!!!!!!!!!!!!!!!!!!!!!!!!!!!!!!!!!!!!!!!


[아하하하하하!!!]

[이 내가 부활했노라!]

[맛있는 먹이들이 가득하군! 난 시온을 뛰어넘을 것이다!!!! 음?]


일순간. 수많은 입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명백한 당황. 막 4세계의 괴물로 재구성된 검은 달이 예상치 못한 현실을 마주한 것이었다.


“꺄앗!? 네메시스님이 음식을 뒤집어썼어!”


“뭐야? 이 빌어먹을 놈은?”


“내 밥이! 내 밥이!!!!!”


아무도 죽지 않았다. 검은 달이 약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래에 있는 이들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강한 것일 뿐. 시종으로 일하던 이마저 확실히 보호할 정도로 힘이 넘친 이들은 지상에 많았으나. 폭격으로 지면이 뒤집힌 결과. 대부분 666의 괴물이 잘 먹고 있던 음식을 뒤집어쓴 일이 많았다.


□□□□□□□□□□□□□□□□□□□□□□□□□□□□□!!!!!!!!!!!!!!!!!!!!!!!!!!!!!!!!!!!!!!!!


급한 대로 다시 폭격이 시작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감히 달링에게!!! 달링에게!!!!!!!!!!!!!!!!!!”


하늘로 날아오른 레퀴엠이 손을 들자. 그곳에는 세계를 멸하는 붉은 빛이 감돌더니 곧 거대한 힘의 쇄류가 나타났고 레퀴엠은 그것을 내던져 지상으로 오는 공격을 혼자서 싹 날려버렸다.


[뭐야? 저거....]


“...아. 맞다. 여기 4세계였지.”


달래는 한순간의 긴장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 광경을 멍하니 보았다. 그래. 검은 달이 3세계에 나타난 것이라면 막을 수 없는 재앙이 맞았다.

하지만... 이곳은 4세계. 그것도 전쟁으로 단련될 대로 단련된 최정예인 666의 괴물들 회식 장소 한 가운데였다.


“그러니 달래. 더는 혼자서 감당할 필요 없어. 함께하면 되는 거야.”


하늘로 치솟은 레일건이 검은 달을 반으로 쪼개는 것을 시작으로 가지각색의 빛이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뭐.... 검은 달은 열 받을 대로 받은 666의 괴물들에게 얼마 못 가 산산이 분해되기 시작하였고 놈은 놀라운 재생능력으로 몸을 이어붙이면서 버텼지만, 그것은 죽을 시간을 잠시 늘려줄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네메시스가 놈의 코어를 회수하는 것으로 검은 달은 허망하게 사라졌다. 달래는 그 끝을 빤히 보면서 서글픈 표정을 짓더니 곧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하핫!!!!”


그래... 앞으로는 분명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다. 그녀의 고향을 멸망시킨 검은 달 같은 존재라도. 666의 괴물이라면 분명 아무렇지도 않게 이길 것이니까.

그것이 설사 ‘종말’이 다가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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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잘 잤다.”


오랜만에 꿈꾸는 과거의 기억이라 생각하면서 달래는 눈을 떴다. 그녀의 앞에는 에덴 각지에서 얻은 물자들이 정리된 서류가 있었고 워낙 양이 많아서 읽다가 자버린 참이었다.


“싸우고 머리 쓰고, 싸우고 머리 쓰고 나참... 그래도 나쁘진 않네.”


김마리와 증오의 전투 이후. 증오는 어째서인지 틀어박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고. 사탄은 자신의 영역이 전장이다 보니 가장 피해가 컸다. 이 덕에 4세계를 양분하는 두 괴물의 약화로 중립지대는 기존에 사탄과 증오가 관리하던 보급 물자가 떨어지는 자리를 강탈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그걸 시작으로 중립인 666의 괴물들도 그동안 쌓인 것을 풀 겸. 여기저기서 사탄과 증오 세력을 습격해주고 있었기에 중립지대를 꽤 확장할 수가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저항하던 이들을 친히 밟아 줘야 했기에 피곤했지만. 빈곤했던 물자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얻은 것만 하더라도 고생의 의미가 있었다.


“으흐흐흐. 사탄은 몇 년은 자기 세력을 훈련 시켜야 하고, 꼴 보기도 싫은 증오는 자존심에 상처라도 생겼는지 잠잠해서 좋네.”


덕에 에덴에서 달래의 중립지대가 최고로 이익을 얻었다. 이것으로 한동안 괜찮겠지. 달래는 잠시나마 평화를 얻은 것을 만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익숙한 기척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달래. 지금 이곳에 방문하고자 하는 괴물이 있어.”


“후타바. 이번엔 누구인데. 그렇게 놀란 목소리야?”


“번뇌의 홍련이야.”


달래의 얼굴이 굳었다. 개인적으로 증오 다음으로 꺼리는 괴물이기에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은 둘째 치더라도 타이밍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나락에서 꿈쩍하지도 않는 괴물이 어째서 갑자기, 그리고 지금 이곳에 방문하고자 하는 걸까?


“나락의 지배자인 그녀가 왜?”


“그거야 모르지. 분명한 점은 뭔가 있는 것 같아. 우리 3인 모두를 동시에 만나길 청하고 있고. 지금 중립지대 바깥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야.”


“....알겠어. 차오린을 부를게.”


잠시 후. 방 안에 3명이 모이자. 그녀들은 결계를 펼쳐 특정 루트로만 이곳으로 바로 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었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대응하여 반대쪽에서 신호가 온다. 이에 3인은 주술을 펼쳤고 얼마 못 가 익숙한 붉은 뿔과 에메랄드 눈빛이 인상적인 번뇌의 홍련이 저편에서 넘어왔다.


“안녕? 나의 부모나 다름없는 친구들?”


“어버이날 행사 때문에 온 거면 이미 날짜 끝났으니 가봐. 번뇌의 홍련.”


“달래. 그렇게 나를 꺼릴 필요는 없잖아? 난 친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라고? 특히 너에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


“.......”


“후후후훗. 내가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나 보고 달래와 다리를 놓아달라는 괴물이 있어서 찾아왔어.”


“다리를? 최강의 요괴인 너한테?”


번뇌의 홍련은 우아하게 몸을 돌려 길을 열어줄 뿐이었고 곧 그곳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안녕.”


양 갈래 트윈테일에 온몸에 하늘색 사슬을 감고 있는 이상한 소녀였다. 그녀의 등장에 후타바와 차오린의 두 눈이 흔들렸다.


“시온....?”


“시온이라니?”


“전대 시온과 흡사해....”


전대 시온을 직접 본 대요괴들임을 생각하면 그만큼 눈앞의 소녀가 전대 시온과 흡사하다는 거겠지.


“난 그녀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존재니까. 쿠훗.”


“넌.... 뭐야...?”


“내 소개를 할게. 난 비스트 서열 1위. 여명의 칼리. 그리고....”


질! 질! 질!


저편의 문스톤 사슬로 연결된 존재가 억지로 힘에 끌려 나왔다. 다리가 여러 개 달린 거대 구더기와 비슷한 생김새였다.


“앤 비스트 서열 2위. 황혼의 쇼거스. 다들 구면이지?”


“........”


처음에는 그 말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익숙한 감각이 느껴지는 순간. 크립트 3인의 눈이 커졌다.


“검은 달!”


“너희는 그런 이름으로 불렀지. 지금은 네메시스가 준 쇼거스란 이름을 쓰고 있어.”


“이놈까지 데리고.... 무슨 목적이야? 비스트인 너희를 어째서 네메시스가 풀어둔 거지?”


“사회교육이란 거야. 네메시스님은 우리가 잘 섞여 들어갈 수 있는지 시험하고 계셔. 물론. 난 그 기대를 실망하게 할 생각이 없지만... 애는 좀 모자란 애라서.”


[누가 모자란 애라는 거냐!!! 크앗!]


칼리가 신경질적으로 발로 밟자. 쇼거스의 살점이 터져나가고 재생해갔다.


“보시다시피 싸우러 온 것은 아니야.”


“진한 악성 냄새가 풀풀 나는데?”


“후후훗. 싸우는 것도 좋지만.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딱히 싸울 생각은 없어. 난 약자들을 괴롭히는 취향은... 있긴 하지만. 다른 것이 더 즐겁거든.”


아무리 봐도 걸어 다니는 시간폭탄 같은 느낌. 좋지 않았다. 달래는 품속의 부적에 손이 갔으나 눈앞의 비스트는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난 야누스가 상대라도 싸울 자신이 있어. 그러니 괜한 짓은 하지 마. 싸울 생각은 없다니까?”


터무니없는 말. 하지만 달래는 당당한 소녀의 모습에 드러내지 않을 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비스트 1위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나 강하다고? 솔직히 믿기지는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저 비스트는 어째서 자신을 찾아왔는가?


“목적이나 말해.”


“나와 거래를 하자.”


“거래?”


“이곳에는 크립트의 3명의 왕과, 그들이 지키던 신룡의 알. 그리고 크립트를 멸망시킨 우주의 요괴가 한 자리에 있어. 이걸 잘 이용하면....”


쇠사슬에 휘감긴 여명의 칼리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멸망했던 크립트를 부활시켜 너희들의 소유물로 귀속시킬 수가 있어. 실비의 우주전함처럼 말이지. 다시 보고 싶지 않아? 과거의 추억이 담긴 크립트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소유하는 물건 자체가 그 괴물에게 귀속되어 넘어온 경우는 많으나 후에 귀속된 경우는 전례가 없었고, 그것이 행성인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소녀는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난 가능해. 그 누구보다 4세계와 깊숙이 연결된 괴물이고... 능력의 개수로만 따지자면. 야누스보다도 많은 괴물이야.”


“!!!!!!!!!!!!!!!!!!!!!!!!!!!!!!!!”


터무니없는 말이 또 튀어나온다. 솔직히 말해서 소녀의 망상이라고 믿고 싶은데. 666의 괴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의 기세가 조금씩이지만 소녀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너.. 진짜 정체가 뭐야....?”


“나중에 너희 666의 괴물들을 모조리 먹어치울 비스트. 그뿐이야.”


대놓고 666의 괴물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말이었으나 어쩐지 거기에는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이에 달래는 더욱 혼란해질 뿐이었다.


“...네가 나에게 얻고 싶은 것은?”


“내 전용 아티펙트를 만들어주면 좋겠어.”


“전용?”


“내 본래 크기는 행성 크기라서 말이지. 기존 아티펙트는 전혀 쓸 수가 없어. 그리고... 후에 있을 전투를 대비해 좀 특별한 것을 만들고 싶어. 이게 내가 원하는 거래. 어때?”


“......야누스를 쓰러뜨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것보다 더할 생각이지. 후훗.”


여명의 칼리라는 이름의 소녀와 대화할수록 의문이 커질 뿐이었다. 달래는 눈을 좁히며 칼리를 보았다.


“거절하겠다면?”


“이번 일의 기억을 지우고 물러나는 수밖에. 난 네메시스 주인님의 뜻에 따라. 강제로는 시키지 않아.”


“기억을 지운다라. 날 상대로?”


“못할 거 없지. ‘나’라면.”


달래와 칼리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히자. 번뇌의 홍련은 작게 한숨 쉬더니 달래의 어깨를 잡았다.


“자자. 달래. 굳이 분쟁을 만들 필요는 없어. 우리의 고향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


“.....홍련.”


“난 내가 태어나기 전의 고향을 보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부탁해도 될까? 나를 섬겼던 무녀님?”


“........”


홍련이 에메랄드빛의 눈으로 바라보니 달래는 차마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곧 마음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좋아. 만들어주지. 하지만 그것뿐이야. 그 이상은 얻어내려고 하지 마. 약속은 어떻게 지킬 것이지?”


“크립트의 세 명의 왕에게 귀속된 행성으로 복원할 거야. 과거의 시간대로 복사해서 꺼내 너희 소유로 넘길 생각이지. 너희 신체와 다름없게 될 거야. 일은... 아티펙트는 6개 중 절반이 만들어지면 내가 먼저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어.”


“나머지 절반을 안 만들겠다고 하면?”


“어머나? 난 야누스와 맞먹는 괴물이야. 뒷일은 자신 있어?”


“....흥!”


심술을 부려보았으나 역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달래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물었다.


“마지막 질문이야. 넌 이 아티펙트로 무엇을 할 것이지?”


“내가 4세계를 먹어치우지 않도록 지켜낼 거야. 단지 그것뿐. 키득키득!”


진실만을 말할 수 있는 괴물인데도. 진심을 알 수 없는 소녀의 웃음소리가 방만을 채웠다.

어둠 속에서 사냥하는 괴물의 울음소리처럼...


작가의말

1세계의 고블린킹.

2세계의 실비.

3세계의 달래가 잠시지만 한 장소에 모인 것으로.

4세계의 과거 이야기를 모두 마칩니다.

다음편부터 드래곤캐슬편으로 쭈욱 나아갈 것이며 중간 쉬는 시간마다 마리이야기를 제외하곤 마지막 결말까지 나아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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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제 662화 드워프의 자랑! 맥주! +1 24.04.03 9 2 17쪽
662 제 661화 의외의 인연을 다시 만나다. +1 24.04.03 6 2 14쪽
661 제 660화 마운틴 포트리스. +1 24.04.03 6 2 15쪽
660 제 659화 실비의 결단. +1 24.03.29 6 2 23쪽
659 제 658화 동족을 파멸시킨 자. +1 24.03.29 7 2 14쪽
658 제 657화 토끼몰이 사냥. +1 24.03.29 8 2 25쪽
657 제 656화 지원군 +1 24.03.29 7 2 19쪽
656 제 655화 666의 괴물의 사냥의 시간. +1 24.03.29 8 2 16쪽
655 제 654화 자본주의의 괴물의 무서운 비밀. +1 24.03.28 6 2 21쪽
654 제 653화 방패의 비스타와 거짓된 영웅 살인귀의 관계 +1 24.02.29 11 2 16쪽
653 제 652화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666의 괴물. +1 24.02.29 11 2 14쪽
652 제 651화 이상한 괴물들의 만남. +1 24.02.29 13 2 23쪽
651 제 650화 아쿠아마린과 마리는 학교에서 공부중! +1 24.02.29 10 2 15쪽
650 제 649화 네메시스와 사라. +1 24.02.29 8 2 13쪽
649 제 648화 마나의 주신 후계자가 결정되는 날. +1 24.02.29 9 2 20쪽
648 제 647화 재앙을 향해 나아가는 용의 여왕. +1 24.01.15 14 2 12쪽
647 제 646화 드래곤 모녀 +1 24.01.15 14 2 17쪽
646 제 645화 미끼. +1 24.01.15 12 2 16쪽
645 제 644화 비트레이를 지원하는 자. +1 24.01.15 12 2 20쪽
» 제 643화 1세계, 2세계, 3세계가 모이는 곳. +1 24.01.15 17 2 39쪽
643 제 642화 천지인요신비아람 +1 24.01.12 20 2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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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 제 640화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모두 함께 하고 있다. +1 24.01.12 11 2 26쪽
640 제 639화 역경을 넘어서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대답이니. +1 24.01.12 11 2 16쪽
639 제 638화 이것이 이 행성에 사는 모든 이의 대답이며 +1 24.01.12 12 2 14쪽
638 제 637화 괴롭고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라. +1 24.01.12 12 2 15쪽
637 제 636화 종말이 다가와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니. +1 24.01.12 11 2 19쪽
636 제 635화 꺼져가는 희망. +1 24.01.12 13 2 13쪽
635 제 634화 예상치 못한 악몽 +2 23.12.14 20 2 19쪽
634 제 633화 검은 달의 메시지 +1 23.12.14 14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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