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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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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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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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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543

작성
19.11.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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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자각(自覺)(1)

DUMMY

타고난 운명(運命)이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누군가 타인의 몸과 기억을 훔쳤다면?


그렇다면, 훔친자의 운명은 어떤 것이 될까?

본래의 운명?

아니면... 훔쳐낸 운명?


만약 후자라면, 몸과 기억을 훔칠 때마다

운명이 바뀌는 것일까?


문득 드는 의문에 나는 오늘도 밤잠을 설치고 말았다.


- 담필윤의 일기 중.


◆ ◆ ◆


"컥..."


피투성이의 남자.

이심도는 한 모금의 피를 토하며, 정신을 차렸다.

이미 전신이 피투성이라 정신을 차린게 이상할 정도였다.


이심도의 머릿 속으로 정신을 잃기전의 상황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오랜 노력 끝에 드디어 감살사로 관직에 첫발을 내딛은 자신.

먼길을 걸어 부임지에 도착하자 습격해온 적.


숨겨둔 무공까지 드러내었으나 결국 호위병은 모두 죽고, 자신 역시도 적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자신을 꽁꽁 묶고 이상한 가면을 씌운 채 어디론가 끌고 가던 차에 틈을 봐서 적 하나를 밀치며 절벽으로 뛰어내린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옆을 돌아보자 머리가 박살난 시체 한구가 있었다.

아마도 저 시체가 충격의 대부분을 감당해준 덕분에 이심도 자신이 살 수 있었던 모양.


이심도는 한참을 끙끙거린 후에야 비로소 밧줄을 풀고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떨어진 장소는 일종의 분지였다.

천장은 비스듬하게 구멍이 뚫려 있는 형태라 운 좋게 이리 굴러들어온 모양이었다.

한쪽에는 다행스럽게도 물웅덩이마저 있었다.


이심도는 다소 찜찜하긴 했으나, 급격이 몰려온 갈증에 물웅덩이로 다가갔다.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괴이했다.

적이 씌웠던 가면이 아직까지 얼굴에 씌워져 있었던 것이다.

눈코입에만 구멍이 뚫려있는 빨간색 가죽.

가면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형태였다.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두통이 몰려온 것은.


"으아...."


너무나 큰 고통에 비명마저도 잦아들 지경이었다.

그렇게 고통으로 몸부림친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언제 다가왔냐는 듯이 고통이 사라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내가 아니다"


진짜 이심도는 이미 죽었으며, 자신은 이심도의 육체와 혼백을 얻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심도가 아니다. 그러나..."


그리고 또한 알았다. 자신이 이심도가 아니란 것을 알 뿐이라는 사실을.


방금 전까지 스스로를 이심도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기이하게도 본인이 이심도가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는 몰랐다.

이심도의 기억은 너무나 생생했지만, 이심도가 아닌 자의 기억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당장 기억 나는 것은 단 두 가지 뿐이었다.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이 무가지보의 하나인

적법면(赤法面)이라는 사실.

그리고 도백연혼강령(盜魄鍛魂强靈)의 구결이었다.


도백연혼강령(盜魄鍛魂强靈), 그야말로 절대의 신공절학이었다.

백을 훔쳐, 혼을 단련하고, 영을 강화한다는 그 이름 그대로 영혼 자체를 단련하는 비기.

그렇기에 다른 기억을 모두 잃어버려도 이것만은 잊지 않았던 것이리라.


머릿 속에 떠오르는 구결을 한참 동안 되뇌인 끝에 결국은 당장 해야할 것을 정할 수 있었다.

바로 자기 자신의 이름을 확정 짓는 것이었다.


도백연혼강령은 남의 백을 훔쳐서 종국에는 영을 강화하는 방법.

그러나 무엇보다 스스로의 자아가 확고해야했다.

그리고 확고한 자아는 이름에서부터 시작하는 법.

스스로를 칭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지금 이 순간 정할 수 있는 이름은 단 한 가지.


"나는 이심도다."


이심도. 스스로가 진짜 이심도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이심도의 기억은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몸 역시도 이심도의 것.

그렇다면 자신을 이심도라고 정의할 수 있지도 않을까?


지금부터 이심도가 되기로 한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진짜 이심도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도백연혼강령(盜魄鍛魂强靈)의 입문결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도백연혼강령(盜魄鍛魂强靈)은 6대 기법 중 단전(丹田), 내문(內門), 차력(借力)의 3대 기법을 사용하는 비기 였기에 보통 사람은 입문조차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심도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본래의 자신은 이 구결의 극한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그러하니 입문은 당연히 가능할 것이였다.


그 직감은 맞아 떨어져 단숨에 상단전을 열고, 내문을 열어젖혔다.

마지막으로 차력의 수법으로 적의 시체에서 백(魄)을 뽑아내었다.

그렇게 세 가지 기법을 일체화시킨 끝에비로소 도백연혼강령(盜魄鍛魂强靈)의 첫발을 내딛었다.


"후우...."


순간 이심도는 기억의 혼란을 느꼈다.

적의 시체에서 백을 뽑아낸 덕분에 일순 기억의 혼재가 왔던 것이다.

이심도의 기억도, 스스로를 이심도라고 정의내린것도 방금 전이니 별 수 없는 부분.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시간을 두고 이심도라는 자아를 확고히 한 후에 도백연혼강령에 입문했겠지만, 어쩔 수 없었는 상황이었다.

깨어나긴 했으나, 스스로의 부상이 상당했기에 언제 다시 기절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절하면 그대로 숨이 끊어질 수 도 있었던 상황. 부상을 회복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 방법이 도백연혼강령이었던 것이고.


영력(靈力)은 선천지기조차 능가하는 순수한 기운.

영력을 사용함으로써 부상을 치료하는 것 조차 가능했다.

물론 지금 수준에서는 단숨에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운신할 수 있는 정도의 회복은 가능했다.


"저놈의 기억을 확인했어야 했건만..."


도백연혼강령은 시체에서 백을 뽑아내는 비법에서 시작했다.

그렇기에 시체의 기억을 일부 읽어내는 것마저 가능했다.

연혼의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분명 그러했을 터였다.


그러나 부상을 치유하기 위해 백을 기화(氣化)해버린 탓에 아주 일부의 기억만이 남았다.

그 일부의 기억만으로도 혼란이 왔으니 기화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위험했겠지만, 아쉬운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남는 기억은 자신이 적의 목표였고, 적법면을 이용해 자신의 기억과 얼굴을 훔칠 목적이라는 사실 하나 뿐이었다.

아마도 적은 적법면의 진짜 능력은 알지 못한 채, 기억과 얼굴을 훔치는 목적으로 사용한 모양이었다.


"이런 귀물(貴物)을 고작 그런 용도로 쓰다니..."


그러나 본시 귀물이란 그 주인에게 합당한 능력을 요구하는 바, 그렇게라도 쓸 수 있었던 것도 저자들에게는 대단한 것이었으리라.


그런 생각을 머릿 속에 떠올리며, 적의 시체를 뒤적여 보았으나 가진거라곤 몇 자루의 단검과 약간의 은전, 그리고 술법을 보조할 염주 하나가 다였다.


적법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지만, 낮은 수준의 술법사에게는 대단히 효율적인 장비였다.

그 말인즉, 지금의 이심도가 쓰기에도 매우 좋은 장비라는 것이었다.


기실 술법(術法)이라는 것은 상단전, 차력, 내문의 3대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3대 기법 모두를 다루는 도백연혼강령은 대부분의 술법의 핵심을 관통하는 절학이었다.

그러므로 도백연혼강령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은 어지간한 술법은 다 익힐 수 있다는 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술법을 익히고 있던 자의 백으로 도백연혼강령에 입문하여, 그가 쓰던 몇 가지 술법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게다가 손에 넣은 염주는 그 술법들을 보조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물건이었다.

아니, 아예 이 염주를 1회용으로 사용한다면 제법 강력한 술법까지 구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었다.


“하하···”


그렇게까지 생각하자, 이심도는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어제까지의 이심도는 분명 대단한 천재였다.

과거시험에서 장원으로 합격할 정도의 학문 성취는 물론이거니와 몰래 익힌 무공 역시도 절정의 수준에 도달한 문무겸전의 천재.

그러나 술법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했다.


그런데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술법에 대한 지식들을 떠올리는 상황이라니. 갑작스레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비록 지금의 자신 역시도 이심도라 정의했으나, 어제까지의 이심도는 이미 죽어버렸다. 가문을 부흥시키기 위해 학문과 무공을 갈고 닦은 보람을 느낄 찰나에 그 명이 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을 이용하려고 했던 적, 천사문 때문이었다.


전(前) 이심도의 기억이, 그리고 그 육체가 부르짖었다.

복수를 해야한다고, 그리고 현(現) 이심도의 영혼이 대답했다.

그러겠노라고.


이심도는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고 단서는 천사문이라는 것 단 하나뿐이었다.

천사문(天邪門). 이심도가 가진 기억 속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었다.

이심도가 무림문파들에 무지했다곤 하지만, 그래도 큰 방파들의 이름쯤은 들어보았다.


그러나 전혀 기억에 없었다.

이는 곧 알려지지 않은 방파라는 것이었다.

거기다 황제가 친히 임명한 감찰어사를 노렸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그 세력 또한 작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도백연혼강령을 연마하고, 적을 죽이고 술법 지식을 빼앗는다.

그렇게 한다면 오래지 않아서 저정도 적은 쉽게 쓰러트릴 수 있는 강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 시간동안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잠깐의 고민 끝에 이심도는 원래의 이심도가 하려던 일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즉, 감찰어사가 되는 것이었다.

다만, 정말 감찰임무에 출실하려던 이심도와는 달리 아주 큰 소란을 일으킬 것이다.

모두의 시선이 주목되도록.


적이 아무리 막무가내라지만 국가를 상대할 순 없을것이다.

소수의 목격자를 없애는 것과 수십수백의 목격자를 없애는 것은 위험부담의 차이가 크고, 쉽사리 공격하진 못할 것이다.

국가의 주목 받는다는 것은 ‘그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고, 술법사라면 그것을 모를리 없었다.


“수리수리사하바···”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이심도는 진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음식도 약재도 없는 이곳에 오래있는 것은 좋지 못했기에 이곳을 빠르게 탈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부상을 입은 몸으로는 탈출하기 어렵기에 적의 시체를 일으켜 이곳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

염주를 희생하고, 적법면의 힘을 빌려서 이심도는 적의 시신을 일으켰다.


일종의 약식 강시술이었다.

다만,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그리 긴 시간을 움직일수도 없었고, 몸놀림이 민첩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술법의 힘이 일어난 덕분에 인간 이상의 내구력을 가졌으며, 술법의 영향력이 없어질 때까지는 쉴새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즉, 자신을 업고 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기에는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드드득


진언이 끝나자 기이한 소리와 함께 시신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심도는 냉큼 달려가서 시신의 등에 매달렸고, 절벽을 천천히 내려가자는 의념을 일으켰다.

강시는 느리지만 멈추지않고, 절벽에 매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회용으로 만든 강시에게 업힌자를 배려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

이심도는 약간이나마 남은 영력을 동원해서 강시에 몸을 단단히 매달았다.

절벽을 내려가는 시간은 길었고, 쉴새없는 충격과 자잘한 상처가 계속해서 생겼다.

그러나 무사히 절벽 밑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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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5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6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5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2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6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9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0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5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2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3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7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7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2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1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4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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