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평양, 그리고 또 … (8)
일본 총리 관저 상황실.
일본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홋카이도에 생성됐던 게이트를 클리어시키고, 다른 게이트도 그렇게 클리어시킬 줄 알았다.
그래서 한국에게 영토 이양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모두 취소하고, 오히려 한국에게 허튼 협박으로 영토 이양 약속을 하게 했다고 비난하고 그 대가로 독도를 내놓으라고 했다.
그런데 오사카 게이트에 투입했던 닌자단이 모두 몰살해버린 것으로 추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몬스터 러쉬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는 막을 방도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레이저와 핵폭탄을 이용해서 몬스터를 처치한 것이다.
그래서 관련 장과들과 회의를 하는 중이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나카지마 통합내각조사실장의 보고를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모든 몬스터를 레이저로 쓸어버렸다 이거지. 중국은 핵폭탄으로 쓸어버리고, 상하이 시민과 함께.”
“네. 그 후에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게이트는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또 논란거리가 되었다.
게이트가 남아있는데, 남아 있기만 한 것이냐, 아니면 그곳에서 다시 몬스터가 나올 것이냐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오사카 게이트는 상황이 어떻지?”
오사카의 주민들은 이미 오사카를 떠나 먼 지방으로, 또는 주위의 교토나 나라, 나고야 등으로 피난 갔다.
그렇게 텅 빈 오사카에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도 가용한 레이저가 있나?”
“핵 구축함 두 척이 있습니다.”
“그럼, 뭐해! 어서 출동 시켜!”
“이미 이동 중에 있습니다. 오늘 밤 자정이면 도착할 것입니다.”
“그래? 잘했어.”
“그런데,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호소다 방위 대신이 설명한 것은 미국의 경우 우주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레이저를 쐈다는 것이다.
레이저는 직사(直射) 무기이다.
우주에서 쏠 레이저가 없는 일본은 바다의 핵 구축함에서 레이저를 쏴서 몬스터를 사격해야 했다.
그러니 건축물이 가리면 쏠 수 없다.
쏘기 위해서는 레이저광선을 가로막는 건축물을 먼저 쏴서 없애고 몬스터를 쏴야 하며, 만약 몬스터들이 건축물 내에 숨어있는 경우엔 사격이 어렵다는 것이다.
빡!
호소다가 전강이를 붙잡고 주저앉았다.
“지금 그런 것을 고민할 때야!”
* * * * *
시애틀 게이트.
주변은 모두 레이저에 타버린 듯하다.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완전히 폐허가 된 시애틀.
그곳에 게이트만 남아 있다.
게이트가 쭉 찢어졌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 * * * *
중국 상하이.
핵폭발로 인하여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무생물의 지역이 되어 버린 곳.
그 융성했던 경제의 도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단지 날리는 흙먼지만 남은 곳.
그곳에 게이트만이 우뚝 서 있다.
게이트가 쭉 찢어지듯 열렸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 * * * *
다시 일본 총리관저 상황실
나카지마가 설명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게이트는 그대로 남아 있고, 그곳에서 다시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미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일단 우주와 핵 구축함에서 레이저를 쏘며 응수하고 있습니다.”
“그럼 몬스터는 다시 쓸어버릴 수 있겠군.”
“네. 그렇지만 게이트에도 레이저를 쐈는데, 게이트는 어찌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랬다.
미국은 군사위성에서부터 레이저를 쏴서 게이트를 처리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다만 몬스터를 찾아서 없애버릴 뿐이었다.
이런 상태는 미국 전체 군사위성과 핵 구축함의 레이저포와 게이트와의 대치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그 균형을 먼저 놓치는 측이 지게 된다.
“일단 우리도 레이저포로 몬스터를 처리한다.”
* * * * *
카이로 공항은 남미와 다른 아프리카 공항에 이어 많은 인파가 나를 환영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수천 명이 되는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뛰어왔다.
“사부!”
윤수지가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마중 나와 있었다.
달려와서 안겼다.
뭉클.
이번엔 나도 같이 살포시 같이 안아줬다.
여기저기 플래시 세례다.
방송 타게 생겼다.
“사부. 이쪽이에요. 호텔이 여기서 가까워서 차를 타고 왔어요.”
수지를 따라갔다.
환영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수지도 손을 흔들어줬다.
사람들은 수지에게 환호성을 보냈다.
뭐지? 수지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주차된 차를 탔다.
“수고가 많았다. 별문제 없지?”
“네. 사부. 별문제 없었어요.”
살이 쪽 빠졌다.
눈 밑은 시커멓게 다크써클이 생겼다.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오겠다.”
“헤에. 괜찮아요.”
“상황은 어때?”
이집트에는 E급 게이트 하나, D급 게이트 하나, 그리고 A급 게이트가 하나 생성됐었다.
이중 어제 E급 게이트를 하나 클리어했고, 오늘 D급 게이트를 클리어했다.
A급 게이트는 오늘 몬스터 러쉬가 발생했다.
“그럼 오늘은 잔업 좀 할까?”
“잔업이요? 뭐 리포트 쓸 것 있으세요?”
하하. 리포트란다.
“몬스터 잡으러 가야지. 팀원 중에 쓸만한 친구 있어?”
“이철훈씨가 좀 괜찮아요.”
“아. 그 활 쓰는 친구?”
다른 팀원에게는 견학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니까.
나하고 수지, 그리고 이철훈이 공대, 나머지는 견학조다.
견학조지만 혹시 모르는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모두 무장은 갖추기로 했다.
수지가 전화로 준비해서 게이트 쪽으로 오라고 했다.
“여기서 스톱!”
게이트에서 10km 떨어진 곳이다.
이곳에 차를 세우라고 했다.
팀원들도 이리로 오라고 했다.
A급이나 B급 게이트에서 몬스터 러쉬가 발생하면 몬스터들이 게이트 근처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바다나 강으로 막힌 곳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영역을 넓힌다.
벌써 몬스터가 여기까지 왔다.
아마 내일 토벌하려고 하면 수색해야 하는 범위가 훨씬 넓어질 것이다.
팀원들이 헬기를 타고 도착했다.
내려서 인사를 하면서 장비를 장착하고, 수지는 옷을 갈아입었다.
가죽옷인데, 방어 효과가 있었다.
“어? 방어력이 있는 옷이네.”
“네. 사부. 김세원 사장이 특급배송으로 부쳐줬어요, 처음 나온 거라고 시착해보라고 해서 입어 보고 있어요.”
“음. 나쁘지 않네. 활동하기는 좋아?”
“네. 아주 좋아요.”
지난번에 가져다준 포암트롤에서 가죽을 벗겨 만든 것 같았다.
잘 만들었다.
역시 김세원 사장이 일을 잘한다.
다만, 가슴이 좀 너무 파였다.
그리고 몸에 너무 붙는 거 아니야?
여기 팀원들이 수지 몸매를 다 본 거나 마찬가지잖아.
“자. 얘기 들었겠지만, 너희들은 견학이 목적이야. 그러니 나대지 말고 구경이나 잘해.”
“네. 그래도 저희가 돕겠습니다.”
“비행기 요금 줄여주게? 여기 나오는 몬스터가 B나 C급이야. 너희들이 뭘 어쩌려고 하다가 입 줄어들면 식비하고 비행기 값은 줄여줄 수 있겠다. 포션 하나씩 들고 쫓아와.”
먼저 수지와 이철훈을 앞세웠다.
이철훈의 활과 화살은 수지가 전투복 받을 때 같이 왔다고 했다.
포암트롤의 뼈로 활을 만들고, 힘줄을 잘라 시위를 만들었다고 했다.
화살촉 역시 포암트롤의 뼈를 갈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 김세원 사장. 제대로 하고 있군.
저 앞에서 몬스터가 들썩거린다.
[샌드웜, Lv. C]
사막에 사는 거대한 지렁이를 닮은 몬스터.
십 미터가 넘는 거대한 몸뚱이를 가지고 사막 속에 잘 숨는다.
낙타도 한입에 잡아먹을 정도로 큰 입을 가졌다.
꼬리에서 발사되는 독과 머리에 달린 촉수에서 발사되는 독이 위험하다.
“너희는 여기서부터 몬스터를 잡는다. 나는 반대편에서부터 시작하지.”
팀원들이 타고 온 헬기를 타고 게이트를 넘어 반대쪽으로 날아갔다.
가다 몬스터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내려서 게이트 쪽으로 이동하며 몬스터의 마력이 느껴지는 땅을 쿵쿵하고 굴렀다.
여기저기서 샌드웜이 땅 밑에서 튀어나온다.
“마나건-!”
마나건 한방에 샌드웜 한 마리씩.
퍽! 퍽! 퍽! 퍽! 퍽!
순식간에 다섯 마리의 샌드웜의 머리가 터져 죽었다.
계속 전진했다.
전진하면서 한 번씩 땅을 굴렀다.
그럴 때마다 샌드웜이 몇 마리씩 튀어나왔다.
그런 놈들에게는 여지없이 마나건이 쏘아졌다.
한 시간 만에 게이트에 도달했다.
[스킬 마나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여기 올 때까지 죽인 샌드웜은 80마리.
샌드웜만 나와서 좀 지루했다.
그대로 게이트로 들어갔다.
수지는 샌드웜에게 달려들어 단칼에 샌드웜의 목을 잘라 버렸다.
수지 스스로 생각해도 역시 많이 늘었다.
두 마리의 샌드웜이 모래 속에서 튀어나왔다.
수지가 한 마리의 샌드웜에 쇄도했다.
또 한 마리의 샌드웜에게는 철훈이가 화살을 날린다.
거의 동시에 두 대의 화살이 날아가서 샌드웜의 커다란 입 위에 있는 눈에 꽂힌다.
이런 몬스터를 화살로만 죽이기는 쉽지 않다.
한 마리를 처치한 수지가 화살이 꽂혀 괴로워하는 놈의 머리통을 갈랐다.
몬스터를 처치하며 계속 전진했다.
부지런히 전진했다.
빨리 가서 사부에게 잘 보여야지.
게이트의 내부는 사막형 던전이었다.
샌드골렘들이 앞을 막았다.
지난번 스톤고렘과 공략 방법이 같다.
이놈들도 미간과 양쪽 귀 앞쪽에 있는 급소 세 군데를 공격하면 된다.
다른 곳은 공격해도 소용없다.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서 공격을 받으면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든다.
재생이 아니고 재조립이라고 해야 하나.
열 마리의 샌드골렘을 해치우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에는 보스몬스터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
[골리앗 골렘, Lv. A]
오십여 미터에 달하는 키에 민첩함과 파괴력을 갖췄다.
회귀 전에야 이런 놈을 만나면 긴장도 하고 했지만 이젠 그럴 일이 없다.
간단히 해치웠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놈의 머리에서 마정석을 꺼냈다.
마정석이 주먹만 하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을 텐데.
주먹으로 놈의 머리통을 부수며 찾았다.
“그래. 여기 있네.”
황금색으로 빛나는 피라미드 두 개를 위아래로 붙여놓은 듯한 형상이다.
피라미드의 뾰족한 모서리가 위로 아래로 향하고 있는 형상이다.
그 자체로 공중에 떠 있다.
[골든 스퀘어 펜듈럼, 아이템, Lv. 레전드]
게이트를 생성할 수 있다.
최소 사용 조건 : 마나 100 이상
MP 소모량 : 10,000/1 개체, 20,000/10 개체, 30,000/100 개체, 50,000/500 개체
재사용 대기시간 : 4시간
그래 이거다.
회귀 전에 딱 두 번 나왔던 아이템이다.
하나는 여기 이집트 카이로에서.
또 하나는 중국 상하이에서.
게이트를 생성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최소 사용조건이 마나 스탯 무려 100 이상이다.
이 아이템은 누구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회귀 전에는 마나 스탯 80 이상의 헌터가 없었다.
그래서 이 아이템은 박물관에 모셔 놨었다.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연구는 했다.
이 아이템을 활성화하고 이동할 곳을 생각하면 아이템 바로 앞에 게이트가 생긴다.
그리고 생각한 이동할 곳에도 게이트가 생성된다.
이 두 게이트는 연결되어 있어서 이 두개의 게이트를 통해서 지구 반대편이라 하더라도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그럼 시범적으로 사용해볼까.
골든 스퀘어 펜듈럼에 마나를 집중했다.
그리고 게이트 앞을 연상했다.
사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샌드웜을 급하게 레이드 해 온 수지는 막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더 이상 샌드웜도 나오지 않고, 사부도 보이지 않았다.
뒤에 팀원들이 주위를 둘러봤다.
“저것 봐! 샌드웜이 아예 박살이 났다.”
수지팀이 레이드 해 오던 방향의 반대 방향, 사부가 샌드웜을 사냥한 곳에는 샌드웜이 터져서 널려 있었다.
“어? 사부는 어디로 갔지?”
그렇게 애타게 사부를 찾는 수지와 그녀의 팀원들.
갑자기 그 앞에 마력의 파장이 강하게 소용돌이치더니, 찌직 찌직 거리며 하늘이 일렁거리기 시작하더니 공간이 쭉 찢어진다.
그곳에서 게이트가 생성됐다.
“모두 조심해!”
수지가 몇 발자국 물러나며 검을 빼 들고 경계를 한다.
게이트가 열리더니.
“사부! 사부가 왜 거기서 나와!”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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